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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선생님:자율 학습 시간에 딴짓하지 말고. 선생님 자리에서는 다 보여!
어느덧 일주일 뒤로 훌쩍 다가온 2학기 시험을 대비해,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숙여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연나기:(마찬가지로 바른 자세로 공부한다. 스케치야 작업실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고.) 음...
엄포를 놓으신 지 3분 만에 꾸벅꾸벅 졸고 계시지만요.
꺼내둔 교과서는 수업이 없으니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연나기:(선생님... 선생님이 그러시면 딴짓하지 않는 애들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요. 흐린 눈으로 쳐다본다.)
밋밋한 교복 소매 끄트머리에 달린 단추가 흰 형광등 빛을 반사합니다.
연나기는 시일 고등학교 A학년 B반 학생입니다.
이 교실에는 차분하게 머리카락을 넘기며 수학 문제집을 풀어내는 반장도,
엎드려서 부족한 잠을 충전하는 옆자리 친구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팔 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연나기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연나기:(그리고... 나 역시도 그런 일이 일어날 거란 기대조차 품지 않는다. 비현실적이잖아.)
문득, 교과서 사이에 끼워둔 학습지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연나기:(떨어진 학습지 주우려 고개를 숙였다.)
(잠깐! 이전 수업이 체육이었으므로 전부 체육복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연나기:... (그냥 평소에 보던 풍경의 시야를 내린 것 뿐이네. 그래서 뭐?)
대여섯 개의 푸르스름한 빛들이 간간이 점멸하며
연나기:저게 뭐... (넋이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돌린다.)
닫힌 연나기의 사물함 틈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나기:
교육
기준치: |
50/25/10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연나기:(사물함에 반딧불이...? 아니, 애초에 지금 10월이잖아.)
(교과서, 체육복, 실습 준비물, 미술도구, 간혹가다 간식거리. 다른 애들이랑 똑같지 뭐.)
(아니, 그것보다.. 흘긋, 꾸벅꾸벅 졸고 있는 선생님을 확인한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새카만 구멍만이 사물함 안에 존재합니다.
블랙홀처럼 회오리치는 그것은 차츰차츰 주변을 검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빛이 깜빡이고 있습니다.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문학 선생님:연나기! 소지품 떨어졌으면 얼른 줍고 얌전히 자습해라!
어느덧 일어난 문학 선생님이 입가의 침을 벅 눌러 닦고 꾸중합니다.
연나기:아, 네. (뭐지? 선생님 눈에는 안 보이나?)
나기를 제외한 주변 그 누구도 이 상황을 눈 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사물함의 구멍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연나기뿐입니다.
연나기:(그렇다면 한 번 더... 옆 자리의 친구를 부른다.) 야.
친구:왜... (자다깬건지 비몽사몽한 눈으로 쳐다본다.)
연나기:(멀뚱... 뒷자리 보라는 듯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비슷한 위치에 퍼질러 자고 있는 애가 있기야 하지만 그것보단 빛이 먼저 아닐까?)
...사물함 열려있잖아.
빨리 닫고 와.. 난 저 문학한테 꾸중 듣기 싫다~..얌전히 잘래.
연나기:맞는데... (똥 마려운 고양이마냥 뒤와 너를 번갈아 보길 반복한다.)
연나기:(아무래도 나한테만 보이는 게 맞는 것 같다. 왜지?) 아무것도 아니야, 자.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나치게 환상적입니다.
형광등 빛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교실 곳곳에
푸른 녹음의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사물함 내부의 구멍에서는 고요한 바람이 먼지부터 집어삼키며,
연나기:(안 되겠다, 신경 쓰여. 벌떡 일어난다.)
연나기: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 사물함은 부서진 사물함 대신 새로 교체된 것입니다
그 시기가 뒷산의 신목을 베어낸 시기와 기묘하게 일치하지 않나요?
연나기:(신목을 목재로 쓴 사물함... 인가. 그 영향인가? 이것도 판타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나기는 사물함 문을 닫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나기의 이름을 외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벌어지는 일은 온전히 연나기,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잡아당기는 감각이 들이닥치고,
어디서 울리는 것인지 모를 방울 소리만이 메아리칩니다.
미호:이 , 일어나아 , 이런 곳에서 자면 곤란해
어둠 속에서 사흘간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것처럼
연나기:... ...? ....... ...... ....
시끌벅적한 행인들의 목소리가 머나먼 곳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집니다.
죽었다면 이 고약한 냄새의 출처는 어디인가요?
연나기:(킁킁, 냄새 맡는다.) 으... 냄새.
그리고 연나기는 왜 눈을 떴음에도 아무것도 볼 수 없죠?
연나기:(예민한 구석이 있는 부유한 집안의 도련님이라 급작스러운 변화에 인상 한껏 찌푸린 채다.) 뭐야? 아무것도 안 보여...
연나기:(손 뻗어 제 앞 더듬거리기만 한다.)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자신이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연나기:아! 진짜... (짜증스레 쓰레기통 벗어 집어던진다.)
쓰레기통을 걷어낸 연나기는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연나기가 누워있던 곳은 보기 드물 정도로 거대한 나무 아래입니다.
금색 새끼줄이 이리저리 드리운 게, 신성해 보이네요.
연나기의 주변에는 교실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연나기:... 신목? 이 정도로 거대하진 않았던 것 같... (이리저리 둘러본다.)
연나기의 사물함에 있던 소지품, 빗자루와 대걸레….
그리고 나기는 두 발로 선 붉은 여우와 마주칩니다.
마치 사람처럼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마주한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그런 연나기를 관찰하던 여우는 대뜸 길고 높게 비명을 지릅니다.
미호:서, 서, 설마…. 인간이다!!!!!!!!!
연나기:으악!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난다.)
나기를 깨운 목소리의 주인은 이 여우였습니다.
여우의 소리에 반응한 무언가가 재빠르게 하나둘씩 나무 주위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연나기:(버르장머리 없게 삿대질하며) 너, 너 뭐야?!
세찬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착지하는 것들은 정체 모를 벌레
도깨비불, 목이 비틀린 남자, 뿔이 달린 여자,
여러 동물이 조합된 고양이, 두 발로 걷는 쥐….
하나같이 전부 인간이 아닐뿐더러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연나기:힉, 자... 잠깐! (몸 한껏 움츠리며 뒤로 물러난다.)
털을 빳빳하게 세우고 제자리에 서 길길이 날뜁니다.
연나기:(두 손 모아 한껏 긴장한 채로 그나마 '귀여운' 여우 본다.)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마치, 다 함께 어떤 소속감을 나타내는 것처럼요.
요괴들은 마치, 길을 잃고 집안에 들어온 야생 동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연나기:(잔뜩 쫄아 있지만 성질내는 말에 맞받아칠 객기는 남아 있는지라. 잔뜩 인상 찌푸린 채로 노려보기만 한다. 그 이상은... 못 해.)
요괴 2:미호, 왜 발견하자마자 바로 말하지 않았어?
요괴 2:이상한 옷을 입고 있네. 문을 열고 온 건가?
연나기:(갑작스럽지만, 순식간에 차분해진다.) .... 이거 꿈이지.
미호:규칙을 지켜!! 요괴 5대 철칙을 잊은 거 아니지?
연나기:그렇지 않고서야 너희가 요괴인데 한글을 쓸 리 없잖아.
그러니까 ‘인간’에게 우호적으로 대하는 요괴도 있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흐름은 차츰차츰 악의적으로 변합니다.
얌전히 있어!
요괴 1:하지만, 우리끼리고 아무도 모를 거야.
요괴 3:그럼 넌 빠져. 우리끼리 잡아 먹어버리자.
연나기:(뭐라는 거야...? 어째 불길한 기분이...)
토의가 끝났는지 이빨이 유독 많은 늑대 요괴 하나가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연나기를 향해 돌아섭니다.
털이 복슬복슬한 발끝에 삐져나온 발톱이 날카롭습니다.
컴컴한 배경을 등지고 나기를 바라보는 노란 눈은
요괴 3:간만에 인간이라 반가웠지만, 미안하게 됐어.
감사히 먹도록 하겠다.
이토록 낯선 곳에서 요괴들의 간식거리가 될 운명이었다니,
연나기:(이,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야, 여우!!! 네가 좀 말려 봐!!!
어쩐지 안타까운 독백이 들리는 것 같던 그때,
일순 연나기를 둘러싼 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머리카락이나 옷깃이 무척이나 느리게 흔들려서,
마치 억지로 녹화된 테이프를 잡아 늘인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연나기는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졌는지
연나기:(서서히... 눈꺼풀 들어올린다.) ... ...?
기묘하게도 당신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존재.
그것은 요괴와 탐사자 사이를 가로막고 요괴들에게 시선을 던집니다.
문을 넘어온 손님은 건드리지 않기로 선생님과 약속했잖아.
연나기:(생존, 생존 본능이다! 본능은 자연스레 저를 보호해줄 대상을 찾기 마련이라 빠르게 네 뒤로 숨어 옷자락 붙잡는다. 그리고... 그 뒤에서 요괴들을 노려본다.)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 내려왔어.
그러자 다른 요괴들은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더니….
라고 말하며, 처음 등장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연나기:너, 너도 우리 나라에선 한입거리야!!!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향해 개긴다.)
연나기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상황이 순식간에,
그제야 조원필이라고 불린 요괴가 탐사자를 향해 돌아봅니다.
조원필:많이 놀랬지? 애들이 장난이 좀 심해.
이곳은 인간이 있을 곳이 아니야. 문이 열리는 대로 빨리 돌아가는 게 좋겠네~.
연나기:장난 아닌 것 같은데... (씨익... 씨익...)
연나기:아. (그제야 꽉 쥐었던 옷자락 놓는다. 덕분에 고운 천에 주름이 졌다...)
그래! 문!
난 어디 문을 열고 들어온 게 아냐, 갑자기 교실에서 반딧불이가 날아다녔다고!
조원필:호오,.. 그럼 거기로 들어온 것 같네.
문은 축제가 끝나는 날에 열려.
축제는~.. 내일부터니까. 그때까지 기다려야겠네.
무... 무슨 축젠데.
아니 근데 이거... 진짠가? (의문스러운 표정 하곤 네 뿔로 손 뻗는다.)
조원필:몇백 년 전 요괴들 사이에서 거대한 전쟁이 있었는데, 그때 수많은 요괴들이 목숨을 잃었거든.
이계가 휘청거리기도 했고..
우리 영월호에서는 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졸업 시험이 끝나면 마을을 빌려 즐거운 축제를 여는거야.
각지 요괴들이 모두 모일정도로 엄~청 큰 행사다 이거지.
가짜겠어? (고개 숙여주더니 눈 마주치고 웃는다.)
연나기:어, 뭐... 그러니까 거북선 축제 같은 거지? (어색하게 웃으며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해본다. 자각몽이라면 꽤나 생생한 꿈을 꾸고 있는 거니까 빠져들면 그만이고, 그게 아니라면... 어찌됐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 빠르게 적응해야 할 것이었다.)
(조심스럽게 뿔 어루만진다. 시선 피하며) 사슴... 같네.
조원필:어엉..? 뭐..그런건가보다. (못알아듣겠지만.. 대충 끄덕인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연나기의 시야가 넓어집니다.
연나기:사슴이 아닌가? (꼬리 확인하려 네 뒤쪽 살피려 한다.)
너도 신기한가봐. 그래.., 실컷 구경해.
(꼬리까지 휘적거려주며 나기 빤히 쳐다본다. 음.., 얘를 그러면 우리집에서 재워야하나?)
연나기:우... 우어? (바보 같은 소리 내며 놀란다.)
와, 씨... 신기하네.
어느 한 나라의 것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건물에는 조원필과 같은 옷을 입은 요괴 몇몇 이 드나듭니다.
난 이 곳 학생이고?
연나기:한국 학교랑은 좀 다른가... (중얼거린다.)
연나기:그럼 너도 열 여덟이야? (나이가 중요한 한국 사람이었다.)
그럴리가.
조원필:영월호는 500~800살 사이의 요괴들을 가르치는 곳인데?
너 되게 어리구나?
연나기:뭐!?!?!??!!!? (소리치며 놀란다. 모든 요괴가 이 쪽을 쳐다볼 수도...)
거거거, 거짓말. 사람이 어떻게 500살...! (아니지, 요괴구나.)
(뚝딱거리기 시작한다...) 그, 그럼 존댓말 해? 야 되나... 요?
편하게 반말해. 그게 편하잖아.
나이가 뭐 대수야.
연나기:그래. (이마저도 어색하지만 아무튼 냉큼 짚는다.)
조원필:영월호 학생들과 달리 축제에 오는 요괴 중에는 난폭한 녀석들이 많거든.
그 녀석들한테 인간인 게 들키면 곤란하니까, 너는 당분간 쓰레기통 요괴 흉내를 내는 건 어떨까?
연나기:...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아까 그 늑대처럼?
... ...
아니, 잠깐만.
왜 하필 쓰레기통이야?!
조원필:애착 물건인줄 알았어(^ _______^)
연나기:차라리 나도... 음. (잠시 생각하는 듯 침묵이 이어진다.)
연나기:너처럼 뿔 달래. 차라리 그게 낫...
너네 집?
그럼 여기서 잘래?
연나기:... (주변을 둘러본다. 요괴가 가득하다.) 아니.
일어났는데 팔이 하나 없으면 곤란하잖아?
날 잡아먹으려고 이런 수를 쓰는 거라면...
난 안그래.
안믿는거야?
버리고 가지 뭐.
연나기:아까부터 5대 철칙이니, 뭐니 하는데 그게 도대체 뭐야?
아아아아, 싫어! (네 팔 잡는다.)
책에 쓰여있거든.
땡깡은..
조원필이 향하는 곳은 민가가 아닌 으슥하고 외진 뒷산입니다.
벌레나 올빼미가 우는 소리만 음산하게 울려 퍼집니다.
연나기:... 진짜 안 잡아먹는 거 확실해? (-라고 하지만 발만은 착실하게 네 뒤를 따르고 있다.)
맛있는 거 두고 왜 널 잡아먹겠어.
그럼 문이라도 잠그고 자.
(ㅡ"ㅡ)
연나기:우리 나라에서도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을 쓴다고. 하물며 여긴 너네 세계인데... 당연히 더 조심해야 하는 거 아냐? (삐죽...)
연나기:뭣...! (이렇게 직접적으로 저격당하는 건 거의 처음이라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졌다. 당연하지, 거기선 아무도 나한테 이렇게 말 못 했어.)
아, 아니거든!
조원필:여기 길이 좀 험해. 앞 잘보고! 조심히 따라오라고.
조원필은 개의치 않고 그곳을 가로질러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종종 날아오르는 반딧불이 빛만이 앞길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연나기:헉, 흐억... 헉.... (힘들다.)
민첩
기준치: |
63/31/12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연나기는 한층 더 빠르게 조원필을 쫓아 올라갑니다.
연나기:(땀 뻘뻘 흘리며 속도를 낸다. 그도 그럴 게 입고 있는 건 동복인데 여긴 좀 더워서...)
간격이 멀어지면 종종 조원필이 멈춰서 나기를 기다려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끄러지는 나기의 손을 잡아줄 때도 있습니다.
체력 좋네. 다들 뻗어버리던데.
연나기:... 당연하지! (있는 건 오기와 자존심 뿐인 한국인, 그 중에서도 엘리트라 지는 건 절대 못 참거든. 얕잡아 보이는 건 절대 싫으니까.)
조원필이 연나기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면부지의 남을, 그것도 인간을 도와준다는 게
우연히라도 나기가 비 맞은 도마뱀을 구해 준 적이 있었던 걸까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조원필을 따라 올라갑니다.
가파른 산지가 밟기 좋을 정도로 평평해질 무렵,
머뭇거리던 조원필은 연나기를 향해 돌아봅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기가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몸을 옆으 로 비켜줍니다.
단지 몇 마리에 불과했지 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연나기:반딧불이잖아. 여긴 처음 와 보는데...
지금 나기 앞에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백,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새까만 도화지 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물감 방울처럼 반딧불이 빛은 번져나갑니다.
연나기:와... (펼쳐진 진풍경에 경탄한다. 잠시 넋을 잃은 것 같다.)
어두운 밤하늘, 별처럼 푸른 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모든 것들이 조화롭고, 넋이 나갈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연나기:
심리학
기준치: |
50/25/10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애써 숨기는 것 같지만, 조원필은 어딘가 섭섭해 보입니다.
조원필:아무것도 아냐. 그냥..., 물어봤어.
연나기:기분 별로야? (갑자기...?) 난 요괴가 아니니까 이런 거 처음 보는 게 당연하잖아.
다음에 또 데려와 주던가, 그럼. (이게 아닌가?)
얼른 타봐. 더 근사할 걸?
연나기:(흘긋, 눈치보며 조심스레 조각배에 한쪽 발을 올려놓는다. 흔들흔들...)
아, 잠시만. 나 이런 거 처음 타보는데.
연나기:자, 잡아줘 봐. (끙... 가오 떨어지는 소리가 인계까지 들린다.)
연나기:(내민 손은 주저없이 꽈악 잡는다. 무게 지탱하려는 목적이 더 강해 보인다, 아직까지는.) ...고맙다?
(-아무튼, 무사히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호수의 잔잔한 수면을 헤치며 두 사람을 태운 조각배는 앞을 나아갑니다.
일그러졌다 수복하기를 반복하는 수면 위로 조각배와
반딧불이는 주변을 배회하며 조각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줍니다.
연나기:(긴장은 아까에 비해 현저히 풀린 것 같다.) 뭔가... 힐링하는 느낌이네.
조원필:이계에서 반딧불이는 운명과 길조의 상징이야.
춘하추동을 가리지 않고 인연이 맺어지는 곳에는 반딧불이가 함께한다는 전설이 있거든.
연나기:그치만 반딧불이는 여름에만 빛나지 않아? 어떻게 춘추동을 안 가려.
반딧불이는 어두운 밤 길잡이가 되어 여행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며,
저승으로 향하는 망자가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하고,
연인은 반딧불이가 가득한 숲속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그런거지.
연나기:오... (인상 깊게 듣는다. 허무맹랑한 전설은 물론 도시괴담과 같은 상상을 자극하는 소재 역시 좋아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그럼 지금 얘네는 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거네.
조원필:그래서 이계 사람들은 이때 함께한 반딧불이가 잃어버린 연인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믿어.
연나기:(엄지와 검지로 제 턱 문질거리며 실없는 농담이나 던진다.) 나에게도 설마 잃어버린 연인이...?
... ...
비웃지 마라.
지면 한가득 활짝 핀 달맞이꽃이 시선을 끕니다.
새하얗게, 혹은 노랗게 핀 꽃밭은 간간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조원필은 익숙하게 꽃을 피해 밭 너머의 오두막집으로 향합니다.
문득 조원필은 나기가 있는 쪽으로 돌아봅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조원필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하늘거리고,
연나기:넌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해 줘? 인간을 좋아하는 요괴라서?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까 그 녀석들이 이상한거야.
내가 신목을 지키는 요괴라서 인간을 종종 보거든.
분명 아까 호수에는 달도 별도 비치지 않았죠.
문득 든 생각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곳에는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달맞이꽃밭 위 오두막이라니, 꼭 동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나무로 지어진 집은 아주 오래된 전통 가옥 같기도 합니다.
숙식 해결이 가능한 주방 겸 거실이 전부입니다.
연나기:좋긴 한데... 오래 살면 외롭겠는데.
조원필:....그렇지도 않아. 이젠 익숙하거든.
배고프지?
연나기:... (제 배에 손 얹는다. 그러고 보니 점심시간 직전에 넘어와서는... 아직 한 끼도 안 먹었다. 고개 끄덕인다.)
먹을 것을 준비해주겠다고 말하며 잠시 주방(으로 추정되는 곳) 으로 갑니다.
구경할래.
조원필:아니. 아까 요괴 철칙들이 궁금하다며?
연나기:너한텐 별 거여도 나한텐 신기하다니까. (어깨 너머로 준비하는 양 부담스럽게시리 쳐다본다. 그 외 옆에서 계속 알짱거리는 등 잔뜩 귀찮게 하는 중이다...)
조원필:(익숙하게 도마뱀을 꼬챙이에 찔러넣는다.)
선생님은 이게 제일 먹을만하다고 하셨거든.
개구리는?
... 너, 넌 이무기 아니냐?
소도 잡아먹고..
(화로에 불 붙이더니 꼬챙이에 꽂은 도마뱀,.. 개구리.. 잠자리.. 등 굽기 시작한다.)
연나기:생으론 안 먹고 손질된 걸 먹지... (아, 이거 실례인가. 실언했다는 듯 제 한 손으로 제 입 가린다.)
조원필:구우면 좀 낫다고 하던데. 너도 한번 먹어봐.
못 먹을 정도는 아닐거야.
연나기:(아... 저거 먹어야 하나. 비위가 썩 좋진 않은데. 창백해진 얼굴로 꼬챙이에 꽂은 도마뱀 받아든다.)
연나기:(으윽, 그래. 여기 며칠이나 더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눈 딱 감고... 먹어보자.) 이 정도면 됐어...
암. (먹고, 씹기 시작한다.)
연나기:(우물우물... 어째 닭이랑 비슷한 맛이 나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괜찮네...?
내일부터 축제니까 네가 먹을만한 것들이 더 많을거야.
오늘은...미안하지만 이걸로 배 채우자.
(우물우물우물... 생각보다 입에 잘 맞았던 모양이다.)
소금 같은 것도 있어.
연나기:왜, 왜 자꾸 웃는데... 비웃지 말라고.
조원필:비웃는게 아니라.., 그냥 나도 신기해서 보는거야.
조원필:잘 먹길래. 선생님은 처음에 질색 팔색 하셨었거든.
그러고 보니 인간을 만날 일이 나 말고 더 있다고 했지, 그 선생님도 인간이야?
요괴 철칙도 선생님이 세운 철칙이거든.
교과서도 전부 직접 집필하시면서 앞장에 붙여뒀어. 반드시 새겨두라면서.
말 나온 김에, 볼래?
연나기:응, 볼래. 근데 그 선생님이라는 사람, 대단한 사람이었나 보네...?
요괴들이 인간의 말을 따를 정도면.
조원필은 <이계 탐험록>이라는 두툼한 책을 꺼내옵니다.
조원필:대단하신 분이었어. 그 전쟁통에.. 고아 요괴들에게 부모같은 존재가 되어주셨으니까.
그래서 믿고 따를 수 밖에 없었던거야.
자, 봐봐. 첫장은..
연나기:'옳은 요괴가 되기 위한 수칙 5가지.' (따라 읽는다.)
연나기는 문득 연나기를 먹으려 한 요괴들을 생각해냅니다.
철칙치곤 너무 쉽게 무시하려 했는데 말이지요….
연나기:근데 철칙이라는 것 치곤 지키는 요괴가... 몇 없는 것 같던데.
그래서 널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는 거야.
연나기:여기 적힌 정해진 때라는 게 지금인 거고?
... 나, 귀한 손님이구나? (어째 원필을 흘겨본다.)
나기는 저자가 한 번 쓰러졌던 영월호를 재건 하고,
가르침에 힘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원필:왜 그렇게 봐? 귀하게.. 안 모시고 있는 것 같아?
연나기:어, 어? 아니. (...더 귀하게 대해 달라고 농담이나 하려 했더니만. 못된 생각 쏙 들어갔다.)
연나기: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로, 100년에 딱 두 번 문을 연다>
라는 문장에 수정된 흔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연나기:여긴 네가 수정한 거야? (문장 가리키며 묻는다.)
어떤 기록은 모국어 판정 성공 시 읽을 수 있습니다.
연나기:
한국어 Roll
기준치: |
80/40/16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자세히 읽어본다.)
어라, 그러고 보니 앞선 글은 탐사자의 모국어가 아님에도
연나기:(흠... 그러니까, 얘는 그 선생님이란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요괴라는 거지. 또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너 보기에 이른다.)
연나기:근데 난 왜 너네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거지?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조원필:음.. 내가 서툴게 말하면 알아듣더라고.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이런 소재의 만화책을 종종 봤기 때문일까요?
연나기:우리 나라에 이런 소재로 된 만화나 소설이라던가, 유명한 게 몇 개 있거든. 그래서 그렇게 느껴지나 봐.
우리에 대한 소재도 있는건가?
그 사람들도 그냥 평범한 인간이니까 너네라고 콕 찝어 말하긴 어렵겠지만...
비슷한 게 있긴 하지. 평범한 여자애랑 개 요괴랑 이렇게 저렇게... 뭐 그런 내용.
조원필:아아,... 사랑에 빠지는 그런 내용?
연나기:어, 뭐. 그것도 내용의 일부긴 하지... (어색.)
넌... 인간 자주 봤다며. 사랑해 본 적 없어?
연인간의 사랑은 느껴본적 없던 것 같네. 확실히..
요괴와도 사랑은 썩.. 오래 못갔어. 한 30년 사겼었나.
연나기:⋯⋯ 내가 지금 18살인데. 엄청 오래 사귀었네⋯?
아닌가? 너네 나이 기준으론 적은 거구나.
연나기:난⋯ 아직. 1년도 안 사귀어봤다고 하면 또 웃을 거지.
(ㅡ"ㅡ)
사귄 거 맞아?
연나기:(흥.) 근데 한 명이 너무 오래 살면 남겨지는 쪽이 힘들 것 같아.
조원필:그래서 인간과 요괴의 사랑은 불가능하다?
연나기:같이 나이드는 것도 아니고, 한 쪽이 늙어가는 걸 지켜봐야 되는 거잖아.
⋯⋯ 개 키웠던 삼촌도, 떠나보내고 엄청 힘들어하던데. (물론, 그런 류의 사랑이 아닐 뿐더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괜찮아졌지만. 그건 잊은 게 아니라 놓아준 것에 가까웠다. 요괴도 그런 게 가능하다면⋯⋯)
가능할 지도 모르지. 근데 난 인간이라 잘 모르겠어.
조원필:한쪽이 환생할 때까지 쭉.. 기다려야겠네.
인간은 환생을 3번 한다잖아.
거짓말을 하셨나 나한테..
연나기:정해진 그런 게 있나? 난 일단 모르는 얘기야.
그럼 난 이번이 몇 번째 생이려나.
앞으로 3번 더 남은거잖아?
그때마다 반딧불이 보러와.
구경시켜줄게.
연나기:백 년에 한 번 열린다고 했지, 그러고 보니.
진짜 죽고 다시 태어나야만 다시 볼 수 있는 거구나⋯⋯. (어째 기분이 묘해지는데.) 근데 꼭 나한테 문을 열어줄 거란 보장이 없잖아.
조원필:음.. 그럼 내가 신목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나 기다리는 거 잘해.
연나기:100년이나? 너무 길어. 뭘 기다려⋯⋯.
그냥 기다리지 말고 네 삶을 살아.
어차피 환생하면⋯⋯ 기억 못 하잖아. 기다려서 뭐 해.
똑같이 반딧불이 구경시켜주고,
도마뱀 구이도 해주면 되는거 아냐?
기억못해도 괜찮아.
그냥 너구나~.. 하고 생각할게.
인간으로 치면 10년인데⋯⋯. 난 그것도 길다고 생각해서.
요괴는 그렇게 쉽게 안 죽어.
나기가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면 완전히 지쳐버렸을 거예요.
연나기:그냥 변수가 큰 일에 너무 신경 쓰고 있지 말란 뜻이야. 이를 테면 몇 년 뒤에 어디서 만나자고 하는 약속이라던가⋯⋯ 그것만큼 말도 안 되는 게 또 없거든! (검지손가락으로 너 가리킨다.)
게다가 같이 공평하게 기다리는 거면 몰라, 너한테만 너무 불리하잖아.
당장 중요한건..
이불이랑 베개가 하나 밖에 없거든?
이불 너한테 줄게.
조원필:자, 이불 빨리 가지고 가. (이불 꺼내어 방에 깔아준다.)
신경 쓰이니까 그냥 같이 자던가 해!
연나기:내가 감기 쉽게 걸리는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넌.. 음.
좀 손이 많이 가.
아, 됐고. 같이 덮어 그냥.
연나기:객이 주인 이불 뺏는 거 봤냐고. 베개는 그럼⋯; 음⋯⋯;;;;;
네가 써.
(바닥에 앉고는 베개까지 깔아둔다.)
연나기:⋯⋯. (이게 맞나.) 팔이라도 내 주면 편해?
베개를 내가 가져갔으니까 내가 해 주겠다는 거지.
내 뿔에 찔려봤어?
계속 누르면 쥐날텐데..
(삐죽) 그건 너도 마찬가질걸. 그냥 내가 이불 좀 더 모아서 목 받치면 되잖아.
연나기:아니면 네 꼬리.... (흘긋, 꼬리 쪽으로 시선 준다.)
연나기:두툼하니 베고 자도 괜찮을 것 같... ...응.
옷 구겨지지 않겠어? 그것도 벗어서 저기 걸어두고.
(잔소리..)
연나기:씨이... 알았다고. (열 여덟따리는 구백살이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잔말 않고 겉옷 벗어 걸어둔다.) 갈아입을 거 있어?
조원필:대충.. 이런거라도 입어서 묶어. (걸칠만한 겉옷 내어준다.) 그거 말고는.. 편한 옷이 없거든.
연나기:(받고 제 옷 벗으려다...) 뒤돌아.
(냅다 뒤돌아 눕는다.)
연나기:(안 돌아보나 확인한 후, 네가 준 옷으로 갈아입는다. 목욕 가운 같군.) 킁.
불 끈다?
무서우면 켜둬도 괜찮고.
연나기:무섭기는.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치고 후, 불어 촛불을 끈다. 다만...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네 꼬리를 밟고 만다.)
아; 미안;
꼬리 잘리면 너.. 100년동안 여기서 쭉 사는거야.
연나기:진짜 미안. 아아니;; (꼬리 쓰다듬다가... 눈치보며 이불 사이로 쏙 들어간다.)
부드럽고 푹신 한 이불에서 편안한 잠을 청합니다.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작은 오두막 안에 감돌고,
난 조원필이야.
무척 재밌는 축제라 기대하고 있었거든.
나랑 같이 가면 안전할거야.
연나기:조원필... 되게 친숙한 이름이네. (왜 이름을 몰랐는데도 그렇게 잘 놀 수 있었던 걸까...)
갈래, 데려다 줘.
(네 명치에 손 올리고는 토닥인다.)
연나기:(끙... 애 취급이야.) 네가 안전하다고 했으니까 잘 지켜줘야 된다?!
조원필:환경이 바뀌어서 잘 못자겠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을거야.
잘자, 나기.
연나기:잘 자, 조원필... (원체 늦잠 자는 게 버릇이 되었지만, 오늘만큼은 네가 바라는 대로 빨리 잠에 빠져든다. 늘 그렇듯 잠버릇은 옆에 있는 뭔가를 끌어안는 거다. 다음 날 일어나서야 깨닫겠지만...)
그 사람은 나기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는 나기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라.
조원필은 좁은 오두막 안 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연나기: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조원필의 오른쪽 발목에는 방울이 잔뜩 달린 발찌가 있습니다.
안 그래도 깨우려 했어.
어제 변장을 못해줬는데.. 보자.
연나기:(까치집이 된 머리를 어줍잖게나마 정리한다.) ?
연나기:뭐, 뭐야?! (당황스러워하며 황급히 제 머리 위의 귀를 누른다.) 뭐야 이거?!
조원필:변장이야. 축제인데 인간이다~ 하고 광고할 순 없잖아?
연나기:(짜증스럽다는 듯 바닥을 수어 차례 치는 꼬리⋯⋯) 이거 막 움직여!
갈아입을 옷도 준비해뒀어.
이거 얼른 입고, 호수에서 세수하면 나한테 와.
연나기:아니, 이게 뭐냐고⋯⋯! (어휘를 상실한 듯 비슷한 말만 되뇌던 때 호수로 떠밀린다.) 아, 알았어. 갈아입고, 호수에서 세수⋯⋯.
(어제 원필이 입었던 것과 비슷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호수에 비친 제 모습을 본다. 나르시시즘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신기해서. 귀가 양 옆으로 젖혀졌다가, 바깥 쪽으로 쫑긋거렸다가 제 마음대로 움직인다. 마치 제 감정을 따라가는 것 같았다.) 으아⋯⋯. (잔뜩 붉어진 얼굴하곤 벅벅 세수한다. 이래서는 생각을 숨길 수도 없잖아!)
조원필:나기~. 세수다했어? (짐가지 챙겨들고는 호수에서 세수하는 네게 다가간다. 멀리서 귀를 막..움직여대는 모습을 봤다고는 말 못하겠고.)
연나기:보보, 보지마! (꼬리로 바닥을 쳐대며 제 얼굴 가린다. 귀가 양 옆으로 젖혀졌다.)
어울린다. 그대로 사는건 어때?
절대 싫어!!!!
그러고 보니 이곳, 오두막에서는 변변한 놀잇감도 찾기 어려웠죠.
요괴들 에게 이 축제는 무척이나 특별한 행사인 것 같으니,
조원필: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빨리 가자! 시간 없어.
우리 볼 거 엄~청 많거든.
연나기:(끄응⋯⋯ 애써 감정 갈무리하며) 알았다고!
화창하게 밝은 하늘에는 구름은커녕 태양도 보이지 않고,
달맞이꽃은 활짝 핀 꽃잎을 움츠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반대편 방향의 길을 따라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면,
어제 이계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희미하게 들었던 북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제부터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분명합니다.
조원필은 붉은 실을 한 가닥 꺼내 나기의 손목에 묶어줍니다.
(반대편 실의 끝은 자신의 손목 에 묶고, 매듭짓는다.)
연나기:참 나⋯⋯. 나 길 잘 찾거든? (-라지만 얌전히 묶인다.) 붉은 실은 운명을 상징한다고 하던데.
조원필:그래? 이계에서는.. 착용감이 편해서 어린 요괴들 데리고 다닐 때 자주하거든.
너 잃어버리면 정말 큰일나니까..
내가 데리고 다녀야지, 암.
연나기:그, 그렇기야 하지만⋯⋯ 곧 성인이라고!
근데 이것도 한국 나이라 그렇고, 국제적으로는 열 여덟을 성인이라고 쳐.
믿어줄게.
연나기:아니, 믿어주는 게 아니라 진짜라니까.
연나기:내 얼굴을 봐. (손으로 제 얼굴 가리킨다.)
좀⋯ 그래도 어른스럽지 않아? 애들보단?
(초롱초롱)
모르겠는데.
미호보다 어려보여.
여우랑 인간이랑 어떻게 같냐고!!!
됐어, 갈거야! (제 멋대로 이동한다.)
민가는 축제를 맞이해 다양한 노점상으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인간과 무척 흡사한 점원도, 동물 의 모습을 가진 손님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노점상, 사격장, 식당가, 점집, 간이 낚시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연나기:흠... (점집 가리키며) 요괴들도 점을 믿어?
조원필:안 믿지 않아. 그나저나.. 인계도 점집이 있나봐?
아는 사람이 하는 곳이라, 점괘 자체는 믿을만하지만~....
연나기:그래? 신기하네. (네 옷자락 잡아당긴다.) 저기 가 볼까? 내가 사는 데랑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
조원필:크게 신용하지 않는 편이 좋아. 점괘는 어디까지나 점괘일 뿐이니까.
삿갓을 쓴 사람은 들고 있던 곰방대를 내리칩니다.
연나기:뭐, 뭐가... 요? (원필의 뒤에 숨는다.)
쿠라마:그냥 해보고 싶었단다. 인간이 여긴 어쩐 일이라니?
연나기:(끔뻑. 네게 티나게 소근거린다.) 야...! 안 들킬 거라며...!
드러난 얼굴은 새하얀 머리카락 의 미인입니다.
그래도 소문내진 않으니까, 걱정 마.
연나기:...! (예쁘다. 그렇다는 건... 어렵다는 뜻이렷다.)
도무지 할멈이라고 불릴 만한 외양이 아닌데요?!
................?
점집 안에는 대충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이 쿠라마 할멈은 인간을 잡아먹으려 하진 않으니까.
자자, 점이라도 봐줄까?
쿠라마 할멈에게 운세, 미래 예지, 조원필과의 궁합을 볼 수 있습니다.
연나기:(좀처럼 원필의 옷자락을 놓을 생각을 않는다. 소통도 어째 원필을 통해서만 하려는 것 같다. 어려워서인지, 잔뜩 겁을 먹어선지...) 차례대로 봐 달라고 해 줘.
쿠라마: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곳을 말해주겠니?
할멈. 애 협박하지 말래도.
난 친절하다니까.
연나기:아, 안 그랬어요. 하, 하하. (어색...) 이름은 연나기, 생일은 4월 2일이에요. 태어난 곳은... (머뭇거린다. 인계의 장소를 말해도 알아들으시려나.) 서울인데, 아세요?
쿠라마:서울은 모르겠다만~.. 점괘가 알려주겠지.
쿠라마 할멈은 천칭처럼 보이는 것을 조정합니다.
호오? 제법 운명적인 만남을 겪는 중이구나. 한둘이 아니야!
제법 많은 인연의 실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네…….
나기야, 이곳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하도록 해라.
아예 여기서 사는 건 어떠니?
제법 잘 맞아!
쿠라마 할멈은 그렇게 말하곤 높은 소리로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연나기:아니...! 그럼 우리 아빠는 어떡하고. 애들도 걱정할 거야. (ㅡ"ㅡ)
(근데 방금 해 주신 말, 어디서 들은 것 같단 말이지. 기시감이...) 운명적인 만남이라면 얘를 말하는 거예요? (원필을 삿대질하며)
운명적 만남 맞지 그럼.
애들은 어떤애들?
너 애도 있어?
열 여덟인데 벌써 애를..
쿠라마:뭐 이 곳에 만난 인연들을 말하는거겠지?
미래예지는.. 보자꾸나. 흠? 이런 점괘가 나오다니.
조만간 네 주변에 거대한 이변이 생길 거다.
천만다행으로 나기, 네 목숨에 지장은 없겠지만….
이 몸이야 살 만큼 살아서 괜찮지. 너희들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그, 으... 원필이가(!) 지켜준댔으니까, 괜찮아요! (역시나 어색한 웃음.)
무사히 넌 집 가야지.
연나기:(네게 속삭인다.) 원래 점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거야.
(대충 안 믿을 거란 소리 같다.)
할멈. 궁합은?
쿠라마:후후……. 인연이란 어찌 이토록 기구한지.
바로 곁에 찾는 상대가 있음에도, 찾아야 하는 상대는 아니로구나.
이 점은 못 본 거로 하겠다.
쿠라마 할멈이 즐거운 듯 천칭에 수정 구슬을 올려놓습니다
정말이지, 젊은것들이란 귀엽구나.
자아~ 점을 봤으면 복채를 내야지!
조원필:너.. 그 목에 매는거라도 안가져왔어?
... 방울 달린 목걸이 같은 거?
(꿈 내용이 떠올라 뱉는다. 그것 외에 기억 나는 건 없음에도.)
인계에서 입은 옷 같은거.
안 가져 왔는데...
(주머니 뒤적인다.) 애초에 오늘은 너가 준 옷만 입었으니까... (슬 쿠라마의 눈치를 본다.)
조원필:할멈. 대충 이걸로.. (동전 꺼내어 내민다.)
아쉽구나.
자! 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들 나가봐!
둘 다, 즐거운 축제 기간 보내렴.
네에, 안녕히 계세요!
연나기:바로 곁에 찾는 상대가 있는데 찾아야 하는 상대가 아니라는 게 무슨 소리지?
조원필:식당 갈래? 어제부터 너 못먹었으니까.
글쎄다~...
환생?
조원필:저렇게 두루뭉실하게 말하면 못알아먹겠다니까.
재미로 본 거면서 신경쓰이나보다~?
연나기:(흐~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너 쳐다본다. 아무리 봐도 어제 처음 본 요괴가 맞는데.)
아니, 뭐... 인간도 아니고 꼬리 아홉 개 달린 구미호 요괴가 하는 말인데 당연히 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겠어.
조원필:아까는 막.. 점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거라고 했으면서.
식당이나 가자.
나기에게 자신 있는 메뉴라면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어제부터 먹은 것이 무척 부실해서 배가 고플지도 모르겠어요.
식당가 한 편에는 먹음직스러운 국수를 팔고 있습니다.
육수로 국물을 냈는지 고소한 향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조원필:그럼 자리를 좀 잡아줄래? 국수 주문하고 올게.
연나기:알았어. (침 꿀꺽 삼킨다. 냄새가 맡을만하네, 어제같은 음식-도 나름 괜찮았으나 그래도-은 아닐 거라는 것에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밖이 잘 보이는 곳으로 자릴 잡는다.)
많은 사람이 많이 먹기 대회에 시선이 쏠려 있어 드문드문 빈 자리가 보입니다.
문득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고양이 수염을 가진 요괴 하나가 수염을 움찔거리며
연나기:(덩달아 귀 쫑긋거리며 쳐다본다.) 선생님?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동그란 눈이 점점 더 커집니다.
연나기:(고개 젓는다.) 난 선생님이 아냐. 선생님이 나랑 닮았어?
타타: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타타. 영월호 졸업생이에요.
죄송합니다. 은사님과 닮아서 착각했어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닮으셨거든요!
연나기:영월호 졸업생이면... (조원필도랬는데. 아는 사이려나. 그렇다면 이 어려 보이는 요괴도 800살은 넘었을 거란 얘기군. 급작스럽지만 존댓말로 어투를 바꾼다.)
그 영월호를 지었다던 선생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영월호를 재건하셨죠.
인간이시죠? 분장은 티가 나니까요.
보호해주는 분이 계시나 봐요?
연나기:... ... 조원필 바보가... 뭐가 티가 안 난다는 거야. (역시나 부풀어 오르는 꼬리... 중얼거린다.) 아니에요, 전 이게 편해요. (뒷머리 긁적이며) 요괴들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워서.
지금 잠시 신세지고 있는 사람... 아니, 요괴도 영월호 졸업생이에요.
영월호 동문이니까 알아요!
그 녀석, 몇백 년째 졸업 시험 도 거르고……. 걱정되던 참이었어요.
응? 졸업 한 게 아니었나. 시험은 왜 거르는 거래요?
타타:모르셨나요? 원필이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기왕이면 학교에서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연나기:기다리는 사람이라면 인간인가... 학교랑 관련된? 사랑해본 적은 없다더니.
혹시 누군지 알아요? 들어도 전 모르겠지만요...
무척 좋은 분이셨어요. 인간이셨는데 놀랄 만큼 저희를 잘 이해해주셨는걸요.
전쟁 직후 홀몸으로 어린 요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영월호를 다시 세우셨으니까요.
연나기:아아. (납득하다가...) 영월호가 세워진 건 오래 전 일이잖아요.
보통의 인간은 그때까지 살 수 없는데... (말하면서 눈치본다.)
원필이만큼 선생님을 잘 따르던 학생도 없었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셨어요.
제가 듣기론 사라지기 전에 원필이가 선물을 하나 했다는데…
조원필이 국수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들고 나기 방향으로 오자,
타타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도망갑니다.
조원필은 한참 동안 타타가 사라 진 방향을 바라봅니다.
연나기:(너 빤~ 히 바라본다. 빤히.) 너 선생님 기다려?
조원필:....하. 타타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네..
반은 맞고 반은 아니야.
내가 없으면 신목 관리가 느슨해지니까.
연나기:그치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냐, 라는 소리는 자연스레 삼켜진다. 기다리는 이에게 섭리를 상기시키는 게 맞는 일인지 잘 모르겠어서. 젓가락 집어 국수 한 입 먹는다.)
졸업은 해야지, 그래도. 난 너 졸업생인 줄 알았네.
조원필:..잔소리 하지마. 때가 오면 할거야.
조원필:....몰라. 언젠간 오겠지. (퉁명스레 대꾸하며 국수 따라 먹는다.)
연나기:... 왜 이렇게 퉁명스러워? 내가 못할 말 했나.
조원필:동문들이랑 대화 안 한지 꽤 됐는데..
타타가 너한테 서슴없이 말걸고, 내 이야기를 한 게 싫어서.
거기다 도망갔잖아.
........아, 물론 너한테 짜증난 건 아냐.
처음에는 졸업이 늦어지니까 다들 놀리는 정도였는데, 점점 정도가 심해졌거든.
아예 무시하는 녀석들도 있었고.. 물론, 나는 신경 안써.
연나기:오랜만에 소식 들으니 반가워서 그랬나 보지. 인사도 안 하고 도망친 건 의외지만... (면 빨아들인다. 맛있다!) 참고로 난 무시해서 말한 거 아니다. 그냥 그 편이 여러모로 낫지 않겠나 싶어서. (그게 그건가? 아무튼 아니다.)
그러고 보니... 나한테 '선생님'을 닮았다던데?
조원필:입맛에 맞아? 아니면 네가 가리는 게 없는건가.. (어제부터 잘먹네..)
알겠어. 이번에는 꼭, 할게. 됐지?
선생님을.. 음. (곤란한 표정 짓다가 고개 끄덕인다.)
음...쪼오금. 닮았어.
나보고 선생님인 줄 알고 인사했는데?
너, 내가 선생님 닮아서 잘해주는 거지.
선생님이 더 순하게 생기셨어.
귀한 손님이라니까 그러네.
선생님이 자기 말고도 다른 인간이 온다면, 똑같이 잘해주라고 하셨거든.
당부하신거지.
...왜. 기분이 별로야?
연나기:(구라같은데.. 표정.) 나는 뭐 공격적으로 생겼냐?
조원필:배부르다. 이제 어디가지? (말 돌리기)
연나기:(들고 있던 젓가락 집어던지려다 만다. 애초에 그렇게 난폭한 성정도 아니다.) 결국 그 선생님 때문에 잘해주는 거네, 뭐.
조원필:.....뭐, 선생님이 그렇게 알려주셨으니까. 맞는 말이야.
연나기:(왜 짜증나지? 기분을 방증하듯 귀가 뒤로 젖혀진다.) 흥. 넘어오는 인간들한텐 다 잘해줬겠지. 됐어. 아무데나 가.
조원필:노점상 가볼래? 구경거리가 꽤 있을 것 같은데.
뭐야. 삐졌어?
야아.
(일어난다.) 노점상 어디야?
늘어선 가판대 위에는 군것질거리부터 장난감까지
까마귀 머리를 가진 점원이 나기에게 말합니다.
까마귀 머리를 가진 점원:이봐, 돈이 없다면 네 방울 목걸이로 교환해줄 수도 있어.
연나기:음... (살가죽이라도 된 양 품에 지닌 방울 목걸이를 떠올린다. 이젠 물건의 존재감도 희미해 가지고 다닌다는 것 자체도 까먹은 적이 많지만.) 그거 말고오... (원필을 툭툭 건드린다.) 너 돈 남았어?
이제 돈까지 뜯겠다?
..뭐 사고 싶은데 ㅡ"ㅡ
연나기:... 내가 집 가면 교복으로 갚을게.
아까 인간의 옷은 소장 가치가 있다며?
연나기:아. (또 모두에게 통용되는 건 아니었군.)
뭐 사가게? 풍선 이런거?
연나기:흠... 이 가면은 어때? (한국이었다면 일본 풍이라 불렀을 고양이 가면을 가리킨다.)
음, 보자.
(가면 하나 집어들어 네 얼굴에 대본다.)
영락없는 고양인데?
(씅낸다.) 그냥 축제니까 기분 좀 내보자는 거지.
연나기:... (마음에 드는 눈치다.) 근데 얼굴을 덮는 건 안 돼. 이렇게 비스듬하게, (가면을 머리에서 45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쓴다. 마치 모자처럼.) 쓰는 거야.
(너랑 똑같은 가면 하나 집어들고 알려준대로 비스듬하게 쓴다. 이쯤이면.. 45도 되나?)
어때, 봐줄만해?
(손 뻗어 위치 정돈해 준다.) 고개 좀 숙여봐...
조원필:뭐가 또 있어? (고개 숙여서 얌전히 네 손길 받는다..)
여기 그냥 정착하래도..
너 이 곳 생활 잘 할 것 같은데?
연나기:음, 됐다. (머리카락 눌리지 않게 가면을 옮긴 뒤, 사심 담아 뿔도 조금 만졌지만 절~ 대 고의가 아니다.) 왜 자꾸 정착하래.
조원필:....그냥.. 너도 곧 잘 적응하니까.
거긴 안 외로워?
네 말대로 아빠랑 친구들 때문에 다시 가야하는거야?
연나기:... 가~ 끔 엄마 생각 나긴 하는데 뭐, 괜찮아. 아빠도 있고, 애들도 있고.
아무도 없었으면 조금 고민했을지도 모르겠는데... 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잖아.
내가 아예 사라지면 슬퍼하지 않을까. 나도 엄마처럼 떠나 버리면 안 되잖아... (아빠는 외로운 사람이니까.)
가야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지.
그러니 문이 열릴 동안은.. 나랑 재밌게 놀자.
문득 나기는 목걸이 끝에 달린 방울에 신경이 쏠립니다.
아주 어렸을 적부 터 이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지만,
특별히 예쁘거나 쓸모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을 테지요.
조원필:노점상에 온 김에 간식이라도 사 먹을까?
연나기:(...그런데도 계속 갖고 있었단 말이야. 희한하게도... 난 골동품 모으는 취미는 없는데. 네 말엔 고개 끄덕이는 것으로 화답하고 옆으로 붙는다.) 사람... 아니, 요괴가 점점 더 많아지네. 무르익었다 이건가.
연나기:응. 근데, 방울 목걸이는 왜 팔지 말라고 한 거야?
좀 녹 슬어있잖아. 누가 준 거 아냐?
연나기:아, 음... 그렇게 막 중요한 건 아닌데 어릴 때부터 갖고 있었어. 누가 줬는진 기억 안 나.
때마침 아가미가 달린 노인이 파들거리는 손으로
가판대를 한 번 가리키곤 두 사람에게 손짓합니다.
아가미가 달린 노인:회오리 도롱뇽, 명랑 개구리, 겁나 매운 지네까지 없는 게 없어~
와서 한 입들 잡숴봐~
조원필은 노인 앞 가판대에서 주섬주섬 무언가 집어 담아옵니다.
연나기:... (어제 괴식의 업그레이드 버전?)
……설마 정말 탐사자에게 회오리 도롱뇽을 먹일 생각일까요?
언뜻 보기에도 지구의 생물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크기 자체가 약 3~4배 정도 거대합니다.
연나기:으윽... 난 괜찮은데. 너 먹으려고?
조원필이 나기에게 내민 것은 다행히도 동그란 약과입 니다.
약과..별로냐?
...... 먹을래. (다시금 다가와 붙는다.)
난 또~ 저기 있는 회오리 도롱뇽인 줄 알고. (일단 보기에도 썩....)
궁금하면..
아니아니아니.
어제 잘만 먹어놓고.
연나기:뭐... 뭘 아쉬운 표정이야. 어젠 저 정도는 아니었잖아.
한 입 베어 문다면 약과에서는 달짝지근하고 촉촉한 맛이 납니다.
연나기:맛있다... 축제에서 산 거 싸가고 싶어.
너도 좀 먹어. (네 입가를 향해 약과 하나 내민다.)
나? 나는..(도마뱀 구이가 더 좋지만..)
(일단 내민 것에 한 입 베어문다.)
역시, 이 아저씨 약과가 제일 맛있더라.
연나기:그치. (씨익 웃는다.) 재밌다, 축제.
벌써 지친 거 아니지?
내가 아직 너보다... 몇백 배는 젊거든!
뾰족한 기와 아래 매달린 금붕어 그림의 풍경들이
그 위에 색색의 다양한 금붕어들이 떠다닙니다.
이런 것에 미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손목째로 먹혀버릴지도……
연나기:금붕어가 아니라 피라냐 아냐...? (으윽...)
해볼래 나기?
뭔가 잘할 것 같아서~.
손목이라도 물리면 내가 빼줄게.
연나기:(손... 다친다면 큰일나겠지. 그치만...) 해볼래. 이왕 왔으니까.
민첩
기준치: |
63/31/12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허우..씨.
너 조금만 잘못했으면..
손모가지 잘렸어.
연나기:무, 뭐. 나도 알고 있거든? (부끄러움...)
조원필:한번 더 해봐...(불안.............)
연나기:
민첩
기준치: |
63/31/12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바보야.(;)
성공하면 내가 형이라고 부른다.
조원필:
민첩
기준치: |
65/32/13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
야, 한 번 더해.
조원필:
민첩
기준치: |
65/32/13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엄지손가락만 한 붉은색의 새끼 금붕어를 건져 올립니다.
내가 그물 안 이상하다고 했지?
이게 현실이야.
사회의 쓴 맛이란다.
연나기:으윽... (그래. 약속은 약속이니까.)
... ...
굼떠 동생.
연나기:혀엉... (호칭을 부름과 동시에 꼬리 펑! 터진다.)
어휴..
그렇게 조원필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돌아보면,
미호:와, 와악! 깜짝아! 네 녀석……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조원필:(인간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급하게 미호 주둥이를 틀어막는다.)
어우.. 야.
조용히 해..
미호:두고 봐라! 언젠가는 콱 잡, 잡아먹어 버리겠다!
연나기:... ... (경계하듯 원필의 뒤에 숨어 노려본다.)
연나기:뭐!!!!!!!!!!!!!!!!!!!!!!!!!!!!!!!!!!!!!!!!!!!!!!!!!!
원필!!!!!!! (혼내줘!!)
연나기:조원필!!!!!!!!!!!!!!!!! (혼내줘!!)
미호:이게!!!!!!! 조원필은 나랑 더 친해!
연나기:뭐야?! 아니거든? 난 얘네 집도 갔어.
……그나저나 제법 잘 놀고 있는 것 같네?
인계에도 이런 축제가 있나.
연나기:... 있긴 해? 조금 다르지만. (대답은 곧잘 한다.)
궁금하지도 않아!
넌 궁금하잖아.
연나기:사실 궁금하지? 인간들이 즐기는 축제, 즐기는 음식, 즐기는 공간...
헤헹, 인간은 못 오지!!! 영월호 내부에 있으니까~
넌 여기서 낚시나 해라!
연나기:(졸라 노려보다가... 조원필 본다.) 나 못 가?
조금 있다가.. (미호 눈치본다.)
저저! 여우같은게!
연나기:(으르르르릉.....) 네가 더 바보야.
미호는 털을 바짝 세우며 씩씩거리다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그만 싸워.
둘이 죽이 잘 맞는것같은데?
연나기:넌 왜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안 하냐?
기둥인 줄 알았어.
기둥 이러네;
미호가 가는 신당은..
조원필:이 세계를 창조하신 공간의 주인님께 기도를 드리러 가는거야.
이 세계의 끝은 평평하고, 하늘의 끝에는 둥근 유리 돔이 있거든 이계는.
......미호 그거. 입 조그매서 잡아 먹을 것 같지도 않더만.
연나기:지평설을 믿는다고...? 아, 자꾸 여기가 이계라는 걸 까먹을 뻔 했어.
........
아무튼. 신당 가보고 싶어?
연나기:... 있는 줄도 몰랐으면 그런 생각조차 안 했을 텐데 걔가 먼저 날 도발한 거야. (가고 싶다는 얘기다.)
그래. 교복만 구하면.. 다들 모를테니까.
갈까? 축제는 얼추 본 것 같아서, 기도 드리고 다시 돌아오자.
연나기:그래! (꼬리 살랑이며 네 쪽으로 붙는다.)
조원필:잠깐 빌린 거야. 영월호만 다녀오고 바로 반납해야 해.
저기. 화장실 있으니까 얼른 갈아입고 와.
운
기준치: |
84/42/16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생소한 탐사자의 얼굴에 갸웃거릴 뿐 문제는 없습니다.
쫑긋한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존재가 인간일 리 없으니까요.
영월호 내부는 조금 낡은 옛 시대의 학교를 연상시킵니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오래된 나무가 삐걱거리고,
연나기:아니... 내가 다니는 덴 좀 더 최신식. 여긴 한 몇백년 전의 학교 같네. 다녀본 적은 없지만.
너네 인계도 축제 같은 게 있다고 했지?
기회가 되면..
놀러갈게.
연나기:그 땐 내가 리드해 줘야겠네. 어제와 오늘처럼 어리바리까는 거... 원래 난 그렇지 않다고. 그 땐 네가 더 애 같을 걸.
조원필:하하! 그땐 나 길 잃어버리지 않게 손 꼭 잡아주면 되겠다.
교실마다 나무로 된 의자와 책상이 갖춰져 있습니다.
조원필은 처음으로 학부모를 데려온 것처럼, 들뜬 듯 영월호를 소개합니다.
정신없이 영월호 내부를 구경하던 둘은 별관에 도착합니다.
신당이라고 굵게 쓰인 현판 주변에 붉은 축제 등이 둥실둥실 떠 있습니다.
담홍색 벽과 기둥 위엔 흐릿한 벽화가 새겨져 있고,
오색 끈과 굵은 밧줄로 화려하게 장식된 신당 한가운데
신관으로 보 이는 요괴가 당신을 보며 온화하게 미소짓습니다.
연나기:(어색하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미소로 화답한다. 자연스럽게.)
연나기:(기둥 위 흐릿한 벽화를 살핀다. 수상해 보이진 않겠지?)
거대한 우림, 구름 위 도시, 기계적인 우주,
돔 주변에는 검고 넘실거리는 어둠과 새까만 개들이 배회합니다.
연나기: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3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탐사자의 모국어로 작은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연나기:... (인상 찌푸린다. 원필에게 다가가 묻는다.) 저기 주변에 새겨진 개는 악마 같은 존재인 건가?
조원필:응, 사냥개 같은 존재야. 마주치는 일이.. 없어야지.
죽는다고 봐야지.
난 죽기 싫어.
연나기:
민첩
기준치: |
63/31/12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음.
못도망갈 것 같은데..
연나기:... 그러니까 애초에 만날 일 없게 하라고!
기도 드리러 오셨군요?
연나기:...네! (기도드리는 방법 모르는데. 조원필 붙잡아온다. 하하, 하하.)
(조원필 힐끗 보더니)
이곳에 찾아오는 이들은 석상 앞에서 자유롭게 소원을 빌곤 하죠.
신관은 그렇게 말하곤, 붉은색의 작은 종이를 내밉니다.
소원을 적어 오색 끈에 매달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요.
네가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길 빌자.
연나기:흠... 나도 너한테 뭔가 빌어줄게, 그럼.
조원필:(종이에 소원을 적고는 매달아 건다.)
난 끝!
연나기:보자~... (너 따라하듯 잠시 고민하다) 네가 기다리는 사람을 꼭 만날 수 있게 빌어줄까? 내가 이렇게 착하다. (보란듯이 웃는다.)
그것도 괜찮겠다.
(네 앞에서 턱 괴고 본다.)
연나기:(어째 동양풍 건물에서 기독교 식으로 기도하기에 찔리는 구석이 있었지만, 양식은 자유랬으니까. 눈 감고 두 손 모아 잠시 묵념한다. 하나, 둘, 셋... 짧은 시간 후에 다시금 눈꺼풀 들어올려 기도가 끝났음을 알렸다.) 나도 끝.
소원을 빈 두 사람은 영월호 밖으로 나옵니다.
처음 보는 요괴가 툴툴거리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빠르게 갈아입어서 반납하고 상점가로 돌아갑시다.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주변은 무척 어둡습니다
거리에는 조명이 없어 나기가 걷기 불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연나기:(소곤거린다.) 여긴 근데 조명이 없어?
연나기:야, 잠... 깐! (손 뻗어 네 쪽으로 가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갑자기 나기의 손 목에 묶여 있던 결속의 끈이 풀려버립니다
연나기:아이, 씨... 이거 끊어지면 큰일나는 거 아니야? (잠시 고민하다 네가 사라진 쪽으로 움직이려 한다.)
민첩
기준치: |
63/31/12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연나기:하긴 뭘 해, 빨리 찾아야지! (인계랑 연결된 끈은 걔 하나 뿐이니까... 인파를 헤쳐 나아간다.)
나기가 손이 잡힘과 동시에 축제 거리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켜집니다.
일렁이는 새빨간 빛을 받으며 나기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인파를 헤치고 나기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왔는지,
머리카락은 젖어 있으며, 옷차림은 다소 흐트러져있습니다.
언제 구했는지 길에 있는 것과 같은 붉은 등불을 들고 있습니다
연나기:...이거 끊어졌어. (이젠 비어버린 손목을 가리킨다.)
조원필:.....이런 인파에는 손을 잡고 가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 풀었어.
놀랬지?
연나기:그럼 손을 잡고 풀어야지, 갑자기 푸는 법이 어딨냐?!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많이 놀랐는지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진다.)
조원필, 이 사람만은 지 금 나기를 알고 있잖아요?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있을 곳을 마련해줬으며,
나기가 돌아갈 때까지 보호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명당자리를 알고 있으니까 올라가서 보자.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끈 보다 강하고 따뜻한 손이
연나기:... (온기가 손을 따스하게 감싸자 화답하듯 맞잡는다. 놓치지 않게끔.) 이젠 진짜 잃어버리지 마.
잃어버려도 찾을거고.
무슨 일이 있어도 너 돌아가기 전엔, 지켜준다고 했잖아.
관람 명당으로 향하던 도중 불꽃놀이가 시작됩 니다.
길을 걷던 요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조원필과 연나기 역시 아쉽지만, 길거리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합니다.
연나기:(넋을 놓고 하늘을 쳐다본다.) ...예쁘네.
불꽃 하나가 사라질 무렵 또 다른 불꽃이 올라가고,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붉은 등과 색색의 아름다운 불꽃놀이.
조원필:네가 싫어하는 개구리나.. 그런 것 같은?
음, 모양이 좀 별론가..
연나기:불꽃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생하다는 뜻이야. 긍정적인 의미로.
이계에서는 별 거 아닐지도 모르지만... 인계에서는 무형물을 진짜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거든. 그건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거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려. 뜯어 보면 결국 가짜지만, 멀리서 보면 진짜처럼 보이니까.
여긴... 정말 신비롭네. 뭐 하나도 가공된 게 없어.
조원필:음.., 그치. 어쩌면 인계보다 훨씬, 퇴보되어 있을지 몰라도 난 이 곳이 좋아. 너도 인계에 네 가족, 친구들이 있듯이 나도 여기 내 친구들,... 이 있잖아.
너랑 만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 곳에서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면 좋겠어.
이왕이면 나도 오래도록~.. 기억 해주면 좋고?
늦었지만,.. 이계에 온 걸 환영해. 연나기.
연나기:처음엔 좀 혼란스러웠는데... 덕분에 좋은 경험 했어. (네 쪽으로 고개 기댔다.)
기억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떠나기 전에 선물 하나씩 할까. 나도 내 물건을 주고, 너도 네 걸 주는 거야. 어때? 기억은 금세 마모되지만 손에 잡히는 것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이게 서로를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난.)
조원필:....그래. 서로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인간은 왜이리 따스하고 정을 쉽게 주는건지. 수명도 길지 않아서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 있잖아. 난 네가 오기를 한참 기다리겠지. 그 전에.., 네가 다시 찾아와 줄까?)
분명 이계는 나기에게 무섭고, 낯설지도 모릅니다.
요괴들의 이빨이나 발톱을 보면 언제 잡아먹힐지 몰라 두려울 수 있겠죠.
하지만 나기가 우연히라도 이곳에 왔기 때문에,
생애 동안 잊지 못할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조원필 역시 넋을 잃고 불꽃놀이를 보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광경에 시선을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혹여나 나기를 잃어버릴 까, 손을 꽉 잡은 채로요.
연나기:(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웃음이 새어나온다.) 여기 계속 살던 네가 보기에도 멋지지?
조원필:........응. 흔치 않은 기회니까.
그래서 축제가 좋아.
요괴들도 북적거리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연나기:(아무것도 모르는 놈은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뭐야?
큼직하게 아 가리를 벌려 요괴들을 집어삼킵니다.
부모로 보이는 요괴들은 어린 요괴를 안아 들고 달립니다.
크고 작은 균열에 반사적으로 조원필은 연나기를 돌아봅니다.
나기가 밟은 땅 역시 당장 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굵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어딘가에서부터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깊은 공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절대로 봐서는 안 돼!
인식 당하는 순간, 끝이야.
연나기:(죽... 는 건가? 이대로? 안간힘 쓰며 네 쪽으로 시선 고정한다.)
요괴 1:아가 , 누가 우리 아가 못 보셨나요 !!
요괴 2:아아 , 신이시여 !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지진과 함께 알 수 없는 괴물이 날뛰기 시작하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의 절규가 메아리칩니다.
멍하니 서 있던 나기의 손을 움켜쥐고 달립니다.
생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끔찍한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연나기:헉, 헉...... 으...... (공포심에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렇지만 맞잡은 손을 이정표 삼아 달린다. 계속해서.)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
51/25/10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혼란스러운 인파 때문에 도망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기와 조원필은 다른 요괴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산 위로 정신없이 달립니다.
조원필은 묵묵히 나기의 손을 놓지 않고 올라가기 쉽게 잡아당겨 줍니다.
조원필은 연나기의 손을 놓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요괴들을 가르치던 건물은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문득 축제에서 본 다른 요괴들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연나기:(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간신히 고른다. 온 몸에 땀이 흥건하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우욱.
나기는 신목을 통해 서만 인계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래서는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합 니다.
불꽃놀이로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하늘에는
연나기:... ... 뭐야, 이게?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냐고...
조원필:....너 무 밖으로 나오지는 마, 아직 사라지지 않았을 거야.
혹시라도, 그들의 눈에 들어선 안 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줄게.
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반딧불이 호수를 등지고 선 그 표정이 어쩐지 읽기 어렵습니다
조원필:잠시 지진이 멈추긴 했지만, 아까의 그 짐승은 계속 돌아다니고 있을 거야.
연나기:아니, 지금 그게 문제... 문제지만! 넌 어쩌게?
난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
내 능력을 쓴다면 지금 당장 돌려 보내줄 수 있으니까,...
연나기:무슨 일인데... 신목을 지키는 거? 그거 그냥, 다른 요괴가 하게 둬도 되잖아.
나만 위험해? 너도 위험하다고, 지금.
너는 돌아갈 곳이 있잖아.
가족들도, 친구들도 있잖아.
너도 내 친구야. 그러니까 뭘 하든... 일단 같이 해결하자고.
그래, 돌아가지 않겠다는 거지….
알겠어.
아직... 선물 교환도 못 했다고.
연나기:도움 안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 데리고 다녀. 짐 안 되게 할 테니까.
그토록 무시무시한 요괴들에게도 이런 재난은 위험합니다
혼자 살겠다고 원필을 두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ㄴ나기와 원필의 사이의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나기가 무사히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조원필:구조 작업을 도와주고 올 테니, 먼저 들어가서 자고 있어.
연나기:이래서야 진짜 짐짝 같네... 잠이 올 거라 생각하는 거냐고.
조원필:이 이상 고집부리면,.. 그 땐 나도 가만히 안 있어.
위험하잖아.
무사히 온다고 약속할게.
연나기:... (입 꾸욱...) 그럼 기다릴게.
적어도 위험하면 바로 떠날 수 있게 정리해 놓을게.
그러면 됐지?
그러니까... 무사히 돌아와.
늦은 밤, 작은 오두막 안에 살아 숨 쉬는 존재는 나기뿐입니다.
이계의 많은 요괴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던 게 조금 전인데,
문득 오늘 스쳐 지나간 요괴 중 몇이나 목숨을 부지했을까…….
어젯밤까지만 해도 따뜻하고 편안한 장소였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나 서늘하고 쓸쓸한 것일까요.
나기는 피곤한 몸을 추스르며 잠에 빠져듭니다.
이른 아침, 나기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복구가 빨리 이루어져서 축제가 계속된대.
보러갈까?
조원필:얼른 가자. 쿠라마 할멈이 너 교복 꼭 입고 오라던데.
소지품 좀 챙겨가자.
피해가.. 어제 그 난리였던것치곤 크진 않아.
복구된 축제에 빨리 가고 싶으니까~, 서둘러 준비해 줄래?
나도 좀 도와줘야하거든.
연나기:(일단 경계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고 했었지.) 거짓말. 원인이 사라졌다고 해서 피해자들의 상처도 바로 낫는 줄 알아? 요괴와 인간의 기준이 다른 건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난 못 믿겠는데.
넌 뭐.. 속고만 살았냐?!
어제 하루종일 그 작업을 하고 왔다니까.
연나기:뭐! 네가 조원필의 탈을 쓴 사냥개일지 아닐지 어떻게 아냐고, 내가!
어제 그렇게 차갑게 굴어놓고 이제 와서 같이 축제 가자고 하면 다야?!
야, 그래도 개들이 날 따라할 정도로 막.. 디테일하진 않아.
걔네 변신도 못하거든?
여튼 나는 나라고.
연나기:몰라... 못 믿겠어. 너라는 증거를 대.
조원필:어제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랬어.
뭐 어쩔까!
연나기:... ... (진짠가? 볼 잡아당겨본다.)
진짜거든.
연나기:(인상 쓴다.) 그럼 우리의 우정을 증명해라, 사냥개.
내 교복 겉옷을 줄까?
너는 목에 매고 있는 그 넥타이를 줘.
상황이 왜 이렇게 거짓말 같지?; (제 넥타이 매만지다가 풀어내고 네게 건넨다.)
(겉옷 벗어서 내민다.)
여튼.. 쿠라마할멈이 인간 소지품에 관심이 많아.
다챙겼냐?
연나기:챙기긴 했는데... 인간인 거 들키면 안 되지 않아? 진짜 교복 입고 가도 되는 거야...?
조원필:상관없어. 어제 다른 사람들 복장 봤잖아?
엄~청 자유로워.
뭣하면 영월호에서 교복 또 빌려오지.
연나기:흠... (고민하다 나설 결심을 했다는 듯 걸음을 뗀다.) 됐어.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뭐.
조원필은 연나기를 이끌고 조금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연나기:
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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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0/16 |
굴림: |
7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리고 축제가 열리는 시내에서 조원필 의 집까지…….
두 사람이 지금 걷는 길은 여태까지와는 다릅니다.
연나기:... ... 여기 맞아? 이런 길로는 다닌 적이 없는데.
조원필:엉? 당연하지. 평지는 무너진 곳이 많아서, 산 위로 노점상을 옮겨 진행하기로 했거든.
조원필:살아남은 요괴는 거의 없고, 있더라도 균열 안으로 추락했겠지.
밤새 몇 번이고 지진이 더 발생하고, 사냥개가 날뛰었어.
이렇게 우리의 세계는 멸망하는 걸까...
여긴, 그저 조금 더 으슥한 산속일 뿐입니다.
단 하나 시선을 끄는 것은 금색 새끼줄로 격리된, '거대한 나무'입니다.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뻗은 채,
굵은 뿌리를 내리 고 자라고 있는 이것은…….
...후야제를 너한테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네.
아, 시일 고등학교 뒷산에 있던 거대한 나무,
영월호 앞에 있던 신목과 아주 닮은 것입니다.
연나기:... ... 치과 가기 싫다고 떼 쓰는 어린애 달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 데려왔어야 했냐? (꼭 그렇게까지... 주먹 꽉 쥔다.)
약속했잖아.
그러니까, 지키려고 하는거야.
사실, 이계의 신목은 두 그루거든.
나기의 주변으로 기이하고 불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분명 원필은 어젯밤의 인명 피해가 거의 없고,
오늘은 다시 시작될 축제 에 간다고 했는데…….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조원필:두 그루를 동시에 관리할 수 없어서, 통제에 두는 건 한 그루로 두고…
나머지 한 그루의 존재는 비밀에 부쳤으니까.
나기는 무의식적으로 납득하면서, 이 상황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어요.
혹은 계속된 거짓말에 화가 났을 수도 있겠죠.
연나기:(작게 한숨 쉰다. 할머니는, 어제 잠깐 얘기를 나눴던 요괴들은, 내게 옷을 빌려준 네 친구는.) ... 너한테 난 아무런 능력 없는 인간에 불과할지 몰라도, 난 그래도... 네가 심적으로라도 의지할 수 있었으면 했어. 아픈 걸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해가며... 데려올 필요는 없었어, 정말로.
...내가 괜히 남겠다고 해서, 네가 더 힘든 거야?
날 실컷 원망해도 좋고,
그냥 악몽을 꿨다고 생각해도 좋아.
더 설명할 시간은 없어, 나기.
그럼 안녕.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입니다.
두 사람을 둘러싼 세계는 억지로 늘린 듯한 풍경의 연속입니다.
이대로라면 조원필 역시 어제의 그 사람들처럼,
연나기:
듣기
기준치: |
65/32/13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처음 이곳에 왔던 것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감각입니다.
이전에는 연나기가 무언가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억지로 틈을 내어 벌린 생살 안으로 집어 넣어진 기분입니다.
나기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입니다.
연나기:윽...! (두 손으로 제 귀를 막는다.)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
47/23/9 |
굴림: |
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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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색상의 보이지 않는 촉수,
혹은 다리 같은 것이 나기를 감싼다고 느꼈을 때,
제 아가리를 벌려 나기에게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나기는 '본다'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야기의 일부가 됩니다.
어른들 몰래 창고 문을 여는 어린아이가 보입니다.
문득 두툼하고 먼지가 잔뜩 쌓인 책을 집어 듭니다.
'이계탐 험록'이라고 또렷하게 적힌 표지를 잡고 여는 순간…….
아이는 오밀조밀 작은 손 으로 방울 목걸이를 들어,
이 방울만은 목에 걸었을 때 무척 따스한 느낌이 듭니다.
이계 탐험록은 할아버지의 할아 버지, 그리고 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언젠가 자신의 후대가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라 믿고
이 책을 썼다는 글과 함께 책은 마무리됩니다.
부모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납니다.
아이가 움직이자 방울 소리가 낭랑하게 울립니다.
이계에 대한 모든 것은 당신이 어린 시절 책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또한, 조원필이 기다리던 선생님은 탐사자의 혈연입니다.
연나기:그치만... 기억에 없어. 왜 잊고 지낸 거지?
작은 요괴는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많이 아파 보이셨는데, 제가 부축해드려야 한단 말이에요.
아, 작은 요괴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조원필입니다.
조원필은 눈이 내리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신목 앞을 지킵니다.
때로는 낮잠을 자고, 때로는 신목과 대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조원필은 문에서 들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립니다.
연나기:얼마나 오래 기다린 거야. 바보가...
돌려보내는 건 늘 원필의 몫이었지만, 선생님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요괴 4:분명 그 인간은 공간의 주인님께 저주받은 거야.
기다려봤자 다시는 올 수 없는 몸이 된 게 분명하다고!
요괴 3:맞아, 인간은 나약하니까 벌써 죽어버렸을걸.
기이한 형상의 그림자들은 유리 돔을 관리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연나기:이게 '세계'인 건가? 조원필이 말하던.
멀리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한 번에 제거하면 쉬운데, 왜 일을 귀찮게 처리하는 거지?
???:그러면 잔여물이 남잖아. 되도록 틀을 유지한 채 청소하는 편이 좋으니까.
그들이 이야기하는 '처분'은 이계에 관한 것이라는 걸요.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
44/22/8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곱씹어볼 틈도 없이, 의식이 차츰차츰 아득해집니다.
연나기:도대체 왜 제거한다는 거야, 아무런 문제도 없는 세계를...!
정신을 차려보니, 나기는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나기는, 꿈에 그리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연나기:돌아오고 싶었지만... 이렇게는 아니었어.
이렇게 찝찝하게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고...
연나기:(손이 까지는 것에도 아랑곳 않고 신목을 두드린다.) 조원필, 조원필!
문을 넘어오며 본 기이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킵니다.
어렴풋하게 지금이 매우 늦은 시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창백한 달, 간간이 자동차의 경적이 들리고…….
연나기:이렇게 보내는 게 어딨어...? 어떻게 그 모든 일을 꿈이라고 단정할 수 있냐고...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무너지는 이계와 조원필이 신경 쓰일 수도 있겠지만,
되돌아갈 그 어떤 뾰족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연나기:아윽... (잠시 어지럼증이 도져 쓰러질 뻔한 걸 신목을 잡아 겨우 선다.)
연나기에게는 조원필처럼 강제로 문을 여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연나기:이걸 내가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데엔 이유가 있을 거야. 그치만 어떻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방울을 흔들어 봐? 품 안에 있던 방울을 꺼내 허공에 대고 흔들어본다.)
(딸랑... 딸랑. 무당 된 기분이군...;)
방울을 열심히 흔들어도 그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비록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대체품으로 여겼다고 하더라도…….
아직 나기는 조원필에게 할 말이 있지 않나요.
연나기:(반딧불이는... 길이 된다고 했던가.) 따라오라는 거야?
반딧불이의 날개가 반쯤 찢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추락할 듯 위태롭게 내려앉다가도 금세 날아올라 앞으로 향합니다.
연나기:... 얼른 안내해. 어디로 날아가든 따라갈 테니까!
연나기:
건강
기준치: |
70/35/14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나기는 아픈 발목을 질질 끌고, 무작정 쫓아갑니다.
이계의 산에서는 늘 원필이 앞장서서 걸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연나기:이렇게, 자꾸 빈 자리 느끼게 할 거면 사라지지 말라고! (조원필, 꿈은 허상이어야만 의미가 있어. 멀어졌을 때 여운이 남아야 비로소 추억이 된다고. 난 너와 이렇게 헤어지고 그걸 좋은 기억으로 남길 자신이 없어...)
연나기: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렇다 하더라도 나기는 여기에 멈춰 서서는 안 됩니다.
인연의 상대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 준다고 했죠.
그 끝에 분명히 조원필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그 빛은 수명을 다해가는지 차츰차츰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연나기:(꺼져가는 빛일지라도 그 어떤 어둠보다 밝다.) 야, 힘내! (벌레가 이해할 지 만무하지만 허공에 대고서라도 외쳐보는 것이다.)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7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학교와 반딧불이를 보자 스치듯 무언가가 생각납니다.
인계에는, 아직 열렸는지 닫혔는지 확인해보지 않은 문이 하나 있습니다.
나기가 이 계로 넘어가는 데 사용한 사물함이죠.
반딧불이는 어느새 나기의 바로 앞에서 날아가고 있습니다.
연나기:헉, 씨... 이럴 줄 알았으면 체육 좀 열심히 할 걸.
연나기:
근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으아아!!! (무작정 몸을 부딪힌다.)
익숙한 검은 소용 돌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나기가 교실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빛을 다해 스러집니다.
연나기:(황급히 눈 앞의 반딧불이 아래로 손을 뻗는다. 헉... 너도 같이, 헉... 같이 가자.)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몸을 내던질 만큼…….
이제는 익숙한 어지러움이 나기를 집어삼킵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익숙한 모습이 보이려나 싶어서.)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아, 끔찍한 지진과 정체 모를 괴물들 속에서,
간신히 만났다는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려 버릴지도 모르겠어요.
연나기:조원필! (네 쪽으로 주저없이 달려가 품 안에 가득 끌어안는다. 지금은 그저 안전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벅찰 뿐이다.)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조원필입니다.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
42/21/8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조원필이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연나기:(멸망 직전까지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그제서야 터져나온다.)
아니… 나기가 사는 세계의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밟히는 것이 누군가의 시신인지, 폐허 더미의 일부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시야가 흐린 듯 눈을 깜빡이던 조원필은 나기를 보고…….
연나기:아, 아프지... 미안해. 아플 텐데 안아서... (코 훌쩍이며 울음을 참고 네 볼 감싸쥔다.) 혼자 어떻게 버텼어.
.... 제대로 잘 도망쳤는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돌아오면 어떡해..
연나기: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걱정하는 거잖아!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 소리친다. 황급히 정신 차리고 다시 말 잇는다.) 변수가 큰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말, 그 말 취소할게. 어떻게 신경을 안 써!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앞에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이... 이게, 어떤 형태로든 좋아하는 마음이라면 난 얼마든지 모험할 수 있어. 그래서 온 거야.
네 선택과는 달라서 미안하네. 그래도... 난 다시 돌아오고 싶었어.
조원필:연나기, 나기야. ......어서 돌아가야 해. 지금 열린 문이 닫히면 다시 열리지 않을거야. 이계 사람들의 요력으로 열린 문이니까. 다들 구해보려고.. 돌아다녔는데, ....... 아무도 구하지 못했어.
너까지 구하지 못하면 내가 할 말이 없어지잖아.
....그래도 마지막으로,.. 얼굴 보러와줘서 고마워.
(온전한 손으로 나기 볼을 쓸어내린다. 그저 선생님과 닮아서. 그래서 더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야. 그렇지만.., 이젠.....)
날 다시 보면 욕할 줄 알았는데..
나때문에 울지 마.
조원필:너도,.. .선생님도.. 너무 정이 많아.
연나기:내가 정이 많은 게 아니라... 네가 그럴 만한 인간... 아니, 요괴라서야. 멸망통에 누구든 구하러 뛰어다니면서 그걸 몰라? (얼굴에 묻은 피 느리게 닦아준다.)
연나기:죽지 마... (흐어엉, 추하게 눈물만 흘린다.)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로 인해 선조는 삶을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연나기:... ... 이거, 돌려줄게. (제 목에 걸려있던 방울을 풀어 네게 건넨다.) 나 다 기억났어. 우리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 보자. 이거 받으면... 뭔가 달라질 수도 있잖아.
조원필:긴 시 간 동안 네가 지니고 있었던 방울은 곧 인연의 결정체가 된거야.
네가 신목의 문과 반딧불이를 보고,
이계의 말을 하고,
나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방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방울을 줘버린다면... 다시는 만날 수 없어.
연나기:난 그게 네가 죽는 것보다 더 큰 무게감을 지닌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까 받아. (강건하다.)
조원필:지금 죽는다면, 난 언젠가 다른 생명으로 되살아날 거야.
하지만 네가 방울을 잃는다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겠지.
나는 너와…….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
그런데도.. 나한테 줄거야?
연나기:기억은 어떤 형태로든 남아 존속할 테니까. 내가 죽을 때까지 널 기억할게. 약속해.
안 받을 거야?
나기야.
....고마워.
고마웠어.
네 선물.. 잘 가지고 있을게.
아주 중요한 끈이 끊어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더는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게 되었기에,
이계에서 보낸 3일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흐르면, 이계에서의 기억도 흐려지겠죠.
고개를 돌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방울 소리를 듣게 된다면,
반딧불이도, 신목도 볼 수 없는 나기에게 보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