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 Kissing under the Mistletoe

2025. 1. 6. 15:36·TRPG/나기

 

성자상도 순례자도 입술은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성자여, 입술로 손의 일을 할까요. 
이렇게 내 죄는 그대의 입술로 씻겼소.

 

로미오와 줄리엣 中

 

약칭 ‘겨우살이 키스’ 플레이로그 백업

 

KPC 연나기 / 제리
PC 조원필 / 철재

 

백그라운드

2024년 12월, 원필 출국 이틀 전

 

조원필:r3d6*5
rolling 3d6*5
(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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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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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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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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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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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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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겨우살이 아래, 당신과의 도둑 키스!
 
Call of Cthulhu 7th FanMade ScenarioWritten by. 사서 무화과
 
img
 
KPC 연나기
 
PC 조원필
 
Date 2024. 12. 15
 
img
 
──── Apéritif ────식전주
 
크리스마스입니다.
 
거리에 캐롤이 울려퍼진 지도 꽤 되었습니다.
 
지난 몇 달 간 많은 일이 있었죠.
 
나기가 파를 옮긴 이래로 얼굴만 언뜻 알던 시기를 지나,
 
합숙을 시작하고 빚은 수많은 갈등에서 서로를 빼 놓을 수 없는 만큼
 
각자에게 조직 생활을 관둔 이후의 행보는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곧 어두웠던 과거를 등지고 나아갈 당신의 첫 발걸음도 마찬가지이고요.
 
원필이 미국으로 떠나면, 나기는 한국에 남아 그만두었던 작업을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출국을 며칠 앞둔 이 시점에서, 함께 보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은 무척 소중하죠.
 
올해는 눈이 자박자박 내려 거리를 걷는 당신의 어깨와 머리 위에도 눈이 소복하게 쌓여갑니다.
 
벌써 해가 지고 있어 어둑해지는 시간입니다.
 
바삐 걸음을 옮겨 초대받은 집의 문을 열면⋯⋯.
 
맙소사.
 
온 집안이 겨우살이 장식으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물론, 당신이 방금 들어온 문에도 겨우살이 장식이 걸려 있고요⋯⋯?
 
조원필:(.. 연나기가 꾸민건가? 이쁘네. )
 
예쁘다고 하기에는 조금 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된 의문을 갖기도 전,
 
나기가 당신의 뒤에서 다가와 옷자락을 가볍게 잡으며 시선을 맞춥니다.
 
연나기:(네 옷자락을 잡고) 야, 겨우살이 아랜데⋯⋯.
(한참을 우물쭈물하다가 무어라 말을 건넨다. 고작 한 마디.) 뽑, 뽀뽀,
⋯⋯ 에이 씨, 뭔 소리야! 됐어, 못 들은 걸로 쳐. (뒷머리를 벅벅 긁는다.)
농담이야.
 
조원필:뽀뽀하자고? (슬쩍 웃으며 옷자락 잡은 손 감싸쥔다.)
 
연나기:(그대로 굳었다.) 어, 음. 아, 아니? 아니야.
 
조원필:네가 다 꾸민거냐? 네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했던가. (이정도로 화려하게 꾸민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뽀뽀하자 해놓고 내빼기~?
 
연나기:아니⋯⋯ 그냥 오늘은 좀 그러고 싶은 기분이라. 가끔은 화려한 것도 나쁘지 않잖아. (어깨 으쓱이고)
(정⋯⋯ 신 차려야 한다! 과장된 몸짓을 어색하게 몇 번 잇고 나서야 말을 정리했다.) 아냐. 아무튼 아니라고 했다.
 
⋯⋯분명히 뽀뽀하고 싶은 게 맞는 것 같죠? 농담이라는 말로 금세 주워담은 모양이지만.
 
그렇게 심각한 분위기도 아니고⋯⋯. 말따마다 장난처럼 여겨질 법한 말입니다.
 
조원필:(싱겁기는..)
 
왜 마지막에 와서 아닌 척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딘가... 이상하게 평소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 나기, 매혹 판정 ✷
 
연나기:
매혹
기준치: 25/12/5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조원필:이상하네. 오늘 유독.. 귀여운데? (뭐가 달라졌나? 연나기 턱 잡고선 뚫어져라 본다.)
진짜 뽀뽀하면 안되는거냐?
나 입 냄새나? 아님.. 뭔데.
 
연나기:무, 뭘 그렇게 보냐? (붙잡힌 채로 어색하게 눈 몇 번 끔뻑거린다.) 아니⋯⋯ 안, 되는 건 아닌데, 너 곧 출국하잖아. (뭔 상관인진 모르겠지만 애매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금세 네 옷자락을 잡은 손을 놓아주었다.)
⋯⋯식사 준비 끝났어!
 
✷ 원필, 심리학 판정 ✷
 
조원필: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뭐... 별거 아닌가보다. 곧 출국이니 마음이 싱숭생숭한건지..)
 
어떤 연유로 저런 말을 꺼낸 건진 모르겠습니다.
 
크리스마스라고 기분을 내는 걸까요?
 
아니면, 곧 있을 이별을 의식한 변덕일까요.
 
──── Entrée ────전식
 
나기는 준비된 저녁이 식는다며 원필을 이끌고 식탁으로 옵니다.
 
식탁 위에는 하얀 도자기 접시가 올려져 있습니다.
 
테두리가 청색인 접시 위에는 냅킨이 세모 모양으로 접혀 있고
 
양 옆에는 포크와 나이프, 수저가 순서에 맞게 놓여 있네요.
 
테이블 가운데에는 와인잔 둘과 샴페인 한 병이 있습니다.
 
의자를 빼 원필을 앉힌 나기가 옆에 서서 말을 건넵니다.
 
연나기:(헛기침 한 번.) 크흠, 너무 힘 썼나 싶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재촉한다.) 빨리 먹어.
 
조원필:나 이제 간다고 신경 엄청 썼네.
 
연나기:그러엄, 당연하지.
보낼 땐 제대로 보내 드려야지, 또.
 
조원필:뭐라도 사올걸 그랬다. 빈손으로 와서 미안해졌어.
 
연나기:(장난스럽게) 그니까. 센스 졸라 없네.
 
조원필:가기 전에 맛있는거 잔~뜩 사줄게.
(포크 들어 음식 가져와 한 입 먹는다.)
 
연나기:내 입맛 까다로운 거 알고 말하는 거지? 니가 먼저 약속한 거다.
 
조원필:이것도 다 니가 준비한 거야?
 
연나기:아아니, 이건 그냥 파는 걸 접시에 담은 것 뿐이야⋯⋯. 일단 이것부터 받아.
 
나기가 백포도주의 코르크를 돌려 따 두 잔을 따르고 한 잔을 원필에게 건넵니다.
 
원필이 손을 내밀어 받으려고 하면 잔을 자기 쪽으로 당기고,
 
몸을 숙여 입을 맞추려다⋯⋯ 이내 낯 가까이서 움직임을 멈춥니다.
 
짧은 순간 가까이서 눈이 마주칩니다.
 
끔뻑거리는 눈꺼풀이며 표정을 보아하니 이쪽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입니다.
 
조원필:...... 아니. 잠깐만.
 
연나기:⋯⋯ ⋯⋯
 
조원필:(뒷목 더 끌어온다.) 하고 싶으면 말을 하지.. 왜 자꾸 당황해?
 
연나기:(삐걱거린다.) 아⋯⋯ 음, 어? 나 하고 싶⋯⋯ 었냐?
 
조원필:(고개 더 내밀더니 입술 위에 가볍게 입 맞추고선 떨어진다.) 자, 이제 얌전히 밥 먹는거다. 엉?
이상한 상상하지말고..(눈 가늘게 뜨고)
 
연나기:(아⋯⋯. 누구랑 입 맞추고 싶다는 본능 따위 나한테 있을 리가 없는데. 그치만 솔직히 좋았다; 이어지는 말에 얼굴 벌개져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음식이 이게 다일 리가 없잖아!
 
나기가 볼을 붉히며 아무렇지도 않게 전채 요리를 내오겠다 말합니다.
 
그가 주방으로 들어간 사이 집안을 둘러보면 딱히 달라진 건 없습니다.
 
겨우살이 장식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제외하면요.
 
조원필:(아까부터 행동이 이상한데. 어디 아프나?) 이미..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데 더 있다고? 아직 이것도.. 다 안먹었는데.
(와중에 겨우살이는 왜 이렇게 많은거야? 제대로 뽀뽀를 하고싶은 건지.. 의도를 알 수가 있어야지.)
 
거실, 주방 입구, 서재...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겨우살이 장식이 쪼르르 붙어 있습니다.
 
2층엔 침실 뿐인데⋯⋯ 거기도 이러려나요.
 
생각에 잠겨 있자면 나기가 접시를 들고 날라옵니다.
 
거위 고기로 속을 채운 양배추 롤, 화이트 와인과 버터로 졸인 관자, 콩소메와 단호박 샐러드⋯⋯.
 
딱 입가심할 정도로, 양은 적지만 깔끔하고 맛있어 보입니다.
 
나기가 접시를 차례로 앞에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 샴페인 잔을 기울입니다.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듯 그러는 와중에도 당신 쪽을 힐끗 거리는 건 덤으로요.
 
정확히는⋯⋯ 입술?
 
조원필:씁. 이제 밥 먹자고 했잖아.
 
연나기:(괜히 한 번 째려보고) 아, 내가 뭘 했다고!
 
조원필:입술 그만 보고 밥 먹어;
 
연나기:그냥 봤다, 보는 것도 안 되냐?!
 
조원필:오늘따라 집요하니까 그러지.
 
연나기:집요하긴 무슨⋯⋯! (하, 진정하자. 성질 내려고 부른 거 아니잖아. 두 손으로 얼굴 쓸어내린다.) 아무튼 여기까지 전채고. 본식은 지금 요리 중이야. 레시피 보느라 졸라 애먹었어.
⋯⋯감사해 하며 먹어라?
 
샴페인을 마시자 가볍고 상큼한 맛이 입 안에 감돕니다.
 
조원필:(샴페인 잔 매만지다가 턱 괴고 쳐다본다.) 결혼을 해도 너랑 해야하는데. 내가 다녀오는 사이 너 다른 사람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드네.
 
연나기:⋯⋯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두 눈 크게 뜨여선) 아니, 무, 뭐⋯⋯ 갑자기?
 
조원필:엉. 날 위해 이렇게까지 집 꾸며두고, 요리 해주는데.
그런 생각 안들겠냐?
집 오면 반겨줄 너도 있을거고.
넌 결혼 생각 없어?
 
연나기:참 나, 별 걱정을 다 하네. (삿대질하며) 내가 봤을 땐 닌, 미국 가서 며칠 안 있다가 옆에 남자 하나 여자 하나 끼고 살 놈이야.
 
조원필:...
 
연나기:난 딱히 없어. 나 살기도 바쁜데 무슨⋯⋯. 아직은 좀 이르지 않냐?
 
조원필:(ㅡㅡ) 그래. 여자 하나. 남자 하나 끼고 안 돌아올까보다.
 
연나기:⋯⋯이게!
 
조원필:작업실에서 작품이나 만드셔. 난 흥청망청 놀거니까. (제대로 삐짐.)
 
연나기:(여기도 삐졌다. 팔짱 끼고 째려보며) 그러셔, 그럼. 어차피 졸라 행복하게 살려고 떠나는 거 아냐?
흥청망청 노는 거면 오히려 잘 됐지 뭐⋯⋯. (흥!)
(⋯⋯ 말하고 눈치본다. 흘긋 네 쪽 보고.)
 
조원필:..다시 만날 때 누가 있으면 꼭 반지 끼고 와.
너도 그땐 애인이든, 뭐든 있을 수도 있잖아.
 
연나기:아, 그럴 일 없다고! (발끈한다.) 어디까지 가는 거야⋯⋯? 모처럼 맛있는 거 해 줬더니 김칫국이나 마시고 있네.
 
조원필:몰라.
없는 네 애인한테 괜히 질투가 나서.
 
연나기:질투 왜 하시는데요.
(분위기 왜 이래.) 아아, 됐고. (손 휘~ 이 내젓다가 겨우살이로 도배된 벽을 가리켰다.) 나 직접 만든 겨우살이 장식도 있는데. 이따 보여줄까? 안물안궁이면 말고.
 
조원필:나 없는 사이에 연나기가 걔한테 이렇게 해줄 거 생각하니 좀.. 짜증나서.
..직접 만든거면 당연히 구경해야지.
지금 보여줘. 아, 지금은 또 이른가?
밥 다 먹고.
 
연나기:(아까부터 진짜 기분 이상하게 하는 덴 뭐 있네. 괜히 머쓱한지 제 뒷목을 주물거렸다.) ⋯⋯너 말고 이렇게 해 줄 사람 없어, 아직까지는⋯⋯.
 
잔잔한 분위기는 노곤하고 한편으로는 다소 들뜨게 합니다.
 
축음기에서는 잔잔하게 캐럴이 흘러나오고, 벽난로는 타닥이며 온기를 더합니다.
 
접시가 다 비워지고 슬슬 출출하다 싶을 즈음,
 
주방으로 가려던 나기의 발걸음이 순간 멈추고, 물끄러미 원필을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가까이 합니다.
 
충분히 피할 수 있을만한 거리를 두고서요.
 
키스⋯⋯ 할 건가요?
 
조원필:야. 잠깐 기다려봐..
양치 좀 하고 올게.
 
연나기:왜애⋯⋯ 아 ⋯⋯.
 
조원필:너 지금 아쉬워하는거냐? (큭큭 웃으면서 나기 볼 꼬집는다.)
 
연나기:⋯⋯;;; 아니거든. (그대로 멱 쥐어 제 쪽으로 끌고 와 아까보다 조금 더 길게, 입술을 지긋이 눌렀다 떨어진다.)
 
연나기:양치 하지 마. 아직 먹을 거 많은데 뭔⋯⋯. (놀랍게도 진짜 많다.)
 
조원필:(기어코 하네..) 더 할거야? (네 허리에 손 올리더니 지긋이 본다.)
더 먹기 전에 그럼 진하게 키스 한 번 할까 해서.
 
연나기:너⋯⋯ 만 괜찮으면? (고개 슬 들어 눈 깜빡거린다. 약간의⋯⋯ 유혹? 뭐 그런 거.)
 
조원필:큽, (웃음 못 참고 터트린다. 아니 오늘따라 왜이래. 귀엽기는 한데.. 진짜 위험하네.)
 
연나기:⋯⋯ 왜 웃는데! (아, 쪽팔려.)
 
조원필:야, 야. 그러지말고 접시 치우는거 도와줄게.
 
연나기:씨⋯⋯ 됐어. 음식 가지고 올 거야. 다 먹고 치워.
 
──── Plat principal ────본식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나기가 함께 음식을 가지고 오지 않겠느냐 묻습니다.
 
주방을 따라 들어가면 소고기 스튜 냄새가 부드럽게 풍깁니다.
 
주방 안도 여지없이 겨우살이 투성이 입니다.
 
나기가 스푼으로 스튜를 조금 떠, 호⋯⋯ 불곤 원필의 입가에 대어줍니다.
 
연나기:먹어 봐.
 
조원필:(냠..) 음,.. 부드럽고 맛있네. 뭐 넣었어? 생크림?
 
연나기:독.
 
조원필:..?
나 죽이고 싶냐?
그래서 이렇게 키스해주고 뽀뽀해주고..
 
연나기:구라야, 임마!
 
독(?)이 들었기 때문일까요, 묵직한 풍미가 입 안을 채우며 침샘을 자극합니다.
 
미약한 레드와인 향도 풍기네요. 맛있습니다.
 
나기는 그런 원필의 반응을 살피다가, 아까의 일이 아쉬웠는지
 
볼을 살짝 붉히며 양 손으로 뺨을 감싼 채 눈을 맞춥니다.
 
뭔가 결연해 보이는 표정이네요.
 
연나기:서양권에서 유행하는 속설인데, 사랑하는 연인이 겨우살이 아래에서 키스하면 행복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대⋯⋯.
근데 그것보다 더 유명한 건⋯⋯ (눈을 데굴 굴리다 말을 잇는다.) 크리스마스에 장식한 겨우살이 나무 가지 아래에 있는 상대에게는 아무나 입을 맞출 수 있다는 거야.
(입을 달싹거리고) ⋯⋯너 곧 미국 가니까, 알려주는 거다?
 
말이 끝나자마자 느리게 입술을 맞붙입니다.
 
⋯⋯아니, 또요?
 
조원필:(? 오늘 횟수가 유독 많지 않나. 연나기가 이렇게까지 몰아붙인 적은 없는데. 겨우살이 키스고 뭐고.. 얘 어디 아픈거 아냐?) 잠, 잠깐만. (나기 어깨 쥐고서 떼어낸다.) 무슨 일 있냐?
아니면 뭐.. 이벤트 그런건가,.. 헷갈려서.
평소에 이러진 않잖아.
 
연나기:잘 하고 있었는데 왜애⋯⋯. (타액이 은사가 되어 턱에 떨어진다.) 싫어?
 
연나기:그냥⋯⋯ 니 미국 가면 할 일 많을 거니까 내가 가르쳐 주는 거잖아⋯⋯. (말이 되는 소리를⋯⋯.)
 
조원필:허. 미국 가면 생판 남이랑 겨우 살이 밑에서 키스하고 오라고? 아무나? (얘는 내가 그렇게 다녀도 괜찮나. 원래도 막 구르고 다녔다만..)
 
연나기:그냥 하고 싶어서 핑계댄 건데.
⋯⋯아. (손으로 제 입 막는다.) 나 방금 소리내서 말했냐?
 
조원필:..어. (제 입술 맞붙이더니 익숙하게 고개를 틀어 더 깊게 파고든다. 음식이고 뭐고 이대로 쭉.. 하고는 싶은데. 눈을 감지 않고 네 반응을 보다 뺨에 입맞추더니 떨어진다.)
더 하면 음식도 못 먹어. 기껏 차려뒀는데.. 큼. 먹어야지.
 
연나기:으음. (입술이 맞닿다 떨어지는 동안 숨을 들이쉬며 작게 침음한다. 음식이 식어도 딱히 상관 없는 건 이 쪽도 마찬가지였기에 두 팔로 네 목을 감싸 안았으나 이어지는 행위에 아쉽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곧 간다고 참는 거 봐. (그런 이유가 아니겠지만.)
⋯⋯됐어. (삐진 것처럼 보이진 않고, 되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찬장을 가리킨다.) 찬장에 와인잔 있으니까 꺼내. 포도주 따를 거야.
 
나직하게 목소리를 낸 나기가, 원필이 방심한 틈에 짧은 입맞춤을 두어 번 더 남기곤 떨어집니다.
 
그리곤 우묵한 접시에 국자로 덜어 담기 시작합니다.
 
주방도 평소와 별다른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찬장에는 4개의 와인잔이 남아 있네요. 그 중 둘은 적포도주용입니다.
 
식탁 위에는 코르크를 따지 않은 와인병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그림 카드가 있습니다.
 
조원필:....(쩝, 솔직히 기분은 좋다. 영문은 모르겠다만..천장에서 적포도주 한 병 꺼내어 식탁 위에 올려둔다.)
이것도 연나기가 그린건가.. (중얼대며 그림 카드 확인한다.)
 
겨우살이 아래서 뽀뽀하는 두 아이가 그려진 그림 카드입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Kissing under the mistletoe! 라 적혀 있네요.
 
아직 사용은 안 한 듯 비어 있습니다.
 
딱 봐도 어린 아이가 만들었을 법 합니다. 만듦새가 그리 꼼꼼하진 않아요.
 
조원필:연나기가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연나기:아, 그거. 아까 나갔다 왔을 때 애가 팔길래 샀어.
 
조원필:얼마에 팔았는데?
 
연나기:그게 중요하냐?
 
조원필:엉(ㅋㅋ)
 
연나기:너 T야? 하⋯⋯. 2,500원.
 
조원필:비싼데...애가 물가 반영을 잘했네.
왜 산건데? 갑자기 사고싶어서?
 
연나기:(참 나.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 짓는다.) 그냥⋯⋯ 삽화가 예뻐서. 크리스마스 카드나 써 볼까 하고. 별로냐?
 
조원필:아니. 별로가 아니라. 네가 이런걸 산 게 귀여워서?
나한테 써주는거지?
 
연나기:귀엽⋯⋯;;; 사람한테 그런 말 쓰는 거 아니다.
 
조원필:사람말고 어디다 쓰는데 (ㅋ)
 
연나기:뭐, 니가 오늘 나한테 잘 한다면 고려는 해 볼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너를 생각하며 산 카드가 맞지만 그런 얘기는 굳이 꺼내지 않는다.) 동물한테나 써.
 
음식을 모두 가지고 식탁으로 돌아오면 본격적인 식사 시간입니다.
 
당근과 양파, 감자, 양송이 버섯을 함께 넣고 오래도록 푹 끓여 하나같이 부드럽고 뭉근합니다.
 
입에 넣으면 그대로 녹아버릴듯한 소고기가 일품이에요.
 
그 옆에는 감자와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였네요. 콩피드 카나도 한 접시 있습니다.
 
그릴에 구운 오리 다리의 껍질이 바삭하지만 갈라보면 속이 부드럽고 촉촉합니다.
 
소스에 졸인 버섯과 감자튀김을 함께 담았어요. 화이트포트 소스를 곁들인 훈제 송어도 있네요.
 
훈연 향이 가득한 와중에 짭짤이 간도 딱 맞습니다.
 
나기는 원필이 뭘 제일 좋아할지 몰라서 하나씩 다 준비해봤다고 털어놓습니다.
 
연나기:니가 뭘 좋아하는 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 (한 손으로 턱을 괴며 널 본다.) 빨리 감상을 말해.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조원필:너무 많은데... (입에 포크 물고서 음식들 둘러보다 한 입씩 먹고서 포크 내려둔다.)
예.., 연나기씨. 제 점수는요,
 
연나기:이게 감상을 말하랬더니 평가를 하고 있네.
 
조원필:96점?
 
연나기:4점 뭔데?! (황당;)
 
조원필:정성 점수 추가해서 +4점.
총 100점 이란거지.
맛있어.
이런 감상 신선하지않냐?
 
연나기:⋯⋯아.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든가. (다시 진정했다.)
(기분은 좋은 듯 어깨 으쓱이고) 근데 니 출국 언제랬지? 곧인 건 아는데 정확히 몇 시인지 모르겠어서. 마중 나가 줄 사람은 있냐?
 
조원필:아침비행기라서.. 새벽에 출발하긴 해야겠네.
내가 마중 나가 줄 사람이 있겠냐. 너 말고는 없지..
 
연나기:가만⋯⋯ 며칠 남은 거냐, 이제. (손가락으로 일자 센다.)
 
조원필:이틀.
 
연나기:시간 왜 이렇게 빨라⋯⋯. (고개 기울이며 입술 비죽인다.) 안 아쉽냐?
이제 지겨우려나, 한국은.
 
조원필:......엄청 아쉽지. 너랑 헤어지는 것도 슬프고. (같은 방향으로 고개 기울인다.)
나랑 미국 가는 건 어때 작가님?
성공을 꼭 한국에서만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연나기:(제안에 대한 답은 거절.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널 마주하며 나는 여기 남아 있겠다고 선언하는 것 역시 놈에겐 힘든 일이었다. 말을 돌리듯 네 입술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뭔가 뽀뽀해야 될 타이밍 같은데.
 
조원필:야! 진지하게 이야기하는데 뭘 또 뽀뽀야.
 
연나기:⋯⋯쳇. (양아치 같은 표정 한다.)
 
조원필:표정 안 푸냐?
 
연나기:아, 왜 또.
 
조원필:누가 그런 양아치 같은 표정 지으래.
 
연나기:(풀었다.) 니가 안 해 주잖아. 내가 하고 싶다는데.
 
조원필:씁.
 
연나기:내가 개냐?
 
조원필:고양이지.
턱 긁어줄까?
엉덩이도 두드려줄 수 있고..,
 
연나기:개소리야. (짜증스럽게 뒷머리 벅벅 긁는다.) 아무튼 미국 가는 건 안 돼. 이건 그냥 내 고집이라⋯⋯.
 
조원필:....
연락도 못 할거야.
 
연나기:이왕이면 대차게 망했던 곳에서 재기하고 싶거든.
⋯⋯알아. 모르고 말한 거 아니야.
 
조원필:(손 달라는 듯 식탁 위로 손 내민다.)
 
연나기:(네 손바닥 위에 손을 얹었다.) ⋯⋯아니, 가만⋯⋯. 나 개 아니라니까!?
 
조원필:그냥 손 만지고 싶어서.. (주물 주물..)
 
연나기:⋯⋯ (괜히 한 번 째려본다. 만져지는 감각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군데군데 차가워서 체온이 맞춰지는 느낌이라.) 야, 아무튼 괜찮아! 우리가 뭔 애인 사이도 아니고.
 
조원필:그러니까. 우리가 애인 사이도 아니고.. 다른 사람 만나고 싶으면,.. 만나. 기다리라고 말도 안해.
행복하게만 살아, 연나기.
작가로서 꼭 성공도 하고.
 
연나기:떨어진다고 너무 걱정하고 노심초사할 이유는 없지, 그래. (그래도 어째 기분이 영~)
(자리에서 일어난다.) 치즈랑 디저트는 소파에서 먹을래? 설거지는 귀찮으니까 그릇만 잠시 치워두고.
아니면 설거지는 다 니가 맡아도 돼. (농담이다.)
 
조원필:음~. 설거지는 그럼 나중에 내가 다하지 뭐.
준비하느라 고생했는데,
치우는 건 내가 해야지.
 
연나기:아싸~ 설거지 노예.
 
조원필:치즈랑 디저트 들고 갈 테니까, 와인만 들고 먼저 가 있어.
 
연나기:네에에.
 
✷ 원필, 행운 판정 ✷
 
조원필:
운
기준치: 45/22/9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3 회복
 
즐거운 식사였어요.
 
식사를 마치고 원필은 거실을 둘러봅니다.
 
거실은 소파, 소파 앞 테이블, 축음기, 벽난로, 트리가 쭉 둘러 보이는 공간입니다.
 
여기저기 빼놓지 않고 겨우살이 장식이 달려 있습니다.
 
⋯⋯어쩌다 이런 괴악한 공간이 되었을까요?
 
조원필:(트리 나중에 사진 찍어가야겠다. 트리 장식 보러 다가간다.)
 
장식이 하나도 달려 있지 않은 트리입니다.
 
옆의 바구니에는 반짝이는 털실이며 기차, 별, 아기 천사, 방울, 겨우살이 등등⋯⋯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합니다.
 
연나기:모처럼이니 같이 꾸미고 싶어서 비워 놨는데.
⋯⋯할래? (트리 꾸미기를.)
 
조원필:의미심장하게 들리네.
 
연나기:뭐가.
 
조원필:.....엉 할래.
 
함께 트리를 장식해주세요.
 
트리는 3단으로 되어 있으며
 
1단은 장식 6개,
 
2단은 장식 3개,
 
3단은 장식 1개를 달 수 있습니다.
 
1단은 낮고 2단은 적당한 높이라 그냥 달 수 있지만, 3단은 성인 남성에게도 높아 한 사람을 안아 들어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조원필:보자.. 1단은 뭐 꾸미냐.
1단은 털실 이런게 괜찮지않냐?
 
연나기:이거 달아야지. (네 눈 앞에 삼겹살 오너먼트를 흔든다.)
털실도 좋고.
 
조원필:삼겹살 ?
이건 왜 사온거야.
 
연나기:예쁘잖아.
불만 있냐?
 
조원필:(예술가 들은 보는 눈이 다른가..)
 
연나기:(다르다.) 아 예쁘다고 해, 빨리.
 
조원필:어엉; 예쁘다 그래..
 
연나기:개 빡치네⋯⋯.
 
조원필:겨우 살이도 좀 붙이자.
얌마; 말 이쁘게 안해?
 
연나기:아, 안 돼. 그건 내가 할 거야. (묘하게 집착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건 맨 위에 달아야지 1단에 왜 다는데.
 
조원필:싫은데? 나도 붙일건데. (유치)
 
연나기:아!!! 유치해. (네게서 유일하게 하나 있는 겨우살이 장식을 뺏어온다.)
 
조원필:..
나 안해.
(ㅋㅋ)
 
연나기:아, 왜⋯⋯.
(미간 좁힌다.) 니랑 꾸미고 싶어서 비워 놨다고 했잖아⋯⋯.
 
조원필:사탕 장식이나 볼 장식도 달자.
그니까아. 빨리 더 골라봐.
뭐 달고 싶은데?
 
연나기:씨⋯⋯. (1단에 사탕, 볼, 삼겹살, 털실, 선물 상자를 달았다.)
(여전히 겨우살이 장식을 품에 꼭 안은 채) 나머지 하나는 니가 달아.
 
조원필:음.. 천사도 괜찮아 보이고.
눈 장식도 달아야겠다.
 
연나기:그럼 1층에 천사를 달고.
 
조원필:리본 장식도 달고 싶은데.
 
연나기:2단에 눈 장식 하나. (잠시 고민하다 검은 고양이와 눈표범 오너먼트를 꺼낸다.) 리본 말고 이건 어떤데? 동물.
 
조원필:오, 귀엽다.
 
연나기:그치이. (장난스럽게 웃고)
 
조원필:달아줘어.
장식도 혼자 사온거야? 구경 갔으면 재밌었겠다.
 
연나기:(눈 장식을 사이에 두고, 양 옆에 검은 고양이와 눈표범 오너먼트가 서로 마주보게끔 달았다.) 난 구경하는 거 좋아하니까.
뭐⋯⋯. 나중에 기회 되면 같이 가든가. (확신할 수 없는 약속이지만.) 나 저 위에 겨우살이 달래. 올려줘.
 
✷ 원필, 근력 판정 ✷
 
조원필: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원필이 나기를 가볍게 안아 들어 올립니다.
 
연나기:(네 도움을 받아 맨 위에 겨우살이 가지를 달았다.) 체력 좋은데?
이제 내려줘.
 
조원필:기본이지. (으쓱!)
 
트리를 모두 달면 한결 더 충만해진 기분입니다.
 
환하게 빛나는 불빛 아래서 반짝거리는 트리, 이성 +2.
 
보통 트리 아래에는 선물이 있기 마련인데⋯⋯.
 
연나기:선물은 서재에 뒀으니까 이따 꺼내올게.
모처럼 트리 장식도 마쳤는데⋯⋯. (팔짱 끼고 너 본다.)
어떤 방식으로 행복해지고 싶은지 빌어보는 건 어떠냐? 아니면 뭐⋯⋯ 큼, 각자에게 소원 빌어주기라던가.
 
조원필:(장식된 트리 사진 찍다가 뒷말에 널 본다.) 넌 뭐 빌건데? 소원은 말하면 소용 없어진다 이런 거 하지말고..
 
연나기:소원은 말하면 소용 없어져.
 
조원필:야;
난 널 위해 소원 빌려고.
 
연나기:그럼 나도 너한테 빌어줄게.
(키득이며 눈 감는다.) 좋은 거 빌어 줘야 된다?
 
당신은 소원을 빌기 위해 눈을 감습니다.
 
원필, 어떤 소원을 빌고 있나요? 눈을 감은 채 속으로 기도하세요.
 
조원필:(연나기. 행복하게만 살아라. 만나자던 우리 약속.. 안지켜도 상관없으니까. 아픈 과거는 다 잊고, 널 위해서 살아.)
 
오늘은 크리스마스,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날.
 
또한, 당신의 기쁨을 바라게 되는 밤입니다.
 
내일도, 모레도⋯⋯. 당신이 웃을 수 있기를,
 
그 미소의 이유에 내가 조금이라도 존재하기를.
 
분위기에 취했다고 해도 좋습니다.
 
겨우살이 아래를 빌어 당신께 키스하는 나를 용서하세요.
 
오늘만큼은, 이 입맞춤에 형벌이 내리지 않을테니.
 
눈을 감고 있자면 다물린 입술에 여린 살의 감촉이 느껴집니다.
 
연나기:(소원은 진작 다 기원한 모양인지 네가 눈을 감은 사이 느리게 입술을 맞붙인다.)
 
조원필:(그대로 눈 감은 채 네 뒷통수를 감싸 맞붙여 오는 입술을 파고든다. 자연스레 혀 옭아매며 집요하게 입술 부비다 푸스스 웃으며 떨어진다. 또, 또.. 그새를 못 참고.)
 
연나기:(네 시야가 닫혀 있는 덕에, 네 낯을 보다 집요하게 응시할 수 있었다. 살덩이가 입 안 점막을 훑고 혀를 감아 얽으며 제 욕심껏 안을 누빈다. 네가 떨어져도 만족할 때까지 널 붙들고 입을 맞추다 화답하듯 마저 웃었다.) ⋯⋯좋지.
 
기나긴 밤의 성호가 발동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나기, 마력 -1, 이성치 차감 없음
 
원필은 부드러운 별빛에 휘감기는 기분이 듭니다. 이성 +5.
 
조원필:노래라도 좀 들을까? (네 웃는 낯에 볼 쓰다듬어주고 자리를 옮긴다. 분위기 진짜.. 위험하네.)
 
LP판이 가지런히 꽂힌 책장이 옆에 놓여 있습니다.
 
연나기:좋아하는 노래 있어? 있으면 틀어 줄게.
 
조원필:캐롤이면 다 좋은데.
유명한걸로 듣자.
 
연나기:캐롤 어떤 거. 유명한 거?
잠만 기다려 봐. (LP 판 뒤적인다.)
(All I want for for Christmas is you 를 틀었다.) 졸라 유명하긴 이게 제일 유명하긴 하지.
 
조원필:맞아. 딱 이 노래 원했는데.
어떻게 내 맘을 이렇게나 잘 아냐?
 
연나기:분위기 개 신나는데 춤이라도 춰 봐. (관람자 모드.)
 
조원필:춤은 무슨..
됐고. 안추워?
(벽난로 기웃거린다.)
 
연나기:딱히? 난 추위 별로 안 타잖아. 추우면 저쪽 가자. (널 데리고 벽난로로 향한다.)
 
붉은 벽돌로 예쁘게 쌓인 벽난로입니다.
 
산타 인형과 양말, 트리 조각 등 귀엽고 아기자기한 장식이 쭉 걸려 있습니다.
 
가운데에는 겨우살이 장식을 걸어 놓았네요.
 
장작을 벽난로에 넣으면 불길이 환하고 아름답게 피어오릅니다.
 
불길을 바라보면 문득 당신의 눈 앞으로 스쳐 가는 환상이 있습니다.
 
나기가 작은 나무의 겨우살이 가지를 꺾어 품에 넣고, 가게로 들어가 겨우살이 장식을 싹쓸이하는⋯⋯.
 
이거, 오늘 나기의 모습인 건가요?
 
조원필:....내가 모르는 사이에 초능력이 생겼나..? (중얼)
 
연나기:갑자기 뭔 소리야? (너 본다.)
 
조원필:너 오늘 가게 들어가서 겨우살이 장식 싹쓸이했어?
 
연나기:⋯⋯
뭐야, 어떻게 알았냐?
(아니, 딱히 인과관계를 생각하면 추론하기 어렵지 않은⋯⋯ 사실이긴 하다. 방 안을 가득 채운 겨우살이 장식을 보라.)
 
조원필:아니.. 불길 속에 그 잔상이 보여서.
기분 탓이겠지.
(산타인형 조물딱)
 
연나기:진짜 초능력이라도 생긴 건가⋯⋯. (이 쪽은 네 볼 조물딱거린다.)
 
조원필:자자. 이제 소파 앉자. (제 볼 조물딱 거리는 손 잡고서 소파쪽으로 끈다.)
 
푹신하고 편안한 소파입니다. 겨우살이 장식이 양 끝에 달려 있습니다.
 
보들보들한 극세사 담요가 깔려 있어서 앉거나 눕기 좋아보입니다.
 
함께 앉으면 나기가 당신을 끌어 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습니다.
 
오늘따라 스킨십이 진한 것 같은데⋯⋯.
 
조원필:큼..
이러니까 되게 연인같네.
 
연나기:(안은 손에 힘을 들였다.) 넌 가만 보면 연인을 되게 좋아한다.
외롭냐?
 
조원필:엉. 외로워.
옆에 아무도 두기 싫었는데,...
외로웠나봐.
네가 붙어있고, 집에 누군가 있다는게
되게 좋네.
 
연나기:(어깨에 뺨을 부비적댄다.) 원래 외로우면 더 안으로 굽는대. 외롭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나도 그랬는데⋯⋯. 그러게. 지금 와서는 혼자가 더 좋다고 생각하진 않아.
 
조원필:어휴.. 연나기 두고 내가 어떻게 가냐. (네 어깨 끌어안으며 고개 부비작 댄다.)
 
연나기:그래놓고 가죠?
 
조원필:갈수록 미련만 생겨서 큰일이네.
 
연나기:말은 잘해요, 아주. (딱히 불만이 있어 보이진 않지만 괜히 놀리듯 뱉는다.)
됐어, 남은 시간 동안 재밌게 즐기다 가면 돼. (테이블 쪽으로 손 뻗는다.)
 
조원필:(동시에 소파 앞 테이블에 시선이 간다. )
 
먹기 좋은 후식이 가득 놓여 있는 테이블입니다.
 
미니 트리 위로 겨우살이 장식이 걸려 있습니다.
 
솔방울 리스처럼 만들어진 티 라이트 홀더 안에는 베이지색 향초가 켜져 있습니다.
 
은은한 밀크티 향기가 퍼집니다.
 
나기는 향초 상자를 선물로 받았다며, 갈색 종이로 싸여 있는 상자를 꺼냅니다.
 
원필이 좋아하는 향초도 있을까요?
 
✷ 원필, 행운 판정 ✷
 
조원필:
운
기준치: 45/22/9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To GM): 6
 
블랙체리 향의 향초입니다.
 
연나기:(꺼내서 네게 내민다.) 좋아하냐? 이거.
 
조원필:(..그럭저럭 쓸 수 있겠네.)
엉. 좋아해.
(냉큼 받기!)
 
연나기:(키득거린다.) 잘 써라.
 
──── Fromage ────치즈
 
연나기:그럼 이제 선물 가지러 갈까? (이게 뭐라고 좀 긴장되는군.)
 
나기가 원필의 옷자락을 잡고 서재로 이끕니다.
 
서재 안에는 책장으로 벽면이 꽉 차 있고, 창문을 등지고서 책상이 위치해 있습니다.
 
아늑하고 고요한 공간이지만 여기도 겨우살이 장식이 즐비하긴 매한가지입니다.
 
선물은 책상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조원필:(선물부터 확인해야지. 책상 앞으로 다가간다.)
 
나기가 준비한 선물입니다.
 
연나기:풀어 봐.
아니지, 그 전에.
⋯⋯뭘 것 같은데? 맞혀봐.
 
조원필:음.....
네가 전에 조각해서 선물해준다고 했던 거?
 
연나기:⋯⋯귀신같은 놈.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두 개의 불완전한 조각이 분리된 채 놓여 있습니다.
 
척 봐도 완성품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만, 당신이라면 이 두 파편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겠죠.
 
연나기:하얗지? 아직 마감은 다 못 했는데 어디까지 했는지는 보여주고 싶어서 구색만 맞춰 놨어.
네가 오늘 가져갈 건 아니고, 출국할 때 줄게.
 
거친 형태라서 한 번에 알아보긴 어렵지만 분명히 ‘날개’입니다.
 
각각의 조각은 이제 두 사람의 목에서 지워진 조직의 문신을 닮았습니다.
 
나기가 파편 하나를 위에서 아래로 밀어넣자, 두 조각이 맞물리며 온전한 하나의 조각이 됩니다.
 
연나기:마음에 드냐? 오랜만에 손 움직이려니 힘들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말투에 긴장이 조금 묻어났다.)
 
조원필:....엄청. 내가 받아본 선물 중 최고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걸. (부서질 세라 조심스럽게 둘러보더니 히죽 웃는다.)
가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해둬야겠어.
 
연나기:(슬쩍 다가온다.) 당연하지, 누가 만든 건데.
깨뜨리지 말고⋯⋯ 뭐, 이런 말은 완성품 주면서 하는 게 낫겠다.
다 봤어? 다시 넣어 놓게.
 
조원필:빨리 완성해서 받고싶네. (건네주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그러고보니 밖에 눈 오는 거 봤어? 지금쯤이면.. 제법 쌓였을 것 같은데.
(창문으로 다가간다.)
 
연나기:아, 아까 좀 내리는 건 봤는데.
 
녹색 비로드 커튼이 단정히 양 옆으로 매어져 있는 창문입니다.
 
리본에 겨우살이 장식을 꽂아두었습니다.
 
밖에는 사락사락 눈이 쌓이고 있습니다.
 
창틀에도 눈이 꽤 도톰히 쌓여 있어요.
 
조원필:와서 같이 봐.
여기 창틀에도 쌓였어.
 
연나기:오⋯⋯ 이만한 눈사람 하나 만들 정돈 되겠는데?
(쌓인 눈을 모아 금세 눈사람을 만들고, 양 옆에 동그란 귀를 달았다.) 봐라, 곰돌이.
 
조원필:(동그란 귀 다시 뾰족하게 세운다) 이제 고양이.
 
연나기:고양이를 왜 이렇게 좋아해?
⋯⋯아까부터.
미국 가서 고양이 데리고 사는 거 아냐?
 
조원필:뭐~.. 검은 고양이
데리고 살까. 싶기도 하고.
귀엽겠네.
누구보다는 말 잘 들을거아냐?
 
연나기:(쩝, 아쉽다는 듯 입맛 다신다.) 구경도 못 하겠네, 연락 끊기면. 나중에 귀국할 때 데리고 와서 보여주든가⋯⋯.
⋯⋯아니, 잠만. 그 누구가 설마 나냐?
(발끈!) 내가 니 말을 왜 듣는데?!
 
조원필:누가 너랬냐? (흥)
너도 고양이 데리고 살아봐.
덜 외로울거아냐.
 
연나기:됐어. 난 고양이보다 개가 좋아.
 
티격태격 하고 있자면, 문득 창문 밖으로 시선이 갑니다.
 
✷ 원필, 관찰 판정 ✷
 
조원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연나기:니 안경에 뭐 묻었다. (뺏어서 뽀득뽀득 닦은 뒤 돌려준다.)
 
✷ 원필, 다시 관찰 판정 ✷
 
조원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남색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원필과 눈을 마주칩니다.
 
이내 길을 따라서 지나가지만요.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단체일까요?
 
뭐, 이브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코 위로 눈이 내려앉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왜 매번 설레는 걸까요?
 
조원필:....? 뭐야.
 
흩날리는 하얀 빛들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요.
 
뒤에는 나기가 있고, 허밍처럼 약하게 들려오는 축음기의 캐럴... 이성 +5.
 
연나기:왜?
 
조원필:저 사람들 교회 사람들인가.
교회에서 남색 로브를 입나?
 
연나기:뭐 있냐? (찌푸리며 창문 밖을 본다. 이미 지나간 후다.) 안 보이는데.
(별 생각 없는 듯⋯⋯.) 몰라, 나 기독교 아니라.
 
조원필:바보. 지나갔으니까 안보이지.
 
연나기:이 쒸⋯⋯. 짜증나게 해, 자꾸.
 
조원필:(시선 돌려 책장 본다.)
 
연나기:창문 안 닫아? 춥다며.
괜찮으면 열어두게.
 
조원필:엉? 열어두자.
음..아냐.
(아까 그 로브 입은 사람들도 찝찝하고.)
(창문 걸어 잠근다.)
추운것같아서.
 
연나기:뭘 또 잠그기까지⋯⋯. (어깨 으쓱인다.)
 
사방으로 책이 가득한 책장입니다.
 
겨우살이로 아예 가랜드를 만들어두었습니다.
 
✷ 원필, 자료조사 판정 ✷
 
조원필: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오래된 가죽 표지의 책 한 권이 툭, 당신의 손 끝에 걸립니다.
 
조원필:(왜이렇게 낡았어? 주워 들어 펼친다.)
 
황금 가지 1권. 영문본입니다. 조지 프레이저 경 저. 1890년도 출판본.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곳이 있습니다.
 
오래된 가죽 표지의 책
 
오컬트 +5점. 이성 손실 1.
 
조원필:너 그...
황금 가지라고 아냐?
 
연나기:(인중 긁적거린다.) 엉. 내가 아까 겨우살이 장식 만들었다고 했잖아.
 
조원필:아~. 그게 황금가지야?
 
연나기:황금인진 모르겠고 영롱하긴 하던데.
 
조원필:(이 설화대로라면.. 네미 숲의 사람인지 뭔지가 아까 그 사람들인가?)
만들면 너한테 뭐가 좋은데?
 
연나기:(너 빤~ 히 본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하냐?
몰라? (어깨 으쓱이고) 그냥 예뻐서 만들었다니까. 좋은 게 있어야만 꼭 뭘 만드나⋯⋯.
 
✷ 원필, 정신력 판정 ✷
 
조원필: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황금 가지의 마력을 이용할 방법이 직감적으로 떠오릅니다.
 
꺾인 황금 가지를 발견했을 경우, 한 사람 분의 혈액을 통해 부활시킬 수 있으며 끊임없이 혈액이나 그에 준하는 것들을 갈구한다고요.
 
황금 가지의 총 마력은 50이며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주문을 사용 가능하며 원하는 장치나 신을 소환할 수도 있으나, 그에 따른 제물을 필요로 합니다.
 
기본적으로 부여하는 마력(15) 이상을 사용할 때마다 한 사람 분의 혈액과 이성치 3을 소모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용할까요?
 
알고 있는 주문이나 소환 방법 등이 있다면 이용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연나기:(와중 점차 가까워지는 거리. 어느새 네 코 앞까지 다가왔다. 뭘 쳐다보는진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다.) 야아.
 
조원필:...엉? (뭔가 골똘이 생각하다 소리나는 쪽으로 시선이 향한다.)
 
연나기:하자. (그러니까 뽀뽀를. 네 허리 감싸안았다.)
 
조원필:아니,...... 그.
또? (결국 의문을 품고 있던게 입밖으로 나왔다.)
왜 이렇게 뽀뽀를 좋아해.
소파 가서 마저 와인 먹자. 아니면..
네가 만들었다던 황금가지 보여줘도 좋고.
 
연나기:(불만스러운 표정 한다.) 씨⋯⋯ 그냥 나랑 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지.
 
조원필:싫겠냐아.
 
연나기:싫잖아아.
또냐고 물어봤잖아, 방금.
 
조원필:좀 놀라서 그런거지.
야. 입술 닳겠어.
쉬면서 하자고. 밤은 길잖아?
 
연나기:아, 좀 닳으면 어때! 짜증나. (재차 거절당한 놈 잔뜩 성 내며 책상 쪽으로 간다.)
 
마호가니로 만든 책상입니다.
 
다리를 타고서 양각으로 새겨진 무늬가 은은하게 빛을 어룽지며 반사합니다.
 
위에는 아까 확인했던, 짙은 회색으로 잘 포장된 선물 상자 하나와 겨우살이 장식이 놓여 있습니다.
 
구겨진 편지지와 잉크병, 녹색 표지의 책도 같이 있네요.
 
조원필:(구겨진 편지지? 나기 눈치 보며 내용 확인한다.)
 
구겨진 걸로 보아하니 쓰다 실패한 것 같네요.
 
그 아래 쓰레기통에도 구겨진 편지지가 한 가득입니다.
 
펼쳐서 읽으면⋯⋯ 무언가 적혀 있습니다.
 
구겨진 편지
 
조원필:(귀엽네.. 이거 몰래 가져가야겠다.)
 
연나기:뭐 해? (기웃거린다.)
 
조원필:엉? 책 보려고. (바지 주머니에 대충 쑤셔넣고.. 녹색 표지 책 읽는 척 펼친다.)
 
「로미오와 줄리엣」 희곡집입니다. 책갈피가 꽂힌 자리가 벌어져 퍼집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귀여운 소네트 티키타카입니다.
 
그 모습을 보던 나기가 뒤에서 원필의 목을 감싸안고, 나지막이 글을 읽기 시작합니다.
 
연나기:⋯⋯그렇다면, 입술로 손의 일을 할까요⋯⋯. 기도를 허락하세요, 믿음이 절망되지 않도록. (흘긋 너 본다.)
 
조원필:(얘 봐라. 애교가 늘어난 건지. 꼼수가 늘어난 건지..) 성자상은 기도를 허락할 순 있지만, 움직이진 못하는걸요?
 
연나기:(비식 웃는다. 맞춰 주네.) 그렇다면 기도하는 동안은 움직이지 말아요. (쪼옥, 고개 내밀어 가볍게 입술 맞붙인다.)
⋯⋯ 이렇게 내 죄는⋯⋯. 뭐더라? (다시 책 보고, 다시금 네게로 시선 준다.) 그대의 입술로 씻겼소.
 
조원필:얌마. 배우가 대사를 잊어 먹으면 어쩌냐. (손가락으로 입술 만지작거리며 열연한다.) 그럼... 내 입술로 죄가 옮겨 왔겠네요.
 
연나기:(웃음이 자꾸 새어 나올만큼 좋은 걸 어째. 너와는 달리 이 쪽은 연기가 영 능숙하지 못하다.) 내 입술에서요? ⋯⋯(아, 방금 좀 웃겼나.) 이렇게⋯⋯ 어⋯⋯ 졸라 단 죄를 저지르고 싶게 만들다니. 니 탓이야.
(네 뺨을 손으로 감싸 제 쪽으로 끌어온 뒤 입을 열어 다시금 키스한다. 아, 너 가면⋯⋯ 난 이제 누구랑 놀아.)
⋯⋯큽, (숨이 옮겨가는 와중에도 웃음이 멈추지 않아 입맞춤이 드문드문 끊긴다.)
 
조원필:내 죄를 돌려달라고 해야하는 거 아냐? 로미오가 이렇게 과격했나; (입술 비죽이다 나기의 속도에 맞춰 부드럽게 입술을 맞추기 시작한다. 몸을 더 밀착하며 벽으로 밀다가도 끊기며 이어지지 않는 입맞춤에 불만스럽게 웅얼댄다.) 웃던지, 키스하던지 하나만 하라고!
 
연나기:큭, 아하하하! 아니, 나도 하고 싶은데⋯⋯ 하⋯⋯ 웃기잖아⋯⋯; (한 손으로 네 앞머리며 안경을 만지작거리다) 이거 방해되는 거 같애. (그 한 문장과 함께 벗겨버린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다시금 혀가 밀고 들어간다. 고개가 점차 기울며 집요하게 느껴질 만큼 네 쪽으로 붙었다가 호흡이 가빠질 즈음에야 비로소, 타액이 문들거리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다. 차마 다물지 못한 입으로 옅은 숨을 뱉는다. 느리게 감았던 눈을 떠 시선을 맞추고, 보란듯이 제 혀로 입가에 묻은 침을 닦았다. 우린 이들과 다른 이유로, 스스로의 의지로 떨어져 있기로 결심했지만 그렇기에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후회없이 만끽하려 한다.)
 
조원필:이쁘게 보이고 싶어서 쓰고왔더니 다 벗겨버리네. 아주 옷도 벗기지 왜애. (네 니트 안으로 손 넣어 쓸어올리더니 느긋하게 탐닉한다. 도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흥분을 한건지. 오늘 키스는 왜이리 집요한지 묻고 싶은게 많았지만.. 우린 시간이 없으니까. 입술이 떨어지자 네 목에 새겨진 문신에 입술을 쪽 맞춘다. 우린 서로 비상해서 만나는거야. 그러니까 네 응석 정도는..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고.) 이 정도면 만족해? (난 더 한 것도 괜찮은데. 이어 말하며 네 엉덩이 한쪽 움켜쥔다.)
 
연나기:그럴까⋯⋯. (간지러운 감각에 몸을 움찔 떨었다. 이에 반사적으로 널 안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목이든, 상체든⋯⋯ 얼굴이 아닌 곳에 입술을 내리누르는 행위는 일종의 신호나 다름없다고. 시작은 내가 했지만, 받아준 건 너야. 그렇게 생각하며 지긋이 눈을 감으면, 테이블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던 겨우살이 장식이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가지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는 너로서는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조원필:(아.. 꼭. 분위기 좋을 때 뭐가 훼방을 놓더라. 시선 내려 겨우살이를 노려본다. 너 임마. 가만히 좀 있으라니까.) 나 저것 좀 주워도 괜찮냐? (찝찝하니 이걸 활용해서 뭔갈 쓰고 싶지도 않고. 마력을 빌려가면서 까지 내 소원을 이루고 싶지도 않고.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넌 이거 어떻게 하고 싶냐? 뭐 어디 쓰고 싶다거나. 장식하고 싶다거나. 팔아버리고 싶다거나. 그런거.
 
연나기:⋯⋯ ⋯⋯ (모종의 이유로 이 쪽도 떨어진 겨우살이가 신경 쓰이긴 매한가지. 발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나기가 황금 가지로 직접 만든 겨우살이 장식입니다.
 
붉은 리본과 나무 열매로 조금 더 돋보이게 제작했습니다.
 
원필이 가지를 주우러 테이블로 향하면, 나기가 자연스레 원필을 따라갑니다.
 
뒤에서 원필을 끌어 안은 나기가 장식을 든 손을 위로 올린 뒤, 느릿히 목소리를 냅니다.
 
연나기:글쎄다⋯⋯. 예쁘니까 장식해보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지금 와서는⋯⋯ (고민하다) 쓸 수 있다면 소원을 빌고 싶네. 가령,
아까는 널 위한 소원을 빌었으니까, 이젠 날 위한 소원 하나 정도?
 
조원필:널 위한 소원이면..
뭐 어떤거?
작품이 대박나게 해주세요. 같은건가?
 
연나기:(고개를 저었다.) 그건 빌기만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잖아.
바보야.
(흠, 아무튼.) 너, 오늘⋯⋯ 집 가지 말고,
옆에 있어주면 안 돼⋯⋯? (하루, 이틀⋯⋯ 출국 준비를 해야 하는 네겐 다소 이기적인 부탁이란 걸 앎에도 꺼내보는 말이다.) 어차피 이제 2년동안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거잖아.
(어쩌면 출국일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만, 굳이 다른 가능성은 입 밖으로 내지 않기로 한다.)
 
조원필:그러려고 했어. 이런 날에 너 혼자 냅두기도 싫고. 나도 외롭게 집으로 돌아가긴 싫으니까. ..이틀 동안 꼭 붙어있자고. (짐도 얼추 싸뒀고.)
..널 위한 소원은 내가 빌었으니까. 저건 쓰지말까, 생각했지.
설화라고 해도.. 좀 찝찝하잖아. (피 어쩌고 이야기도 있고... 여튼 찝찝해.)
 
연나기:(안은 팔에 힘을 들인 채 네 등에 얼굴을 묻는다.) 좋네⋯⋯. 좋다, 응.
 
겨우살이 아래잖아요.
 
서로에게서 떨어지는 건 너무 춥고 외로워질 것만 같은 밤입니다.
 
함께 한 잔 더 기울이고, 벽난로의 온기가 닿는 곳에서⋯⋯.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떨까요?
 
✷ 나기, 매혹 판정 ✷
 
연나기:
매혹
기준치: 25/12/5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
 
아무튼 나기는 적어도 오늘 밤, 원필과 떨어질 생각이 없습니다.
 
아주 조금이라도요. 품에서 놓아주고 싶지 않고, 자신 없이는 아무데도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거야 물론⋯⋯ 너무 추우니까요.
 
손은 얼음장처럼 찬 것만 같고 (그럴 리 없지만요), 벽난로 속 장작 타는 소리가 아늑하잖아요.
 
함께 한 잔 정도 더 하면 어떻겠어요? 원필.
 
──── Dessert ────후식
 
원필을 안은 나기가 뒤뚱거리며 다시 거실로 나갑니다.
 
조원필:큽.. 꼭 이러고 가야해?
 
연나기:응. 이렇게 다니니까 편하네.
들어줄까? (팔에 힘을 준 채로 이내 널 들어올리기에 이른다.)
 
조원필:얌마!
 
연나기:
근력
기준치: 68/34/13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조원필:갈비뼈 아파..
..............(침울)
 
연나기:왜 안 되지?
너 살 쪘냐?
 
조원필:..
벌크업?
 
연나기:⋯⋯ (더듬더듬⋯⋯.)
 
조원필:가슴도 만져봐.
 
연나기:(은근하게 손 올려서 만지작거린다. 주무르진 않았고.) 오⋯⋯ 잘 모르겠는데 키운 거 맞지?
 
조원필:잘 모르겠다고? 좀 더 주물거려보라니까. (네 손 위에 겹쳐서 꾹 잡아누른다.)
좀 쿠션감이 있지않아?
 
연나기:(손바닥 쫘악 편 채로) ⋯⋯ 왜 자꾸 유혹하는데.
(무릎을 굽혀 네 오금을 친다.) 너 미국 가서도 이래라, 응?
하⋯⋯ 오픈 마인드 되어선 오겠네, 또.
 
조원필:화풀이하기는..
 
연나기:화 안 냈다.
 
조원필:내가 이사람 저사람 만날까봐 질투나냐?
 
연나기:안 하거든?! 질투는 무슨⋯⋯. (질투인가, 이거?)
 
문득, 서재에서 덜컥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나기:무슨 소리 났는데.
 
조원필:뭐야.
누가 들어온거아냐?
 
연나기:(기웃거린다.) 현관에서 난 소린 아닌데?
 
조원필:(소리 난 서재로 성큼성큼 간다.)
 
연나기:(너 안은 채로 뒤뚱거리며 서재로 향한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까지.)
 
황급히 안으로 들어가면 아무도 없습니다만⋯⋯
 
조원필:야야! 넌 무슨.. 떨어질 생각을 안하냐.
 
연나기:어쩌라고. (무시한다.)
 
창문을 통해 누군가 들어오려고 했던 건지 창가의 눈이 전부 쓸려 있습니다.
 
연나기:아! 내 곰돌이 눈사람 어디 갔어.
떨어진 건가⋯⋯?
 
조원필:이상하다. 창문도 다 잠궜는데.
또 없어진 거 있나 찾아봐.
 
창문을 잠근 덕에, 다행히도 잃어버린 물건은 창가 밖의 곰돌이 눈사람 말고는 없었습니다.
 
현관의 차임벨이 울립니다.
 
문을 열자 남색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 잃어버린 겨우살이를 돌려받고자 왔습니다.
 
조원필:(아니 황당하네.)
 
연나기:⋯⋯? (원필의 뒤에서 빼꼼, 고개만 내밀어 그들을 본다.)
 
조원필:저희 집에 겨우살이가 많아서 그러는데..
정확히 어떤 겨우살이죠?
겨우살이에 니꺼 내꺼가 있나 싶긴하다만..
 
 
???: (손가락을 천천히 들어올려 원필을 지나 허공을 가리킨다.) 그건⋯⋯.
 
──── Ed 1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그들이 그렇게 말하자 불현듯 문가의 겨우살이 가지가 빛을 내더니 사라집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남색 로브의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다 여러분에게 인사를 합니다.
 
 
???: 돌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기를.
 
조원필:(아니 가져가라고 한 적도 없는데!?????????? 억울하네.)
그래요. 네..
좋은 밤 되세요.
 
연나기:(어리둥절⋯⋯.)
 
무슨 일이었는진 모르겠지만, 그들은 스스로 문을 닫아버립니다.
 
다시 열면, 아무도 없습니다.
 
⋯⋯?
 
연나기:뭔 일이었냐, 방금?
 
조원필:허, 진짜 그 설화가.. 있는건가봐.
몰라, 뭔가 번쩍하더니 순식간이었거든.
잘 된 거겠지. (네 어깨 끌어안는다.)
침대로 갈까?
 
연나기:⋯⋯ 변태.
 
여러분의 뒤, 축음기에서 캐럴이 울려 퍼집니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뭐, 상관 있겠어요. 지금은 서로가 함께 한다는 게 중요하죠.
 
밤은 무척 길고, 또 길고...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황금 가지는 네미 숲의 신성한 나무로 되돌아갔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기나긴 밤의 성호 효과는 11일 간 지속됩니다.
 
보상: 이성 1d6 / 메리 크리스마스 / 기나긴 밤의 성호
 
조원필:
rolling 1d6
(
5
6
)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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