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안전 지대는 캘버리 교도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좀비의 특성을 감안해 생존자 여러분은 최대한 해가 지고 움직여 주십시오. 낮에 움직이는것은 위험합니다. 그곳의 좌표는 xxx. xxx. xxx. 다시한번 반복합니다. 생존자 여러분은 캘버리의 안전지대로 와주십시오. 그곳의 좌표는...…
약칭 ‘캘백시’ 플레이로그 백업
당신을 사랑할 때 그 불안이 내겐 평화였다 -박서영, 달의 왈츠
KPC조원필 / 철재 PC연나기 / 제리
백그라운드
2028년 4월, 재회로부터 1년 7개월 12일 째, 러시아. 기온은 많이 낮지 않고 바람이 부는 정도의 쌀쌀함
─────── CHAPTER 00 ───────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KPC조원필PC연나기
Written by시나
2024.08.06
───────✷───────
뚝.
당신은 몇번도 더 들은 라디오의 방송을 끄고,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오늘 쉬어가기로 한 폐공장의 창고 한 구석은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벽 꼭대기에 위치한 환풍구에서
정오의 햇빛이 비치고,
당신의 옆에선 조원필이 고단한 얼굴로 잠들어 있습니다.
…..
2020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곧 학자들에 의해 이 질병이 전례없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곧 좀비들에게 몇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전파되며 대표적인 감염경로는 좀비에게 물리는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4시간안에 좀비로 변한다.
그 증거로 완전히 좀비가 된다면 눈동자의 동공이 희뿌옇게 탁해진다.
셋째. 좀비는 시력이 퇴화하지만 청력이 발달해, 빛이 없는 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정부는 힘을 잃고,
집단 자살이 성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은 생존할 길을 찾기 마련입니다.
좀비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연합정부가 설립되었고,
이 기관은 생존자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좀비사태가 발발한지 일년 7개월 12일째.
당신과 조원필은 이 절망적인 세상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잠든 조원필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조원필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 듣기 판정 ✷
연나기:⋯⋯뭐야?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미간을 찌푸리고 네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당신은 조원필이 중얼거리는 말을 주의깊게 들어보았습니다.
조원필:...약속해야해, 반드시…
뭘 약속한다는 걸까요,
조원필의 표정은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습니다.
연나기:(네 이마에 손을 얹고, 다른 손으론 천천히 등을 토닥거린다. 귓가에 대고 조곤조곤히 속삭였다.) 꿈 꾸지 말고 자.
(그럼에도 여전히 불편해 보여 걱정스러운 눈빛 하곤 조심스럽게 흔들어 깨운다.) 불편해?
조원필:허억! 헉.. 헉…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깨더니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다, 얼마 후 가까스로 진정한다.) 지금.. 지금이, 몇 시지?
연나기:깜짝이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너 보다니 진정하라는 듯 어깨 가볍게 누른다.) 야, 여긴 안전해.
내가 보초 선다고 했잖아. 나 못 믿냐?
조원필은 당신에게 대뜸 시간을 묻습니다.
지금 시간은 아침 11시 48분,
곧 정오가 될 시간이네요.
조원필은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 당신에게 말합니다.
조원필:이제 내가 보초 설게. 네가 눈 좀 붙여`..
연나기:됐거든. 방금 니 때문에 오던 잠 다 달아났다.
근데 뭔 꿈을 꾼 거야?
조원필:하아.., (피곤한지 눈가 꾹꾹 누르다 대뜸 너 와락 끌어안는다.)
그냥.. 악몽이었어.
나기, 나한텐 네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해.
(무언가 더 말하려다 입을 꾹 닫곤 마주 웃었다.)
연나기:(허공에 잠시간 머무르던 두 손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네 등을 느리게 토닥여주고자 모인다. 가볍게 한숨 쉰다.) 졸라 심란한가 보네.
감상에 다 젖고. (올려다본 천장의 틈에서 새어나오는 노을의 빛이 이다지 부질없을 수가 있나. 네 얼굴에 제 뺨 부빈다.) 나보다 너를 소중히 해라~ 닌 너무 생각이 많아.
조원필:악몽을 꾸니까, 더 불안해져서. (그래, 넌 살아있고.. 우린 무사하고. 그거면 된거지... 네게서 전해지는 온기에 가쁜 호흡이 점차 안정을 찾아간다. 연나기,... 난 네가 없음 안돼. ) 이만 자, 피곤하겠다. (자리 툭툭 털어주고는 네 머리 쓰다듬는다.) 지금 아니면 언제 잘 수 있다고, 여정이 길거야. 자 둬.
연나기:(끝까지 무사할 거라 장담할 순 없지만, 그러고자 여기 있는 거니까. 어째 너와 마주하며 대화를 나눌 때마다 심장이 있는 위치가 저리다. 못 다 푼 무언가가 있다는 듯이.) 알았어.
(말은 잘 듣는 편이었기에 고집부리지 않고 자리에 눕는다.) 잠이 오려나⋯⋯.
(눈을 감고 몇 초 간 이어지는 정적이 공허했는지 괜히 네 이름 불러본다.) 조원필.
조원필:응. (제 존재를 확인 시켜주는 듯 네 손 위에 제 손 겹쳐 잡는다.) 잠이 안 와? (네 옆에 폭 눕더니 눈 감은 너 한참 쳐다본다. 연나기, 연나기-........ 네 이름 차마 뱉지 못하고 삼킨다.)
연나기:뒤지기 전까지 니한테 붙어 있어야지. (작게 웃으며 가벼운 농담이나 던진다. 마주잡은 손은 잠이 들어도 놓지 않을 것이다⋯⋯.)
조원필:뒤진 후에도 붙어 있을거야. 귀신되어서도 너 따라다니면서 감시할거라고. (농담조로 네 말 받아친다.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 내가 살아 있는 한 절대 놓지 않을게.)
연나기:그건 좀 무서운데;
화장실은 따라오지 마라? (농담⋯⋯.)
조원필:아니, 그것도 구경할건데.
연나기:아니; 씨발⋯⋯. (감았던 눈 뜨고 시선 마주한다.)
(아⋯⋯; 밖의 좀비 소리고 뭐고 웃음 나온다.) 야, 헛소리 그만하고 보초 서. 너 잘 거면 내가 설 테니까.
조원필:지랄.. 너 진짜 자야하거든? (감았던 눈 손으로 다시 덮어준다.) 이제 진짜 헛소리 안 할 테니까, 빨리 자.
연나기:(대답 없이 눈만 감은 채로 잡은 손에 힘 주었다 푼다.)
─────── CHAPTER 02 ───────6월 8일 7pm
조원필:나기, 이만 일어나. (나기 깨우려 어깨 조심스레 흔든다.)
연나기:(미간 잔뜩 구기고) 으응⋯⋯ 피곤해⋯⋯.
조원필:...10분이라도 더 잘래?
연나기:으엉⋯⋯ 어?
(흐린 초점 맞추려 눈꺼풀 끔뻑거린다.) 아⋯⋯. (그제야 정신차린 듯 고개 빠르게 젓는다.)
아니. (끄응, 앓는 소리 내며 상체 일으켜 세운다.)
눈을 뜨자 보이는 환풍구 너머의 하늘은 뉘엿하게 해가 지고 있습니다.
곧 좀비들은 활동을 멈출 테지요.
조원필:뭐라도 좀 먹고, 출발하자.
연나기:뭐 있냐?
조원필:그냥 뭐.. 소세지 정도.
연나기:니 먹어라. 배 안 고프다.
조원필:(소세지 껍질 까더니 네 쪽으로 내민다.) 한 입이라도 먹어.
연나기:그래. (거절은 하지 않는 놈 소세지 조금 베어물었다. 뭐든 부족하니까 오래 씹어 넘겨야 포만감이 차지. 우물거린다.)
졸라 맛있네⋯⋯. 소세지 이거 전생-놈은 이따금씩 좀비 사태 발발 전의 과거를 전생이라고 표현하곤 했다-에 먹었던 오마카세보다 맛있는 듯.
나머진 니 먹어.
조원필:그러게. 이젠 다 과거 일이네. 제대로 된 식당에서 밥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기나 할까-.. (너랑 재회하면 먹으려 예약한 레스토랑이 떠올랐다. 원래라면 거기서 안부 물으며 스테이크나 썰고 있었겠지. 잠시 감상에 젖다 다시 돌아와 남은 소세지 욱여 넣는다. 네 말처럼 우습게도, 이 시대의 소세지는 스테이크 버금 가는 음식 축에 껴있기 때문에.) 됐어, 이동 하자.
연나기:(졸라 맛있게 먹네. 침 꿀꺽 삼킨다.) 그래.
어둠이 깔리고 달빛이 내려앉고,
넓은 공장 부지는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따금 이 공장 유니폼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은 좀비들이
앞을 보지 못한 채 목적없이 배회하는 것이 보입니다.
당신과 조원필은 숨을 죽인채 살금살금, 폐공장지대를 빠져나옵니다.
✷ 행운 판정 ✷
연나기:
운
기준치:
50/25/10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이 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턱,
하고 조원필이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조원필의 손짓에따라 땅바닥을 내려다보니
당신의 발 아래에 빈 과자봉지가 널부러져 있습니다.
조원필:..조심해.
연나기:(시이바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씹 새끼들아⋯⋯.) 어.
당신과 조원필은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손을 타고 흐르는 좀비들의 피와 사방에 흩뿌려진 썩은 살점들.
몇번이나 겪은 익숙한 상황이지만
구역질이 올라옵니다.
✷ (SAN 0/1) 판정 ✷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조원필:이제 그만 이동하자,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까..
당신과 조원필은 지도를 보고,
언제나와 같은, 긴 여정길을 걷습니다.
뻥 뜷린 흙길과 초원은
이따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합니다.
오늘은 달이 밝아 다른 조명 없이도 길이 잘 보입니다.
조원필:나기, 저기 봐. 마을이 보여.
당신들이 걷는 도로가 흙길에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로 바뀌고난
얼마 후,
[이스트 베일에 어서 오세요],
라고 적힌 핏자국이 말라 붙어잇는 간판이 새벽어스름너머로 보입니다.
조원필:곧 동이 틀거니까, 이 마을에서 쉴 곳을 찾자.
연나기:⋯⋯그래. 안에 좀비가 있으면 안 되니까 잘 찾아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전생에 여간 굴렀잖아.)
한때 주민들이 살았을 마을의 거리는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있습니다.
이젠 사람이 살지 않을 빈 주택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거리에는 드문드문 보이는 형체를 알수 없는 시체덩어리들과
쓰레기들이 널려있습니다.
당신과 조원필은 이따금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거리들을 걷다,
주변에 좀비들이 없는 집 한 채를 발견합니다.
저 집이라면 좀비들과 싸우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당신과 조원필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평범한 단독주택의 가정집 안은
이미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집안을 둘러보니 거실이었을 공간에
널부러진 [도끼]와 세개의 방, 그리고 [주방] 이 보입니다.
◈조사 포인트
연나기:후⋯⋯. (너저분한 걸 제외하고는 안전한 공간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주방으로 향한다.) 졸라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냉장고는 텅 비어있고,
검게 변한 핏자국으로 더러워진 식탁과 조리대 위에는
식칼과 쇠톱이 놓여 있습니다.
쇠톱의 날 사이사이에는 정체를 알수 없는 살점들이
굳은 피와 엉겨 붙어있습니다.
주방 구석에 놓인 큼직한 검은 쓰레기통에선 악취가 풍겨오네요.
연나기:(미간 찌푸리고) 시발⋯⋯. 별로 이 딴 상상 하고 싶진 않은데.
(좀비를 처먹은 건 아니겠지. 그게 아니면⋯⋯.) 야.
조원필.
조원필:(책상 뚫어져라 보다 부르는 소리에 나기에게로 향한다.) 왜?
연나기:거기 뭐 있냐? (도끼를 가리킨다.)
조원필:도끼? 그냥..
그냥 도끼보단 좀 크네. 누가 썼는지 도끼날이랑.. 손잡이엔 피 묻어 있어.
나무 자르던 용이었나..
연나기:나무를 자르는데 손잡이에 피가 왜 묻어?
아, 씨⋯⋯ 졸라 불길한데.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조원필:그 이전엔 나무, 지금은 좀비 자르는데 썼겠지.
주방엔 뭐 있어?
연나기:식칼이랑 쇠톱. 이것도 좀비 사냥하는데 쓴 것 같은데,
여기 쓰레기통에서 졸라 냄새 나. 뭐 있나 봐.
조원필:으.., 씨팔 열기 싫은데.
연나기:그냥 열지 말고 다른 데 가면 안 되냐?
조원필:왜? 그래도 비교적 괜찮아 보이는데.
조금만 더 둘러보고 가자. 우리 식량도 슬슬 떨어졌잖아.
연나기:⋯⋯아, 졸라 이상한데, 그냥. 그래도 찝찝한 거 방치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내가 열어볼게. 넌 저리 가 있어라.
(들고 있던 빠루로 쓰레기통을 살짝 쳐 본다.)
그 안에는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고깃덩이들,
뼛조각들,
그리고 시체를 파먹는 구더기들이 보입니다.
조원필:씨팔.. 멀리서봐도 역한데.
연나기:야, 나가자.
방 여러 개 있는 것도 신경 쓰여. 시발, 좀비가 아니라 사람을 처먹었네.
(비약인가. 그치만⋯⋯ 뭐든 의심하지 않는 것보단 낫잖아. 네 옷자락 잡아당긴다. 나가자고.)
조원필:볼만한 책들이 좀 있던데, ...나기. 지금 돌아다니면 큰일 나는 거 알잖아. (등 쓸어주고서 달랜다.) 오늘만 참자.
연나기:씨⋯⋯. (너 노려보다 못 이기겠다는 듯 억지로 납득한다. 네 말따마다 밖으로 나가면 위험해지는 것 또한 맞았으므로.)
(도끼와 가장 가까운 첫 번째 방으로 향한다.) 일단⋯⋯ 앉아 있어. 난 찝찝해서 좀 돌아다녀야 쓰겄다.
조원필:나도 같이 다닐게. 혹시 모르니까, (네 옆에 붙어서더니 첫 번째 방 문 고리 열었다.)
이 방은 서재로 쓰던 방인 모양입니다.
한쪽 벽면을 [책장]이 차지하고 있고,
그 반대편인 [책상]이 놓여있는 아담한 구조입니다.
◈조사 포인트
연나기:서재로 쓰던 방인가 본데⋯⋯ 근데 너 볼 만한 책이 있을 거란 건 어떻게 알았냐? (게슴츠레 너 본다.)
조원필:아까 열어봤으니까. 아니.. 내가 투시 능력이 있겠어?
그랬으면 좀비들은 진작에 피해다녔겠다. 있으면 좋겠네. (괜히 툴툴댄다.)
연나기:⋯⋯ 세상이 이 따윈데 상상력이 안 풍부해질 수가 있냐? (흥. 너 등지고 책장으로 향했다.)
책을 보고 도로 꽂아놓지 않아 드문드문 책장이 비어있습니다.
책들은 주로 생물학에 관한 책인걸 보아
집에 살던 사람의 전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책꽃이를 돌아보던 와중 그중 반쯤 덜 꽃힌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감염에 관하여’ , ‘정신이상 행동론’
이런 책은 왜 읽은 걸까요?
연나기:흠⋯⋯. ('감염에 관하여' 라는 책을 펼쳐 읽어본다.)
1단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전신 근육통과 발열 증상을 보인다.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전파되며 대표적인 감염경로는 좀비에게 물리는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4시간안에 좀비로 변한다. 그 증거로 완전히 좀비가 된다면 눈동자의 동공이 희뿌옇게 탁해진다.
셋째. 좀비는 시력이 퇴화하지만 청력이 발달해, 빛이 없는 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연나기:다 아는 내용이구만. (뭐든 이론보단 실전이 중요한 법이지. 텁, 김 샜다는 듯이 책을 덮는다.)
연나기: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가는 과정을 어쩌고⋯⋯. 뭔⋯⋯ 개소리⋯⋯. (아무튼 증상을 기록했다는 뜻이겠지. 그나저나 연구하다 결국 물린 건가? 몰랐으면 좋았을 거란 게 무슨 뜻이지.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아, 시발 잘 안 보여. (네게 메모패드를 건넨다.) 읽어 봐라.
아 잠시만.
조원필:(건네받고는 이어지는 말에 쳐다본다.)
뭐가 잠시만이야?
연나기:여기 봐봐. (3월 31일의 기록을 가리킨다.) 뭔⋯⋯ 방에 격리했다는데? 여기가 아닌 걸 보면 다른 방인 거 아니냐?
조원필:아.. 다른 방에 좀비가 있을 수도 있겠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씨팔.. 뭐라는지 하나도 안보이는데..
연나기:아, 시발. 졸라 소름돋아. (으⋯⋯. 양 손으로 제 팔 감싼다.) 아주 그냥 인생이 복불복이야. 뒤지든가 말든가⋯⋯.
희생은 뭔 소리야? 뭔가 발견한 건 좋은데 짜증나네⋯⋯.
조원필:음, 격리하고 간호.. 감염되어가는 과정이면.. 한 사람이 물렸단거고.
물리면 1단계로 전신 근육통, 발작을 겪는데 뭘 먹으면 완화가 된단거잖아?
해열제라거나 그런건가..
연나기:(어떻게 읽은 거야? 이 새끼 진짜 투시 능력 있는 것 같은데?) 모르겠다. 그런 게 있었다면 치료제가 개발됐겠지.
조원필:바이러스 감염 후 몇 시간 이후는 폭력성을 띈다는 거네. 좀비로 변하기 음.., 직전에 피 토하고.
이거야, 우리가 지내면서 수없이 봤잖아.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물린 사람이 아이였나봐.
........부모 중에 하나가 희생했나보지. 좀비가 된 아이를 위해.
연나기:⋯⋯ 기분 좆 같아졌어.
조원필:남은 부모 하나가 그들에게 줄 식량을 구해다 주다가, 죽은 것 같네..
..사연 가득한 집이네.
연나기:좀비의 식량이면⋯⋯ 인간이잖아. 그래서 거실에 저런 게 었었던 건가.
조원필:으, 그럼 그 고깃덩어리가 인간이었던거고..
연나기:(비약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으니 어째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다.) 아, 설마 희생이⋯⋯.
(멍⋯⋯.) 머리 어지러워. (네 쪽으로 기댔다.)
조원필:배고플까 싶어 먹히는거지. ......좀비라도, 자기 아이니까.
연나기:(네 쪽으로 고개 들어 눈 맞춘다.) 닌 내가 좀비 되면 먹힐 수 있냐?
조원필:흠.........,
팔 한짝 정도는 내어줄게.
연나기:고민하는 것 부터 넌 탈락이야, 이 새끼야.
조원필:나도 널 먹여 살려야지..,
연나기:꺼지세요.
조원필:얌마. 삐졌어?
연나기:아니? (코웃음친다.) 왜 삐져, 이 딴 걸로. (무시하고 액자를 들어 확인한다.)
이 집에 살았을 가족들의 사진입니다.
사진 속에는 젊은 부부와 두 아이가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조원필:...이 집 가족들인가봐.
연나기:(건조한 시선으로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바라본다. 가만⋯⋯ '희생'이 아이를 가둔 방으로 향해 먹잇감이 되는 거라면⋯⋯ 좀비가 한 마리가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네 말이 맞네. 아이랑 부모.
조원필:적어도 세 마리는 득실거린다고 봐야하나. ... 남은 방은 신중하게 열자고. 아니다.., 열기 전에 소리로 판단하는 것도 좋겠네. (네 어깨에 턱 얹고서 사진 내려다본다. 제 부모가 이런 상황에 쳐했더라면, 그랬더라면 똑같이 행동해줬을까.) 내가 좀비가 되면, 넌 나한테 먹힐거야?
연나기:(생각을 해 보자⋯⋯. 물론 문을 두드려서 안에 뭐가 있나 없나 확인해볼 순 있겠지만. 아무래도 세 번째 방이 이 방과 분리되어 있으니 거기에 가두지 않았을까 싶고.)
니가 좀비가 되면?
(갑자기 기분 더러운데⋯⋯.) ⋯⋯하, 내가 왜?
조원필:그래, 먹히지 말고.
.....멀리 도망가.
연나기:⋯⋯시발, 몰라. 기분 더러워졌어. (지가 시작해 놓고⋯⋯.)
나가자. 두 번째 방부터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조원필:두 번째 방에 좀비 있으면.. 어떡해?
연나기:난 내 감을 믿어. 그리고 열기 전에 두드려서 확인할 거야.
조원필:열어보셔. 연 작가님. (두 번째 방문 앞에 서서 팔짱끼고 너 쳐다본다. 놀리는 투에 가깝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배트 단단히 쥔다.)
연나기:(방문 아래 쪽 조심스럽게 두드린다.)
안에선 그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나기:(씨발⋯⋯ 감 다 뒤졌다.) 야, 패스하자.
조원필:작가님. 믿었는데.
연나기:아, 조용히 해;
조원필:세번째 방으로 가자.
연나기: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세 번째 방문 앞에 서서 문 두드린다.)
방 안은 고요합니다.
연나기:좀비 새끼야아⋯⋯. (방문 다시 두드리며 부른다.)
조원필:좀비 새끼 없대.
연나기:있으면 대답⋯⋯ 그래.
(얌전히 방 문 연다.)
다른 방보다 비교적 깔끔한 이 방은 침실입니다.
옷가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옷장과,
킹사이즈의 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겠어요.
조원필:와 씨파알.., 얼마만의 침대냐.
(짐 툭 내려두곤 방문 꾹 잠근다.)
연나기:(문 잘 잠겼는지 확인 후 침대 쪽으로 몸 던진다.) 하아아아아⋯⋯.
졸라 긴장했네. 좀비랑 같은 지붕 아래 있는 거 빼고 다 좋다.
조원필:(네 옆에 푹 누워 기분 좋은 웃음 터트린다. 하.., 폭신하네.) 야, 이 정도 숙소 제공이면 한.. 평점 3.5점은 줄만 하지 않아?
연나기:(황급히 손바닥으로 네 입 막는다.) 조용히 웃어⋯⋯.
난 평점 100점. 어제 땅바닥에서 처 자서 그런가, 감지덕지야. (어으, 한숨 비슷한 소리 내뱉으며 네 몸에 다리 올린다. 장난스럽게)
조원필:(네 손 끝 꼭 잡으며 고개 끄덕인다.) 와, 100점까지냐? 이럴거면 백화점이 적격인데. 거긴 좀비가 워낙 득실거려서-.. 난 97점 줘야겠다. (제 몸 위에 올린 다리 끌어 올리더니 큭큭 웃는다.) 가기 전에 여기서 옷이나 좀 챙겨야겠네. 추워지면 답도 없잖아.
연나기:흐흥. (저도 모르게 눈 접어 웃고는 네 목에 팔 둘러 제 쪽으로 끌어온다.) 어~ 따뜻하다.
난 뭐, 괜찮은데 지금도. 닌 추위 많이 탄댔나?
조원필:(고개 가까워지자 이마 맞댄다. 손이 네 상의 후드 파고 들더니 얌전히 온기만 느낀다.) 그닥. ...너 나중에 추울까봐 그러지. (내가 없으면 이렇게 안아주는 사람도 없을텐데..)
오늘은 내가 먼저 보초 설테니까, 너 먼저 자.
연나기:(네 손의 온도는 제 살보다 낮았는지 살짝 미간 찌푸렸지만 그 이상의 반응은 없었다. 눈만 데굴 굴려 너 쳐다본다.) 오랜만에 편하고 좋은데⋯⋯. 별로 아직 자고 싶진 않거든.
희한하게 편하니까 더 잠이 안 오네.
⋯⋯야.
조원필:왜.
연나기:(잠시 고민하다⋯⋯ 입 연다.) 이제 와 말하는 거지만⋯⋯ 닌 용케 날 찾았다?
아, 뭐. 내가 친절하게 써 놓긴 했지. (에르미타주에서 보자고.)
조원필:아........,서로 엇갈리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해.
너라면 그 작품 앞에, 그 공간에 있을 것 같았거든.
내 감이지.
너랑 이러고 있는게 다행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무사하다는 게 중요한거겠지.
연나기:감 졸라 좋네. 앞으로 좀비는 니가 찾아라?
(짤막한 농담 후 말 잇는다.) ⋯⋯그냥, 그 약속조차 없었더라면
난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싶어서.
⋯⋯ 뒤졌겠지? 아무래도.
조원필:......아니,
넌 깡다구가 있어서 존나 잘 살았을걸.
연나기:에⋯⋯ 평가 졸라 후하네. (내가 그 정도인가⋯⋯.)
조원필:뭐.. 약속이 없었더라도,
우린 캘버리에서 만났을거야.
목적지는 같잖아.
연나기:그런가⋯⋯.
조원필:이제 자야지, 연나기~. (이불 끌어올려 네 목까지 덮어준다.)
연나기:같이 자자고 하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유감이네. (목까지 덮은 이불은 머리 끝까지 끌어올린다.) 한시간만 잘게, 그럼.
조원필:잘자,
라고 말하는 조원필의 표정은
어딘가 지쳐보이고, 또 슬퍼보이는듯 합니다.
당신은 조원필에게 뭔가를 더 말하려 했지만…
오랜만에 눕는 푹신한 침대에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 CHAPTER 03 ───────6월 9일 6pm
당신은 창틈새로 비치는 햇빛에 눈을 떴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서 그런지
더할나위없이 개운한 기분입니다.
체력+1
연나기:(⋯⋯잠깐, 개운하다고?)
창밖을 보니 노을지는 하늘이 붉습니다.
분명 눈을 감을땐 동이 터오던 시간이었는데.
…
...그렇다는건, 해가 떠있을 내내,
조원필은 당신을 깨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주변을 황급하게 둘러보았습니다.
조원필은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 관찰 판정 ✷
연나기: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조원필은 당신이 일어난 것도 모른 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대며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내려가고 잇습니다.
연나기:야, 내가 한 시간 뒤에 깨우랬잖아. (어깨에 손 얹는다.) 뭐 하냐? 분주하게.
조원필:아, (놀랬는지 몸 흠칫 떨며 노트 황급히 감춘다.) 나기. 일어났어? 놀랬네..
오랜만에 잘 잤네, 오늘은 더 힘내서 걸을 수 있겠다.
연나기:뭔데 숨기냐? 보자. (네가 숨긴 노트 쪽으로 고개 슬 기울인다.)
조원필:싫어. 안보여줄건데~. 완성하면 보여주려고. (주머니에 노트 넣더니 어물쩍 넘긴다.) 몸 컨디션은 좀 어때. 괜찮아?
연나기:완성⋯⋯? (눈 게슴츠레 뜨고) 이 새끼 사람 궁금하게 해 놓고 자꾸 말 돌리네.
아, 볼래.
매혹
기준치:
5/2/1
굴림:
8
판정결과:
실패
조원필:너 뭐하냐?
연나기:⋯⋯뭐.
조원필:..(귀엽긴하네.)
연나기:(말 돌린다.) 내 컨디션보단⋯⋯ 니 하나도 안 잔 거 아니냐? 아직 저녁까지 시간은 좀 있으니까 쪽잠이라도 자지 그래.
조원필:아,.. 옆 방 좀비들 때문에 긴장되니까 못 자겠더라고. 아까 잠깐 잤어. 한... 30분 정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여기서 더 쉬었다 갈순 없는 노릇입니다.
하루빨리 안전지대로 가야하니까요.
연나기:⋯⋯ (그게 잔 거냐. 가다가 기절하지나 않으면 다행이구만. 뭔가 더 얹어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게 분명하니⋯⋯ 한숨 작게 쉬고 짐 챙긴다.) 알았어, 그럼.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당신과 조원필은 길을 떠납니다.
길을 걷는 블럭들 마다 집들 사이로,
좀비들이 느릿하고 목적없이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좀비들을 피해 조심조심 걸으며 마을을 거의 다 빠져나오자,
마을 외곽 즈음에 위치한 꽤나 큼직한 [마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조원필:아, 마침 잘됐네. 어제 그 집도 먹을만한 건 없었잖아.
연나기:시발, 다 털어준다.
⋯⋯(호기롭게 말했지만 이미 다 털리고 남은 게 없을 가능성이 크니, 기대는 말아야겠지.)
마을을 빠져나가는 곳에 위치해있는 꽤나 큼직한 마트입니다.
이미 많은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빼곡히 늘어진 진열대가
휑합니다.
연나기:에~ 라이⋯⋯ 시발.
조원필:그럼 그렇지 씨~팔...
주변을 둘러보니 그나마 물건들이 올려진
[선반1] [선반2],
그리고 한쪽 벽으론 [창고]라 써진 팻말이 보입니다.
◈조사 포인트
연나기:하⋯⋯ (기대가 0에 수렴하자 표정 관리도 안 된다. 창고든 뭐든⋯⋯ 별개의 공간에 들어갈 땐 신중해야 한다. 일단 눈 앞에 보이는 선반 1을 살핀다.) 야, 따라와.
조원필:뭐가 있긴 한가. 좀비만 있을 것 같은데.. (연나기 따라 선반 1 살핀다.)
장난감 코너 입니다.
곰인형, 유니콘 인형, 비비탄 총….
당신은 인형들을 둘러보다
[노래하는 고양이]
라는 태그가 붙은 인형을 발견합니다.
연나기:이거 건드리면 시발, 안 될 것 같다.
졸라 시끄럽게 노래할 확률 100퍼센트.
조원필:왜? (손 뻗어서 꾹. 눌러버린다.)
연나기:아 이, 미친 새끼야!
인형의 등 뒤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
어둡고 고요한 매장 안에 동요가 울려퍼집니다.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하늘 에서도,
연나기:(인형 뺏어서 황급히 반대 쪽으로 던진다.)
서쪽하늘 에서도………
조원필:아아 씨팔 던지는게 아니라 꺼야지! (후다닥 달려가서 버튼 눌러 노래 끈다.)
연나기:아니 시발⋯⋯. 이 쪽으론 안 와야 될 거 아냐. 닌 도대체 그거 왜 누른 건데?
조원필:쓸만하겠는데? (연나기 닮았네. 손 안에 쥐어 조물거리다 주머니에 쏙 넣는다.)
씨팔.. 건전지 다 된줄알았어........(진심으로.)
연나기:아니⋯⋯. (시발⋯⋯ 잠을 못 자서 사고회로가 굳어버린 건가? 실제로 네가 저보다 몇 배는 오래 깨어있었으니. 욕 나오지만 일단 참는다.) 하, 됐다.
다음부턴 아무거나 건드리지 마.
조원필:알겠어 임마~... 예민하기는. (네 표정에 입술 비죽거리다 선반 2 살핀다.)
연나기:예민한 게 아니라; (아⋯⋯ 할 말 졸라 많은데 진짜, 짜증나네. 너 따라 선반 2를 살핀다.)
생존에 필수적인 식료품들이 있던 선반입니다.
생존자들이 다녀갔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빼곡했을 선반이 휑합니다.
드문드문 있는 것들도 쓰레기들이에요.
✷ 행운 판정 ✷
연나기:
운
기준치:
50/25/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조원필:
운
기준치:
53/26/10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 참치캔 찾았다.
연나기:시발⋯⋯ 나만 아무것도 안 보여?
조원필:기특하지? 한 건하고.
여기는 뭐가 없을 것 같은데.. 창고로 가보자.
연나기:⋯⋯어. (불만스러운 표정 하곤 너 본다. 미련이 남았는지 다른 곳도 살펴보지만⋯⋯ 없다. 각박한 세상이여⋯⋯.)
잠시만. (혹시 몰라 창고 문 몇 번 두드린다.)
✷ 듣기 판정 ✷
연나기: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돌연 불쾌하고 익숙한 소리를 듣습니다.
아, 이 소리는 좀비가 내는 소리 입니다.
연나기:(속삭인다.) 들어가면 좆 돼, 진짜⋯⋯. 야, 여기서 더 건질 건 없을 것 같다.
나가자. (그렇게 말하는 듯 고개를 문 바깥쪽으로 저었다.)
조원필:야, 좀비 하나 정도인 것 같은데-..
내가 열고, 좀비 제압하면 네가 이어서 패줘.
연나기:안 된다고.
조원필:...가는 길에 마트 없을 수도 있잖아.
연나기:한 마리라고 어떻게 단정하는데? 창고 구조는 아냐? 열었다가 쏟아져 나올 지 어떻게 알아.
조원필:우리 그런 상황에서도 잘 헤쳐 나갔잖아. 고작 참치 캔 하나로 얼마나 가겠어. 나 배고파. 엉? (네 옷자락 쥐며 빤히 본다.)
연나기:씨발⋯⋯ 진짜. (확인 차 창고 문 너머 소리에 귀 기울인다. 소리가 겹쳐 들리는 건 아닌지⋯⋯.)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모르겠다, 시발.) 그럼 비켜. 내가 문 열 테니까. (네 어깨로 치고 문고리 잡는다.)
조원필:하, 고집 더럽게 세기는..(중얼)
당신과 조원필은 숨을 죽이고 창고 문을 노려보았습니다.
연나기:니 새끼 고집이 더 쎄.
짧은 눈빛교환을 주고받은 후
당신은 끼익, 하고 창고 문을 열었습니다.
창고 문이 열리자 좀비의 희뿌연 눈이,
빛이 쏟아져들어오는 창고 문의 입구를 향합니다.
이윽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옵니다.
연나기:어으, 씨발! (반사적으로 욕짓거리 내뱉으며 빠루로 좀비 입 겨냥해 찌른다.)
빠루
기준치:
70/35/14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좀비:(그르륵하는 짐슴같은 소리내며 나기에게 손 휘두른다.)
비무장
기준치:
30/15/6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조원필:아오 씨팔, 지긋지긋하다 진짜! (배트 휘둘러 좀비 머리 내려친다.)
야구배트
기준치:
60/30/12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
좀비:(좀비, 조원필에게 이빨 드러내며 달려든다.)
비무장
기준치:
30/15/6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연나기:이 새끼가 어딜⋯⋯! (입가에 걸친 빠루에 힘 주어 벽 쪽으로 밀어낸다. 죽어라, 제발!)
빠루
기준치:
70/35/14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조원필:야, 머리 숙여! (좀비 머리를 향해 다시 배트 휘두른다.)
야구배트
기준치:
60/30/12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5
좀비:(버둥거리는 듯 저항하다 나기 쪽으로 손 뻗는다.)
비무장
기준치:
30/15/6
굴림:
36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연나기:죽어어어어, 이 새끼야아------!!!!
빠루
기준치:
70/35/1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조원필:아오 씨, 야!
비무장
기준치:
60/30/12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좀비:(마지막 발악인지 다시 나기에게로 달려든다.)
비무장
기준치:
30/15/6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피해:
4
이런.. 관절이 꺾여서 미동이 없습니다.
당신과 조원필은 좀비가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썩은 살점과 피가 사방에 튀어 흘러내립니다.
✷ SAN 0/1 판정 ✷
연나기:헉, 허억⋯⋯ 허억⋯⋯ 씨이바알⋯⋯.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조원필:하,... 괜찮냐? (급하게 네 안색 살피더니 다친 곳 없는지 살핀다.)
다행이다.. 무사하네. (안심이라는 듯 숨 길게 내쉬다 주위 둘러본다.)
처참히 짓뭉개진 좀비의 시체를 뒤로 하고 당신은 창고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널찍한 창고에서 그나마 멀쩡한 [상자1] [상자2] [상자3] 을 발견합니다.
연나기:시발, 이렇게까지 했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진짜⋯⋯.
(상자2를 열어본다. 콜록, 콜록⋯⋯.)
상자 안을 열어보자 단백질 바 한무더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면 족히 몇주를 먹을수 있을 거에요.
창고를 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나기:와, 씨⋯⋯ 개이득. 야, 빨리 챙겨.
조원필:와씨.., 거 봐. 안왔으면 후회할뻔했다니까. (자기 가방 열어 담을 수 있을만큼 가득 담는다.)
연나기:⋯⋯난 그냥 최대한 안전하게 가고 싶었을 뿐이야. (식량이 떨어져 굶주리는 건 또⋯⋯ 별개의 문제지만.)
조원필:오, 여기 옷도 있는 것 같은데? ( 상자 1 뒤적이며 네가 입을만한 사이즈의 옷 뭉치 꺼낸다.) 어제 갔던 집은 입을만한게 없더라고-.. 여기서 좀 갈아입자.
연나기:잘 찾네. (건넨 옷은 잠시 한 쪽으로 내려놓고 주저없이 상의 벗는다.)
조원필:(땀에 젖은 목티 벗고는 제 사이즈 찾아 갈아 입는다. 가는 동안 추워질거니까.. 적당한 야상 점퍼 찾아 지퍼 쭉 올린다.) 하, 진짜 찝찝해서 죽는 줄 알았네.
연나기:(옷을 전부 갈아입고, 헌 옷들은 모아 쓰러진 좀비 쪽으로 던진다. 시각적으로 타격이 있는 모습을 오래 보고 싶지 않기도 했고⋯⋯ 그들도, 한때는 사람이었으니까. 적당히 예의를 지키는 거다.) 후⋯⋯.
연나기:⋯⋯이불까지 가져가기엔 상황이 여의치 못하다. 여차하면 내 옷이라도 벗어주지 뭐.)
싱크대엔 뭐 있습니까?
쥬드:별건 없어요. 물은 제대로 나오는 것 같고.. 세수라도 하실래요?
연나기:⋯⋯ 됐습니다. 별 거 없으면 가죠.
✷ 관찰 판정 ✷
연나기: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침대 아래의 서랍에서 안 쓴 수건들을 발견합니다.
이거라면 조원필에게 물수건이라도 얹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연나기:아니다, 수건에 물 좀 묻혀서⋯⋯ 넣어서 가지고 갑시다.
(몇 장은 마르게 두고, 몇 장엔 물을 묻혀서 축축한 채로 주머니에 넣는다. 몸이 조금 무거워진 기분이지만 상관 없다.)
쥬드:이거,.. 안 쏟기도록 조심해야겠어요.
연나기:네, 알고 있습니다.
약에 물까지, 정말 큰 수확이네요.
들어갈때와 다르게 양호실에서 나갈 땐 짐이 양손 가득 입니다.
이 때…
✷ 행운 판정 ✷
연나기:
운
기준치:
50/25/10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너무 많은 걸 한번에 가져가려고 했던 탓일까요.
당신의 품에서 약, 수건, 붕대 등이 와르르, 쏟아집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복도 끝의 좀비 두 마리가 당신들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옵니다.
연나기:이런 씨⋯⋯!
좀비:
비무장
기준치:
30/15/6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쥬드:나기씨 제가 상대할테니 얼른 약챙겨요!
연나기:(황급히 떨어진 약들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 여전히 긴장의 끊은 놓지 않은 채다.)
쥬드:(우선 이 놈부터.. 가까이 있는 놈 목 부분 노려 때린다.)
배트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3
좀비:(다른 좀비가 쥬드를 향해 이빨 드러내며 물어뜯을 기세로 달려든다.)
비무장
기준치:
30/15/6
굴림:
31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연나기:(떨어진 것들을 다 주워담고 나면, 그제야 빠루로 좀비의 목을 꿰뚫으려 한다.)
빠루
기준치:
70/35/14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쥬드:아! 다 주웠어요? (나기 잠깐 확인하다 다시 집중하여 물어 뜯으려던 좀비에게 배트 휘두른다. )
배트
기준치:
70/35/14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2
좀비 1이 미동없이 쓰러집니다.
좀비:(이번엔 나기를 향해 손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비무장
기준치:
30/15/6
굴림:
2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연나기:(상체 뒤로 물려 잽싸게 피한다.)
민첩
기준치:
67/33/13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아윽⋯⋯.
나기가 좀비의 행동에 주변 사물에 부딪힙니다.
체력 -2
쥬드:조심해요! (남은건 처리했겠다, 나기 살피더니 자세 잡는다.)
배트
기준치:
70/35/14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나기씨! 일어날 수 있겠어요?
좀비:(좀비가 배트를 맞고 비틀거리다 다시 쥬드에게로 향한다.)
비무장
기준치:
30/15/6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연나기:이 새끼가⋯⋯! (발로 좀비의 복부를 가격한다.)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쥬드:
배트
기준치:
70/35/14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하.. (가쁜 숨 몰아쉬더니 엎어진 좀비 한번 더 가격한다.)
배트
기준치:
70/35/14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3
연나기:⋯⋯하아⋯⋯.
좀비 2도 따라 쓰러집니다.
쥬드:자.., 헉.. 허.. 됐어요. 이동합시다.
연나기:⋯⋯덕분에 살았어요. (하⋯⋯. 매 순간이 고비다, 진짜.)
당신과 쥬드는 가까스로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쥬드:얼른 저 친구한테 약 먹여요. 해열제라도..
연나기:조원필. (네 이름 부른다.)
조원필:(네 목소리에 눈 겨우 뜨고는 너 쳐다보다가 다시 눈 감는다.) 응....,
연나기:나 약 가져왔어. (들리는 목소리에 안심하고 서둘러 네 근처에 자리 잡는다.) 알약인데⋯⋯ 해열제. 먹을 수 있겠어?
조원필:(열때문인지 머리가 핑핑 돌다 못해 바닥이 울렁인다. 솔직히 말하면.., 네가 하는 말 절반 이상은 못 알아듣겠다. 그저 안심 시키려 돌아오는 대답엔 고개만 끄덕일뿐이다.)
연나기:(시발, 불덩이잖아⋯⋯. 이 상태면 약도 혼자 못 먹겠다.) 야, 넘겨줄 테니까 삼켜. 알겠지? (결심한 듯 약 까서 앞니로 가볍게 물고, 네 쪽으로 고개 기울여 입술 사이로 해열제 밀어넣는다.)
조원필:(정신 없는 와중, 입 안에 들어온 것을 무의식적으로 삼켰다. 손이 허공을 맴돌다 네 팔을 꾹 잡는다.)
연나기:하아⋯⋯. (네 뒷목을 잡지 않은 손으론 확인하듯 목젖을 가볍게 누른다. 꿀꺽, 목넘김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곧바로 뗄 수 있었음에도 혀로 입천장을 문들거리다 느릿하게 떨어지는 건 아쉬움에서 기인한 행동이었을 거다, 아무래도. 미쳤지, 아픈 사람을 두고⋯⋯.)
(제 팔을 쥔 손은 금방 떼어낸다.) 쉬어.
쥬드:큼큼.. (시선 돌린다.) ...이런 사람을 데리고 이동하긴 힘들 것 같은데… 일단 이 친구가 좀 괜찮아질 때 까지 기다려야겠네요.
연나기:⋯⋯네, 그럴 생각입니다. (잠시 네 상태 살피듯) ⋯⋯이렇게 된 김에 치료하시죠. 붕대 가는 것 도와드리겠습니다.
쥬드:그럼 감사하죠. (헌 붕대 풀고서 새 붕대 네게 건낸다.)
....당신은 조원필을 어디까지 믿습니까?
연나기: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붕대는 익숙하다는 듯이 늘어뜨려 네 팔을 감싼다.)
⋯⋯네?
쥬드:당신들이 둘도 없는 소중한 관계라는 걸 아주 잘 알겠지만.. 상황이 상황이잖아요.
이런 때일 수록 끝까지 믿을 건 나 하나 뿐입니다. 내가 왜 혼자가 되었겠어?
연나기:⋯⋯말씀은 이해합니다만, 적어도 제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절벽 아래서부터 다시금 비상하고자 마음먹게 도와준 이를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지? 녀석은 내 잃어버린 날개이자, 내가 계속해서 살펴야 할 반 쪽이다. '비상'을 꿈꿨던 시절엔 그것을 어리석다 여기지 않았지만⋯⋯ 아니, 지금 와서 바보 같았다고 느낀다 한들 그 시절의 경험이 부질없어지는 건 아니다. ⋯⋯두려운 거야, 나는. 네게서 안정보다 불안함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 그게 현실이다. 그치만⋯⋯)
지금 상태가 좀 븅신 같기야 하지만, 캘버리에 도착한다면 다시 원래의 조원필로 돌아올 거라 믿어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힘들 땐 상대적으로 괜찮은 사람이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붕대를 다 갈자 널 보고 애써 웃음짓는다.) 아까 그쪽이 절 도와줬던 것처럼요.
쥬드:살고 싶지 않아요? 지금 저 사람은 냉정하게 말해서 짐이잖아요.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친구들은 그렇더라고요. 결혼할거라고 죽고 못 살더니, 다리 부러졌다고 좀비 밥으로다가 밀어넣는 걸 봤어요. (당신은 정말 다른건가? 이 상황에서 남 챙길 여력이 있을까. 더군다나 안전지대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신 친구 말이 맞아요. 우리는 이 지긋한 좀비들 사이를 벗어나서 하루라도 빨리 안정을 찾으러 가야죠. 마땅히 돌려받을 일상을 맞이하러.
연나기:⋯⋯제가 저 새끼한테 했던 말인데요, 뭐였더라? (기억을 되짚는다.) '당연한 건 없어, 이 새끼야⋯⋯.'(괜히 너와 시선 맞추며 말한다.) 였나?
좀 그지 같아도 저흰 여기 있으니까요. 이 순간을 가짜라고 여기는 순간 모든 게 힘들어질 겁니다. 이상에서 조금만 비껴가면 철저하게 불행해진다고 믿게 되니까.
좀 두서없나. 아무튼⋯⋯ 결론만 말하면, 죽어도 저 새끼는 데리고 가야겠다, 이 말입니다. (네 쪽으로 고개 기울인다.)
한 번만 더 짐짝 취급하기만 해 봐, 다음은 없어.
쥬드:당신 뜻이 그렇다면.. 제가 별 수 있나요. 내일도 무사하길 빌어야지. (어깨 으쓱하더니 구석에 자리잡고 눕는다.)
뜬금없이 그는 무슨 소리를 한 걸까요.
이런 상황일수록 조원필과 서로를 의지하여 역경을 헤쳐나가죠.
….그런데,
그런데…
쥬드의 말을 들어서일지, 아니면 요 며칠 계속해서 느꼈던 불안감인지,
계속해서, 마음 한구석이 먹먹한 느낌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조원필의 상태를 살펴보니 아까에 비해 열이 내리고 한결 편해진 얼굴입니다.
조원필이 어느정도 괜찮아진 것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옵니다.
당신은 밤새 걸은 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좀비와 싸워야 했습니다.
피곤한게 당연하죠.
당신은 아까처럼 조원필의 옆에 누워 그의 옆모습을 바라봅니다.
지금 잠에 든 조원필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연나기:⋯⋯너 무슨 생각 하냐? (손가락으로 코 끝 건드린다.)
혼자 끌어안고 있지 말고 나한테 말 좀 해⋯⋯.
(우린 생사를 함께 한 동료잖아. 안 그래? ⋯⋯ ⋯⋯동료라는 단어로 함축할 수 있는 사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 점차 눈이 감긴다.)
….
조원필을 바라보다 당신 역시 스륵, 잠에 듭니다.
당신은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 목소리는 쥬드와 조원필의 목소리 같네요.
희미하게 눈을 떠보니
교실엔 두 사람이 없는게
복도로 나가 대화를 하고 있는것 같아요.
✷ 듣기 판정 ✷
연나기: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쥬드:… 그렇지 않으면 말해버릴 거야, 네가….
뭘 말한다는 걸까요?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게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당신이 둘을 말리러 나가봐야할까 하고 생각 한 순간.
탕!!!!!!!
타앙!!!!
탕!!!!!
하고, 귓가를 찢는 총성이 울려퍼집니다.
당신이 황급히 교실 문을 열고 나가자 보이는 것은
새벽어스름이 깔린 복도에 총을 든 조원필과,
...얼굴에 총에 맞아 눈도 채 감지 못한 채 즉사한 쥬드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친 조원필의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조원필:나, 나기. 이건, 이건… ..내가 다 설명할게. 그게…
연나기:너⋯⋯!
아, 그런데, 설명을 할 시간이 있을까요.
어둑한 복도 너머로 총성을 들은 좀비들의 무리가 복도 양쪽에서
당신과 조원필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옵니다.
한마리, 두마리…
눈으로 어림잡아도 스무마리는 넘어보여요.
실 안으로 들어가려 고개를 돌렸지만
운동장쪽에서도 좀비들이 학교 건물로 달려오는게 보입니다.
도망가긴 이미 늦었어요.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포기할까요?
그런데 돌연 조원필이 당신의 손을 잡아끌고
캐비넛으로 달려가,
당신을 캐비넛 안에 밀어넣고 문을 잠굽니다.
당신은 뭐라 저항할 새도 없이 조원필에 의해 캐비넛에 갇혔습니다.
연나기:씨발, 야. 열어!!!
뭐 하는 건데, 이 새끼야! 열라고!!!
문을 열려고 해보았지만
문 손잡이에 빗자루를 끼웠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습니다.
연나기:(두드린다.) 너 씨발, 내가 가둔다고 닥치고 있을 거 같아? 소리 졸라 지를 거라고, 당장 열어!!!
캐비넛에 가로로 작게 난 틈을 통해
슬프게 웃는 조원필의 얼굴이 보입니다.
조원필:하.. 미안해, 나기.
그렇게 말한 조원필이 꺼내드는 것은,
어제의 그 고양이 인형.
연나기:⋯⋯열라고⋯⋯.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제발⋯⋯ (철컥이는 소리가 잇따라 이어질수록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나온다.)
당신이 뭐라 말을 할 찰나도 없이
어느새 복도를 가득 메운 좀비들 사이에
조원필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연나기:(문 계속 두드리며 부르짖는다.) 시발 새끼야!!!
그리고, 좀비들의 외마디 비명소리들 사이에
노랫소리가 복도에 이질적으로 울려퍼집니다.
반짝반짝 작은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하늘 에서도, 서쪽하늘 에서도. 반짝반짝 작은별…
노랫소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연나기:아⋯⋯.
좀비들이 소리를 따라서 일제히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 복도에서 좀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새벽의 캐비넛 안은 춥고 어둡습니다.
연나기:아하하, 하⋯⋯ 뭔데? ⋯⋯뭐냐고⋯⋯.
마트에서 인형을 챙길 때 부터 조원필은 좀비들을 소리로 유인할 작정이었나봅니다.
조원필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연나기:난 니 살리려고 약까지 구해 왔잖아. 돌아 왔잖아⋯⋯. (정적 사이로 코 훌쩍이는 소리만이 맴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고,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캐비넛의 문이 열리며,
당신 앞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조원필이 서있습니다.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당신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는 조원필을 바라보자,
당신의 머리에 이스트베일의 그 서재에서 보았던 문장이 스쳐지나갑니다.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아, 이제 갑자기 이상하게 굴던 조원필의 그 모든 행동이 이해되었습니다.
당신의 눈 앞에 있는 조원필은, 감염자입니다.
✷ SAN 1d3 판정 ✷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붉게 충혈된 눈으로 눈물만 계속 흘리며 너 보기만 한다.)
도대체 언제부터일까요?
조원필은, 이제 곧 좀비로 변해버리는 것일까요?
혼란스러워하는 당신에게 조원필은,
몇번 콜록이며 피를 토해낸 후에 말합니다.
조원필:최대한 마지막까진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네..
날, 죽일거야 나기..? (손 뻗어 네 눈물 문질러 닦아준다. 손 끝이 파르르 떨린다. 이렇게 해서라도, 난 널 구하고 싶었어. 내겐 이게 최선이었다고-...)
연나기:(손 옅게 떨며 네 손 위로 제 손 겹쳐 잡는다.) 개새끼야, 졸라 짜증나, 진짜! (눈물 하염없이 흘리며 운다. 혹여 다시 좀비가 몰려올세라 소리내어 울진 않았지만 서러움은 여전하다.)
(좀비로 변하기 대략 ---- 전엔 ---- 서 피를 토한다. 네게 남은 시간이 얼마 정도일지 모르겠지만, 일기에 적힌 대로라면 10일 가량이려나. 이것도 너무 길게 잡은 건가⋯⋯. 울컥하자 괜히 주머니에 들어있던 마른 수건으로 네 얼굴 닦아준다.) 피 너무 많이 흘렸어. 나가자.
나갈래⋯⋯ 여기 더 있기 싫어.
조원필:울지마, 무서웠지.. 미안해. (네 뒷목 끌어당기더니 토닥인다. 별 일 없어서 다행이야. 내가 아닌 너였다면... 난 제정신으로 버틸 수 없었겠지. 하지만 나기. 넌 달라야 해. 내가 없어도,.. 애정 담긴 네 손길 받으니 괜히 울컥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연나기가 걱정해주니까, 하나도 안 아프네.. (콧잔등이 시큰해져 소매로 눈물 훔쳤다. 아직, 아직 정신차려야해 조원필.. 널 품에서 놔주고는 죽은 쥬드의 시체 뒤적여 생필품을 챙긴다. 네가 보기엔 인간성을 잃었다 생각할지라도. 무고한 희생자가 생겼을지라도.. 난 너만 지키면 됐으니까.) 네 말대로 여기서 나가자. 가면서 이야기 해. ... 지체할 시간이 없어.
연나기:(침과 함께 울음 삼킨다.) 시발, 형 노릇 그만해. 니가 제일 불안할 거 안다고.
(자기 전엔 생사를 함께했던, 그래도 동료였던 누군가를 애도하듯 마른 수건을 덮어주었다. 서둘러 너 따라 걸음 옮긴다. 잡은 손은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꽉 쥐었다. 설령, 네가 두려움에 못 이겨 놓아버릴지라도.)
─────── CHAPTER 06 ───────6월 12일 6am
학교를 빠져나오자 동이 트고 주위가 환해지고,
쭉 이어지던 아스팔트 도로 대신 초원에 난 흙길이 보입니다.
원래 도로였을 길위에 자동차로 지나간 듯
풀들이 눌린 흔적이 있습니다.
….
정말로 캘버리에 가까워 진 것 같아요.
길을 걸으며 한참을 말이 없던 조원필은 마침내 입을 엽니다.
조원필: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쥬드가 내 가방을 뒤지고 있었어.
….내가 감염자라는 걸 알고, 우리의 식량을 훔쳐 도망갈 생각이었겠지.
내가 감염자라는 걸 네게 말 한다고 협박해서-..., (뒷말은 생략한다.)
연나기:그 개 새끼 말 그딴 식으로 할 때부터 알아봤어. 시발 새끼⋯⋯.
조원필:나기, (품 안에서 요 몇일간 붙들고 있던 노트를 꺼내 보여준다.)
이걸 완성하기 전 까진 나는 네게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
...걱정마, 곧 완성되니까. 조금만 날 믿고 기다려 줄 수 있어?
연나기:⋯⋯기다리면, 그 때는?
조원필:......
연나기:확신은 못 주냐?
조원필:난 같이 못 가.
......알잖아.
연나기:난 모르겠는데.
조원필:(뒷말에 울음이 섞인다. 아, 씨팔. 진짜 울지마.. 몇 번이고 각오했잖아.)
연나기:야. (먹먹하게 막힌 목소리가 널 부른다. 코 한번 더 훌쩍인다.)
아⋯⋯ 바보 같아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진짜.
조원필:.......말 하지마.
연나기:할 건데.
궁금하다매.
조원필:(어느새 차오른 눈물이 툭 흘러 턱 끝에 맺힌다. 전시 이야기는 죽어도 안 해주려 했으면서..) ...뭔데.
연나기:(훤히 뚫린 초원을 넘어 부는 바람이 살결을 간지럽힌다. 아, 얼굴 보기 흉할 것 같다.) '비상'이었어. 그지 같았던 인생 니 덕분에 폈고, 너 없는 동안에도 그 덕분인지 잘 살아지더라.
내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너한테도 꼭 보여주고 싶었어. 상황이 좆 같아서 열지도 못한 게 쪽팔려가지고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말 끝맺자 더 이상 참을 기력도 없다는 듯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다. 애 같아도⋯⋯ 유치해도, 그래도⋯⋯ 이렇게 애원하는 나 봐서라도, 불가능에 힘을 실어주면 안 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더라도⋯⋯ 원래 사람은 날 수 없는 거잖아.)
조원필:나도, 나도 보고싶었는데 네 전시.. (너와 염원하며 몇 번이고 말했던 '비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그게 어떻게 내 덕분이야. 네가 노력해서 쌓아 올린 거잖아. (우리 그렇게 2년을 버텼어.)
나기,....... (이어지는 말에 더이상 대꾸하지 못한다. 난 포기하지 않고 널 여기까지 데려왔잖아. 이게 네게 보여줄 수 있는 내 '마지막 날개짓'이야. 더이상 네게 해줄 수 있는 것도, 해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잡은 손 더 꾹 쥐다가 들리는 울음소리에 참았던 울음 터트린다.) 흑,.. 씨팔....연나기... 나기야. (더 이상 네 미래에 나는 존재하지 않겠지. 날 못 잊고 사는 건 너한테 괴로울 일이잖아. 만약 나를 대신할 사람이 네게 생긴다면.. ......... ..)
살고싶어......, (울음 속에서 눌렀던 본심을 내비친다. 나도 너랑 함께 캘버리로 가고싶고, 내 눈앞에서 펼쳐질 '비상'을 증명받고 싶어...)
연나기:⋯⋯살자. 살자, 조원필. 살 수 있어. 아니, 내가 살릴 거야. (억지임을 안다. 그치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를 관통하는 끈이 영영 끊길 것만 같아서 이렇게라도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 또 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추한 모습은 이미 거의 이 년 남짓 한 시간 동안 충분히 보여줬다. 고개를 네 가슴께에 묻고 힘주어 끌어안는 행위 역시도 앞뒤 재지 않고 이루어진다. 이상하잖아, 너는 이렇게 여기 존재하는데 왜 우린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거지. 품에 먹힌 음성을 나지막이 읊조렸다.)
(함께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치고 너는 이미 매여 있는 것 같다. 네 속마음은 나와 같은 걸 알아. 품 안에 파묻힐수록 안정을 찾는 건 우리가 이미 맞물려 있기 때문이겠지. 이 마음이 뭔지 이제 알겠어.)
원필아. (성대에 이름을 새기듯 너를 칭하는 글자를 읊조리고, 이후로 몇 번 더 속으로 되뇌인다.)
⋯⋯사랑해.
조원필:기다릴게..., (네가 날 다시 살릴 수 있을 날이 올 때까지. 난 기다리고 있을게. 나 어디 안 가, 약속 하나는 잘 지키잖아. 품에 가득 찬 온기를 틈 없이 끌어안는다. 2년동안 네 옆에 제대로 있어주지 못했는데. 난 다시 널 혼자 둬야하네..., 혼자 남겨질 널 떠올리니 감정이 울렁인다. 혹여나 자신의 공백이 너무 클까봐. 잔소리의 대상이 없어지고, 매일 나누던 온기와도 이별해야 한다. 내가 네게 줄 이별은,.. 네가 버거울만큼이나 무거운 이별이다.)
(죽음은 예약되어 있지만, 때와 장소를 알려주지 않는 황망한 약속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따위의 뭉툭한 위로는 건네지 않는다. 누구보다 네 심정을 잘 알기에. 굳이 너덜해진 네 심장을 후벼 파고 싶지 않았다. 우리를, 인간을 불쌍히 여기소서. 차오르는 눈물을 감당할 수 없다. 부디..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최근 몇 년처럼 인류 전체가 죽음 앞에서 위축된 적이 있을까. 죽음에 저항할 수 없는 이 육체는 얼마나 허약한가. 시간 속에 던져진 존재, 사랑하는 그대. 충분히 욕망하고, 더 많이 기쁘고, 후회 없이 안녕하기를..)
연나기:대답해야지. (손으로 너 가볍게 친다. 애써 입꼬리 올려내 웃는 것조차 버겁지만, 마지막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있는 것 또한 바라지 않았으므로.)
조원필:......나도 사랑해. (네 이마에 입술을 꾹 누른다. 그 고백만큼은 듣지 않으려 했는데, 지키겠다고 내내 들고 살아도 마음처럼 잘 지켜지지 않는게 인생이라.)
연나기:(지나간 일에 대한 한 치의 후회도 없겠다 다짐했건만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그랬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좀 더 소중하게 쓸 수 있었을까. 네 낯을 보니 그간 쌓아온 신념이 하나 둘 씩 무너지는 것 같다. 손바닥으로 네 뺨 조심스레 감싼다.)
⋯⋯아하하, 누구 애인인지 졸~ 라 잘생겼네. (그치.)
야, 난 너 절대 안 잊어. 그러니까⋯⋯ 죽지 말고 살아 있어.
2년도 기다렸고, 세계 인구 30퍼센트 안에 들었고. 둘이 여기까지 살아왔는데 그건 뭐 쉽지. 안 그러냐?
조원필:하하,.. 그러엄. (누구 애인인데..)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어디 멀리 가겠어? (네 말에 기운이 나는지 울음 점차 멎는다.)...자, 다시 가자 나기. (눈 가늘게 떠 마주 웃는다. 적어도 지금은.. 난 네 옆에 살아 숨 쉬니까. 손 깍지 껴 단단히 잡은채로 끝없이 이어진 도로를 계속해서 걷는다.)
한참을 걸어 정오가 될 때 쯤,
저 멀리 언덕 위로 십자가가 보여요.
언덕을 오르니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교회가 나옵니다.
아까 본 십자가는 교회 지붕에 달린 것이었나 봅니다.
가까이 가 보니 좀비들을 막기 위해 창문에 나무 판자를 덧댄 흔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꽤나 오래 전의 것인지 먼지가 끼어 있어요.
조원필은 지도를 들여다보다 당신에게 말합니다.
조원필:이제 곧 캘버리가 나와. 여기서 잠깐 쉬었다가 해가 지고 이동할까..
연나기:그래.
상태는?
조원필:어제보다 훨~씬 좋지.
교회의 정문을 열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예배당 끝에 걸린 십자가입니다.
인기척이 하나 없는 예배당 안은 고요합니다.
예배당 맨 앞에 짐을 풀고 조원필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조원필:나는 이걸 완성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다면 안쪽 둘러봐줄래?
연나기:어. (혼자 두긴 싫지만⋯⋯ 믿겠다고 약속했으니 네 말을 따른다. 그 전에 한번 꽈악 안아보고. 우리에겐 매 순간이 마지막이니까.)
조원필:하하.., 나 어디 안 가. (네 팔 문질러주다 노트 꺼낸다.)
당신은 조원필을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예배당 안을 돌아봅니다.
예배당의 정면에는 [단상]이 있고,
위에달린 [십자가]를 중심으로 양 옆에는 [피아노]와 [계단]이 보입니다.
◈조사 포인트
연나기:(피아노를 살핀다. 혈연과 특별한 연이 있는 물건이니만큼⋯⋯ 먼저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뚜껑이 닫힌 그랜드 피아노 한대가 놓여있습니다.
피아노 위엔 사람들이 사용했을 찬미가와 달력이 놓여있습니다.
날짜마다 엑스표가 쳐진 달력은 지금으로부터 일년 전의 것입니다.
달력을 넘기자 달마다 교회의 중요 행사들이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좀비사태가 터진 이후부턴 각 날짜칸마다는 엑스표시가 쳐져 있는게,
마치 이 교회안에서 생존한 일수를 센 것 같습니다.
엑스 표시가 끊긴 날짜는
좀비사태가 일어나고 대략 한달 후 입니다.
이 칸은 엑스 표시 대신 동그라미가 쳐져 있네요.
연나기:⋯⋯동그라미?
(머리 긁적인다⋯⋯.) 뭔가 있었나. (아직은 감이 오지 않는다. 계단을 주의깊게 살핀다.)
좁은 나선계단입니다.
위층의 다락방으로 향하나 봅니다.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는 [기도실]이라는 팻말이 있습니다.
연나기:들어갈 수 있는 건가. (기도실 문 두드린다.)
그런데 문이 안에서 잠긴 건지,
잘 열리지 않습니다.
열쇠가 있어야 할것 같아요.
연나기:(열쇠⋯⋯. 안에서? 불안한 마음에 기도실 문 가까이 귀 대어 본다.)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도실 안은 고요합니다.
연나기:(예배당 정면의 단상으로 향한다.)
나무로 된 단상은 가슴께까지 오는 높이입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인 단상 위에는 성경이 놓여있습니다.
먼지를 걷어내고 성경을 들어올리자 사이에 펜이 끼워져있습니다.
펜을 따라 성경을 펼치자,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렸을 때 사용했을 구절에 밑줄이 쳐져 있습니다.
여호와여 나를 버리지 마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멀리하지 마소서
속히 나를 도우소서 주 나의 구원이시여
시편 38장 22절
당신은 이 문장으로 이 교회에서 마지막으로 드린 예배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멸망이 도래했으니
구원을 바라는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연나기:⋯⋯ (지금 누구보다 기도가 절실한 사람으로서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갈 수가 없다. 도와주라, 제발⋯⋯. 기적을 바라게 되네.)
(시선과 동선은 자연스레 십자가로 향한다.)
예배당 중앙에 걸린 십자가 입니다.
높고 까마득해요.
십자가에 손을 대어보니
어라, 뭔가 절그럭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십자가의 뒷면에 손을 넣어보니 차갑고 울퉁불퉁한 감촉들이 느껴지는게…
열쇠묶음 입니다.
교회의 열쇠들을 여기에 두었나 보네요.
연나기:⋯⋯이거다. 이 중 하나가 기도실 열쇠겠지.
(열쇠를 가지고 다시금 기도실로 향한다.)
당신은 아까 얻은 열쇠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춰보았습니다.
몇번의 시도 끝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엄청난 악취가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 악취가 슬프게도 익숙합니다.
연나기:윽⋯⋯ 씨발⋯⋯.
지독하게도 맡아온,
시체가 썩는 냄새입니다.
✷ SAN 0/1 판정 ✷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당신은 눈살을 찌푸리고 소매로 입을 틀어막은 후 어둑한 기도실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좁은 기도실 안을 열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아니, 이제는 썩어 백골이 되어가는. 시체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시체들의 정 중앙에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피워낸 향로가 보입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교회에서 삶을 이어가다,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이곳에서 단체로 생을 마감했나 봅니다.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구원을 바라면서 말이에요.
그들의 마지막 기도대로,
그들의 영혼은 구원받았을까요?
✷ 관찰 판정 ✷
연나기: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묵주]를 발견합니다.
시체의 것을 가져가도 괜찮다면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연나기:(뭐든 믿을 게 있다면 좋겠지. 가져간다.)
당신은 조원필에게 돌아왔습니다.
몸을 웅크리고 미친듯이 노트에 무언갈 적어내려가는,
이젠 익숙한 그 뒷모습이에요.
한참을 제 일에 열중하던 조원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조원필:완성했어, 나기. 드디어.. 드디어 완성했어.
연나기:어, 축하한다. (참 나⋯⋯ 방금 시체 더미를 보고 왔는데도 네 웃는 얼굴을 보니⋯⋯ 뭐, 괜찮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뭔데?
조원필:말하자면 긴데..., 들어줄 수 있어? (제 옆 자리 내어주고는 올려다본다.)
연나기:(빈 공간에 자연스레 자리잡는다.) 뭐든⋯⋯.
조원필:(머뭇거리다 서두를 뗀다.) 너랑 폐허가 된 연구실을 지나갔을 때, 거기서 한 문서를 읽고난 후 꿈에 아름다운 남자가 나와서 거래를 제안하더라고.
거래의 내용은 내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치료제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것이었어.
연나기:⋯⋯뭔 소리야? 갑자기.
꿈 얘기 하는 거 맞아?
조원필:너도 안 믿기잖아. 나도 처음엔 미친 놈인줄 알았거든. 거절했는데,...... 결국 받아들였어. (대의가 아닌, 단지 너 하나만을 위해서.)
내가 24시간이 지났음에도 변하지 않고 너와 계속 있는 것도.. 그 남자가 100시간을 늘려준거야.
조원필:공식이 완성되기 전까진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는 것 또한 조건 중의 하나였어. 그래서 너한테 말도 못하고.., (네 표정을 살핀다.) 노트에 계속 적어내려가던 것은 머릿속에서 그 아름다운 남자, 악마가 불러주는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었어.
모든 사실을 알게된 당신은 떨리는 눈동자로 조원필을 바라봅니다.
✷ SAN 1d3 판정 ✷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미 각오했던 일이라서 일까요,
당신을 바라보는 조원필의 표정은 평온합니다.
말을 마친 조원필은 손목시계를 들여다 봅니다.
조원필:계약을 하고 100시간의 카운트다운을 맞춰 놨어. ….이제 16시간이 남았네.
연나기:그럼 시발, 16시간 안에 치료제를 만들어야 된다는 거 아냐? 야,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지금 당장⋯⋯!
조원필:바로 만들지는 못해, 설령 재료를 구한다 하더라도 16시간 안에 만들 수 있으리란 보장도 없고..
캘버리까지는 하룻밤만 걸어 가면 될거야.
최대한 빨리 가고싶지만 내가 조금만 쉬어야 할거 같아서…
연나기:아⋯⋯.
(어쨌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열여섯 시간이라는 거잖아. 네 낯 빤히 본다.)
꼬질하다⋯⋯ 닦아 줄게. (방금보다 묘하게 더 풀죽은 표정이다. 수건으로 네 얼굴과 그 주변에 묻은 피 닦아낸다.)
조원필:...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인다. (고개 가까이 하며 이마 맞댄다. 너와 제대로 된 입 맞춤조차 나눌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뭔들 괜찮았다. 치료제를 구할 공식은 완성했고, 넌 멀쩡하니까. 난, 난,... 그거면 됐어. 눈 슬며시 감다가 네 어깨에 지친 듯 고개 기댄다.)
연나기:(반면 멀쩡한 사람의 입장은 타들어 가기만 한다. 너는, 이미 많은 걸 놓아버린 것 같지만 나는 네 끝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으로서, 이 순간이⋯⋯ 비록, 네가 지쳐 있다고 해도⋯⋯ 영원하길 바랬다. 난 괜찮지 않아. 치료제를 구할 공식이 완성됐다고 한들 넌 멀쩡하지 않잖아⋯⋯)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 목 끌어안고 미련을 담아 귓바퀴를 따라 꾸욱, 입술 눌러댄다. 원필아, 고막을 파고들어갈 음성을 조곤조곤히 내뱉기도 하며,)
잘래?
(난 너랑 더 대화하고 싶고, 남은 시간동안 서로를 보며 체온도 나누고, 입 맞추고도 싶은데⋯⋯.)
(욕심 부리면 안 되겠지. 꾸욱, 침 삼킨다.) 누워서 자.
조원필:나도, 이 순간이 영원하면 좋겠어... (네 애정을 가만히 받는다. 고막을 파고드는 다정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너와 연애를 하면, 보여주고 싶고 해주고 싶은 것이 많았어. 난 네게 전부를 내어줬으나, 서로를 의식하는 순간이 왜 하필 지금일까.) 응..., (졸린 눈 꿈뻑이다 느릿하게 고개 든다.) 자는 동안.., 네가 옆에 있어주면 좋겠어.
연나기:그럴게.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이 무거워지는 기분이나⋯⋯ 누려야 한다, 순간은 당연한 것이 아니기에.)
조원필:나기,... 잘 자라고 말해줄래?
연나기:잘 자. (머리카락이 네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걷어주며 가볍게 입술 위로 입 맞춘다. 배시시 웃는 낯은 마치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것 같은 착각을 주며, 우린 이미 안전지대에 도달했다는 것처럼 믿게 만든다.)
당신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조원필은 눈을 감고 기절하듯 잠에 빠졌습니다.
예배당 안은 고요하고,
공기중에 부유하는 먼지들이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창틈사이로 비치는 오후의 나른한 햇빛에 의해
십자가의 그림자가 예배당에 길게 깔리면서,
십자가의 음영은 공교롭게도 잠든 조원필을 가로지르네요.
잘 자라는 당신의 인사 때문일까요,
아니면 마침내 노트를 완성해서 일까요.
때묻은 노트를 껴안고 바닥에 웅크려서 곤히 잠든 조원필의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도 평온하고, 성스러워보이기까지 합니다.
당신은 그런 조원필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나기, 당신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며 십자가를 지고
캘버리로 향하는 조원필.
당신과 조원필이 함께 할수 있는 남은 시간은 앞으로 16시간.
내일 당신이 잠에 들땐 조원필이 없이 혼자 잠들어야 하겠죠.
당신은 언제나처럼 잠든 조원필의 옆에 누웠습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이 모든 것이 꿈이기를 바라면서요.
───────✷───────
……..
언제 잠이 든걸까요.
눈을 떴을때 가장 먼저 보이는건 당신을 내려다보는 조원필입니다.
조원필:잘 잤어, 나기?
연나기:으응⋯⋯.
해가 지는 시간인지 아직 잠이 덜 깨 흐릿한 시야에 보이는 주변은
연나기:지금 몇 시야?
온통 붉은 빛으로 일렁입니다.
조원필:5시쯤.
이제 진짜 마지막이야. .....곧 출발하자.
그렇게 말하며 당신을 바라보는 조원필의 눈시울마저도 붉게 보이는 것은 노을 탓이겠죠.
연나기:그래⋯⋯. (웃어, 웃자.)
밤이 되고, 별이 하나둘씩 떠오릅니다.
자동차나 건물의 불빛도,
공장의 매연도 없는 밤하늘은 맑고 선명합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 보면 쏟아질 듯한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은
매우 아름다워요.
안전지대가 정말로 가까워졌는지,
이따금 지나치는 표지판들은 캘버리 교도소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둘은 언제나처럼 한참을 걸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조원필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조원필:하하,... 하... 나기, 저길 봐. 도착했어.
─────── CHAPTER 07 ───────6월 13일 6am
연나기:⋯⋯캘버리.
고개를 들자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선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있고,
그 반대편으로는 캘버리 교도소,
당신들의 목적지인 안전지대가 보입니다.
이 긴긴 여정의 끝이 보여요.
작게만 보이던 캘버리는 이제 꽤나 시야에 가까워졌습니다.
조원필:….한시간 정도 남았네. 아슬아슬하지만 시간에 맞게 도착해서 다행이다.
남은 시간동안, 너와 아침해가 뜨는 걸 볼까 싶은데.. 어때?
연나기:응, 그렇게 하자. (네 옷자락 잡아당기며 제 쪽으로 끌어온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조원필:......작별 인사는 안 할거야. 우리 어차피 또 만날거잖아? (옅은 미소를 보인다. 수십 번, 아니 수백 번도 넘게 각오했던 순간이다. 웃으며 보내주자, 우리는 다시... 만날거니까. 이번엔 네가 날 찾아주기를 바라면서 기다릴테니까.)
연나기:(절망이 가득찬 세상이어도 매번 같은 시각에 해는 뜨고, 아침이 온다. 빛이 점차 시야를 뒤덮는다. 아침이 밤을 몰아내듯이 생은 늘 절망을 이겨내기에, 비록 떨어져 있더라도 살아만 있다면-- 기약 없는 약속을 맺던 그 때처럼, 나는 살아질 거다. 애초에 우리는 늘 그랬다. 그 땐 내가 편지로 재회의 가능성을 확고히 했었는데, 이번엔 네가 준 이 노트로, 네 도움으로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슴 한구석에 품게 된다.) 그럼, 어디서 볼 지⋯⋯ 약속할까, 이번에도. 네게는 쉽지 않은 여정이 되겠지만⋯⋯.
나 또한 너만큼 오늘이 마지막이지 않길 바라. 네가⋯⋯ 치료제가 개발된 이후로도, 이성을 잃었어도 나와 한 약속을 기억하고 있으면⋯⋯.
보자, 어디서든. (늘상 끼고 다녔던 반지를 빼서 네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준다. 이게 네 이정표가 되길 바라. 욕심이지만, 신에게 기도드리는 것만큼 허황된 믿음 또한 없잖아.)
조원필:넌 정이 많아서.. 사람들이랑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가서도 남 말에 휘둘리지도 말고, 네가 가고 싶은 길로 가. (이건 내가 말 안해도 네가 알아서 잘하겠다만.) 가서..., 모든 게 안정이 된다면 다시 내게 보여줘. 네 '비상'을. .... .... 아,.. 나 아직 이거 가지고 있다? (가방 뒤적이더니 날개 두 쌍 얽힌 네 작품을 꺼낸다. 다행히.. 안 깨졌네. 손 끝으로 매만지다 두 쌍 모두 네게 건넨다.) 그냥 주는 건 아니고, 맡아 달라고. 나 이거 받으러 갈거야. 나한테 되게 소중한 거거든..
... 교도소에서 가장 가까운 미술관. 거기서 만나. (제 약지에 끼워지는 반지에 흠칫 손을 떤다. 좀비가 되어 네가 알아볼 수 없는 형체가 되어도.. 넌 이 반지로 날 알아봐 주려나. 괜히 손 쥐었다 펴더니 주머니 안에 지니고 다녔던 반지 꺼낸다.) ....이거, 사실.. 널 만나면 주려고 했어. 내 미래 연인이 될 널 위해 잠시 맡아둔 거였어. 핑계가 아니라.. (넌 항상 내가 길을 잃지 않게 방향을 잡아주는구나.)
연나기:그래, 네가 갖고 있으면 깨질 것 같다. (아, 뱉으니 또 울컥하려 하네. 애써 참으며 건넨 것 받는다.) ⋯⋯잘 맡아 둘게. 다시 찾으러 와.
조원필:내가 기억 못하면, 조금만 시간을 줘. 넌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였거든. 넌 쉽게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
연나기:(끼워달라는 듯이 왼 손 내밀었다.) 오래 걸렸네. 너무 늦게 깨달아서 미안하고⋯⋯ 고맙다.
조원필:정작 미안해 해야 할 사람은 난데. 항상 너만 바보 만들었어. 네게 제대로 된 상의조차 못하고 나만 끌어안으려 했던 게.., 그냥 씨발, 다 미안해.. 미안해 연나기. (네 손 끝 잡고서 왼손 약지에 반지 끼워준다. 욕심이겠지만, 날 잊지 말아줘. 날 찾아줘. 날 사랑해줘......)
연나기:다 용서하마. (큭큭 웃으며 반지 낀 손으로 네 어깨 토닥인다.)
조원필:손 잡아줘....
연나기:응. (깍지 껴 맞잡는다.)
당신과 조원필은 주변의 적당한 곳에 손을 잡고
서로에게 기대어 앉아 지평선을 바라보았습니다.
맞잡은 조원필의 손은
이제 인간의 것이 아닌 것처럼 차갑게 느껴져,
당신은 조원필의 손을 더욱 힘주어 잡았습니다.
저 먼 초원의 지평선 너머로 밤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며
해가 뜨고,
주변이 차츰 따듯한 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두사람은 그렇게 손을잡고 동이 트는 것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하다면 바랄 것이 없겠어요.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흐르고,
동이 튼 주변이 환합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조원필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당신에게 노트를 건네줍니다.
조원필:....나기, 이젠 가야 할 때야.
약속해줘, 부디 너만은 끝까지 살아남겠다고. 날 찾아주겠다고.
연나기:너도 약속해. 살아남아. 정신 잘 붙잡고 있어라. (상당히 무리한 부탁이지만.)
조원필:...먼저 가, 너 가는 거 보고 갈게.
아,..........
사랑해.
사랑해, 연나기...
연나기:하, 하하⋯⋯. 그래, 나도.
(점차 네 반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중간중간 뒤돌아보며,)
점차 멀어지는 네 모습을 끊기는 프레임 안에 담듯이 뒤돌아보다, 이내 방향을 틀어 뒤로 걷고⋯⋯.)
교도소의 정문에 가까워지게 되었을 즈음 우뚝 멈춰선다. 이젠 네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조원필------------------
당신은 숨을 몰아쉬며 눈 앞의 까마득히 높은 콘크리트 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잠시후 높은 철문이 당신 앞에서 열리는 순간,
연나기:사랑해--------- 꼭 찾으러 갈게-------! (뒤돌아서 외친다. 네게 닿았으려나⋯⋯ 모르겠다, 이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