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필:
─────── CHAPTER 도입 ───────
머리맡에 앉아 자장가를 불러주듯 나직하게 들려옵니다.
목소리는 소음에 묻혀 차츰차츰 사라져버립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그의 음성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연나기:
정신
기준치: |
79/39/15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시야가 탁 트이고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만,
당신을 내려다보는 두 명의 동급생이 보입니다.
연나기:
민첩
기준치: |
67/33/13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육중한 소리에 연이어 무참하게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연나기:헉⋯⋯ 으, 헉⋯⋯. 뭐야?! (다리에 힘이 없는데 어떻게 움직일 수 있었던 거지.)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학생들은 연나기의 주변을 둘러싸고
연나기:⋯⋯ 됐어, 조금 까진 것 빼곤 멀쩡해.
근데⋯⋯ 아, (부축해 달라는 듯 당연하게도 손 내밀었다.)
동급생:정말 놀랐어.. 너 하마타면 큰 일 날뻔했다니까! (손 맞잡아주며 부축해준다.)
연나기:⋯⋯? 방금 뭐 있지 않았어? (인상 찌푸리며 위 쪽 가리킨다.)
정말 미안해! 달고 있던 간판이 갑자기 그쪽으로 떨어질 줄은….
연나기:하, 아무튼 됐고. 너넨 어떡하게. 지금부터 밤 새도 모자랄 것 같은데⋯⋯.
연나기는 제비뽑기에서 꽝을 뽑아 축제 준비 위원회에 선발되었습니다.
축제를 준비하며 즐거운 일도 분명히 있었지만,
잦은 회의와 육체적인 노동에 시간을 많이 빼앗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축제 한 달 전부터 계속되는 회의와 시험공부, 동아리 업무…….
잠시 정신이 멍해진 것도 과로가 원인일 게 뻔합니다.
동급생:...그러게! 우선.. 선생님께 말씀드려야겠다..
나기 너도.. 제발 도와주면 안돼!? 네가 도와주면 빨리 끝날 것 같기도한데..
연나기:(알고 있다. 도와주면 빨리 끝날 거라는 걸. 그도 그럴 게 망가진 간판을 비스무리하게 복구하는 건 원래 하던 작업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였으니까.)
연나기:(다만⋯⋯ 조금 피곤하다. 아니, 많이. 한숨 푹 쉰다.)
위원회장:나기는 좀 쉬어도 괜찮아. 내가 얘네랑 같이 간판 만들게.
연나기:⋯⋯정 그러면 복잡하게 생긴 데만 좀 도와줄게. 이따가 도안 보내, 그거라도 괜찮다면.
방금도 위험한 일이 있었고.
연나기:사고랑은 별개니까. (난 잠깐 쪽잠 좀 잔다~ -라고 말하며 걱정스러운 말 뱉는 위원장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몸을 돌리면 축제 준비가 끝나가는 학교의 정경이 눈에 담깁니다.
그 부분만 제외하면 준비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시일제> 라는 또렷한 세글자가 일그러졌다 펴지며
연나기는 무거운 가방과 지친 몸을 끌고 귀가합니다.
창문에 하나 둘씩 불이 들어올 무렵이었습니다.
연나기:(피곤하다. 오늘따라 시달린 기분인데. 와중에 대화 소리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귀 쫑긋하고 듣는다.)
듣기
기준치: |
65/32/13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아, 피곤해.
초등학생 1:우리 언니가 그랬는데, 해가 지는 시간에는 그림자가 제일 길어지잖아?
그때 요괴가 나타나서 그림자를 훔쳐간대.
초등학생 2:정말? 그림자를 빼앗기면 어떻게 되는데?
연나기:⋯⋯ (애들이란. 그런 생각이나 한다.)
빨리 집으로 가자!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부모들의 책략이 분명합니다.
연나기:(⋯⋯멀리 노을 지는 광경을 바라본다.) 지금이잖아.
─────── CHAPTER ⼀⽇ ───────
연나기: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연나기는 흐릿한 가로등 아래에서 낡은 종이 상자를 발견합니다.
어젠 저런 거 없었는데. (가까이 다가가 살핀다.)
주인의 손을 탄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연나기:(보통은 강아지나 고양이가 있지 않아? 웬 도마뱀⋯⋯.)
다친 동물을 이곳에 이렇게 방치해도 괜찮은 걸까요?
더군다나 이 길은 밤이 늦으면 취객이 다니기도 한다던데…….
연나기:⋯⋯뭘 봐. (도마뱀이랑 눈 마주치자 괜히 말 건다.)
큼. (괜히 처량해 보이니 건 시비였다. 그림자 져서 잘 보이지 않았어. 이대로면 죽을 것 같은데, 이 녀석⋯⋯.) 지금은 괜찮아도, 밤엔 추워질 텐데⋯⋯.
너, 내가 여기로 지나갈 거 알고 여기서 쓰러진 거지. (그러니까 듣는 이 없음에도 괜히 말 걸어댄다. 손가락으로 도마뱀 머리 가볍게 쓰다듬다가⋯⋯)
에잇, 몰라. (상자 째 들고 집으로 간다. 아빠는 이런 거에 관심 없으니까 후다닥 방에 들고 가면 되겠지. 그런데 도마뱀은 어떻게 보살피는 거야?)
연나기가 상자를 번쩍 들면 이상하게 무겁습니다.
마치 동물의 몸무게가 보기보다 훨씬 더 나가는 것 처럼요.
집까지 무사히 들고 가기 위해선 추가로 근력 판정이 필요합니다.
연나기:? 왜 이렇게 무거워. 뭐 또 다른 게 들어있나?
근력
기준치: |
62/31/12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으헉⋯⋯.
하⋯⋯ 이게 다 오늘 피곤해서 그래. 원랜 안 이런다고, 진짜로. (그러니까 자꾸 누구한테 말 거는 건데?)
또 이상한 동물을 데리고 왔다며 잔소리를 들을게 뻔하니까요.
자기 전까지 바라는 대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연나기:헉, 허억⋯⋯ 하, 아니⋯⋯. 오늘 왜 이렇게 힘들지?! (무릎 간신히 짚고 헥헥거린다.)
(괜히 아무 죄 없는 도마뱀 노려보며)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빠르게 방으로 들어가 상자를 방 구석에 놓고, 곤히 자고 있는 도마뱀을 살피려 쪼그려 앉았다. 그 다음으론 스마트폰을 키고, 구글 서치 바에 검색을 시도한다. '도마뱀 살리는 법.')
온도를 내려야 한다고?
(정수기에서 차가운 물을 조금 받아 도마뱀의 얼굴에 뿌린다.)
도마뱀은 움찔거리더니 혀를 내밀어 자기 얼굴을 할짝거립니다.
연나기:야야, 기운 더 차려 봐. (이름은⋯⋯) 샐리! (즉석에서 지었다.)
물 이거, 먹어야지. (손가락으로 머리 조금 밀어 물 마시게끔 유도했다.)
샐리야아.
연나기:헉! 죽었나?! 안 돼! (단단히 착각했다.)
야야, 일어나아⋯⋯! (계속 건드린다.) 아니지, 일단 피부터 닦아야 돼. (손수건 하나 화장실에서 적셔와 귀찮게도 건드려 댔다. 일단은 구조하려는 목적이 크지만⋯⋯.)
도마뱀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나기에게 몸이 닦이다
팔 다리를 꼼질 거리더니 다시 미동이 없습니다.
연나기:(아, 자는 거구나. 그제야 안심한다.)
(하⋯⋯ 한 시름 덜었다. 그래, 쉬게 해 주마. 상자는 방에 두기엔 더러우니 일단 치우고, 도마뱀은 침대 머리맡에 올려놓는다. 푹신하니 여기가 더 쉬기엔 좋겠지-파충류 지식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자. 저녁은 피곤하니 거르고, 욕실에서 목욕을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침대에 누웠다.)
잘 자라, 연샐리. (이불 조금 덮어준다.)
그대로 머리부터 시트 위로 녹아 내리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잠에 빠지는 데에는 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멀어지는 의식 너머에서부터 익숙한 소리가 들립니다.
듣기
기준치: |
65/32/13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연나기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연나기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라.
그 빛을 따라가면 말이지…….
연나기는 섬뜩한 냉기에 반사적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완전히 압박당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형형히 빛나는 짐승의 두 눈과 마주칩니다.
연나기를 한순간에 집어삼킬 것처럼 번뜩입니다.
연나기:⋯⋯ ⋯⋯⋯⋯ ⋯⋯⋯⋯⋯⋯⋯⋯⋯⋯ ⋯⋯⋯⋯ (눈 꽈악 감는다. 가위 눌릴 땐 야한 생각 하랬어, 야한 생각, 야한 생각⋯⋯!)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실내에 푸르스름한 달빛이 번져나가 차츰차츰 시야가 밝아집니다.
연나기의 뺨 위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내려옵니다.
연나기: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생긴 건 코스튬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 같지만요.
연나기:누, 누구세요? (겁먹었는지 슬금 뒤로 물러난다.)
내가 사는 곳의 멸망을 막기 위해 대표로 파견된 사자야.
조 원필:이곳에 온 후 불의의 사고를 당해 회복하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거든.
눈을 떠보니 낯선 곳에 있어서 근처에 있던 널 반사적으로 제압해버렸어. ...미안해.
연나기:(⋯⋯잠자코 듣는다. 어째 말이 이어질 수록 심드렁한⋯⋯.) 아~
이거 꿈이네. (그대로 이불 덮고 다시 눕는다.)
꿈 아니거든?
일어나.
연나기:가위 눌리면 야한 생각, 야한 생각⋯⋯.
꺼져라, 귀신아!
(눈 감아버린다.)
네 이름은 뭔데?
연나기:나 알아. (입만 살았다.) 내 이름을 알면 세 번 불러서 날 저승으로 데려가려는 거지⋯⋯.
연나기:⋯⋯? (흘긋, 한쪽 눈만 떠서 그제야 네 얼굴 자세히 본다.)
오, 씨⋯⋯. 잘생겼는데?
(⋯⋯가 아니고.) 아, 샐리! 샐리 어딨어?!
연나기:(제 머리맡 더듬거린다.) 내가 오늘 주워 온 도마뱀!
너 때문에 도망갔잖아! (이젠 무섭지도 않은지 똑바로 노려본다.) 얘 어디갔어⋯⋯.
나..?
내가 샐리인가본데..
재미 없거든?
조 원필:난 작은 형태로도 변신이 가능하거든.
보여줄까?
연나기:보여줘 봐, 그럼. (어째 행동에 서슴이 없는 게 여전히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조 원필:(손가락 딱, 튕기면 당신이 아는 샐리로 펑! 변한다.)
(의기양양한 도마뱀 모습이다. 이제 믿냐는 듯 고개 들어 나기 쳐다본다.)
(그대로 들어 낯 가까이한다.) 뭐야, 진짜 너야?!
연나기:말도 알아듣다니⋯⋯ 넌 천재가 분명해!
조 원필:(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다..)
연나기:⋯⋯ 아오! (화들짝 놀라며 멀어진다.)
머지않아 멸망을 맞이할 거라는 신탁이 내려왔고,
막을 방법을 우리 세계에서는 찾을 수 없어서..
신목의 문을 열고 이곳, 인계까지 오게 되었다~ 이 말이지.
연나기:
지능
기준치: |
82/41/16 |
굴림: |
8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 주변에서는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자자했죠.
연나기:⋯⋯커흠, 그럼 연샐리⋯⋯ 가 아니고, 조원필? (씨, 기껏 이름도 지어주고 성도 붙여줬더니.)
전에 키우던 강아지나 도마뱀 이름인가?
아니라고! 내가 지어준 거야.
연나기:연나기. (불만스럽다는 듯 삐죽인다.)
설명하면 길지만...
연나기:그래서⋯⋯ 네가 다른 세계에서 왔는데 막을 방법을 여기서 찾겠다, 이 말이지?
나는 그런 널 도마뱀인 줄 알고 주워온 거고?
연나기:(딱히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없네? 주먹 쥐며 네 앞에 갖다댄다.) 파이팅!
내가 함께 이 세계에 사자로 온 일행이 몇 있었는데 '추격자'를 피하다 흩어졌단 말야.
나랑 같이 화이팅 해줄래?
딱 그때까지만 도와주라.
나 피곤해.
조 원필:이 곳에 잠시 머물면서.. 같이 조사해줘
교복 걸려있는 거 봤어.
조 원필:시일 고등학교라면 신목이 있는 곳이잖아,
분명 단서가 있을 거야.
원래 조사도 그 부근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기도 하고.
연나기:⋯⋯ (끄응. 어째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예감이⋯⋯.)
하⋯⋯. (한숨 쉰다.) 그래, 나도 학교를 가긴 해야 하니까.
장소가 마침 겹쳐서 도와주는 거야! 연샐, 아니 조원필.
(근데 뭘 어떻게 도와주냐?)
조 원필:그냥~. 나랑 학교 같이 돌아주면 된다니까.
동료들도 분명 근처에 있을거야.
내가 학교 내부를 모르니까..
같이 다니자는 거지.
연나기:⋯⋯알겠어. 근데 그렇게 다니게? 나 교복이 하나밖에 없는데⋯⋯ 선생님한테 불어봐서 헌 교복이라도 얻어와야 하나.
그런거라면 괜찮아.
연나기:(정신을 차츰 차리니 아까의 막 뱉은 발언들이 신경 쓰인 모양이라) 그리고⋯⋯ 아까 했던 말은 미안. 생각해 보니 너한텐 심각한 일이었을 텐데⋯⋯ 근데 난 진짜 꿈인 줄 알았어. 현실감이 없잖아!
놀랄 만도 하지.
넌 그래도 착하네, 내가 죽을 줄 알고 네 집까지 데려와줬잖아.
(엄지 척.) 완전 감쪽같은데? 좀 양아치 같긴 하지만.
(얼굴 문질..)
연나기:⋯⋯아니, 좋고 싫고를 떠나서 그냥 내 감상인데. 머리 길고 한복 같은 거 입을 땐 몰랐는데 나처럼 꾸미니까⋯⋯. (크흠, 헛기침한다. 솔직히 잘생겨서 지나가다 한 번쯤은 돌아볼 인상이긴 했으니.) 뭐, 나쁘지 않아.
조원필:하하, 그래도 내일 이렇게 있으면 친구처럼 보이려나..
내일 그럼.. 학교에서 수업 듣는거야?
수업이 있었다면 돌아다니기 좀 곤란했겠지만⋯⋯ 마침 자유시간이네. 넌 운 좋은 거야!
축제라니,... 우리 이계에도 축제가 있어.
인계 축제는 처음인데, 우리랑 다르려나?
연나기:대신, 조금 시끄럽고 사람 많을 건 각오해야 돼. (이어지는 말엔 눈 끔뻑였다.) 너네도 축제가 있어? 어떤 축젠데.
조원필:그냥~.. 도마뱀 구이 팔고. 신점도 보고.
불꽃놀이도 보는거지.
...
이래보여도 이무기야.
연나기:⋯⋯ 내가 아까 들었던 게 이무기라고?
무거웠을텐데..
(걱정.......)
연나기:(에~라이, 그래. 더 이상 의문을 갖지 말자.) 뭔가 우리랑 비슷하네. 나도 나중에 놀러갈 수 있으려나~⋯⋯ 이번 일만 해결되면. (흘긋, 네 쪽 본다.)
조원필:....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보려고.
너한테 축제 구경도 시켜줘야하니까.
연나기:좋은 자세야. 뭐든 할 수 있다,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라고.
(멀뚱..)
(아깐 내 침대에서 자긴 했는데⋯⋯) ⋯⋯요괴가 잠도 자냐?
나도 못자면 막...짜증나거든?
아님 여기서 같이 잘까?
연나기:(아까 야한 생각 하던 침대⋯⋯;) 이, 이⋯⋯.
안 돼! (벌떡 일어난다.)
연나기:⋯⋯ (왜인지 뺨이 조금 붉어졌다.) 요괴는 원래 그렇게 거리낌이 없냐?!
조원필:친구들끼리 그냥.. 붙어서 자고 그러잖아?
인계는 조금 다른가..
(네가 너무 취향의 얼굴로 생긴 탓이야. 침대 끄트머리에 찰싹 붙었다.) 대신 붙지 마. 거리를 유지하자고. 알았지?
(최대한 멀찍하게 떨어져서 연나기 쪽으로 몸 돌린다.)
이 정도면.. 충분해?
중간에 깨서 피곤하겠다.
내일은 내가 깨워줄게. 몇시에 깨워줄까?
연나기:(얼굴 공격 그만둬⋯⋯.) ⋯⋯ 일곱 시. 아빠가 그 때 밥 하고 출근하니까 그 즈음에⋯⋯. (아, 피곤했나. 긴장이 풀려선지 눈이 차츰 감긴다.)
─────── CHAPTER ⼆⽇ ───────
연나기:으응⋯⋯. 더 잘래. (잠 투정은 유구하다. 짜증스럽게 몸 돌린다.)
(나기 위로 올라타더니 흔들어 깨운다.)
원래 잠 투정이 심한가?
연나기:으으, 흔들지 마아⋯⋯! (미간 좁힌 채로 이불 뒤집어썼다.)
밥은. 밥은 먹고 가?
조원필:내가 뭐라도 해둬야 하나.. (여전히 올라탄 채로 고민..)
연나기:(밥은⋯⋯ 아마 되어 있을 거다. 뭐라뭐라 웅얼거린다.)
(아예 나기 위에 드러눕는다. 꾸우욱..)
연나기:무, 무거워어어⋯⋯! 뭐야 ⋯⋯아아⋯⋯. (반쯤 든 정신으로 이불 걷자 가까이서 눈 마주친다.)
⋯⋯ (딸꾹.)
좋은 아침.
연나기:(차츰 붉은 색으로 물드는 얼굴⋯⋯) 나, 나와아아----!!!!!!!
성질 하고는..
(쩝 소리 내며 물러선다.)
목청을 보니 잠은 확실히 깬 것 같고.
연나기:(간신히 상체 일으키는 데 성공한다.) 왜, 왜 올라타는데! 진짜!
죽었나..하고 들여다봤어.
일으켜줄까? (손 내민다.)
연나기:(끄응, 본인 잠 투정 심한 건 알아서 더 반박하지 않고 얌전히 손만 뻗었다.) 어.
도마뱀 구이 먹는다는 걸 보면⋯⋯ 너도 밥 먹지? 주면 먹을래?
나 안 가리고 다 잘 먹어.
(손에 힘주어 끌어 당긴다.)
연나기:읏차. (네 팔 잡고 슬 기댔다 떨어진다.) 몰라? 그냥 쌀밥에, 반찬은 뭐⋯⋯ 나물이랑 김치랑 있나? 아빠가 뭐 해 놨을 지 모르겠네. (문 열고 부엌으로 간다. 따라오라는 듯 뒤돌아 손 흔든다.)
조원필:맛있겠다. 아버지는 요리 잘하셔? (나기 뒤 따라 성큼 걸어가더니 팔 꾹 잡는다.)
연나기:우리 아빠? 엄⋯⋯ 솔직히 잘 모르겠어. (도우미) 아주머니가 하신 게 더 맛있어. (큭큭, 장난스럽게 웃으며 화답하듯 네 허리 감싸는가 싶더니 식탁 앞으로 주욱 밀었다. 밥 한 그릇 더 떠서는) 여기 앉아, 숟가락이랑 젓가락 줄게. 쓸 줄 알지?
나기 집은 부자구나..(!)
엉. 나 젓가락질도 잘할 수 있어. (얌전히 자리에 앉아 너 움직이는 거 관찰한다.)
연나기:잘 사는 편이긴 해. (부정은 않는다.)
(너 보란듯이 젓가락 들곤 쇠 소리 내며 맞부딪힌다. 이렇게,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듯 한)
조원필:(젓가락 들더니 똑같이 따라한다. 봐, 잘하지?)
조원필:이게 나물인거지? (반찬 집어들더니 밥 와구 퍼서 입에 밀어 넣는다.) 맛있네!
연나기:자~ 그럼⋯⋯ (엑, 먹는 태 보더니 살짝 당황한다.) 잘 먹네⋯⋯ 편식하나 안 하나 보려 했더니. (흠, 그러엄~⋯⋯ 슬쩍 검은 콩자반이 담긴 접시를 네 쪽으로 밀었다.)
많이 먹어. (^^)
(남기면 뭐라 하시거든. 그러니까 네가 나 대신, 많이⋯⋯)
연나기:⋯⋯ 아냐. 맛있으니까 많이 먹, 으라고. (아오 혀 씹었다.)
내가 다 먹을게.
맛있는 건 너 다 먹어.
연나기:(막상 또 순순하니 괜히 미안⋯⋯) 아냐, 이것만 먹어주면 돼. (그 외 좋아하는 계란말이도, 고기도, 햄도 다 네 쪽으로 밀어줬다. 많이 먹어라⋯⋯.)
조원필:(먹는 속도도 제법 빠르다! 이것저것 집어먹더니 젓가락 내려놓고 너 기다리고 있는다.) 인계 학교, 정말 기대된다.
이런 옷도.. 음, 어색하네. 어울려?
연나기:(배고팠나 보네.) 별로? 완전 네 옷 같애.
넥타이만 좀 더 단정하면 될 것 같은데? 이리 와 봐.
조원필:응? (일어서더니 네 옆에 앉아 넥타이 내어준다.)
어떤식으로 하면되는데?
연나기:(고개 슬 기울여 넥타이 끄트머리 잡고 안 쪽의 줄을 조금 더 밑으로 당겼다.) 이렇게 하면 모양이 나와. 하긴, 거기선 이런 거 입을 일 없었으려나⋯⋯.
좀 태가 살지? (뒤 쪽의 거울 보게끔 몸 살짝 기울여주며)
역시, 이런 것도 평소에 하는 사람이 해줘야 잘 되는구나.
연나기:그러엄. 학교에선 내 옆에 찰싹 붙어 있어라. 돌발행동 할 까 두렵다⋯⋯.
이 접시들은 내가 치울게. 준비 다하면, 나한테 말해줘.
연나기:(생각보다⋯⋯ 편하잖아?!) 그래, 그럼. (마저 준비하려 화장실 들어간다.)
축제 준비 위원회인 연나기는 게으름을 부릴 여유가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
연나기:아니, (비밀스러운 이야기니까 찰싹 붙어서 귓가에 대고⋯⋯) 인간 학생들 이렇게 모여 있는 거⋯⋯. 처음 볼 거 아니야. 안 신기해?
조원필:아, 자동차는 진짜 봐도 봐도 적응 안돼.
뭐~.... 음.
어제 실컷 봐서, 신기하진 않아.
연나기:아, 그래? (쩝. 순순히 물러난다.) 아무튼, 내가 생각보다 좀 바쁘거든? 학교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순 있긴 하지만 위원회라 그렇게까지 자유롭지가 않아. 좀 정신없을 수도 있어.
연나기:(팅- 무형의 별이 이마에 부딪혀 떨어진다.) 너⋯⋯ 원래 성격이 좀 그러냐?
거리낌없는거?
연나기:⋯⋯ 조금 끼? 를 부린다고 해야 하나.
별로야?
연나기:이래서 요괴한데 홀린다는 말이 있는 건가⋯⋯ (중얼거린다.)
⋯⋯아니!
새파란 하늘, 여름의 습기가 맨 살 위로 달라붙습니다.
당신의 곁에 있는 낯선 이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네요.
전학생? 아는 애야?
연나기:어, 안녕. (원필을 대하던 태도와는 달리 조금 더 새침하고⋯⋯ 얌전한 모범생. 도련님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질문에는 두루뭉술하게 대답하며 넘긴다.) ⋯⋯뭐, 비슷해. 축제 구경시켜 주려고.
동급생:아아~. 못보던 얼굴이라서. 나중에 보자! 위원회장이 불러서.. 먼저 갈게.
조원필은 멀뚱히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연나기:학교에서 그렇게 오두방정 떨 순 없잖아. (대충 이미지 관리 한단 뜻인 것 같다.)
내가 편한거지, 그럼?
연나기:(그러게, 네가 도마뱀-이무기-이어서 일까, 아직도 새벽의 일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서일까. 왜지, 이렇게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마음대로 생각해.
아침 일찍부터 몰려드는 인파를 보니 축제의 인기가 실감 나네요.
세 글자가 한 명의 인간과 한 명의 요괴를 반깁니다
축제 위원회장이 연나기에게 위원회 목걸이를 나눠줍니다.
이상이 없나 확인하고, 일손이 부족하면 돕는 것입니다.
목걸이와 함께 담당 부스가 적힌 차트가 지급됩니다.
빈칸에 전부 도장을 받으면 끝나는 간단한 일입니다.
밤 8시에는 캠프 파이어와 포크댄스가 시작되니,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얼른 끝내고 돌아와 줘!
지금부터 연나기는 마술 연구부, 요리부, 미술부, 연극부 부스를 돕니다.
연나기:(원필에게 설명하듯 차트 보여준다.) 이거 이렇게 네 개 돌 거야. 특별히 먼저 구경하고 싶은 데 있어?
마술 연구부.
조원필:응. 인간이 하는 마술은 어떤 건가 해서.
연나기:(네 둔갑 실력에 비하면 별로 뭐⋯⋯ 재미없을 텐데.) 알겠어. (마술 연구부로 널 안내한다. 인파에 밀려 잃어버리지 않게끔⋯⋯.)
마술 연구부의 부스는 벌써 손님맞이를 시작했는지
여러 장의 트럼프 카드와 가랜드로 화려하게 꾸민 교실은
연나기:흠~⋯⋯ 뭐, 나쁘지 않네, 준비 열심히 하더니.
연나기의 목에 걸린 위원회 목걸이를 본 부장이 아는 체합니다.
마술 연구부 부장:안 그래도 위원회 측에 사람 좀 보내 달라고 하려 했는데!
기왕 온 김에 우리 좀 도와줄래?
마술 연구부 부장:여기 풍선 아트부터.. 너무 바빠!!
연나기:(에이, 씨⋯⋯ 원필에게 눈빛 보낸다. 도와 달라는 건 아니고 얌전히 있으라는 그런 뜻.) 뭐 어떻게 도와줘야 되는데.
풍선 이거 불면 되지?
당신의 손에 바람 넣는 기구와 새 풍선이 쥐어집니다.
많은 손님이 풍선을 받기 위해 줄을 지어 서서 기다립니다.
연나기:
운
기준치: |
18/9/3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연나기:윽. (흙 만지는 거나 좀 잘 하지, 이런 건 안 익숙하다고⋯⋯!)
운
기준치: |
18/9/3 |
굴림: |
45 |
판정결과: |
실패 |
내가 좀 도와줄까?
⋯⋯으응. (자존심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조원필: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자, 여기.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풍선 내민다.)
연나기:('위원회' 목걸이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잘⋯⋯ 하네?
조원필: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쉬운 것 같은데?
연나기:야, 야⋯⋯. 너 혼자만 잘 하지 말고⋯⋯. 내가 잘 하게 되는 뭐, 그런 거 없냐? (소곤거린다.)
그런거?
풍선을 잘 불고 싶어서.. 그런 부탁하는거야?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아이고, 집중 못해서 하나 터뜨렸다..)
연나기:⋯⋯ (다시 생각해 보니 이상하네.) 아, 미안;
방해 안 할게⋯⋯.
조원필: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대충~.. 이 정도면 되려나?)
나기. 얼추 다 한 것 같은데?
그으...리고..
연나기:(죄 없는 마술 연구부 부장을 동태 눈깔로 쳐다본다.) 또 왜.
마술 연구부 부장:조금 이따 신체 절단 마술을 할 건데,
조수가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서 못 나오고 있지 뭐야..!?
부장은 그렇게 말하며 연나기를 빤히 쳐다봅니다.
연나기는 그대로 신체 절단 마술의 희생양이 됩니다!!
연나기:(꼴이 우스워졌다. 아니, 이러려고 부른 거냐고⋯⋯!)
마술 연구부 부장:기대해주세요! 마술의 클라이맥스, 신체 절단 마술입니다!(막무가내)
부장은 그렇게 말하며 연나기의 머리에 토끼 귀를 씌워줍니다.
마술 연구부 부장:자, 여기 들어가면 되거든?
이윽고 연나기는 머리만 내놓은 채로 상자 안에 갇힙니다.
연나기:(부들거린다⋯⋯. 수치스럽기 이루 말할 데 없다. 이게 무슨 꼴이냐고. 괜히 조원필 노려본다.)
그는 다섯 개의 칼을 들고 불안한 표정으로 연나기를 봅니다.
연습 제대로 안 했어?
아니! 연습..잘했거든?
연나기:
운
기준치: |
18/9/3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다시 한번~...
연나기:(이 앙다물고 말한다. 교복은 네가 물어내라⋯⋯.)
운
기준치: |
18/9/3 |
굴림: |
1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연나기:
운
기준치: |
18/9/3 |
굴림: |
42 |
판정결과: |
실패 |
움직이지말고오..
얌전히 있어봐!
운
기준치: |
18/9/3 |
굴림: |
42 |
판정결과: |
실패 |
너는, 무슨 연습도 안하고 애를 데려가?
협의도 안하고, 남 탓만 하기는..(으르릉)
연나기:?! 야, 갑자기 난입하면 어떡해⋯⋯. (만류하듯 네 옷자락 잡는다. 화는 이 쪽이 내려고 했더니. 되려 원필이 더 성을 내니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이런 건 시키지마.
미안 나기야.. 협의도 없이..
연나기:⋯⋯ ⋯⋯그래! 임마. (분위기를 풀려는 시도 같은 것.) 이거 봐, 교복 다 찢긴 거.
마술 연구부 부장:어...응! 그건 내가 물어낼게.
저 친구는.. 되게 무섭네......(눈치)
연나기:⋯⋯ 괜, (안 괜찮다.) 찮아. 그래도 저기 풍선은 인기 좋은 것 같으니까⋯⋯ 계속 해.
가자. (저도 모르게 원필의 손 잡고 문 밖으로 이끈다.)
왜 이런 걸 준비도 안하고 너만 고생하는거야? (투덜..)
다음, 어디로 갈까?
너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
연나기:⋯⋯ 큽. (왜 웃음이 나오는지⋯⋯.) 네가 다 화 내 줘서 내가 짜증낼 틈도 없었어.
(차트 확인하려다 그제야 잡은 손 의식했는지 빠르게 놓아준다. 고개 들어 눈 맞추고) 미술부 갈까, 그럼?
조원필:왜 놓는거야? 난 이렇게 손 잡고 가는 거 좋은데..
(다시 손 내민다.)
잡아줘.
연나기:⋯⋯ ⋯⋯손, 잡는 거 좋아하냐⋯⋯? (우물쭈물하다 네 검지 손가락에 제 것 감싸는 정도로 그친다. 조금 민망할지도. 근데 이 편이 좀 더 어색하리란 생각은 못 하는 것 같다.)
조원필:(다시 손 고쳐 깍지 껴 잡는다. 검지만 잡으면 불편하지 않나? 싶어서.)
이러니까 친구같고, 좋다. 그치?
연나기:(어느 친구가 손깍지를 끼는데⋯⋯?!) 어, 어.
문화제의 꽃, 귀신의 집은 바로 미술부의 담당입니다.
붕대를 둘둘 감은 부장이 나와 연나기에게 말합니다.
연나기:어어. 부장이지? 못 알아 볼 뻔 했네.
미술부 부장:밝을 때 시작하면 안무서울 거라고 해서 늦게 열기로 했어.
해가 지면 개장이야. 준비는 다 끝났는데.
아, 그 전에 테스트 해볼래?
연나기:아, 하긴⋯⋯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긴 하지. 어두우면 더 무섭겠는데? (두리번거린다.)
그래, 그럼. (선뜻 대답한다. 원필에게 의사 묻듯이 잡은 손 살짝 흔들었다.) 넌? 괜찮지?
조원필:난 뭐든 좋아. 여기서 동료들도 마주칠 수 있는건가? (장난스레 웃는다.)
미술부 부장:.... 마침 둘이 손도 잡고 있네.
둘이 사귀는거야?
부장은 자연스럽게 조원필과 연나기의 손목을 묶어줍니다.
미술부 부장:한 쪽이 무서워서 버리고 도망가면 안되니까 이런 것도 준비 해봤어.
시작 전에 잠깐만.
두 사람을 귀신의 집앞에 세워둔 채 찰칵, 찍어줍니다.
미술부 부장:여기 있어. 둘이 잘어울리네. (나기한테 내민다.)
연나기:⋯⋯ ⋯⋯ (얼굴 붉어진 것까지 다 찍혔다.) 그러니까 아니라고⋯⋯.
내가 가져가면 안돼?
연나기:⋯⋯(사진 잠자코 바라보다 네 쪽으로 내민다.) 그럴래? 너넨 사진기⋯⋯ 같은 거 없지.
조원필:(사진 받고서 빤히 본다.) 응, 되게 가져가고 싶네.
쿠라마 할멈이 좋아할 것 같아. (중얼..)
들어갈까? 나 준비 다 됐는데. (맞잡은 손에 힘 들어간다.)
아직 썸?
연나기:야, 야! 왜 자꾸 신경 쓰는데! (부끄러운 것 숨기려 잔뜩 노려보며 썽 낸다.)
쿠라마? (그새 중얼거리는 것 들은 듯) ⋯⋯너네 할머니 이름이야?
아무튼, 그렇게 두 사람은 귀신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발을 들이자마자 싸한 소독약 냄새가 퍼집니다.
유난히 강한 냉방 때문에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네요.
무시무시한 음향 효과에 드라이아이스 연기까지,
연나기:(으스스한데. 누가 손재주 좋은 애들 아니랄까봐⋯⋯.)
잠깐, 설마 이 작은 귀신의 집 안에 서 길을 잃은 걸까요?
연나기:(그래봤자 교실인데 뭐. 잡은 손을 위안삼아 길을 찾으려 노력해본다.)
항법
기준치: |
10/5/2 |
굴림: |
41 |
판정결과: |
실패 |
거기가 길이 아닌 것 같은데.
(자기 쪽으로 끌어준다.)
여기부터 시작이야.
연나기:아, 아냐? 나 나름 길 잘 찾는데. (머쓱하게 끌려간다.)
연나기:뭐, 뭐야?! (흠칫, 티나게 놀라며 잡지 않은 손으로 원필의 허리 감싸안는다.)
밟으면... 아프겠지. (나기 발목 잡은 손 빤히..)
연나기:뭐, 뭐가 나 잡아당겨⋯⋯! (SOS 친다. 공포의 집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가⋯⋯.)
조원필:(허리 숙이더니 힘주어 손 떼어낸다. 세게도 잡았네.)
너,...... 손 많이 가네. (장난)
연나기:⋯⋯ ⋯⋯ (그제야 정신 차린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겠지만, 아마⋯⋯ 잔뜩 붉어졌을 터다.) 아, 아니거든?! 귀신의 집 원래 잘 안 가는데, 진짜⋯⋯!
연나기:(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전혀 아니거든?
그냥 갑자기 잡으니까 놀란 것 뿐이라고.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연나기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잡아당깁니다.
연나기:(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방금 누가 나 잡아당겼는데.
진짜 귀신인가?
연나기:그⋯⋯ 그럴 리가 없잖아! 잡아당기고 숨었겠지⋯⋯!
나가지 말까?
이게 마지막이긴 한데.
연나기:넌 왜 그렇게 태연해? (괜히 심술 부리려 맞잡은 손 꾸욱⋯⋯ 더 세게 쥔다.)
조원필:이것보다 더 무서운 일은 많으니까. (어깨 으쓱하고 문 연다.)
개선할 점도 같이.
연나기:⋯⋯ 근데, 총 몇 명이 숨어 있었던 거야?
나머지 두명은 다른 부스 돌고 있거든.
조원필:음~.. 중간에 발목 잡는 거 말야, 그거 너무 세게 잡지 마.
다들 당황해서 넘어지겠더라.
길도 잃기 쉬울 것 같던데 파티션을 쳐도 좋을 것 같은데.
연나기:(아.) 그래, 맞아. (제 발목 들어 보여준다.) 여기 자국 남았어.
미술부 부장:응? 발목 잡는 역할은 지금 부스 체험 중일텐데..
여튼, 고마워.
연나기:⋯⋯ ⋯⋯(싸해진 분위기에 느리게 고개 돌려 원필을 바라본다.) 쟤 뭐라 했어, 방금?
연나기:아니, 넌 그럼 알면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얼굴이 창백해진다.)
좀 쉬자. 안색 좀 봐.
연나기:이익⋯⋯! (와중에 따라올까 봐 무서웠는지 그냥 아예 팔짱 껴 붙들어 버린다.)
돌아다니느라 지친 사람들이 목을 축이기 위해 하나둘씩 모이고 있습니다.
뺨에 밀가루 반죽을 묻힌 요리부 부장이 연나기를 반깁니다.
요리부 부장:서빙 인력이 부족해서요, 잠시만 도와주시겠어요?
연나기:어째 방문하는 곳마다 인력이⋯⋯. (그래, 이젠 익숙해졌다는 듯 잠시 리스트를 네게 맡기고 팔을 걷는다.)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
갑자기 비굴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묻습니다.
계산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서요.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 될까요?
연나기:⋯⋯ ⋯⋯ 안 되는데요. (당연하지만, 서비스직은 천직이 아니다.)
따악... 200원만...........
당이 떨어지니까!!
연나기:(조원필, 어떡해? 흘긋 뒤 돌아 네 쪽 본다.)
설거지라도 하고 가세요, 그럼.
어디서 큰 소리야...
(어때? 하는 표정)
연나기:(⋯⋯ 딱히 도움이 되진 않는 것 같지만, 나기의 입장에선 괜찮은 대답이라고 생각되는 것 같다.) 오, 좋은 생각이네.
설거지 하고 가세요.
주문자는 터벅터벅 설거지를 하러 들어갑니다..
혼자 온 듯 쓸쓸한 표정을 지은 사람이 테이블 앞에 앉아있습니다.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워주면 먹을 만할 것 같은데…
(뭐야, 이 오타쿠는. 대충 무미건조하게 뱉는다.) 맛있어져라.
됐나요?
감사합니다...
연나기:⋯⋯ ⋯⋯(정말 이걸로 된 거냐?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본다.)
연나기:(뭐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세 번째 테이블로 간다.)
두 명의 초등학생이 광고지를 들고 발을 까닥거리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1:여기에 집사 오빠나 메이드 언니는 없나요?
집사 오빠 카페라고 해서 온 건데….
집사 오빠가 없으면 공주님이 될 수 없어요!
(나기 빤히 봄.)
연나기:뭐가 그래. 왜 날 보는데? (삐죽⋯⋯.)
(그리고 다시 시야 안에 들어온 초등생 두 명을 본다. 집사니, 메이드니⋯⋯ 어린 애들이 벌써부터 저런 걸 찾냐. 원필의 귀에 대고 소근거린다.) 집사 연기는 어떻게 하는 거냐⋯⋯?
공주를 보필하는... 하인?
정중하게 달래봐.
연나기:⋯⋯ 씨이. (알았다고. 궁시렁거리며 어린 아이 눈높이에 맞춰 한 쪽 무릎 굽혀 앉는다. 오글거림을 뒤로 하고 작게 웃었다.) 공주님, 주문하시겠어요?
오빠. 저희 케이크랑요..~..
우유!
여자친구 있어요?
연나기:우유랑⋯⋯ 케이크? (어릴 때부터 취재 요청이니, 인터뷰니⋯⋯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었기 때문에 적당한 이미지 관리엔 나름 능숙했다. 네가 보기엔 어색하겠지만.) 저에겐 공주님밖에 없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 ^-^)
연나기:( ^ - ^ ) (연기 끝나면 조원필한테 뭐라 할 생각 만만이다.)
초등학생 2:(꺄르륵 웃는다!!) 저희 그것만 있으면 될 것 같아요!
연나기:네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천~ 천~ 히⋯⋯ 돈다. 바로 내려가는 입꼬리.)
전생에 집사였어? (악의X)
연나기:그럴 리가 없잖아! (민망하니 괜히 짜증낸다.)
공주님들 화내실라.
연나기:이게⋯⋯! (아무튼, 주문받은 음식을 테이블 위에 놓을 때까지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가식이지만.)
서빙이 끝나면 부장이 도장을 꺼내 빈 차트에 찍어줍니다.
연나기:둘째 날에도 정신없을 것 같은데 사람을 더 뽑는 게 좋겠어.
꼬마 공주님들이요?
연기 잘하시던데요!
연나기:(또 언제 본 거야?! 얼굴 새빨개지며) 됐거든! 사람 더 뽑아.
요리부 부장:그러고보니.. 연극부로 가보세요!
30분 뒤에 본 공연이 시작된다고 하더라구요~.
연나기:⋯⋯알았어. (이젠 당연하다는 듯이 네 손 먼저 잡는다.)
매혹
기준치: |
5/2/1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의도하진 않았다. 아무튼 아니다.)
꼬시는거야? (어째 모양이 서툰데..)
연나기:아⋯⋯ 아니거든?! 손 잡는 거 좋다매.
소강당에서는 연극부의 연극 준비가 한창입니다.
부장이 연나기를 발견하자 헐레벌떡 달려옵니다.
뭐가 또 부족해?
연극부 부장:마침 잘 왔어! 세트 몇 개를 무대 뒤로 옮겨놔야 했는데~!!
후배 몇이 깜빡했지 뭐야. 지금 도와줄래?
무거운 짐을 옮기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네요.
연나기:나 '이무기'도 들어서 (이건 네게만 들릴 만큼의 소리로 속삭인다.) 옮긴 사람이야. 잘 봐라⋯⋯.
근력
기준치: |
62/31/12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무리 없이 다른 연극부원들과 함께 무거운 세트를 실어 나릅니다.
민첩
기준치: |
67/33/13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그걸 본 조원필이 빠르게 연나기의 몸을 잡고 바닥을 뒹굽니다.
연나기:으⋯⋯. (부서진 잔해 쪽으로 시선 주다, 금세 네 상태 살피려는 듯 몸 더듬었다.) 괜찮아?!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넌 괜찮아?
조원필은 연나기에게 다친 곳은 없는지 황급히 확인합니다.
연극부 부장:괜찮아? 보건실로 가지 않아도 되겠어?
연나기:난⋯⋯ 얘 덕분에. (그래도 바닥에 부딪혀 등이 조금 아리다.)
연극부 부장:내가 다 부주의해서 벌어진 일이야!!!!! 정말.. 이런 일은 하..
연극부 부장:이상하네, 어제 점검했을 땐 튼튼했는데...
연극부 부장:아무튼, 많이 놀랐을 테니 조금 쉬었다 가.
저것만 치우면 바로 리허설에 들어갈 거라 보고 가지 않을래?
(연나기 등 쓸어준다.)
연나기:(고개 끄덕인다. 의지하듯 네 손 꽈악 잡았다. 놓을 생각 없다는 듯⋯⋯) 연극에 지장 없다면 다행이고. 그럼 보고 갈게.
조원필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신중하게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조원필:응? 이계에도 같은 내용의 전설이 있거든.
진정은 좀 됐어?
(잡은 손 엄지로 쓸어준다.)
연나기:(평행 세계? ⋯⋯같은 건가. 신기하다는 듯 너 빤히 쳐다본다. 손등 간지럽히는 느낌 들 적이면 다문 입에 힘 준다. 그러니까, 잘 생겨서 그래. 잘 생겨서⋯⋯.) 덕분에. 너 날쌔더라.
내가 없었으면,....
연나기:응. 그 땐 어떻게 잘 피했는데⋯⋯ 아까는 무거운 것도 들고 있어서 피할 겨를이 없었네.
이상해. 마가 꼈나 봐.
(어깨 툭 기대고 고개 부비다가 일어난다.)
연나기:내가 왜 바보냐? 떨어지는 건 내 마음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잖아. (기댄 정수리에 뺨 가볍게 부비다, 따라 일어난다.)
담당 부스를 전부 돌고 나면, 어느덧 하늘은 어둑어둑합니다.
도장이 전부 찍힌 차트를 받은 축제 위원회장이
아직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군요.
연나기:많긴 했지, 진짜. (진 빠진다⋯⋯.)
또?
외부인이 학교 뒷산으로 들어갔다는 제보가 있어서,
분명 못 들어가게 막아놨는데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겠네.
대신 확인해주지 않을래?
연나기:⋯⋯? (이게 그건가? 고개 돌려 너 본다.)
연나기:(귓가에 소곤거리며) 왜, 너가 잃어버렸다던 동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해가 진 뒤의 산은 무척 위험하니까.
(근데 저 놈은 왜 보내는거야? 괜히 위원장 째려본다.)
연나기:(작게 웃는다. 등 두드리며) 야, 야. 따라와.
그럼 다녀올게.
가장 유력한 설은 뒷산에 ‘신목’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연나기 역시 동네의 몇몇 어른들이 수군대는 걸 듣지 않았나요?
실제로, 신목 근처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조원필:....외부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네.
연나기:야, 조금 천천히 가. (헉, 헉⋯⋯. 거친 숨 내뱉는다.)
연나기:끄응. (두 손 내밀어 잡는다. 잡는다⋯⋯ 기엔 밧줄마냥 잡아당기는 것에 가까웠지만. 이 또한 심술이다.)
일부러 그러는거지.
여긴 연나기의 학교 뒷산인데, 조원필이 이끌다니….
우뚝 선 웅장한 크기의 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굵은 뿌리를 내린 채 자라고 있는 이 나무는,
그 주위에는 낡은 금색 새끼줄이 이리저리 늘어져 있습니다.
조원필은 새끼줄을 걷으며 신목 앞으로 다가갑니다.
그는 손바닥을 펼쳐 거친 나무의 표면에 가져다 대고,
한참 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로 제자리에 서 있습니다.
조원필은 신목 앞을 떠나 다시 연나기에게로 돌아옵니다.
조원필:신목에게 이곳으로 들어온 사람에 관해 물어보고 왔어.
뭐래? 그래서.
조원필:신목은 이 산의 주인이기 때문에 전부 알고 있거든.
두 번째 신목 밑에 있대. 10분 정도 걸으면 찾을 수 있겠더라.
그거 알아? 난 요괴 중에도 몇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
연나기:에⋯⋯ 그래? (나무가 그런 것도 가르쳐 주는구나. 이어지는 말엔 고개 기웃거린다.)
조원필:신목은 이계와 인계를 잇는 문이지만, 열기 위해선 복잡한 조건이 필요하거든.
내 능력은 조건 제한 없이 강제로 신목의 문을 개방해 인계와 이계를 넘나드는 거야.
9개의 방울은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며 빛나고 있습니다.
조원필:이건 내 힘이 담긴 방울이야. 문을 여는 것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어.
건강도 되찾을 수 있고.
연나기:오⋯⋯ 편리하네. (제 주머니에서 방울 한 개 꺼내 보여준다.) 이것도 그런 게 되나?
조원필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 생김새를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이건 내 방울이네.
이 방울은 내가 소중한 사람에게 준 거였거든.
조원필:혹시 누구에게 받았는지 말해줄 수 있어?
연나기:⋯⋯이거 아마 대대로 전해지는 걸 걸? 아마 할아버지려나⋯⋯. (것보다 소중한 사람이라니. 왠지 좀 가라앉는 기분이다. 아니, 착각이야.)
아까 그 일 때문에 좀 그래?
갑자기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연나기:그으⋯⋯ (저기압의 원인이 네게 소중한 사람 때문인 것 같다고, 어떻게 말해.) 진짜 별 거 아니거든? 아무튼, 방울로 뭐 할 생각인데.
잘 간직해둬.
가자, 걸을 수 있겠어?
연나기:알았어. (품 안에 방울 깊숙히 집어넣는다. 이어지는 말엔 고개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아직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아이들이 쪼그려 앉아있습니다.
연나기와 조원필을 발견한 아이들은 울먹이다 두 사람의 방향으로 달려와
아무래도,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길을 잃어버린 모양입니다.
초등학생 1:흑..흐극,.. 산속에서 길을 잃어서...
걷다가 큰 나무를 찾아서 여기서 쉬고 있었어요....
연나기:그래, 이제 집에 가자. (안심하라는 듯 등 토닥여주고, 상태 확인한다. 다행히 걸을 수는 있는 상태군.) 더 어두워지면 안 되니까 얼른 데리고 내려갈까.
조원필:그게 좋겠다. 내가 봐주면서 앞장 서서 걸어갈게. 너도 발 밑 조심하고.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연나기와 조원필은 산에서 내려갑니다.
연나기: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나무 위에서 검게 일렁이는 작은 그림자를 봅니다.
갑작스레 발밑이 푹 꺼지고, 몸이 앞으로 기울어집니다.
어제의 일부터 오늘 연극부에서 있었던 사건까지,
많이 다쳤어?
연나기:아윽⋯⋯. (아프다. 발목 접질린 것 같은데. 아픈 곳 부여잡고 잔뜩 인상 쓴다.)
조원필:신발이 없네.. (네 발목 감싸쥐고는 주위 둘러본다.)
안되겠다, 업힐래?
연나기:괜찮아. (아니지만 일단 여기선 널 제외하면 제일 연장자니까.) 까짓 거 맨발로 가지 뭐. 애들이나 챙겨.
이 상태로 어떻게 걸어간단 거야?
(나기 안아올릴 준비하고는)
목에 팔 둘러.
연나기:⋯⋯ (맞다. 앉아서 자세 잡는 것조차 힘든데 혼자 산을 내려가긴 개뿔이⋯⋯ 작게 한숨 쉰다.) 그럼 부탁⋯⋯ 아니, 이렇게 안는다는 거였냐?!
지금 그건 중요한게 아니니까.
연나기:하⋯⋯ 아, 아냐. 너 편한 대로 해. (조금 모양 빠지지만; 네 목에 두 팔 두른다.)
만신창이가 된 몸은 축제를 즐기는 것보다도 휴식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연나기:⋯⋯ 축제 더 안 봐도 되냐? 캠프 파이어 같은 것도 너네 세계엔 없을 거 아냐.
나야 다시 와서 봐도 되는거고.
너 오늘 무리했잖아.
연나기:좀 아프긴 한데. (아야. 뼈가 시큰거릴 때마다 견디고자 반사적으로 너 꽉 끌어 안았다.) 그래도⋯⋯ 오늘 축제에서 일 한 기억밖에 없단 말이야. 좀 즐기게 해 주려고 했는데.
네가 걱정안해도 될 정도로.
나한테 이런 추억은 네가 마지막일거야.
돌아가자.
치료도 하고~. 응?
연나기:그래~⋯⋯ 너 알아서 해라. (네 어깨에 고개 기댄다. 아오, 모양 빠져⋯⋯.)
교문을 벗어나 멀어질수록 선명하게 울리던 노랫소리가 희미해집니다.
연나기:(덩달아 올려다본다. 질문을 이해를 못 한 것 같다.) 뭐, 달?
해는 낮에 뜨는 거고.
달은.. 들어본 적이 없어.
저 옆에 있는 빛들은?
연나기:그래? 신기하네. (이젠 놀랄 기력도 없다. 과학 시간에 배운 지식을 열거한다.) 옆에 있는 빛이면 별을 말하는 건가. 우주에 있는 수많은 거대한 항성인 거지. 지구는 둥글고⋯⋯ 우주는 넓으니까?
저 빛들은 별이구나.
........인계로 오길 잘했어.
우주에 가보고 싶은 생각은 없어?
연나기:당연히 있지. (낭만⋯⋯) 해는 뜨거워서 착륙할 수 없지만 우주선을 타고 가면 달에 도달할 수 있어. 실제로 간 사람도 있고.
뭔가.. 손 뻗으면 닿을 거리같은데,
닿을 수 없어 보이네.
연나기:응, 38만 5천 킬로미터만 더 가면 돼. ( ^^)
그 반대지. (정정하듯 네 귓가 만지작거린다.) 닿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결국엔 닿으니까.
그 점이 경이로우면서도 대단한 점이라고 생각해. 인간의⋯⋯.
조원필:(시선 내려 가만히 쳐다본다. 선생님을 꼭 닮았지만, 성격도.. 말투도 전혀 달라. 그럼에도 왜 이런 기분이 드는건지..)
넌 그럼.., 커서 뭘 이루고 싶은데?
연나기:나? 듣고 놀라지나 마라. (괜히 뜸 들인다.)
연나기:달을 지구로 내려보낼 거야. (뭐,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말하자면 이렇고. 접질리지 않은 다리를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웃었다.) 보통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것에 좀 관심이 많거든, 내가.
네가 우리 세계로 건너온 것과 비슷해, 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작품 세계를 만들고 싶어. 너는 이 우주를 '인계人界'라 불렀으니 내 차기작은 인계引界가 되겠지.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나만의 세계인 거야. (작품 이야기를 하는 눈이 달빛을 받아 형형하게 빛났다. 바보 같은 생각일지라도, 원래 모든 변화는 다 그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에⋯⋯.)
조원필:차기작이라면.. 넌 뭘 하는 사람이야? 미술부 부원들이랑 친해보이긴 했는데. 그림을 그리는건가.., 해서. 인계를 그렇게도 생각하는구나. 나기 넌,.. 확실히 다르네. (이럴 때 보면 선생님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그 사람도 항상 내게 어려운 말을 종종 했는데. 그게 참 즐거워보였어.)
네 차기작을 보러오려면 인계로 올 일을 만들어야겠네.
이계도 구경와서, 영감을 받고 가면 좋을텐데.
연나기:정확히는 흙으로 빚는 일을 해. 조소라고 들어봤어? (으쓱인다.) 그 과정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진도 찍고 하는 거지. (네 말에 고개 끄덕이며) 그러니까, 그래서 너 도와주는 거다? 나도 네 세계가 궁금하거든! (학교에서 보통의 아이들을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좀 더 철없는 애 같은 면모가 이상하게 너와 있을 땐 자주 드러난다.)
조원필:(소파에 너 앉혀두고는 발목 살핀다.)
많이 아팠겠다. 이런데도 혼자 걸어간다느니. 그런 소리나 하고..
아프면 티를 내.
말 안 하면, 다들 모르더라고.
연나기:⋯⋯거기엔 애들이 있어가지고. (머쓱한 듯 제 볼 긁적인다.) 내가 아프다고 울면 걔네가 더 불안해할 것 같았어.
조원필:울음이 나올 정도로 아팠다는 거 잖아.
그런 걸 왜 신경 써. 넘어지는 소리도 엄청 컸는데. .
....비상약이나, 붕대는 어디있어?
연나기:아니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비상약이 있는 쪽을 가리킨다. 다행이도 눈에 띄는 곳에 있어 네가 찾기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조원필:(네가 가리킨 곳으로 가 비상약 꺼내온다.) 한 시도 눈을 못 떼겠으니까 그렇지..
조원필:(발 조심스럽게 잡아 붕대 감아준다.)
못 미더운게 아니야.
너한테 계속 위험한 일이 벌어지잖아.
너 혼자 있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도 싫단거지.
연나기:(다리에 힘을 뺀 채로 잠자코 듣고 있다가, 잠시 고민하듯) 왜 상상하기 싫은데? 그냥 널 구해준 인간이라서 그래⋯⋯?
(눈 마주치다 먼저 고개 돌린다.) 치료.. 끝났어.
연나기:뭘 모르는데. (손 뻗어 고개 이쪽으로 돌린다.)
조원필:기분이 이상해. 뭔가 간질간질하고..,
연나기:(어?) ⋯⋯ ⋯⋯ (네 눈 피하지 않고 마주본다.) 근데⋯⋯ 나도.
조원필:(네 바짓단 꾹 쥔다. 심장도 쿵쿵 울리는게..)
....나기야.
(고개 좀 더 뻗어 네 볼에 입 맞춘다.)
연나기:⋯⋯ (간질간질, 심장께 부근으로부터 퍼져나간 꽃가루가 뺨에도 맺힌 듯 맞닿은 부분이 달아올랐다. 저도 모르게 볼에 바람 넣어 부풀린다. 마음처럼⋯⋯) 나도 해 줄까?
⋯⋯아니지. 해 줘도 돼? (조심스레 물었다.)
조원필:.......응, 해줘. (무슨 짓이냐고 화 낼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응에 눈을 꿈뻑였다. 서로의 온기가 고스란히 마음에 젖어 들어간다. 인연이란게 참 무섭지. 말갛게 웃음이 터져나온다.)
연나기:이리 와. (난 다쳐서 그 쪽으로 못 가니까. 네 넥타이 잡아당겨 끌어온 후 가볍게 입⋯⋯ ⋯⋯입?) 엇⋯⋯. (절대 의도한 게 아니었다는 듯 낯이 순식간에 벌개진다. 분명 볼에다가 하려고 했는데?! 완벽한 조준 실패다.)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조원필:(순식간에 맞닿는 입술에 눈이 커진다. 아, 아? 이렇게 저돌적으로? 곧바로 떼어지는 낯에 의도가 아닌 걸 알았다만.., 그래서?) 난 좋았는데. (네 목덜미 끌어당겨 느긋하게 입 맞춘다. 입 맞춤에 능숙한 이유는... 몇 백살 먹은 요괴라.)
(꽤 긴 입맞춤이 이어지다 널 소파에 눕힌다. 딱, 여기까지만 해야지. 입술이 떨어졌음에도 시선은 여전하다.)
...미안, 오버했네.
연나기:조, 좋았⋯⋯ (읍, 입술 맞닿자 자연스레 눈 감은 채 들어오는 살덩이를 받아들인다. 반면 이 쪽은 비슷한 경험이라곤 소꿉장난 수준인 입 맞춤이 전부라 네 옷자락 잡은 손에 힘을 들이는 게 전부였다. 첫 키스는 심장이 간질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운⋯⋯ 그런 느낌이구나. 열이 오를 때쯤 길게 맞붙었던 입술이 떨어진다. 너 올려다본 채 두 손으로 제 얼굴 가린다.)
(눈은 형광등도 달빛 못지않게 밝은 듯 반짝인다.) ⋯⋯나 처음이야.
조원필:....얼굴은 왜 가려, 부끄러워서 그래?
연나기:(말 없이 고개만 한 번 끄덕인다. 아, 열 올라⋯⋯.)
조원필:(네 볼 손등으로 문질러주고는 앞머리 쓸어준다.)
너랑 오래 있고 싶네.
...너랑 있으면 즐거워.
연나기:⋯⋯나도! (긍정의 의미로 다급히 뱉는다. 이번에도 소리가 크다.)
나, 다른 애들이랑 있을 땐 그렇게 재밌지 않은데⋯⋯ 너랑 있으면 좋⋯⋯ (눈을 못 마주치겠다. 시선 피한다.) ⋯⋯아.
오늘도 날 의지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어.
늘 그렇게 보호해주고 싶지만,...
이럴 때 돌아가야할 곳이 있다는 건 야속하네.
연나기:⋯⋯가끔이라도 보면 되지! (다시금 고개 돌려 네 멱(?) 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발은. 좀 나아진 것 같아?
붕대만 감아서 큰 효과는 없겠다만..,
그러니까 다시 만날 때까지 다치지말고.
(네 이마에 입술 도장 꾹 찍다 일어난다.) 침대까지 옮겨줄까?
연나기:(윽⋯⋯ 그제야 정신차린 듯 잡았던 멱 놓는다. 새침하게) 당연하지. 날 뭘로 보고? 아까 힘 센 것도 다 봤잖아. 이 정도도 금방 나을걸. (이마에 입술 잠시 내려앉았다 떨어지면 잠시 눈치 보다) 여, 여기에도 해 줘. (입술 아주 사알짝 내민다.)
조원필:여기도? (내밀고 있는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춰 주더니 그대로 너 안아올리고는 침대로 향한다.)
그러고보니.. 나기야.
저쪽에 서재가 있던데. 나 구경해도 되는거야?
연나기:
지능
기준치: |
82/41/16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곳에 쌓인 낡은 문헌은 분명히 전해 내려오는 옛 고서들이었죠.
그러고 보니, 연나기도 어릴 땐 재미 삼아 창고를 오가며
연나기:(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마음대로 해. 혼자 구경하게? 아빠 몇 시에 퇴근하더라.
문 꼭 닫고 있을게.
연나기:여기, 서재 열쇠. (아무래도 자주 가는 편이었기에, 방 벽에 걸려 있던 열쇠 하나 내밀었다.)
(침대에 나기 눕혀주고는 빤히 쳐다본다.)
연나기:당장은 잠이 안 오는데⋯⋯. (이유는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폰 좀 하고 있지 뭐.
─────── CHAPTER 三⽇ ───────
어제 다쳤던 다리의 통증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연나기:(엉? 이것도 요괴의 힘인가? 멀쩡한데?!)
연나기:(아, 그러고 보니 서재 좀 보겠다더니⋯⋯ 설마, 아직도? 아니면 아빠한테 들킨 건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을 이끌고 침대에서 내려와 서재로 향한다.)
낡은 책 한 권만이 바닥에 단정하게 놓여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종이와 마주합니다. 종이의 결,
적혀있던 글자만은 마치 누군가가 훔쳐간 것처럼
오래전 이 책을 읽었던 것 같은 데자뷰에 휩싸입니다.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연나기가 부르며 찾아도 조원필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멋대로 눌러앉을 땐 언제고 멋대로 떠나버린 걸까요?
간다면 간다고 기별이라도 해줬다면 좋았을 텐데요.
아무튼, 그런 배은망덕한 녀석은 잊고 등교할 준비나 합시다.
연나기는 오늘도 축제일을 보조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예정이니까요.
연나기:(첫⋯⋯ 첫 키스였는데⋯⋯. 우울하다⋯⋯.)
(어떻게 잊는데!!!!!!!!!!!!!!!!!!) 씨, 간다면 간다고 말이나 해 주지⋯⋯.
연나기:(우중충⋯⋯ 머리 위에 먹구름이 껴 있다. 말을 잘 골라야 할 것이다.)
위원회장:밤새 누군가의 소행인지, 축제 세트의 일부가 파손됐어..
엉망으로 찌그러진 공연용 스피커들이 놓여 있습니다.
연나기: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위원회장:아무튼, 후원해주시는 측에서 새로 기자재를 보급해주시기로 했으니 다행이지.
넌 다른 친구들이랑 이것 좀 밖으로 내다 놔줄래?
연나기:아니, 뭔 사고가 난 거야? 사람의 힘으로 이게 가능해⋯⋯? 차로 들이받은 것 같은⋯⋯ 일단 알겠어. (어두운 표정으로 찌그러진 스피커 들어 옮긴다.)
근래엔 이상한 일 투성이네.
나기 역시 망가진 스피커를 나르기 위해 움직이던 그때,
위원회장:그런데 왜 어제 내내 같이 있던 친구랑은 따로 왔어?
아까 마주쳤는데, 싸우기라도 했니?
단순히 먼저 집을 떠나 축제에 오고 싶었던 것뿐일까요?
그렇다면 왜 연나기한테 말도 하지 않고 왔을까요.
문득 연나기의 마음 한편에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혹시, 기자재를 망가뜨린 게 조원필은 아닐까요?
연이어 여태까지의 사고도 꼬리를 물고 떠오릅니다.
연나기:(⋯⋯그럴 리 없어. 바보냐, 그 딴 오해할 정신머리면 축제도 안 왔지.)
야외에 놓인 요리 부스 한구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멀쩡히 잘 달려있던 무거운 간판이 떨어집니다.
부상자가 발생한 듯 구급차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아수라장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뛰어가는 조원필을요.
연나기:조원필!!!!!!!! (부른다. 네게 닿을 리 없지만. 일단 쫓아가자.)
잠시 멈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도로 뛰기 시작합니다.
연나기:
민첩
기준치: |
67/33/13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연나기:
민첩
기준치: |
67/33/13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연나기:
민첩
기준치: |
67/33/13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엉망이 된 축제를 뒤로하고, 연나기는 조원필의 뒷모습을 따라갑니다.
연나기는 학교 뒤편 쓰레기 소각장에 도착합니다.
연나기:헉, 헉⋯⋯ 안 보여. 어디로 간 거야?!
조원필은 연나기를 등지고 서서 한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조원필은 연나기가 따라가는 걸 눈치채지도 못했는걸요.
연나기:(뭔가 심각한 분위기인 것 같아 일단 몸을 숨긴다.)
조원필의 맞은편에는 검은 인영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뱀과 여우를 섞은듯한 외형의 요괴로 변합니다.
긴 머리카락이 베일처럼 늘어져 흩날리고, 얇은 눈매는
연나기:(⋯⋯! 두 손으로 제 입 틀어막는다.)
대체 왜 이렇게 흉흉한 표정으로 대립하는 거죠?
감정이 격양된 두 요괴 주변에 검은 안개가 장벽처럼 피어오릅니다.
안개에 닿은 벽과 바닥이 순식간에 부식됩니다.
조 원필:이곳에 혼란을 일으킨 건 네 짓이잖아, 이채.
네 기운을 내가 못 느낄 것 같아?
흩어진 사자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
이채:후후,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니 변명할 수도 없겠네.
그래, 전부 내가 저지른 짓이고, 그런 피라미들은 다 죽였지.
조 원필: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난 전부 우리의 세계를 위해서 한 거야.
이채:너나 다른 사자들같이 인간에게 무른 자들이 방해해서, 이계는 멸망을 맞이할 테니까.
우리는 이렇게 멸망할 수 없어, 살아남아야 해!
인간을 싸고도는 너희는 전부 세계의 배신자라고!
조 원필:인간도 요괴도 결국 한 세계의 주민인데, 척을 질 필요 있어?
연나기:(무슨 소리야, 이게⋯⋯. 혼란스럽지만 정신을 차려보려 애쓴다.)
이계는 틀렸어. 멸망을 막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인계의 주민을 이계로 보내고 우리가 인계를 차지하는 것 외엔 없다는 거,
알고 있잖아!!!
그들을 우리 대신 희생양으로 쓸 수는….
조 원필:……아니야, 단지 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니까!
이채:말은 그렇게 해도 역시 나를 방해할 생각이구나.
지난 이틀간 널 관찰했어!
넌 이계의 멸망을 막을 방법을 찾긴커녕, 인간이랑 붙어 서 시시덕거렸지.
‘선생님’의 피를 이은 아이가 그렇게 소중하니?
어쩌나, 그 앤 지금쯤 내가 파둔 함정에 걸려서 널 의심하고 있을걸.
이럴 줄 알았으면 역시 그때 한 번에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이채:신목의 수호자인 널 대체할 자는 없으니 여태 살려두었는데, 결국에는.
이게 다 인간 때문이야, 인간이 널 망쳤어.
다시 방법을 잘 찾아보면 어떻게든.
너 같은 거, 인간들 랑 같이 사라져버려!
두 사람을 둘러싼 검은 안개의 장벽이 굉음과 함께
연나기 역시 휘몰아치는 날카로운 바람에 넘어질 뻔합니다.
무언가 ‘열려선 안 될 문’이 억지로 열리는 듯한 소리와
그야말로 ‘괴물’이라고 불리우는 존재가 소환되었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채라고 불린 요괴는 소리 높여 웃으며 조원필에게 삿대질합니다.
이채:이대로 너는 이곳에서 죽는 거야.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인간들이랑 같이!
그대로 아가리를 벌려 단숨에 이채를 집어삼킵니다.
연나기:⋯⋯?! (아니, 저게 맞는 거야?!)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2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무심코 뒤를 돌아본 조원필과 연나기의 눈이 마주칩니다.
왜 이곳에 있는 건지, 우리의 대화를 전부 들은 건지,
조원필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 같지만,
조원필은 연나기의 손을 잡고 산으로 달려갑니다.
축제로 인해 사람이 많이 모여든 학교 중심부로
상상도 못 할 만큼 거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테니까요.
연나기:조원필, 너⋯⋯ 괜찮아⋯⋯?! (정신없이 달리는 와중에도 그거 하나 묻고 싶었던지⋯⋯ 뱉는다.)
그와 동시에 보이지 않는 끈에 묶이기라도 한 듯,
괴물은 몸을 꿈틀거리며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우린 사냥개에게 ‘인식’ 당했어.
조 원필:사냥개는 집요해서 우릴 잡아먹을 때까지 쫓아올 거야, 그게 다른 세계라도 말이야.
....하지만, 도망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이채가 먹히는 사이 내가 빠르게 사냥개의 감각에 주문을 걸어두었어.
근처에 있던 우리를 쫓아오고 있지만,
완벽하게 인식한 건 아니란 뜻이지.
내 말 이해하고 있어?
연나기:⋯⋯대충 이해했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 끄덕인다.) 그럼⋯⋯ 어디로 도망쳐?
조 원필:사냥개를 쫓아내자. 우리한테서 멀어지면 자동으로 인식이 풀릴 거야.
인계에서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사냥개를 멀리 떠나보낼 방법은 없으니,..
신목을 이용할까 해.
내가 문을 열 테니, 사냥개를 신목 쪽으로 유인해줄래?
연나기:(비현실적인 상황에 되려 침착해졌다.) 알겠어. 어제 거기로 달리면 되지?
문을 열어도⋯⋯ 네가 잘못되는 일은 없는 거지?
넌, 잘못되는 일 없어.
내가 그렇게 할 거야.
조 원필:위험에 빠뜨려서 미안해. 부디, 나를 믿고 한 번만 도와줄래?
그렇게 말하며 조원필은 연나기에게 손을 내밉니다.
......약속했잖아. 이계로 초대한다고.
연나기:⋯⋯ (내민 손은 잡는다. 선택지가 없다.) 그렇게 나와야지!
그런데도 그 손은 굳세게 연나기의 손을 맞잡습니다.
당신을 지키겠다는 결의가 살결을 타고 느껴집니다.
곧이어, 사냥개에게 걸린 속박의 주문이 풀립니다.
연나기:(뛴다. 길은 네게 말했듯 잘 찾는 편이었으므로, 한 번 다녀온 산을 다시 타는 것 역시 그리 어렵지 않았다. 빠르게 달린다.)
발이 느린 연나기만 홀로 사냥개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연나기:
민첩
기준치: |
67/33/13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뒤에서부터 기이한 울부짖음이 빠르게 다가오지만,
만약 작전이 전부 가짜라면, 연나기를 속인 것뿐이라면,
연나기와 괴물 사이의 간격은 줄어들긴커녕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연나기:멍청아, 느려-!!!! (잡생각 따위 할 겨를이 없다. 일단 달리자고-! 덩치가 작다는 건 각속도가 빠르다는 걸 의미하니까. 달리다 나무 옆에서 빠르게 꺾는다.)
운
기준치: |
18/9/3 |
굴림: |
51 |
판정결과: |
실패 |
연나기는 갑자기 방향을 전환해 왼쪽으로 몸을 던집니다.
이렇게 쉴 틈 없이 달려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죠?
연나기:으아아아!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연나기!)
여태까지의 달리기 기록을 전부 갈아치우는 것 같습니다.
연나기:
운
기준치: |
18/9/3 |
굴림: |
28 |
판정결과: |
실패 |
나뭇가지가 팔을 긁고, 신발이 벗겨지기 직전입니다.
저 멀리에서 신목에 손을 짚고 있는 조원필이 보입니다.
연나기:
민첩
기준치: |
67/33/13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연나기는 옆으로 몸을 날려 가까스로 피합니다.
그런 연나기를 조원필가 안정적으로 받아줍니다.
한 뼘 차이로 사냥개는 나무에 충돌하며 빨려 들어갑니다.
기운이 빠진 연나기까지 끌려가는 걸 조원필이 잡아줍니다.
보이지 않는 출입구는 달려드는 사냥개를 반갑게 맞이하고,
바람이 잠잠해지고, 삽시간에 주변이 고요해집니다.
연나기:⋯⋯ ⋯⋯! (어버버, 말이 안 나온다. 애초에 숨이 너무 차서 쉬는 것 조차 버겁다.)
나기야.
......도와줘서 고마워.
조 원필:....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절차가 필요해.
연나기:(달리는 바람에 맞아 붉게 충혈된 눈이 널 본다.) 절차⋯⋯?
조 원필:(네 어깨 쓸어주며 입술 꾹 다물다가 가까스로 입을 연다.)
우리가 사냥개에게 인식당한 걸 기억하는 한, 언제든지 다시 쫓길 수 있거든.
그러니까, 그 부근의 모든 기억을 지워야 해.
....다시 만날 그 날까지만, 우리가 함께한 축제를 잊어줄래?
공평하게 나도 잊을 테니까, 너도 잊어.
대신 나는 훨씬 오래 기다렸으니, 조금만 더……
연나기:⋯⋯ (입 꾹 닫는다. 왜, 왜 이렇게 기분이⋯⋯.) 나, 아직⋯⋯ 하아, 하⋯⋯. (크게 공기 들이마신다. 말할 힘조차 없어 비축해야만 했다.) 난⋯⋯ 처음이었다고!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인연이란게 무섭잖아.
우린 꼭 만나게 될거야.
그땐 내가 초대할게.
......섭섭하지 않게 배웅도 나갈게.
조 원필:우리가 서로를 잊는다 해도.. 좋아하는 감정은 그대로 남을거야.
넌 나에게 쉽게 잊혀질 사람은 아니니까.
연나기:하⋯⋯. (한계까지 다다라서, 벅차서 올라오는 우울감일 거다. 그래야만 한다. 제 셔츠 들어선 눈두덩이를 꾸욱 눌러 눈물이 흐르는 걸 간신히 막았다.) ⋯⋯잊기 싫어어.
조 원필:(네 말에 허겁지겁 끌어안는다.) 나도. 나도야, ....너한테 잊혀지기 싫어. 이제야 겨우 만났는데.. 겨우 찾았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
.....애같이 굴기 싫은데..., 나도 너 보내기싫어.
네 첫 키스를 가져가서 미안해. (...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덜 아팠을까.) 내 감정은 절대 장난이 아니었어. 진심이야.
연나기:⋯⋯ 네가 하란대로 할게. (코 훌쩍거리며 네 품으로 파고든다. 붙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킁, ⋯⋯네가 죽는 것보다, 기억이 사라지는 게 더 나아. 뭐든 죽는 것보다 더 큰 무게감을 지닌다고 생각하진 않으니까⋯⋯. (말이 길어진다. 이건 이별을 직면하는 방법 중 하나이자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사과할 필요 없어⋯⋯! 좋아서 한 거야. 나도 장난이 아니었어. (고개 들어 시선 마주한다.)
조 원필:(마주한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정말,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고갤 숙여 네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개다 떨어진다.) ....좋아해.
.....준비됐어?
연나기:(이 와중에 그 짧은 순간이 터무니없이 좋은 걸 보면, 아⋯⋯ 정말이지. 싫다. 헤어지기 싫은데⋯⋯) ⋯⋯준비됐어.
그는 연나기의 이마에 가볍게 검지를 톡 두드립니다.
그와 함께 멀어지는 의식 속에 희미한 작별 인사가 스쳐 지나갑니다.
내 힘의 원천은 그리움이야.
그러니까, 네가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게 되면…….
─────── CHAPTER 結末 ───────
인파가 가득한 축제는 벌써 마무리에 접어들어,
그러고 보니 연나기는 이 사람의 어깨에 기댄 채로 졸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머릿속이 안개가 가득 찬 것처럼 뿌옇습니다.
조원필:누군가의 장난으로 불꽃이 전부 망가져서 이번 시일제의 불꽃놀이는 없을 뻔했는데.
연나기의 옆에 앉은 낯선 이는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연나기:⋯⋯왜 그렇게 봐? 곧 불꽃놀이 시작하겠어.
오색찬란한 그 꽃잎이 하나씩 떨어져 나갑니다.
떨어지는 불씨 하나가 연나기의 무릎 아래 내려앉습니다.
연나기:내가? (이해 안 된다는 표정하곤 뒷머리 긁적거린다. 시선은 곧바로 불꽃이 수놓인 하늘을 향한다.) 예쁘네⋯⋯.
이건, 너한테 주는 작별 선물이야.
그 사람은 그 말을 남긴 채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젠 조금의 미련도 없는 듯 등을 돌려 멀어집니다.
연나기:(가슴께가 시큰거리는데, 이유를 알 수가 없다.) ⋯⋯?
꼭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과 헤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이것은 ‘이별’이라는 이름을 가진 별의 폭발.
허전한 마음을 뒤덮는 오색찬란한 하늘의 불꽃놀이,
달이 없는 그 세계에 떨어지면 이런 기분일까요.
당신을 둘러싼 모든 일상과 멀어지는 기이한 곳에 찾아간다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걸까요.
달이 없는 곳에도 사람이 부족함 없이 살아간다면,
그곳에서 즐기는 축제나 불꽃놀이는 특별할지도 모르죠.
어떤 기억이 물에 젖은 솜처럼 가라앉는 와중에,
누군가의 멀어지는 등과 하늘에 펼쳐지는 불꽃놀이만
불꽃놀이가 끝날 때까지 함께한 사람들은 만나고자 한다면
당신이 그리워하는 사람도 분명 같은 불꽃을 봤을 거라고,
아, 정말이지. 시시하고 지루한 문화제였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당신의 눈앞에 꿈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거예요.
이 빛을 따라와.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줄게.
연나기는 인계에 남고, 조원필은 이계로 돌아갑니다.
연나기가 지나온 과거를, 혹은 앞으로 겪을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바꾸시겠습니까?
연나기:바꿀 거야. 그게 더 나은 과거를,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면⋯⋯ 무조건.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아, 끔찍한 지진과 정체 모를 괴물들 속에서,
간신히 만났다는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려 버릴지도 모르겠어요.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조원필입니다.
연나기: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56 |
판정결과: |
실패 |
조원필이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연나기가 사는 세계의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조원필은 살아날 수 없습니다.
존재하는 생명체라곤 조원필과 연나기 뿐입니다.
시야가 흐린 듯 눈을 깜빡이던 조원필은 나기를 보고…….
.... 제대로 잘 도망쳤는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돌아오면 어떡해..
연나기:(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너로 인해 풍요로웠던 축제의 계절을 뒤로 하고 맞이한 겨울, 순백의 알갱이가 발 위를 침범할 때까지도 뭘 잊어버렸는지 전혀 몰랐다. 꽃가루가 휘날리는 봄, 무더운 여름에도 난 혼자였고, 다시 맞이한 가을에서 원인 모를 공허함을 느낄 뿐 뭐가 잘못됐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난⋯⋯) 조원필. (세 글자를 기억에 새기듯 부른다.)
(황량한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피가 묻는 건 아랑곳하지 않고 널 품에 안는다.) 미안⋯⋯ 미안해. 미안해⋯⋯ 잊어버려서.
......어서 돌아가야 해. 지금 열린 문이 닫히면 다시 열리지 않을거야. 이계 사람들의 요력으로 열린 문이니까. 다들 구해보려고.. 돌아다녔는데, ....... 아무도 구하지 못했어.
너까지 구하지 못하면 내가 할 말이 없어지잖아.
....그래도 마지막으로,.. 얼굴 보러와줘서 고마워.
(온전한 손으로 나기 볼을 쓸어내린다. 그저 선생님과 닮아서. 그래서 더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야. 그렇지만.., 이젠.....)
날 다시 보면 욕할 줄 알았는데..
연나기:너, (덜덜 떨리는 손은 간신히 옷자락을 부여잡는 것으로 진정시킨다.) 네가 인계에 왔던⋯⋯ 그 날. 그 3일. (툭, 의식하지도 않은 채 눈물 한 줄기가 뺨을 타고 흐른다.) 내 첫사랑⋯⋯.
⋯⋯너잖아.
연나기는 당신의 귓가에 속삭이던 가느다란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당혹스러운 조원필의 목소리가
가을 바람이 폐허가 된 세상을 부드럽게 뒤덮습니다.
맞아요, 연나기는 조원필과 만난 적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방울이 계승되었다는 사실을요.
연나기와 조원필을 제외한 세계의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갑니다.
‘시대의 계승자’ 연나기의 특성, 시나리오 전용 기능치 <인연>이 추가됩니다.
<인연>의 기본 수치는 50이지만, 마력 1을 투자해 10씩 올릴 수 있습니다.
연나기:
인연 Roll
기준치: |
100/50/20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금빛 구슬이 맞닿은 두 사람의 심장부에 스며듭니다.
세계를 절단하는 완전한 이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내가 뭐랬어, 만날거라고.
우리 꼭,.. 만날 수 있다고 말했잖아.
네가 선생님이야.
내가 줄곧 기다리던 사람은 너라고.
.......얼마나 기다렸는데. (나기의 손을 꼭 붙잡고는 자기 입술에 가져다댄다.)
연나기:(가슴 한 켠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큰거린다. 다만 공허를 남겼던 일전의 통증과는 달리, 비어 있던 자리가 빈틈없이 채워지며 새 살이 돋아나는 성장통과도 같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 기다렸어⋯⋯? 네가 그렇게 오래 기다릴 줄 알았더라면 난 절대⋯⋯ 널 두고 가지 않았을 거야.
조 원필:.....선생님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해서.
모두가 선생님이 날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나 하나는 널 기억해야할 것 같아서.
내 처음과 끝은 모두 너야.
....난 너 덕분에 채워진거야.
결국 내 목숨도 네가 구해줬네.
난 네 거야.
연나기:(고개 여러 번 젓고) 네가 만든 거야. 인연의 끈을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마워. (그제야 고개 들어 가까이서 시선 마주한다.)
⋯⋯단명종은 절대 감내할 수 없어. 돌고 돌아 만나는 인연의 소중함 같은 거⋯⋯. 늘, 더 오래 사는 쪽이 그리워해야 하니까.
난, 정말⋯⋯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그리워해 본 적이 없어. 다 네 덕분이야. (이어지는 말엔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에 볼 붉힌 채 고개 조금 숙였다.) 말 하는 건⋯⋯ 여전하네.
조 원필:그래도 이렇게 만나러 와주고. ....날 기억해줬구나. 이계에서도 널 잊지 못해서, 한참 망설이다 기억을 지웠어.
이제 너 혼자 두지 않을게.
......여전히 날 좋아해?
연나기:아주 오래 전부터 좋아했어. 난 너와 이어지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안아줘. 기억이 다 돌아와 버려서⋯⋯ 이제 혼자 못 자.
네가 부탁하면 언제든 안아줄 수 도 있고.. .
(틈 없이 끌어안는다. 나기야,....연나기. 왜 진작 너를 알아보지 못했는지. 선생님과 닮아서 잘해준 게 아니었어. 그냥 너니까. 너니까 기다렸던 거야..)
..전생의 너한테 괜히 질투하지 말라고. 네 전생을 합쳐 연나기 널 사랑하지만, 지금 제일 사랑하는 건 너야.
.....손 잡아줄래?
우리 같이 손 잡고, 나아가는거야.
연나기:(네가 학교에서 그랬던 것처럼, 빈틈없이 꽈악 겹쳐 잡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질투 안 했지, 바보야. (불만, 그러나 애정을 담아 읊조린 뒤 네 콧등에 가볍게 입술을 누른다.) 얼른 커야겠네. 이 몸은 아직 너무 어려서⋯⋯.
당신은 조원필의 손을 잡고 신목 너머로 발을 내딛습니다.
여태까지 건너왔던 신목의 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연나기는 통로를 건너며 정신을 잃지 않습니다.
어둡고 컴컴한, 끝을 알 수 없이 긴 터널이 펼쳐집니다.
희미한 녹색 빛이 모여드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 둘 모여들던 빛은 이윽고 한 무리의 반딧불이 떼가 됩니다.
이곳에 있던 많은 이들이 등을 켜고 당신을 배웅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이 빛을 따라가면 분명 길을 잃지 않을 테니까.
한점의 빛으로 가득 찬 입구가 보일 무렵 반딧불이는
연나기:길을 잃으면, 반딧불이를 따라가라고 했었지⋯⋯ (속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끈을 놓지 않은 건 우리, 그러나 네게로 인도한 것은 무수히 많은 빛의 무리다.)
아, 방금은 쿠라마 할멈의 웃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수많은 목소리가 우글우글 메아리치다 흩어집니다.
시야에 어지러운 빛으로 들어차며 세계가 빙글 돌아갑니다.
넘어지기 전, 연나기의 어깨를 조원필이 잡아줍니다.
머나먼 곳에서 들리는 경적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연나기:⋯⋯그러고 보니, 이젠 내가 너 먹여살려야 하네.
조 원필:하하, 내가 그래도 영감을 주지 않았어?
이계는 예전의 평화로운 모습을 되찾을 것이며,
이것은 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결말입니다.
자, 다음 이야기를 적는 건 당신의 소임입니다.
또 다른 당신에게 전해주는 편지가 되어줄 거예요.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절대로 끝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