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 당신이 겨울을 말하는 방식

2025. 6. 18. 02:45·TRPG/필연

약칭 '당겨울' 플레이로그 백업

 
KPC 연나기 / 제리
PC 조원필 / 철재

 

─────── ✷ ───────
 

 
 
 시나리오  당신이 겨울을 말하는 방식 
 
Written by 해구@Trench_TRPG
 
Call of Cthulhu 7th Edition FanMade Scenario
 
 
KPC 연나기 PC 조원필
 
2025.06.21
 
 
단 하나의 눈송이만으로사랑을 읽어내던 계절에서
 
 
─────── CHAPTER 01 ───────도입
 
공기에 닿으면 녹아 사라지는 포말 같은 눈.
 
힘없이 흩날리는 눈발은 점점 그 굵기를 더해갑니다.
 
어느새 시간은 저녁에 접어들어, 도로는 꽤 한산하네요.
 
더군다나 겨울의 산간도로는 시간이 늦으면 늦을수록 다른 헤드라이트를 보기가 어려웠었죠.
 
이제야 조금씩 떠오릅니다.
 
나기와 함께 오던 이 지역의 밤이.
 
헤어진 뒤로 이곳에 혼자 올 일은, 딱히 없었으니까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캐럴은 해발고도가 올라갈수록 조금씩 끊기기 시작합니다.
 
이제 곧, 도착이에요.
 
커다란 커브길을 한 번 돌기만 하면,
 
우리가 항상 차를 세워놓고 올라가던 오솔길이 나타납니다.
 
⋆⁺₊⋆ 자동차 운전 판정 ⋆⁺₊⋆
 
June 19, 2025 8:21PM조원필:
자동차 운전
기준치: 50/25/10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큰 커브길을 도는 순간, 미처 보지 못한 맞은편의 차량이 꽤나 가까운 거리로 스칩니다.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날 뻔 했어요.
 
놀란 마음에 잠시 차를 멈추자,
 
위험하게 스친 차량의 주인이 차창을 열고 무어라 욕지거리를 내뱉습니다.
 
이건 분명 쌍방과실일 텐데요.
 
June 19, 2025 8:23PM조원필:아오! 진짜.. (불현듯 떠오른 나기 생각에 정신이 팔렸나... 운전하면서 이런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June 19, 2025 8:23PM차량 주인: 운전 똑바로 안 해? 정신을 어따 팔고 다니는 거야!
 
June 19, 2025 8:24PM조원필:(본인도 창문 내리고서 팔 걷어 올린다.) 눈 똑바로 안 뜨고 다니냐? 사고 날 뻔한거 안보여?
 
 
June 19, 2025 8:26PM차량 주인: 재수가 없으려니! (분에 못 이겨 신경질적으로 클락션을 울렸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그렇게 말하고서, 차량 주인은 다시금 엑셀을 밟아 당신과 반대 쪽으로 나아갑니다.
 
아마 전 조폭이었던 당신의 기세에 눌린 것이겠지요.
 
무언가 다른 이유로 여유가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 때가 아닙니다.
 
June 19, 2025 8:30PM조원필:씨팔.. 진짜 지랄도 정도껏 해야지. (끝까지 차량 노려보다가 엑셀 쭉 밟는다. 연나기가 옆에 있었으면 같이 욕해줬을 텐데. 나한테 잔소리도 했을거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커브길을 지나자 마침내 오솔길이 보입니다.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겠지요.
 
오랜만에 도착한 이 곳은 여전해 보입니다.
 
산의 간략한 약도를 그린 커다란 나무판, 주차장이라고는 하나 고작 차 세 대 정도만이 겨우 들어가는 비좁은 터,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방명록.
 
특별한 구석이 있다면…… 이 좁은 주차장에 당신의 차 말고도 한 대가 더 있다는 것입니다.
 
June 19, 2025 8:33PM조원필:여긴 뭐...여전하네. (핸들에 턱 얹더니 다른 차 번호판 본다.)
 
다른 차 또한 온 지 얼마 안 된 건지, 눈이 얕게 쌓여 있습니다.
 
알고 있는 차종은 아니네요.
 
⋆⁺₊⋆ 관찰력 판정 ⋆⁺₊⋆
 
June 19, 2025 8:33PM조원필: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차 내부의 백미러 쪽에 비상 연락처 쪽지가 적혀 있습니다.
 
……아는 번호입니다. 연나기의 차인가 보네요.
 
하기사, 물건을 줘야 하니 그가 직접 오기야 하겠네요.
 
어쩌면 마주칠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의 목적지는 같고, 또 길은 한 가지 뿐이니까.
 
June 19, 2025 8:36PM조원필:....아직 있는건가? (오랜만에 보면 뭐라고 해야하지. 다시 만났을 때 화부터 내야할지, 원망을 해야할지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하다. 너도 힘들었겠지, 내 옆에 있는게.. 그래서 도망치듯 갔던거고.)
 
그 사람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요?
 
뒤늦게 후회 섞인 고민이 몰려옵니다.
 
이런 고민 따위도 금방 녹아버리는 눈처럼 스러진다면 좋을 텐데.
 
June 19, 2025 8:37PM조원필:(적어도 울상은 아니어야하는데. 야, 나 너 없이.. 잘 살고 있을걸. 그러니까 너도 행복하게 살아야한다고 해야지.)
(담배 한 대만 좀 태우자. 담배 꺼내 물어 방명록을 뒤적인다.) 이건 또 언제부터 있었대.
 
사람들이 잘 찾아오기도 어렵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어선지 방명록은 휑합니다.
 
아마 방명록을 새로 바꾼 걸까요?
 
언젠가 당신과 나기가 기록해두었던 이름도 온데간데 없습니다.
 
방명록 마지막 장에 긴급 조난 구조 번호만이 또렷하게 인쇄되어 붙어 있습니다.
 
이 번호는 휴대폰에 입력해갈 수 있습니다.
 
⋆⁺₊⋆ 지능 판정 ⋆⁺₊⋆
 
June 19, 2025 8:38PM조원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기왕 온 김에 이름이라도 남겨둘까요.
 
방명록에 희미한 기시감이 들지만, 이유는 알 수 없어 찜찜하기만 합니다.
 
June 19, 2025 8:40PM조원필:이것도 뭐..기념이니까. (조원필, 한 글자씩 써내려간다.)
 
기념, 이라기엔 오늘따라 공허한 기분이 듭니다.
 
June 19, 2025 8:41PM조원필:씁쓸하네, 다 지워진 것 같아서. (담뱃재 대충 털며 나무판 살핀다.)
 
약도가 그려진 나무판은 잘 관리되지 않아 이곳저곳이 풍화돼 있습니다.
 
주차장이 있는 현 위치에서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갈림길.
 
그리고 그 왼쪽에 난 길 끝에 있는 당신과 나기의 별장.
 
갈림길의 오른쪽으로 가면 높게 뻗은 나무들이 즐비한 산책로와,
 
산 중턱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작은 호수가 있었습니다.
 
가끔 날이 따뜻할 때엔 아침 일찍 산책을 하곤 했었죠.
 
June 19, 2025 8:42PM조원필:...날개도 여기 진짜 좋아했는데.
빨리 받고 가야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June 19, 2025 8:42PM날개: 멍!
 
어디선가 환청이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June 19, 2025 8:44PM조원필:(귀 후비적) 신경이 연결되어 있나.. 이젠 환청이 들리네.
 
그리운 소리를 뒤로 하고 당신은 천천히 오솔길을 오릅니다.
 
갈림길의 왼쪽, 어쩌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그에게로.
 
─────── CHAPTER 02 ───────별장
 
별장은 관리가 시들해진 것 빼고는 여전합니다.
 
그 전엔 나기가 주기적으로 관리해왔기 때문에,
 
창문이며 별장 주변의 들이며 모두 정돈돼 있었는데
 
근처에 아무렇게나 난 잡초나 성에가 곰팡이처럼 끼어 있는 창문이
 
방치된 기간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그 풍경이 을씨년스럽다기보단
 
살아 있다, 라는 기이한 생활력을 느끼게끔 합니다.
 
마치 누군가 계속 머물던 것처럼…….
 
June 19, 2025 8:46PM조원필:...(나기가 여기서 계속 지냈던 건가..?)
 
문은 열려 있기 때문에 그냥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항상 전용 열쇠를 가져와 문을 열어주는 건 나기의 몫이었으니 이것은 아마도…… 그가 와 있다는 흔적이겠죠.
 
June 19, 2025 8:47PM조원필:후.. 야, 조원필. 쫄지마. 너 씨.. 잘못한 거 있냐?
그냥 물건만 받고, 딱.. 나오자고.. (표정 관리도 잘 하고. 결심한 듯 문고리 돌려 들어간다)
 
안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작지 않은 내부의 가장 구석진 곳.
 
두 명이 가득 누울 수 있는 넓은 침대에 있는 사람입니다.
 
대충 보아도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먼지투성이인 이불을 덮지 않고, 외투 차림 그대로 베개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그 사람.
 
나기가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
 
June 19, 2025 8:50PM조원필:아, 왜.. 또 이대로 자고있냐.. (전해줄 물건은 어디있지? 주위를 둘러본다. 인사는.. 하고 가고싶었는데..)
 
그러고 보니 주변이 꽤 어질러져 있습니다.
 
별장 자체의 물건이 적기 때문에 항상 지저분하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없는데,
 
나기가 가져온 물건인지 못 보던 것들이 꽤 널려 있네요.
 
나기의 짐가방과 협탁, 테이블, 창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June 19, 2025 8:51PM조원필:얘도 막 온건가.. (우선 집 온도부터 확인한다.)
 
거기까진 신경 쓰지 못한건지 내부의 온도는 여즉 차갑습니다.
 
아무래도 오자마자 잠들어버린 것 같아요,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마침 창 너머로 별장 앞의 발전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별장을 이용하려면 발전기를 돌려두는 건 필수니 직접 돌려둬도 좋을 것 같습니다.
 
June 19, 2025 8:55PM조원필:이러면 감기 걸릴텐데. (깨지 않게 조용히 나가서 발전기 돌린다.) 어제 작업한다고 새벽 샌건가? 건강 망친다고 말을 해도.. 말도 안듣고.
 
언젠 그가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가요.
 
발전기가 돌아가며 점차 방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June 19, 2025 9:01PM조원필:이제 편하게 자겠다. 어우, 얼어죽겠네.. (자기 팔 문지르고는 별장으로 들어와 짐가방부터 정리한다.)
 
커다란 보스턴백 두 개가 침대 하단에 놓여 있습니다.
 
안을 열어보자, 당신에게 줄 물건이라기엔 지극히 개인적인 짐들뿐이네요.
 
생활하며 입으려고 가져온 듯한 옷가지와, 몇 가지 생필품들.
 
이를 테면 담요, 세면도구, 티슈나 드라이기 등의 물건.
 
다른 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던 중…… 옷가지 틈에서 당신의 손에 걸리는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네모난 곽의 반지케이스.
 
네이비색의 벨벳 케이스로 되어 있는 물건입니다.
 
June 19, 2025 9:23PM조원필:(설마 결혼한다고 그러는 거 아냐? 아님 우리가 꼈던 반지인가.. 나기가 자는지 한번 더 확인하고 열어본다.)
 
창백한 안색과 대비되는, 규칙적이고 따스한 숨이 무의식 중에 터져나옵니다.
 
틀림없이 잠들어 있는 게 맞는 것 같네요.
 
반지곽을 열어보자 안에 있는 반지는 총 1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반지를 도로 넣어두는 것도, 혹은 아예 꺼내두는 것도 당신의 자유입니다.
 
June 19, 2025 9:25PM조원필:(..이미 상대한테 고백은 한 거 아냐? 됐다, 무슨 소릴 들으려고.. 넣어두자.)
아, 담요. (이불은 먼지 쌓였으니 담요 펼쳐 나기한테 덮어준다.)
 
담요를 덮으려던 찰나, 의도치 않게 스친 체온이 이상하리만치 차갑습니다.
 
일단은... 잠들어 있으니 굳이 깨우지 않도록 할까요.
 
협탁, 테이블, 창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June 19, 2025 9:27PM조원필:(창가부터 살핀다.)
 
모든 창문들은 군데군데 때가 끼어 있습니다.
 
성에와 불순물들…… 산의 관리인조차 이 별장은 돌보지 않았던 걸까요.
 
오자마자 이런 꼴의 별장을 보았을 나기의 마음도 언뜻 이해가 갑니다.
 
아무리 헤어진 관계라 한들, 이 별장에 남겨두었던 애착은 꽤 컸었으니까요.
 
그땐 모든 온기가 이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June 19, 2025 9:28PM조원필:....속도 모르고 편하게 자고 있고. (중얼거리며 테이블 살핀다)
 
약간의 먹을거리가 올려진 테이블입니다.
 
막 도착해서 풀어둔 짐인지 식료품이나 레토르트 음식들이 잘 정리되지 않은 채 마구 널려 있어요.
 
커피 팩이나 작은 병에 담긴 위스키, 감자와 당근 등 종이 상자에 담긴 야채들.
 
종류는 여러가지입니다.
 
⋆⁺₊⋆ 관찰력 판정 ⋆⁺₊⋆
 
June 19, 2025 9:29PM조원필: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던 중 약 봉투가 손에 잡힙니다.
 
겉면에 적힌 설명으로 보아 단순 감기약 같네요.
 
기침과 발열, 오한을 해결해준다고 합니다.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식후 30분 약이네요.
 
June 19, 2025 9:29PM조원필:허.. 저러고 자니까 감기걸리지.
약은 먹었나?
(...일어나면 약부터 먹여야지.)
 
약봉투 끝 부분이 조금 찢겼지만, 이래서야 언제 먹은 건지 알 수 없군요.
 
당신은 나기가 일어나면 할 일을 상기하고, 협탁으로 다가갑니다.
 
침대 옆 협탁에는 부재중 전화가 찍힌 휴대폰이 놓여 있습니다.
 
만약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당신이라면 내부를 살펴볼 수도 있겠네요.
 
June 19, 2025 9:33PM조원필:(검은 화면 두어번 두드려 누구한테 전화왔는지만 확인한다. 중요한 전화면 깨우려고.)
 
그 어떤 알림조차 없는 썰렁한 잠금 화면만이 눈에 띕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흔적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특별한 내용은 없네요.
 
둘러보는 일을 마친 당신은 고개를 돌리다 상체를 일으킨, 피곤한 얼굴의 나기를 마주합니다.
 
몽롱한 얼굴의 그는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 제 얼굴을 몇 번 쓸어내립니다.
 
마치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곤란한 얼굴로.
 
─────── CHAPTER 03 ───────재회
 
한껏 가라앉은 별장의 분위기 속에, 적막을 깨트린 건 나기였습니다.
 
June 19, 2025 9:36PM연나기:...뭐야? (피곤한 듯 눈가를 매만지다 숨을 고른다.)
어떻게 왔어.
 
June 19, 2025 9:36PM조원필:.....아, 미안. 나 때문에 깼어?
어떻게 오긴. 차 타고 왔지..
네가 오라며.
 
June 19, 2025 9:40PM연나기:...내가? 꿈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애꿎은 제 볼이나 꼬집는다. 아팠는지 미간만 살풋 찌푸리고.)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아냐.
 
June 19, 2025 9:41PM조원필:그럴 줄 알고 편지도 가져왔거든? ...네 글씨잖아. (코트 안쪽 주머니에서 편지 꺼내어 네게 내민다.)
그냥 전화든, 카톡이든 보내지. 편지가 뭐냐? 하마타면 못 보고 지나칠 뻔 했거든.
 
June 19, 2025 9:43PM연나기:(내민 편지는 조심스레 받는다. 잠시 읽어보더니...) ...진짜 보낸 적 없어.
(어투에 확신이 차 있다. 행동이나 말투나 이전처럼 냉소적이진 않지만, 묘하게... 어색한 듯 싶다. 그야 못 본 지 꽤나 오래라. 2년에 비해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편지 가볍게 흔들거린다.) 이거 때문에 온 거야?
 
June 19, 2025 9:47PM조원필:그럼 나... (가라고? 너 그렇게 도망치듯 떠나 이제야 만났는데.)
엉. 아니면 올 이유가.. (없잖아. 네 별장이기도 하고.) 넌 여기서 지냈어? 아까보니.. 감기걸린 것 같은데 이불도 안 덮고 푹 자길래. 담요 덮어준거야. (어색하게 목덜미 쓸어내린다.) 약은. 먹었어?
 
June 19, 2025 9:52PM연나기:아... (머쓱한 듯 뒷목을 주물거렸다. 그러고보니 걸렸었지. 의식한 듯 약하게 기침하더니 네가 덮어준 담요를 끌어와 덮었다. 네 주위의 공기를 파악하려 구르는 시선이 창 너머로 꽂힌다. 발전기... 돌아가고 있네. 신경써 준 건가.) 얼마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서... 받아온 거야. 몸살인가 봐.
별 거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 (머그잔에 꽂힌 인스턴트 커피가 눈에 띄자, 분위기를 누그러트리려 화제를 돌렸다.) 커피라도 마실래?
 
June 19, 2025 9:57PM조원필:약 기운때문에 자고 있었던 거야? 몸 좀 잘 챙겨, 늦게까지 작업 하지말고. (내가 널 챙겨주기엔.. 그럴 사이는 아니잖아. 그럼에도 엄~청 신경 쓰이지만.)
...커피는 무슨. 몸도 아픈데 앉아 있어.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두 손만 꾹 잡는다.) 그동안... 음,.. 잘 지냈어?
 
June 19, 2025 10:02PM연나기:(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친다. 숙인 고개는 심리적인 이유 때문인지 쉽사리 들리지 않아 구겨진 시트 위에 머물렀다.) 뭔가 오랜만이네, 네가 잔소리 하는 것도. (네게 닿지 않는 희미한 목소리로) ...조금 그리웠나 봐, 나도.
...잘, 이라고 해야 하나. 모르겠어. (작은 한숨.) 그냥저냥... 네 말처럼 늦게까지 작업하면서 밤 새는 게 일상이지 뭐. 간섭할 사람 없으니 편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음, (문장을 잇는 걸 포기했다. 애꿎은 담요만 꽈악 쥔다.)
 
June 19, 2025 10:07PM조원필:(간섭할 사람이 없어서 편하다고? ...1년 전의 그 감정이 파도처럼 몰아친다. 그럼 내가 너한테 귀찮은 존재였다, 이거야?)
...잘됐네. 간섭할 사람 없이 편히 지내니까 늦게까지 작업하니 집중도 잘 될거고.
(괜한 걱정을 한 건가. 넌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만 신경쓴거지? 너랑 만나기 전, 네가 쓴 편지를 몇 번이나 곱씹고 읽었는지 기억조차 안나는데. 넌 보낸 적 없는 편지라고..)
 
June 19, 2025 10:12PM연나기:...뭐, 그랬지. (네 분위기를 읽었는지, 찌뿌둥한 목을 천천히 돌리더니 덮고 있던 담요를 침대 한 쪽에 치워두었다.)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꼭 그렇기만 한 건 아니었어.
 
June 19, 2025 10:13PM조원필:여튼, 네가 보낸 적 없는 편지라는 거지. ...더 자. 쉬는데 내가 방해한 것 같네. (솔직히 말하면,.. 기운 빠진다. 뭘 기대한거지? 이런 거 보면 너에 대한 마음은 아직 선명한 것 같고, 기대한 내가 바보 같아지니까..)
 
June 19, 2025 10:14PM연나기:화났어?
 
June 19, 2025 10:14PM조원필:..내가 너한테 화날 일이 뭐가 있겠어.
 
June 19, 2025 10:15PM연나기:...있을 수도 있지.
 
⋆⁺₊⋆ 심리학 판정 ⋆⁺₊⋆
 
June 19, 2025 10:15PM조원필: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한참 대화를 하던 탐사자, 대화를 하던 도중 기시감을 느낍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여전히 삭막하지만, 왠지 그때의 나기보다 많이 물러진 느낌.
 
아니, 물러졌다기 보단…… 기운 자체가 약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불현 듯 불안한 공기가 등줄기를 스칩니다.
 
동시에 그 사이, 나기가 거친 기침을 내뱉기 시작합니다.
 
입을 가로막아도 새어나오는 고통 섞인 목소리.
 
표정으로 전이된 불안은 서서히 납득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바뀌어갑니다.
 
나기는 자신의 손을 몇 번씩 쥐었다 펴더니 당신을 외면하듯 눈을 감아버립니다.
 
─────── CHAPTER 04 ───────폭설의 시작
 
그런 나기의 상태와도 같이 천천히 내리던 눈발은 그 몸집을 더욱 부풀려갑니다.
 
창에 부딪히는 눈은 둔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소리를 삼켜버린 듯 고요히 쌓여갑니다.
 
새카맣게 변한 시야 속으로 희고 집요한 눈송이가 흩날립니다.
 
June 19, 2025 10:18PM조원필:....너, 감기 아닌 거 아냐? 검사는 제대로 해본 거지?
물 줄까? 아님 추워?
 
한참 동안 손에 얼굴을 묻고 있던 나기가 원필에게 별장의 온도를 올려달라 부탁합니다.
 
June 19, 2025 10:22PM연나기:...몰라, 나도.
추워... 난방 좀 더 틀어 줘.
 
June 19, 2025 10:23PM조원필:...난방은 괜찮은 것 같은데.. (온도 확인하다 2도 정도 더 올린다.) 또, 뭐가 필요해?
 
June 19, 2025 10:24PM연나기:...됐어, 이제. (더 원하는 건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 약을 먹기 위해 테이블 근처를 서성거린다.)
 
그런 나기가 넘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습니다.
 
June 19, 2025 10:25PM조원필:야!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려고 손뻗는다)
 
분주히 움직이던 원필의 몸에 기댄 나기는 불덩이 같다기보단 냉골에 가까운 차가운 몸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차가워서 잡고 있기도 힘들 정도로……
 
당신에게 겨우 기대 있는 그가 미안하다는 말을 속삭이며 놓아달라 재차 부탁합니다.
 
June 19, 2025 10:26PM연나기:아, 미안... (콜록.) ...놔 줘.
 
June 19, 2025 10:26PM조원필:야, 안되겠다.
병원가자 연나기.
 
June 19, 2025 10:27PM연나기:...! 뭔 병원이야. 됐어. (네 옷깃 꽈악 잡는다.)
(일어날 생각은 없는 듯 쓰러진 채 너 바라보기만 한다. 고개 젓고는) ...그냥 쉬고 싶어. 어지러워...
 
June 19, 2025 10:28PM조원필:......허. 약 안 먹었지?
 
June 19, 2025 10:29PM연나기:(고개 끄덕인다.) ...밥 먹고 먹어야 돼.
 
June 19, 2025 10:29PM조원필:일단 눕자, 누워있으면 죽 해줄테니까 기다려.
(나기 부축하더니 침대에 앉힌다. 네 이마에 손 얹는 것도 잊지않고.. ..이 몸 상태로 운전은 어떻게 한거야.)
 
June 19, 2025 10:30PM연나기:... (손바닥의 온기를 느끼며 지긋이 눈을 감았다 뜬다. 아까보다 지친 음성.) ...이러다 옮겠어.
 
슬픔과, 기쁨과, 외로움과, 그리움이 복잡하게 얽혀버린 목소리.
 
그 틈으로 비져나오는 날카로운 기침이 그를 집어삼킬 것만 같습니다.
 
덜덜 떨리는 손이 당신의 손목을 매만지고,
 
다시는 떠나지 말라는 듯한, 이별 당한 사람처럼 고개를 기대옵니다.
 
June 19, 2025 10:32PM조원필:.....난 옮아도 괜찮아. (이러고 가면, 네 눈 앞에서 아픈 건 아니니까.)
죽 금방 해올게. 누워있어. 응? (네 손등 토닥이며 올려다본다.)
 
June 19, 2025 10:34PM연나기:(이러고 있으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때로 돌아온 것 같다. 응, 수긍하듯 고개 숙이며 네 말대로 얌전히 누워있기를 택했다. 멋대로 할 기운도 없고.)
(침대에 누워 졸린 눈으로 네 움직임을 좇았다. 새하얀 바깥과는 달리 녹은 공기가 흐르는 별장 안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었지. 지금와서 그 때를 겹쳐보는 건 내 이기심인 걸 안다.)
 
June 19, 2025 10:38PM조원필:(나기가 아플 때마다 해주던 죽이 끓는 걸 멍하게 보고 있다가 여기 온 목적을 다시 상기한다. 그럼 그 편지는 누가 보낸거고, 난 어쩌다 여기까지 온건지.. 오히려 잘됐어. 저대로 있었음 위험했을거고.)
(그릇에 담아 네 앞으로 가져간다.) 자면 안돼, 조금이라도 먹고 자.
 
June 19, 2025 10:39PM연나기:(느릿하게 상체를 일으켰다.) 으응.
 
June 19, 2025 10:40PM조원필:자, 아~해. (한 숟갈 떠서 후후 불더니 네 앞으로 내민다.)
 
June 19, 2025 10:40PM연나기:......
 
June 19, 2025 10:41PM조원필:..네가 먹을래?
 
June 19, 2025 10:42PM연나기:(미묘한 표정 짓고 쳐다본다. 나도 손 있는데, 라고 말하려다... 그렇게 된다면 아까의 그 표정을 다시 보게 될 것만 같아서. 얌전히 받아먹는다.)
아, 뜨거.
 
June 19, 2025 10:44PM조원필:물? 여기. (미리 떠둔 컵 네 입가로 가져다 댄다. ...이래서야 마음 정리 못한 게 네 눈에 훤히 보일텐데. ..오늘까지만이야. 아프니까, 챙겨주는 것 뿐인거고.)
 
June 19, 2025 10:48PM연나기:(그런 네게 시선 준다. 쌓인 눈을 밟으면 중력에 의해 파이는 것처럼, 다시 눈이 내려 덮일 때까지 오래도록 남는 흔적 같은 이. 그런 마음을 예전처럼 거부할 수가 없었다. 컵을 가볍게 받쳐 목구멍으로 물을 넘긴다. 조금 식은 죽도 먹고... 똑같네, 맛도, 네 걱정의 크기도.)
 
죽을 다 먹어갈 때 쯤, 나기가 약을 달라 손짓합니다.
 
June 19, 2025 10:50PM조원필:...이젠 내 손길도 괜찮나 보네. (헤어질 땐 왜, 좀 그랬잖아.) 약 먹고 한숨 푹 자면 훨씬 나을거야. (근처에 있는 약 봉투 뜯어 건네준다.)
 
June 19, 2025 10:53PM연나기:... (대답은 침묵으로 대신한다. 꿀꺽, 약 세 알을 삼킨 뒤 다시금 자리에 눕는다.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약 때문인 건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눈꺼풀이 무겁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그가 끊어질 듯한 말 한마디만을 남기고 눈을 감습니다.
 
June 19, 2025 10:53PM연나기:……진심이 아니었는데.
 
여전히 차가운 몸이지만 뺨만큼은 붉게 달아올랐습니다.
 
그럼에도 열기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색색거리며 깊은 숨을 내쉬는 나기는 그 냉기에 지쳐 잠들었는지, 숨을 고르는 것만이 고작입니다.
 
June 19, 2025 10:56PM조원필:잘자, 연나기. (잠든 것을 확인하자 그제서야 네 손을 잡는다. 네가 아무리 모질게 굴어도 난 네가 밉지도 않은가봐. 잘잤으면 하는게 사랑이라더니, 이 순간에도 네가 아프지 않고 잘 잤으면 좋겠네.)
 
─────── CHAPTER 05 ───────나는 그 빛무리를 보았네
 
사방이 캄캄합니다.
 
별장 내부를 비추는 불빛은 형형하지만, 그런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몸 상태 악화에 지쳐 잠들어버린 나기,
 
고요한 가운데 폭풍처럼 몰려오는 무수한 눈송이,
 
별장 전체를 드리운 고립의 그림자.
 
캄캄한 감정입니다, 이 모든 것이.
 
무슨 영광을 누리자고 이곳에 온 것일까요.
 
나기는 그 편지를 보내지 않았는데도 이곳에 와 당신과 마주쳤습니다.
 
의도일까요, 우연일까요.
 
당신에게 날아든 것은 의도인데
 
왜 사랑은 우연의 모습을 하고 이곳에 자리한 걸까요.
 
그런 캄캄한 감정 사이로, 차창 너머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희고 집요한 것은 눈송이 뿐이었는데도 분명히 환히 빛나는 무언가입니다.
 
홀린 듯이 다가가자 그것은 눈도 빛도 아닌 형태로
 
별장의 마당에 멀거니 서 있다 조금씩 멀어집니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 길을 알려주겠다는 듯.
 
그것이 죽음의 그림자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 지능 판정 ⋆⁺₊⋆
 
June 19, 2025 10:58PM조원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저 빛은 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이건 단순한 충동이 아닙니다.
 
당신을 불러낸 ‘의도’는 저 빛이었습니다.
 
나기의 의도가 아니라, 어떤 치밀한 의도가 배인 편지.
 
지금 내리는 눈은 신의 모습을 하고 있던가요?
 
바다를 반으로 가르고 헤쳐나가는 성인의 모습처럼,
 
우리는 눈을 가르고 켜켜이 쌓인 어둠을 헤쳐나가야 하는 걸까요?
 
June 19, 2025 10:59PM조원필:... 일어났는데 내가 없으면 좀 그럴텐데..
금방 올게. (나기 손등 쓸어주더니 겉옷 챙겨 나선다.)
 
이상하게도 뺨에 닿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종아리까지 쌓인 눈이 무겁지도 않고, 이 어둠이 두렵지도 않습니다.
 
확신이 이끄는 발걸음은 두려움의 무게란 걸 잊은 것처럼 자연스레 앞으로 나아갑니다.
 
빛무리는 당신의 속도에 맞추어 느긋하게 갈림길로 내려갑니다.
 
.
 
.
 
.
 
그렇게 빛무리가 이끈 곳은 갈림길의 오른쪽,
 
산책로로 향하는 길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빛무리는 온데간데 없고
 
당신만이 눈밭 한가운데에 서서 울창하게 뻗은 나무를 올려다봅니다.
 
이곳은 마치 눈이 내리지 않는 것처럼 약간의 소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내리던 눈이 나뭇잎에 가로막혀, 당신을 보호하는 것처럼……
 
누군가 근처에서 사박이는 소리가 납니다.
 
⋆⁺₊⋆ 듣기 판정 ⋆⁺₊⋆
 
June 19, 2025 11:02PM조원필: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순간적으로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몸을 돌리자,
 
검은 인영이 당신에게 달려드는 것이 보입니다.
 
급하게 팔이든 뭐든 붙잡아 저지했지만……
 
마주한 얼굴은 너무도 익숙합니다.
 
나기는 분명 별장에 누워 있을 텐데……
 
그와 똑같은 사람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 이성 판정(0/1) ⋆⁺₊⋆
 
June 19, 2025 11:03PM조원필:
SAN Roll
기준치: 88/44/17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그와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June 19, 2025 11:03PM조원필:....나기?
 
안색과 표정에서 드러나는 모습이 별장에 있던 나기와는 완전히 달라요.
 
그는 한동안 당신을 그립다는 듯 바라보다가 겨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June 19, 2025 11:04PM연나기?:...안녕.
네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어. 잘 찾아와 다행이네.
 
June 19, 2025 11:05PM조원필:너 분명.. 자고 있었잖아.
 
June 19, 2025 11:06PM연나기?:아아, 뭐... 그렇지. '내'가 자는 걸 확인했거든, 나도. 그래서 너를 부른 거야.
편지를 보낸 건 '나'야, 조원필.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1:08PM조원필:....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어. 연나기는 날 부른 게 아니라고 했는데. (두통이 밀려오는지 눈썹 찌푸리며 이마 문지른다.) 나기, 장난도 정도 껏 쳐.
너랑 누워있는 연나기랑 다르다는거야?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잖아. 내가 드디어 미치지 않고서야..) 그래서.. 넌 나한테 무슨 부탁이 하고 싶었는데?
 
1:10PM연나기?:표정이 왜 그래? (네게 가까이 다가가 엄지로 구겨진 미간을 눌러 펴 준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 처럼.) 장난은 아닌데... (동자 굴린다.) 우리가 이 정도의 장난도 못 칠 사이였던가.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연나기가 맞아. 봐, 똑같잖아. (제 왼쪽 볼의 점을 검지손가락 끝으로 툭, 가리키며 웃는다.)
 
1:15PM조원필:우리 헤어진 거 잊었어? .....날 1년 전에 두고 간 건 너야. 내가 다치든 말든 상관 없다는 투였잖아. (그때 일이 떠오르자 고개 휙 돌린다.)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 연나기. ..왜 자꾸 상처 주는거야?
날개도, 나비도, 나도 다 지긋지긋하고 질린다며.
네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네, 이러고 잠든 네가 깨어나면 또 매정하게 굴겠지.
 
1:19PM연나기?:어... (네가 일깨워 준 현실에 못내 쓸쓸하다는 듯 한참을 말이 없다가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 그러려고 노력했다. 시선을 피한 고개는 네 마음을 헤아려 굳이 제 쪽으로 돌리지 않는다.) ...그랬구나. 내가...
...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지금은 그 어떤 말도 상처가 될 뿐인 것을 안다. 나기의 습관을 그대로 갖고 있는 이는, 완전하지 못하더라도 틀림없이 그가 본인임을 증명하듯 민망한 듯 뒷목을 주물렀다.) 많이 힘들었지...? ...미안해. 그럼에도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 응.
...아무튼! 하려던 말을 계속 하면, (울컥, 속에서 무언가 터져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음성에서 티가 났는진 모를 일이다.) '나'는 연나기가 맞는데.
완전한 연나기는 아냐. 나 말고도 분리된 조각이 두 명 더 있거든...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인다. 설산의 바람이 찬 탓인지 에취, 작은 기침을 한 번 뱉었다.)
 
1:29PM조원필:....왜 네가 더 상처 받은 반응이야. (난 1년 넘게 네 한 마디에 하루하루가 무너져 내려가는 것 같았는데, 내 말에 네가 상처 받는 게 더 싫다.) 하.... 나기.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너 잘 지내는 거 보면 그거로 됐다고, 괜찮다고 생각했어.)
(진정을 해보려 애꿎은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네 말에 밴 젖은 음성은 외면할 수 없었고, 네가 작게 기침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목도리를 정돈해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이 모든 게… 어쩔 수 없는 거였다. 아직 내가 널 사랑하고 있으니까.)
천천히 설명해봐. 완전한 연나기 가 아닌 건 뭐고, 분리된 조각을 더 찾으면 어떻게 되는데?
 
1:36PM연나기?:(너는 아직도, 이렇게 상냥하게... 손길에서 아직 식지 않은 마음이 전해졌다. 차가운 바람이 스쳐 발개진 콧잔등의 원인을 너로 돌릴 수 있을 만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우리'가 분리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나기가 버티기 힘들 거야.
우리는 분리되었지만 이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잘 버틸 수 있는 곳으로 돌아왔어. 그게 이 별장이고. (제 목도리를 정리해 주는 손길을 덮는다. 네가 나기에게 그랬듯, 혹여 닿는 것에 거부감이 있을까 숙고하며 조심스럽게.) 타인의 영혼과 섞이지 않을 수 있고, 온전히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곳.
아마 다른 둘도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
...믿긴 어렵겠지, 그치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었어. (아, 문장을 끝맺고 되려 상처받은 표정을 했다.) ...이제 연인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미안해.
 
1:44PM조원필:그럼... 왜 분리 건데? 언제부터였어? 네가 나한테 매정하게 굴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야? (너도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 하고 애써 넘겼던 날들이 쌓여갈수록, 그 권태의 원인이 나라는 확신만 더해졌었거든.)
알아, 넌 날 누구보다... 의지하고, 사랑하고, 신뢰했으니까. 그걸 제일 잘 아는 사람도 나고. (네 두 볼을 감싸 안고 이마를 맞댄다.) 분리된 조각들이 모이면,... 네가 안전하다는 거지? 그 조각들한테 안내해주면 안돼? (차마 널 두고 또 다른 조각을 찾아 나설 수가 없어. 내 손등에 스며드는 너의 온기 때문에, 시선이 다시 너에게 닿는다.)
 
1:56PM연나기?:그 해 겨울이 너무 추워서...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문장이지만, 온전한 사실만을 말했다.) 예기치 못한 눈송이를 맞은 탓이야. (네 탓이 아냐, 이마를 맞대면 시선을 통해 전해지는 무언의 언어가 네게 스며든다. 내리는 눈처럼.)
(나 역시 이 순간이 너무 따스해서 너를 두고 떠날 수가 없다. 그치만 '나'는 '나'이며, '내'가 존재해야 '나' 또한 살아숨쉴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분명 일부일 텐데도 이리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는 어떨지...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띄운다.) ...나를 본래의 연나기에게 데려다 줘.
바로 여기서.
 
그 방법은 손을 맞대고 영혼을 공명시키는 것.
 
원필이 우물쭈물하기도 전에 직접 당신의 손을 맞대고,
 
헤어진 적 없는 연인처럼 그는 말합니다.
 
2:01PM연나기?:다시 만나자. ……와 줘서 고마워.
 
그렇게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면,
 
당신을 반가운 눈길로 바라보던 그는 사라지고
 
차가운 공기만이 당신의 뺨을 스칩니다.
 
2:02PM조원필:.....공허하네.
또 나만 남겨졌고...
 
어째선지 전보다 공기가 조금 더 차가워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느껴집니다.
 
당신의 품 안에 무언가 머물고 있다는 것이.
 
……헤어진 연인에게 이런 것까지 부탁하다니, 정말 염치가 없는 사람이네요.
 
2:04PM조원필:남은 조각들은.. 어디로 가면 되는거지? (빛 무리를 다시 찾는다.)
 
─────── CHAPTER 06 ───────난파된 슬픔이 머무는 곳
 
너르게 고인 호수는 주변으로 철제 펜스를 두르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최근에 공사한 듯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왔을 땐 분명 저런 게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아마 그 펜스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이……
 
나기의 두 번째 조각이겠군요.
 
하지만 당신이 그를 부르려 하는 새에,
 
눈이 마주친 나기의 조각은 펜스의 뒤쪽으로 몸을 기울입니다.
 
마치 그대로 호수에 잠겨버리려는 듯이.
 
⋆⁺₊⋆ 민첩 판정(0/1) ⋆⁺₊⋆
 
2:05PM조원필:
민첩
기준치: 56/28/11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황급히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나기 쪽이 더 빨랐습니다.
 
잡을 새도 없이 호수에 빠진 나기를 향해
 
⋆⁺₊⋆ 행운_ 판정(0/1) ⋆⁺₊⋆
 
2:06PM조원필:
운
기준치: 45/22/9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당신조차 반쯤 물에 빠진 채로 겨우 끌어올립니다.
 
행운 판정마저 실패한 당신은, 조금 많이 추울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에게 겨우 붙잡힌 나기의 조각은 반성하는 기미도 없이 잔뜩 지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볼 뿐입니다.
 
조금 전에 만나고 온 조각보다는……
 
분위기가 많이 안 좋네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습니다.
 
2:06PM조원필:나기! 괜찮아?
 
2:07PM연나기:...왜 붙잡는 거야? 그냥 빠지게 두면 되잖아.
 
2:07PM조원필:..죽으려고?
 
2:07PM연나기:그럼 그거 말고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2:07PM조원필:내가,... 데리러 왔어.
 
2:07PM연나기:(울먹이는 눈으로 노려본다.) 들었어, 헤어진 사이라며.
 
그때의 이별로 상처받은 건, 오히려 당신 쪽일 텐데.
 
이상하게도 이 조각은 제가 더 서럽다는 듯 입술을 깨물어버립니다.
 
그러고 보니, 착의는 나기와 똑같은데 인상이 묘하게 다른 것 같아요.
 
조금 더 앳되어 보이는 듯 한......
 
2:08PM조원필:....날 원망해서 호수에 빠지려 한 거야?
(다행히 목도리는 안 젖었네. 자신의 목도리 네게 둘러준다.)
 
2:09PM연나기:내가 널 왜 원망해? 난 원래 이런 새낀데. (코 한 번 훌쩍인다.)
 
2:09PM조원필:새끼는 씨.. 말 예쁘게 안할래? (코 꼬집)
 
2:10PM연나기:(꼬집히자 인상 팍 쓰고 네 손 쳐낸다.) 아!
씨... 내가 뭐 언제 말 예쁘게 한 적 있었어? 나 비호감인 거 모르고 사귀었던 것도 아니고. (울먹거리며 우악스레 제 눈가 비빈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다 날 떠나...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너도...
 
2:12PM조원필:날 떠난 건 너거든. 난 널 계속 기다리고 있었고.
그만 울어, 기운 빠진다. (네 뒷머리 쓸어주며 어느새 달래는 투다.)
 
2:15PM연나기:(미약하게나마 네 온기를 느낀 건지 손길이 닿자 참아왔던 눈물이 터졌다. 그치만 방어적인 태도는 영 고쳐질 생각을 않는다.) 신경 쓰는 척 하지 마! 사실은 그냥 떠나 버리고 싶잖아. 너도 네 인생이 있을 거 아냐.
나 때문에 상처 받았다며. 너한테 지긋지긋하다고 했다며, 내가!
그러면 그냥 버리라고... 왜 귀찮은 짓을 마다하질 않지?
 
2:19PM조원필:응. 상처 받았어. 날개도, 나비도 상처 받았겠지. (그래서 마지막에 네 손을 그렇게 물어버린 거겠지.) 뒤늦은 사춘기 감정을 나한테 쏟아내면 곤란한데.. (입꼬리 슬쩍 올리며) 안 버릴 거야. 나 계속 너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잖아.
넌 나 버릴 거야? 이렇게 실~컷 이용하고 잘 해결되면 다시 떠나는 거 아니고?
또 다른 네가 가지고 있는 반지를 봤어. ...다른 사람이라도 생겼나, 싶어서..
...됐어. 애한테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2:25PM연나기:웃... (구성원의 모두가 상처 받았다는 말에 기세가 조금 누그러들었다. 알지만,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인 모양이다. 보란듯이 뱉은 소리를 되받아치는 방법이라곤 성내는 법 밖에 모르는 어린애.) ...내가 널 왜 이용해?! 아까 '나'한테 못 들었어? 분리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나기가 버티기 힘들어질 거라고!
(그러니까, 똑같은 말이지만 내포된 이유가 더 있다. 필사적으로 돌아가는 '이유'라고 함은... 눈 앞에 있는 너. 내 종착지.)
다른 사람 안 생겼어, 안 생겼다고! 너한테 그 난리를 치고 나갔는데 다른 사람을 왜 만나!
그리고 애 아니거든? 다 기억하고 있는데 애는 무슨 애야! 겉모습만 이런 거라고. (삿대질한다.)
 
2:28PM조원필:다 알면서 나 골탕 먹이려 호수 들어갔던 거지. 애 맞구만 뭘..
 
2:29PM연나기:골탕 먹이려고 한 게 아니라 진짜 죽고 싶었다고오... (엉 울어버린다. 바보, 바보야. 내 마음도 모르고.)
 
2:29PM조원필:이용할 수도 있지. 조각들을 다 찾아 연나기한테 돌아가면, 또 언제 날 사랑했냐는 듯 반응할까봐.... (두려운 것도 크고.)
진짜 최악이거든. 그것도 내 앞에서 죽으려고? 나 떠나서 좀 잘 살던가 해야지, 바보가... 골골 거리기나 하고. (양볼에 흐르는 손등으로 닦아준다.)
자, 연나기한테 돌아가자. (아까 첫번째 조각이 했던 것처럼 손바닥 펴서 내민다.)
 
2:33PM연나기:...싫어. (양 손을 모두 제 품 안으로 숨겨버린다.)
 
2:34PM조원필:어쭈. 말 안 들으면 버리고 간다.
 
2:34PM연나기:거 봐, 또 버린다고 하지.
 
2:35PM조원필:진짜 버리겠냐?
왜 말 안들어.
 
2:36PM연나기:버릴 수도 있지. 계속 미운 짓만 하잖아. (눈물 그렁그렁 맺힌다.)
 
2:37PM조원필:밉긴 해 연나기가~. (농담)
 
2:37PM연나기:(눈물 터뜨린다. 엉엉엉...)
 
2:37PM조원필:야야. 더 울지말고..
농담이야 농담.
 
2:37PM연나기:넌 그런 말을 농담으로 해?
 
2:38PM조원필:그럼 진짜 미워했음 좋겠어?
 
2:38PM연나기:이럴 줄 알았어. 애초에 영혼이 부서지지 않았더라면...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너도 날 미워한다고 하고, (스스로 그렇게 단정지어 버렸다.) 돌아가도 어차피 우린 못 만나는 건데 내가 왜 돌아가야 해.
 
2:39PM조원필:흠......
내가 어떻게 하면 돌아갈건데?
여기서 같이 죽는 걸 바라는 건가? (너도 이걸 바라는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까지 말해야 네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2:42PM연나기:미쳤어? 네가 죽는 걸 바랄 리가 없잖아!
너어는 진짜... (울면서 한숨 쉬고, 짜증내고... 온갖 감정이 뒤섞인 채로 너 퍽퍽 친다.) 왜 그러는데. 바보야. 멍청아!
 
⋆⁺₊⋆ 심리학 판정 ⋆⁺₊⋆
 
2:44PM조원필: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2:45PM연나기:(미간 찌푸린다.) 네가 귀찮다고 생각하는 건 싫어. 네가 슬퍼하는 건 더 싫고.
...네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의무감에 나를 돌려보내려 하지 마.
 
2:46PM조원필:우리 사이가 어떻든, 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지금은 그냥.. 네가 안 아팠으면 좋겠어.
 
2:47PM연나기:...왜 날 사랑해? 내가 그렇게 널 모질게 대했는데.
 
2:47PM조원필:그러게.
그냥 넌...,
(입술 살짝 깨물다가 씁쓸한 듯 웃는다.) 쉽게 못 잊는 사람이니까.
 
2:50PM연나기:(살을 에는 추위에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아까보다 마음이 가라앉았는지 차분하게 다시 묻는다.) ...잊는다면, 그 땐?
 
2:51PM조원필:내가 치매에 걸리거나, 죽지 않고서야 잊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다른 사람으로 너와 함께 했던 기억을 덮을 생각은 없어.
그냥 네가 머물렀던 빈 자리에서, 날개랑 나비랑 지내겠지.
 
2:54PM연나기:... (그 자리를, 다시 나로 채울 순 없어?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애써 삼킨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욕심인데다, 거절의 대답이 두려워서. 이 시기의 '나'는 참 지독하게 회피하는 법 밖에 몰랐다.)
넌...
바보야.
(미련하리만치 바보인 이를 향한 더 이상의 고집은 무의미하다 생각했는지,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네 손가락 사이사이에 얽었다. 마주잡을 용기는 없기에 걸치는 것에만 그쳤다.)
 
2:58PM조원필:(맞댄 손 꼬옥 잡더니 첫번째 조각과 마찬가지로 이마 맞댄다.) 고마워, 이런 결정해줘서.
바보 말고, 더 좋은 말 해주지.
 
2:59PM연나기:...몰라.
 
끝까지 솔직하지 못한 조각입니다.
 
그렇게 눈을 감았다 뜨면, 차가운 공기가 당신의 뺨을 스칩니다.
 
이제…… 마지막 나기만을 찾아내면 되겠네요.
 
그를 마저 찾아내면 연나기는 알 수 없는 감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후엔…… 어떻게 되는 걸까요.
 
─────── CHAPTER 07 ───────빛은 어둠을 삼키고
 
불필요한 고민은 접어둔 채로 발걸음을 돌리려는 때,
 
잠시 모습을 감췄던 어둠이 다시 절벽처럼 일어섭니다.
 
잠잠해졌던 눈송이가 새떼처럼 달려들고
 
걸음이 닿는 곳이 평지인지 비탈인지도 흐릿합니다.
 
필사적으로 호수 방향이 아닌 반대편으로 몸을 돌리자,
 
갑작스런 역풍으로 몸이 무너집니다.
 
⋆⁺₊⋆ 건강 판정 ⋆⁺₊⋆
 
3:02PM조원필: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지만 이 정도로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분명 어딘가에 빛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당신을 바깥으로 이끈 그것이, 이 근처 어딘가 머물고 있을 겁니다.
 
귓바퀴에 걸리는 사나운 바람 소리 끝에 다정한 기운이 존재한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다행인 점을 찾을 수 있다면 빛무리를 발견했다는 것 정도일까요.
 
시야가 낮아지자,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눈송이인지 빛무리인지 알 수 없는 것이 흐릿하게 빛납니다.
 
3:04PM조원필:마지막 조각만.. 남은 거지. (빛 무리 인지 확인하려 가까이 다가간다.)
 
얼마 안 가 빛무리가 있는 곳의 비탈에 발 끝이 미끄러집니다.
 
외투 속에 스며든 추위와 갑작스러운 비탈에 긴장해버린 몸이 한순간 굳어버립니다.
 
발목은 접질러진 것마냥 아프고
 
아래로 훅 꺼진 시야를 제대로 볼 새도 없이 비탈을 따라 몸이 구릅니다.
 
잔가지며, 돌이며, 군데군데 나 있는 모난 것들이
 
얼굴과 몸 이곳저것을 할퀴고 두드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프다, 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습니다.
 
어째서, 라는 무언의 원망이 고개를 들 때쯤
 
3:05PM연나기:잡았다!
 
비탈길 끝에서 누군가 당신을 세게 끌어안습니다.
 
익숙한 목소리, 그러나 분명 그 사람이 아닐.
 
당신은 이제 묘한 확신을 안고 고개를 들어보입니다.
 
흙투성이에 잔상처가 가득한,
 
그러나 이제까지 만나온 나기 중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 번째 조각이 당신을 안고 있습니다.
 
3:05PM조원필:....나기구나.
 
3:06PM연나기:응, 나야! (히힛, 웃는다.)
 
3:06PM조원필:반가워, 나기.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마주 끌어 안는다.)
 
3:06PM연나기:폭설이 더 심해질 거야, 혀엉.
찾아오기 너무 힘든 곳에 있었나?
 
3:07PM조원필:..그러게, 어쩌지. 나기 네가 추울텐데.
 
3:07PM연나기:(코 훌쩍,) 괜찮아.
이렇게 안고 있으면 따뜻하거든. (너 끌어안은 팔에 힘 준다.)
 
3:08PM조원필:이거 봐, 벌써 이러고.
 
3:08PM연나기:(콧잔등 찡그리며 천진하게 웃고) 킁, 너무 오래 여기 있어서 그런가 봐. 마중 가고 싶었는데 빛을 잃어서 못 갔어.
 
3:09PM조원필:돌아가기엔 너무 지쳤는데, 나기 널 구하기로 약속했거든.
폭설이 심해지면... 제 시간에 돌아갈 수 있을까.
나기가 날 기다릴거야.
난 걔를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는데.. 버렸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3:11PM연나기:걱정 마,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형이 이렇게 말해주는 걸.
그 뿐만이 아냐, 날 찾으러 여기까지 와 줬잖아.
과정이 때로는 결과를 비추기도 하니까, 응. (손가락 꿈질거린다.)
그것보다 큰일인데... 어쩌지... (흘긋, 네 눈치 보고.)
 
3:14PM조원필:..문제가 생겼어?
 
3:15PM연나기:우음... (네 얼굴에 대고 부비작댄다.) 내 힘으로는 형아를 빼낼 수 없는데...
혹시 다른 조각을 먼저 만났어?
 
3:15PM조원필:응, 다 만나고 마지막으로 널 만나러 왔어.
 
3:16PM연나기:오!
(어깨를 움츠리며 장난스럽게.) 그러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도?
 
3:18PM조원필:(작은 몸의 어깨에 제 고개를 기댄다. 어릴 때 너는 이런 모습이었구나, 역행의 모습일수록 더 위로받는 기분은 뭘까.)
뭔가 방법이 있는거야?
근처에 머물 곳이 있다거나..
 
3:19PM연나기:혀엉, 나 믿지?
 
3:19PM조원필:...믿어.
 
3:19PM연나기:그러면 내 말을 따라해야 돼.
'괜찮아.'
 
3:20PM조원필:달래주는거야?
착하네..
 
3:21PM연나기:아이 참, (삐진 척.) 따라해야 된다니까.
 
3:21PM조원필:괜찮아.
 
3:21PM연나기:괜찮아~ (네 머리 쓰다듬는다.)
 
3:22PM조원필:괜찮아, 연나기.
다 잘 될거야. (중얼거리듯 말한다.)
 
3:23PM연나기:(나지막이 제 이름 부르는 입가에 시선이 머문다. 차분한 웃음이 입가에 걸렸다.) ...누가 조원필 아니랄까봐.
 
괜찮아, 괜찮아. 할 수 있어.
 
그는 그런 말을 합니다.
 
이 어둠 속에서, 당신을 끌어안고.
 
명백히 조난, 이라는 것일 텐데.
 
걱정 하나 없는 목소리로 보고 싶었다는 말을 속삭이며 당신의 눈을 감겨줍니다.
 
네가 여기까지 날 찾아왔으니까, 내가 널 데려다줄게.
 
나에게, 우리에게.
 
그리고 우연에게.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고 했어.
 
그 말을 끝으로, 당신은 거대한 추위에 잠겨 잠이 듭니다.
 
─────── CHAPTER 08 ───────녹지 않는 단 하나의 눈송이
 
눈꺼풀 안쪽에서 피어나는 어둠은 암녹색 빛을 띠고 있습니다.
 
그 너머로 느껴지는 외부의 빛이 어둠 속으로 번지기 시작하고,
 
이젠 정말 눈 속에 파묻혀 있구나,
 
같은 쓸쓸한 생각을 하게 되는 그 즈음.
 
뺨에 닿는 햇살은 눈을 녹이기에 충분합니다.
 
몸을 일으키자 뺨에 쌓여 있던 눈 부스러기가 언제 존재했냐는 듯 녹으며 흩어지고,
 
산 속의 적막이 도시의 소음으로 바뀌어 갑니다.
 
소음은 차츰 잦아들어 익숙한 잔향으로 그 형질을 변화시키며
 
향수가 짙은 곳으로 당신을 데려왔습니다.
 
아, 익숙할 수밖에요.
 
이곳은 나기가 당신에게 이별을 고했던 곳.
 
한때 우리의 보금자리였던 두 사람의 집입니다.
 
3:26PM연나기:……모든 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뿐이야.
널 만나기 전, 아무도 믿지 못했던 그 때로.
 
3:29PM조원필:나기, 제발... 왜 떠나는 거야. 내 사랑에 확신이 들지 않아서? 내가 질려서? 힐링이 필요한 거면, 잠시 시간을 가지고 다시 만나도 괜찮잖아.
 
3:31PM연나기:넌 그 시간이 유한할 거라고 생각하나 봐. (붙잡은 손 떨어뜨린다.) 차라리 예전이 더 편했어. 옆에서 징징대는 인간도 없고.
 
3:31PM조원필:너 없이는...., 못 사는 거 알잖아. (근데 요즘 널 보면,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마치 우리가 함께 지냈던 세월이 꿈인 것처럼.)
너 나한테... (가슴이 꽉 막힌 듯 숨이 턱 막힌다. 초조함, 실망, 슬픔.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와 결국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렇게까지 모질게 말한 적 없었어. 어디 아픈거야?
 
3:37PM연나기:그러게... (질린다는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내쉰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지.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너를 보면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아. 살이 맞닿으면 참기 어려운 구역질이 올라오기도 해. 뭐가 스스로를 이렇게 만든 건지 알 수가 없다. 시선이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따라 서서히 내려간다.)
내가 아프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은데... (공허하다. 그냥 이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얘기 끝났으면 이제 가도 돼? (문고리 잡아 열려 한다.)
 
3:42PM조원필:날개랑, 나비도 두고 가려고? (너처럼 외로움 많이 타는 애가 혼자 지내기엔 너무 외로울 거야. 걔네 마저 없음 네가 못 버틸 것 같기도 하거든. 내 눈엔 네가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고.)
.....아, ......넌 이제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구나. (입꼬리가 떨린다. 질려버린 눈빛, 차가운 침묵. 언젠가 예상했던 우리의 이별인데,) 생각보다.. 너무 아프네.
네 성격에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말 못할 사정이 있거나… 아니면, 진짜로 나한테 질려버렸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거든. (조용히 시선을 떨군다.) 그냥.. 내 문제였구나.
(네가 문고리를 잡으려는 순간, 반사적으로 뒤에서 끌어안는다.) 제발, 나기..! 진정하고. 이야기 좀 하자.
 
3:59PM연나기:(잠자코 네 말을 듣는다. 말이 이어질수록 심장이 차게 식는 기분. 죽을 만큼 괴로운 건 너, 이 쪽은 그러한 감각조차 느낄 새도 없이 얼어붙어 간다. 바깥과 가장 가까워서인지 냉기가 온 몸을 감쌌다. 춥고, 공허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책임지기 싫어, 난.
아, (품에 안기자마자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 들어 순간, 이성을 잃고 온 힘을 담아 널 밀쳤다. 중심을 잃은 너는 근처에 비치되어 있던 화병과 함께 무너지고, 깨진 파편이 한때 재회의 메타포로 손목에 심어두었던 새의 날개를 갈랐다. 의도치 않았다. 마음을 다치게 할 지언정 물리적으로, 이렇게... 피를 볼 생각은 없었다. 정말이다. 근래 보이지 않았던 감정이 낯에 언뜻 스쳤다.)
(...그치만, 그 뿐이었다.) 내가 잡지 말라고 했잖아, 싫다고 했잖아! 왜 말을 못 알아들어! 싫다고!
...지긋지긋해, 제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닿았던 부분을 보란듯이 털었다.) 몇 번이나 이 짓거릴 반복해야 해? 너도 지겹잖아. 의미 없는 대화 나누는 것도... 이제 그만하고 싶어, 나. (상처를 가까이 보려 쓰러진 네게 가까이 다가간다. 갈라진 날개를 보자 간신히 잡고 있던 무언가가 끊어진 것 같다.)
...근데 있잖아, 나...
네가 나 때문에 다쳤는데도...
 
4:03PM연나기:아무 감정도 안 들어.
 
그 말을 끝으로 나기는 당신에게서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훨씬 더 전에……
 
.
 
.
 
.
 
당신의 몸을 두르고 있던 냉기가 사라지고 나면,
 
멀리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나기의 모습이 보입니다.
 
뺨을 붉게 물들인 채로 겨울의 한복판에 서 있는 그는 여전히, 행복해보입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서요, 원필.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그의 머리칼 위로 떨어지는 단 하나의 눈송이.
 
⋆⁺₊⋆ 관찰력 판정 ⋆⁺₊⋆
 
4:05PM조원필: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신기하게도 머리칼에 닿은 눈송이가 녹지 않고 그의 뺨으로 천천히 굴러갑니다.
 
바람에 흩날릴 법도 한데, 뺨에 가만 붙어 있던 눈송이가 천천히 그 안으로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곧 멀리서 당신이 다가오지만 나기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당신을 기다린 적도 없다는 듯,
 
혹은 평범한 타인을 만나듯.
 
창백하게 질린 뺨에서 느껴지는 메마른 바람이 당신의 손 끝을 차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이제 곧 이별을 고하겠죠.
 
붉게 물든 뺨을 빼앗긴 채로.
 
우리는 그렇게 헤어지게 되겠죠.
 
.
 
.
 
.
 
다시 한 번 겨울 바람이 밀려옵니다.
 
머리카락 사이로 기민한 눈송이들이 스며들어오고,
 
당신은 파묻힌 눈 속에서 눈을 감습니다.
 
정말, 헤어지기 싫었던 걸까요?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던 걸까요?
 
……우리가 돌아온 지난 1년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눈이 따뜻하리라고는 생각한 적도 없는데,
 
발목에 에는 추위가 사랑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그날의 눈보다는 따뜻했겠죠.
 
─────── CHAPTER 09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분명 눈에 파묻혀 있을 텐데도 규칙적인 심장 고동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니, 고동 소리가 아닙니다.
 
나아가는 걸음의 울림.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몸은 착각이 아닙니다.
 
조심스레 눈을 뜨자 낯익은 뒤통수가 보입니다.
 
나기입니다.
 
아직도 온몸이 싸늘한 당신을 조심스레 업고 묵묵히 나아갑니다.
 
종아리가 파묻힌 것쯤은 하나도 두렵지 않다는 듯이.
 
그가 내딛는 걸음엔 확신만이 가득합니다.
 
천천히 손을 뻗어 그 뒤통수를 문질러보면, 깼냐는 물음이 들려옵니다.
 
4:08PM연나기:깼어?
 
4:08PM조원필:...나 죽은거야?
 
4:08PM연나기:...그럴 리가!
 
4:09PM연나기(두 번째 조각):너 자꾸 죽는단 소리 해, 한 번만 더 하면 가만 안 둬.
 
4:12PM조원필:그냥 이대로 죽어버리는 게 나았으려나.. (헤어졌던 그날의 꿈을 또 꾸다니 최악이다. 그때 다친 손목 위를 천천히 손가락으로 쓸어보다, 조용히 네 목을 팔로 감싸 안는다.)
 
4:12PM연나기(세 번째 조각):혀엉. (그런 네 기운을 읽었는지 나지막히 널 부르며 옷자락을 꽈악 잡는다.)
 
4:13PM조원필:무서워,... 네가 없으면. 다시 일어날 용기조차 잃은 지 오래야.
 
4:14PM연나기(첫 번째 조각):(씁쓸하게 웃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안 궁금해?
 
4:15PM조원필:(네 등에 얼굴 묻더니 울음이 터진 듯 목소리가 떨린다.) 어떻게 된 일인데..?
 
4:16PM연나기(첫 번째 조각):(두 번째 조각에게 달래주라는 듯 턱짓한다.)
 
4:16PM연나기(두 번째 조각):... (말없이 네 등 툭, 툭 두들겨 주며 머리카락 쓰다듬어 준다.)
 
4:17PM연나기(첫 번째 조각):네가 그렇게 기절하고 나서, 네 품에 있던 두 영혼 조각과 세 번째 조각이 완전히 합쳐졌어.
 
그래봤자 고작 조각, 이겠지만
 
그들은 당신을 나기에게 데려가기 위해
 
그 거대한 비탈을 오르고,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4:18PM연나기(첫 번째 조각):네 덕분이야. 네가 '우리'를 되찾아 준 거나 다름없으니까.
 
아무리 추워도 상관없었습니다.
 
당신이 곁에 있으니까요.
 
나기를 위해 이 산까지 와줬고,
 
또 세 조각을 모으기 위해 한밤중의 산을 그렇게 헤집고 다녔으니까요.
 
우리는 헤어진 사이지만
 
그것이 또 하나의 사랑이란 것쯤은 그들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4:19PM연나기(두 번째 조각):...네가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어.
 
별장이 점점 가까워지며 나기의 조각들은 감사의 마음이 담긴 말을 당신에게 전합니다.
 
4:20PM연나기(세 번째 조각):나는 그냥 보여줄 뿐이야! 말할 뿐이고.
 
두 번째, 세 번째 조각의 형상의 희미해집니다.
 
'우리'가 온전한 '나'로 돌아가는 과정이겠지요.
 
4:21PM연나기(첫 번째 조각):...그게 뭔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지?
나를 위해 용기내 줘서 고마워. (툭, 고개를 기울여 옆머리를 맞댔다.)
 
4:28PM조원필:(이것도 다 꿈일까, 진실을 알았음에도 마주할 연나기의 표정을 도저히 볼 자신이 없어 고개가 절로 떨어진다. ) 안아줘,..이제 나 좀, 따뜻하게 안아주라.
 
4:29PM연나기(첫 번째 조각):(네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하하, 행복에 겨운 웃음을 터뜨린다.) 어리광쟁이.
 
마침내, 조각들은 당신을 무사히 별장 앞에 데려다줍니다.
 
별장 앞에서 당신을 내려놓고,
 
하나씩 떨어져 있을 때보다 총기가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어쩌면 당신을 보내줘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들은 당신의 손을 꼭 쥔 채로 부탁합니다.
 
4:30PM연나기(첫 번째 조각):이제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주면 돼. 어렵지 않지?
그 뒤의 일은 네 몫이야. 그냥 떠나도 좋고, 이번 겨울을 같이 보내줘도 돼.
 
4:31PM연나기(두 번째 조각):... 혼자가 되어도, 원망하지 않을 거야. 그 때 헤어진 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니까.
그러니까... 그냥, 네가 덜 추웠으면 좋겠어.
 
4:31PM연나기(세 번째 조각):혀엉, 고마웠어.
 
4:32PM연나기(첫 번째 조각):(두 팔을 벌려 슬 입꼬리 올려낸다.) 자, 안아줄게.
이리 와.
 
4:33PM조원필:....정 들어서 보내기 싫네. (돌아가며 '너'를 눈에 담다가 네 앞으로 다가선다.)
숨 막힐 정도로 꽈악, 안아줘.
 
4:35PM연나기(첫 번째 조각):...그래! (네 바램대로, 그리고 '내' 바램대로. 온 힘을 다해 널 안는다.)
 
두 사람이 포옹하자,
 
그들은 따스한 빛을 내며 다시 영혼 조각으로 돌아갑니다.
 
이제 나머지는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나기에게 영혼 조각을 돌려준 뒤,
 
그의 곁을 떠날 것인지 아닌지.
 
4:36PM조원필:(돌려주고, 깨는 것만 보고 가자. 상태는 봐야하니까..)
 
...그러고 보니, 영혼 조각을 돌려주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네요.
 
4:38PM조원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불현듯 떠오릅니다.
 
나기의 영혼을 품에 들일 때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포용했는지를요.
 
4:40PM조원필:.....나기, 나 진짜 고생하면서 찾아 온 거야. 엄청 보내기 싫은거, 마지막으로 꼭 안아줘서 보내준거라고.
그러니까 너도,... 아프지 마. (네 손등에 자기 손 얹더니 토닥여 준다.)
 
나기에게 영혼을 돌려준 뒤, 그의 옆에서 자리를 지킵니다.
 
고른 숨소리가 이어지고, 안정된 표정이 찾아듭니다.
 
나기의 자는 얼굴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슬플 정도로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그 1년이라는 시간동안 모든 게 멈춰 있던 것처럼.
 
당신은 손끝에 닿는 나기의 차가운 뺨을 온기로 녹여갑니다.
 
밤이 저무는 소리에도 눈 한 번 감지 않고 그를 시야에 담습니다.
 
행여 그가 다시 차가워질까, 녹던 것도 재차 얼어버릴까.
 
초조한 마음으로 밤을 꼬박 새워 아침의 빛을 맞이합니다.
 
마치 몇 개월 후의 봄을 기다리듯이.
 
당신의 눈꺼풀에 내리는 잠도 따숩게 느껴집니다.
 
순간적으로 밀려드는 잠에 나기의 품을 파고들면,
 
어느샌가 잠에서 깨어난 그가 당신의 뺨을 매만지며 조용히 끌어안겠죠.
 
눈 내리는 소리보다 더 고요하게.
 
더는 차갑지 않은 품으로 사랑을 읊어나갑니다.
 
너무 멀리 돌아왔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
 
그리고, 그리웠다는 말.
 
다시는 춥지 않을 것입니다.
 
춥다 해도, 쓸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게, 이제 우리는…
 
다시 한 번 따뜻한 봄을 기다리니까요.
 
─────── ENDING 3 ───────우리는 다시 한 번 따뜻한 봄을 기다리네
 
연나기 생환, 조원필 생환
 
나기는 다시 영혼을 되찾았고, 곁에 남은 당신을 바라봅니다.
 
어둠 속에 가로막혀 있던 것 같은 지난 1년을 상기하며
 
당신을 끌어안고,
 
다시 사랑하자 속삭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겨울은 작년보다 조금 따뜻한 온도로 돌아가겠죠.
 
4:44PM조원필:..연나기 바보.
 
4:44PM연나기:... 그래, 나 바보다.
 
4:44PM조원필:너 진짜 미워.
 
4:44PM연나기:...알아.
미안해. 너무 오래 혼자 둬서.
 
4:45PM조원필:......나 안아줘.
 
4:45PM연나기:지금도 안고 있는데... 더 꽉 안아 줘?
 
4:45PM조원필:응..
 
4:46PM연나기:(있는 힘을 다해 꽈악- 안는다.) ...고마워, 날 찾아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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