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0 ────이질적인 주말
계획대로라면 오늘 나기와 데이트 일정이 있습니다.
당신은 일어나 씻기 전, 나기에게 일어났냐고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런 중요한 날, 지금까지 일어났다고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자고 있는 걸지도 모르고요.
10:59AM조원필:나기~. 아직 자고 있는 건 아니지? 오늘 무슨 날이게.
나기에게 문자를 보내고, 당신은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왔습니다.
머리에 묻은 물기를 털며 핸드폰을 바라보니 다음과 같이 답이 와 있습니다.
읽었으면 대답해
11:02AM조원필:?? 장난하지말고. 네 애인이잖아.
읽음 표시가 사라졌지만, 한참 동안이나 돌아오는 답이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나기의 프로필,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11:03AM조원필: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우리가 알고 있는 나기보다 조금 더 성숙해 보이는 얼굴인 게... …
다른 사람이라기엔 점의 위치라거나 눈매가 나기와 완전히 똑같습니다.
11:05AM조원필:(나기가 나이 먹으면 이런 느낌이려나.... 아니면 요즘 사진 필터가 유행이라던데. 장난치는걸 수도 있겠네.)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만약 이 장난이 생각보다 진지하다면⋯⋯.
약속 장소에 원필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거 안 키우니까 다른 놈 알아봐라
나기에게 뭔가 문제가 생기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고요.
어떻게든 약속을 잡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1:09AM조원필:나기ㅜㅠ... 우리 오늘 만나기로 했잖아.
잠깐 만날까?
11:10AM연나기:ㅋ.. 그니까 너 누구신데요.
11:10AM연나기:부르면 뭐 어떻게 될 줄 알고 순순히 나가 내가
구원파 놈들이 보냈냐?
구원파⋯⋯? 마치 조폭 시절에서나 쓸 법한 말을 하는군요.
11:11AM조원필:조폭 일 그만둔지가 언젠데.
우린 평화파였고.
아무래도 민간인 '이었던' 것처럼 보이는 당신의 존재가 신경 쓰였기 때문일까요.
잠시 후 돌아온 메세지에서 그의 태도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CHAPTER 1 ────나 같은 게 뭐가 좋다고…….
우여곡절 끝에 당신은 나기와 만나기로 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약속 장소인 카페에 일찍 도착했습니다.
차 한 잔을 시키고 먼저 자리에 앉아 봅시다.
11:16AM조원필:(나기가 좋아할 만한 메뉴는 조금 있다 시켜야겠다. 근데.. 확실히 평소 나기 느낌은 아니던데. 무슨 일이 생겼나...)
아, 유리창 너머로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모습이 걸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11:16AM조원필: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하지만 우리가 사진으로 봤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성숙한 매력이 느껴지는…… 그런 나기군요!
나기의 10년 후를 상상해 봤다면, 딱 이런 모습이겠군요.
당신이 멍하니 나기를 바라보는 사이, 그는 주문도 않고 다짜고짜 자리에 앉았습니다.
11:20AM연나기:(평소보다 건들거리는 태. 외로 너를 잘 찾아 맞은편에 앉았다. 습관인지 다리 꼬는 건 덤.) 용건.
카페는 뭘 이 딴 델⋯⋯. 시끄러워 죽겠네. (인상 쓴다.)
11:23AM조원필:....여기 프라페 좋아하잖아. 시키고 올까? (아래에서 부터 시선이 위로 올라간다. 아무리 봐도 나기인데, 나기가 아니네. 형이 있단 소리도 못 들어 봤는데.)
오늘 기분이 안좋아? (일단 시치미 떼고 평소처럼 행동한다.)
11:25AM연나기:(이 새끼 내가 초코프라페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지. 눈썹 꿈틀거린다.) 됐고요. 내가 한가하게 까까 먹으러 왔을까. 부른 이유가 있을 거 아냐?
평화파에서 너 같은 새낄 본 적이 없는데⋯⋯.
계속 민간인으로 살지. 왜 조직을 다 나와서 나한테 연락하셨을까. 어엉~? (테이블에 대고 턱 괸 채 널 빤히 봤다. 눈이 마주친다⋯⋯.)
11:27AM조원필:지금은 지웠지만.. 아직 흉은 있어서. (셔츠 단추 한두개 풀더니 옅어진 날개 문신을 보여준다. ...이 나기는 아직도 있네. 조폭 일도 여전히 하고 있는 것 같고..)
(마주한 눈을 피하지 않고 조용히 응시한다.) 나 기억 안나?
11:32AM연나기:니 같이 뺀질거리게 생긴 놈 조직에 있었으면 백 퍼 기억했을 걸. (코웃음 친다. 즉, 모른다는 뜻이다.)
11:33AM조원필:우리 제법 뜨거웠는데.. 사랑도 나누고, 몸도 섞으면서 영원을 약속한 사이잖아. (네 손에 제 손 슬쩍 얹더니 깍지껴 잡는다.)
형, 저 버린거예요?
11:36AM연나기:(동자를 굴려 네 목을 훑었다. 쇄골부터 시작되는 날개의 뿌리가 목의 반절을 감싼 흔으로 보아 하는 말이 거짓은 아닐 터였다. 다만 당시 파를 사랑파에서 이적'했었기' 때문에 내부의 사정을 다 꿰고 있어야 했던 나기로서는 의문일 뿐이다. 신생 조직이라 인원도 그리 많지 않아서 내가 모르는 놈은 없었을 텐데. 잠시 생각에 빠져 있으면 두 손이 맞닿는다.)
(-이어지는 말은 실로 어이가 없는 것. 40년 인생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달콤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낯에 대놓고 황당함이 서렸다.) 무슨 수작이냐 이 시발 새끼야?
(손 금세 떼어낸다. 먼지라도 묻은 양 털어내는 건 덤이고⋯⋯.)
11:40AM조원필: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어. 내가 평화파가 아닌 것 같아서? 이 문신이 결정적인 증거 아닌가. 나한테 이런 문신도 해줬잖아. (손목 보이며 네가 새겨준 흔적을 내비친다. 왜 내 존재를 기억 못하지. 눈 앞의 나기는 날 본 적이 없나? 반응을 보아하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수작이라니. 섭섭하네~... (하룻밤 사이에 내 연인이 나보다 더 나이를 먹고 와서는 날 기억 못하는데 이쪽이 황당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평화파 이후에 어떻게 지냈어?
11:44AM연나기:어딜 애새낄 데려다가 이딴 짓을⋯⋯ (시키고 있어. 아, 짜증나네. 구원파 놈들은 한 번 조직에 속했던 놈이면 민간인도 안 가리나? 뻔하다. 구 조직원과의 접촉을 통해 날 꾀어 내든, 그게 아니라면 방심하게 만든 뒤 뒤에서 칠 가능성도 있고. 다만 굳이 왜 나한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허⋯⋯. (네가 보여준 새의 문신에는 틀림없이 타투 작업을 하던 시절의 버릇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더 의문인 것이다.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은 채 엄지로 네 손목을 문질렀다.)
내가 그런 얘길 니 새끼한테 해 줄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 (모든 게 의문 투성이다. 아, 머리가 아파온다⋯⋯.)
내 사정 들으러 왔냐? 별 시덥잖은 얘기만⋯⋯. (뭔가 이상한데. 이 녀석이랑 오래 있다간 머리만 아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 할 말 없으면 간다.
11:49AM조원필:지금은 예술 안해? 하고 싶어 했잖아. 왜 계속 조폭 일 하고 있는 거야? (널 부러 자극하는 듯 내뱉는다. 내가 없다 해도 넌 자유로워야지 왜 이러고 있어.)
응. 무슨 일 있었는지, 난 들어야겠거든. 난 첩자도 아니고, 해치려고 온 것도 아니라서. (그 순간, 원필의 머리를 스친 생각은 하나였다. — 만약 이게 꿈이라면, 그리고 이곳의 나기가 여전히 조폭 일을 하고 있다면… 이번에도 내가 널 구하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알량한 희망이.)
자리 피한다고 다음에 안 만날 것 같지? 우린 필연 적으로 만나게 될 걸.
11:57AM연나기:이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경계하느라 날 선 놈 당최 네 질문에 쉽게 대답해 주는 법이 없다. 잔뜩 흥분해서 일어선 탓에 앉았던 의자가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넘어지고, 널 향해 뻗었던 애정 가득한 손길이 멱살을 잡을 때 네 심정이 과연 어떨지, 그건 '현재'의 나기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테이블이 휘청이자 커피가 들어 있던 잔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마 이 잔과 같지 않을까.)
소란이 일어나려던 그 때, 원필은 이상함을 감지합니다.
11:58AM조원필: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11:59AM연나기:뭘 안다고 지껄이고 있어. 이게 그 새끼들 수작이냐? 사람 열 뻗치게 만들어서 누구 하나 족치는 게?!
나기가 열이 받쳐 소리치는 와중에도, 그거 하나는 알 수 있겠습니다.
우리 빼고 모두가 마치 버퍼링 걸린 동영상처럼 버벅이고 있습니다.
12:00PM조원필:
SAN Roll
기준치: |
79/39/15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손님과 점원, 카페 입구, 시계를 살필 수 있습니다.
12:01PM조원필:잠깐... 뭔가 이상한데.
(손님에게 시선이 향한다.)
손님들은 물론 점원들까지도 다들 버퍼링 걸린 사람들처럼 버벅거리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만 자신이 방금 전까지 하고 있던 행동을 반복하려는 듯 느리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커피가 줄줄 흘러 바지를 적셔도 아무 반응이 없는 것 같네요.
12:03PM조원필:(점원도 그럼 마찬가진가?)
12:03PM연나기:하, 씨발 이건 또 뭐야. (지나치게 흥분했다. 호흡을 가다듬으려 네 멱을 잡았던 손을 제 가슴에 얹은 채 심호흡했다. 그제야 주위가 눈에 들어온다.)
12:06PM조원필:.....나만 보이는 거 아니지? (세계가 멸망하나? 근데 나기도 멀쩡한 건... 다행이네. 정신 가다듬고 시계를 본다. 오늘 정확하게 며칠이야?)
초침이 시계 방향으로 움직였다가, 다시 반시계 방향으로 역행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시계조차 버퍼링이 걸린 것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무튼, 카운터에 비치된 캘린더를 보아하니 원필이 알고 있는 '오늘'인 듯 합니다.
12:08PM조원필:우선 나가야겠다. (여기 있어봤자.. 해결될 것도 없을 거고, 무엇보다 꺼림직하니까. 카페 입구로 향한다.)
12:09PM연나기:(판단이 같았는지 인상 찌푸리며 너 따라 걸어간다.)
잡으려고 하면 허공을 더듬는 것처럼 손이 문고리를 통과합니다.
나가자매.
12:10PM조원필:하....씨..팔. (재수가 없을래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못 나가. ... 뭔가 이상해.
12:10PM연나기:이 새끼가 욕하고 지랄이야. (지는⋯⋯.)
나기가 몸을 웅크리는가 싶더니 원필의 목덜미를 잡아채 테이블 아래로 집어 던집니다.
──── CHAPTER 2 ────네 또래 만나!
12:12PM조원필: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12:13PM조원필:음........ (손으로 눈가 문지르다 졸린 눈 억지로 뜬다.)
하하, 하긴. 10년 후 나기를 만나게 되는 꿈이라니.
평소 이 건물의 입주민 안내 방송은 최악의 음질, 최악의 발음으로 잘 들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12:15PM조원필: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12:15PM조원필:시끄러어............ (베개로 귀 막는다)
최근⋯⋯ - 지구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
익숙한 이름이 들리는데 베개는 치워야 하지 않겠어요?
12:16PM조원필:보통 안내 방송을 저렇게 하나? (상체 벌떡 일으킨다)
'조원필'이 '연나기'를 꼬시면⋯ . - 지구가 원상 복구된다고 합니다⋯. ⋯ ⋯ -
'조원필'은 우편함을 확인하십시오⋯⋯ 이상. -
12:17PM조원필:이사를 가든 해야지...씨....
하지만 역시 우편함을 확인해 보는 편이 좋겠죠?
12:18PM조원필:하...... 상황이 뭐 어떻게 흘러가는거야. (모자 꾹 눌러 쓰고 우편함까지 내려간다.)
좋아요, 우편함에는 작은 엽서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12:19PM조원필:
자료조사
기준치: |
60/30/12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2:19PM엽서:지구 프로그램이 응답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제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하 문제 해결을 위하여 아래의 방법을 시도해 보십시오.
만약, 기재된 방법을 전부 시도하여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프로그램을 재부팅해 주십시오.
1. '연나기'와 뽀뽀하기
2. '연나기'와 손잡고 산책하기
12:20PM엽서:3. '연나기'와 사귀기로 하기
12:20PM조원필:
SAN Roll
기준치: |
79/39/15 |
굴림: |
3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날 상대로 몰래카메라인가?
트루먼 쇼 이런거야?
미친 놈들.. (허공에 욕하기)
(우선 어제처럼 나기한테 연락 해보자..)
차라리 트루먼 쇼처럼 철저하게 짜여진 각본 안이라면 좋았을 텐데요.
이 모든 상황이 말도 안 되는 일을 긍정하게 만듭니다.
일어났어?
그 이후로는 비슷한 실랑이⋯⋯ 가 있었습니다만,
앞서 한 번의 시도가 있었기 때문일까요, 이전보다는 수월하게 나기와 약속을 잡는 데 성공합니다.
──── CHAPTER 3 ────연하는 좋아하세요?
카페에 도착한 당신은 먼저 자리에 앉아 있는 나기를 봅니다.
나기 주변을 배회하거나, 흘긋거리는 사람들도 보이네요.
마치⋯⋯ 번호를 따고 싶은데 척 봐도 인간이 쉽지 않아 보이니 다가가지 못하는 것처럼⋯⋯.
만약 나기가 지금보다 조금만 더 유순했다면, 그들은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12:36PM모브1: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번호 좀 주실래요?
12:37PM모브2: 너무 멋있으세요! 사귀는 사람 있으세요?
다만 그런 시선들이 약간은 버거운지 애써 무시하고 있는 나기입니다.
12:39PM조원필:....인기 많으시네. (나기 앞에 털썩 앉으며 눈썹 까딱거린다.) 그렇게 잘생겼으면서 왜 연애를 안해요?
12:39PM연나기:⋯⋯만나서 한다는 말이 그거냐?
보통은 자기 소개를 하지, 기본 예의도 없는데 이딴 걸 내가 왜 만나야 하는지⋯⋯. 뭐 하던 놈이야?
네, 당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요.
12:40PM조원필:....조원필이요. 카톡으로 말씀드렸잖아요.
12:41PM연나기:넌 카톡으로 이름 좀 알려줬다고 실제 만나서 소개도 안 하냐? (어이없는 놈일세. 평화파라는 말에는 눈썹 까딱인다.)
12:41PM조원필:형 타투해주던 모습이 좋아서 따라다녔었어요.
이제 안해요?
12:43PM연나기:⋯⋯ (나 좋다는 새끼한테 뭐라 지껄이기도 애매하고. 애꿎은 테이블만 손가락으로 두들긴다. 규칙적이고 느린 박자로.) 존나 옛날 일인데.
어, 안 해. (단호하다.)
무슨 일로 날 부른 건진 모르겠지만, 요즘 내 인생이 그런 걸 할 여력이 안 된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제가 지금은 호텔 사장이거든요. 거기 로비를 가이드 잡아줄 사람이 필요한데,...
형이 적격이라고 생각이 들어서요.
(만남 가져봤다고 거짓말도 술술 나오네. 이것도 물론 네가 걸려들지 의문에다가.. 도박이지만. 밑져야 본전이지.)
12:46PM연나기:(사장이라더니. 아래로 몇 명의 직원이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애새끼 같은 말을 하네. 두 팔을 교차해 테이블 위에 놓았다. 고개가 조금 숙여진다.) 인생이 그런 거야, 잘 하든 말든 내 뜻대로 되는 건 거의 없어.
어이, 조씨. 평화파 나왔다며. 내가 지금 뭐 하는 인간인 줄 알고?
12:47PM조원필:........조폭 일하는 거 아는데.
내 미련에 가까워서요.
12:48PM연나기:그니까, 그래서 문제라니까? 네 미련에 나 같은 걸 끌여들여서 뭐 어쩌게.
접은지 오래고?
12:49PM연나기:난 너 기억 안 나. 근데 니가 기억한다니까⋯⋯. (작게 한숨 쉰다.) 난 호텔 일 같은 건 하나도 몰라, 무식해서. 공부도 안 했고. 뭐 이건 부차적인 문제고.
내가 이 조직이랑 드럽게 엮여 있어서 네 부탁은 못 들어주겠다. 거절. (쌈-박.)
12:51PM조원필:...뭐하고 지냈어요 형?
12:51PM연나기:말해야 하나? (전과 같은 태도. 그러나 묘하게 네게 친근함을 느끼고 있다. 망설이다가⋯⋯.)
12:51PM조원필:형이 좋아하는 것도 다 접었는데 그럼.... 무슨 낙으로 살아요?
12:52PM연나기:알면서 물어보는 것 같네.
12:52PM조원필:난 (나 없이도) 행복하길 바랬는데,.. 아저씨 다 됐네. 진짜..
12:52PM연나기:(애새끼가⋯⋯.) 죽고 싶은데 그냥.
삶의 낙 같은 거 없어.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뭐 특별한 대답을 기대했나?
12:54PM조원필:아뇨, 적어도 그 대답만은 아니길 바랬는데.
...(심란한지 고개 푹 숙이고 마른 세수한다. 어차피 현재의 나기는 날 모르는데다가. 우리 인연은 훨씬 복잡하게 얽혀있으니까..)
12:56PM조원필:형 내가 숨통 트일 수 있게 뭐라도 해줄테니까.
살아줘요.
애새끼가 이런 소리 한다고 속으로 비웃을 수도 있겠지. 근데, 한 번은 걸어봐도 괜찮잖아요.
12:58PM연나기:(네 하는 양 잠자코 본다. 목소리를 귀에 담는다.) 뭐 자살예방센터에서 오셨어요?
너 내 인생이 왜 좆같은 진 알아?
응? 내가 왜 존나 힘든지 아냐고.
12:59PM연나기:내가 타투, 시발 그거 왜 안 하는지 모르잖아 너.
근데 왜 갑자기 나타나선 죽지 말라고 지랄이야⋯⋯.
12:59PM조원필:.....예술이고 뭐고 다 포기한 거 아녜요?
형 성격이야 뻔하지.
내가 형을 몰라?
1:01PM연나기:중요하지⋯⋯. 네가 누군지, 뭐 하는 새낀지 알아야 나도 대처를 할 거 아니냐.
네가 뭉뚱그려 아는 그 '예술'이란 것만 문제겠어? 꿈만 포기하면 차라리 다행인 수준이네. (픽, 조소한다.) 야, 참견 말고 그냥 니 원래 살던 대로 살아.
뭐가 중요하긴 개뿔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1:03PM조원필:내가 형 어디까지 아는지 무서워서 도망치는 거죠.
1:03PM연나기:(알지도 못하는 애새끼한테도 동정받는 신세라니, 기분 나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안 무서운데.
1:05PM조원필:하,..... 이래야 연나기지. (남에게 동정받는 걸 싫어하고. 사람 내쳐내는 거.)
(무엇이 네 날개를 완전히 꺾어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얼추 유추되는 상황은 있지. 아직도 그 사람들이 네 주변에 맴돌고 있는 거라면..)
안 무서우면 직면해요. 사람 내치지 말고.
외로움은 더럽게 잘 타면서...
1:09PM연나기:아⋯⋯. 진짜 짜증나네⋯⋯. (한 손으로 뺨을 늘리며 마른 세수한다. 너는 도대체 뭔데 날 잘 아는 것처럼 구는 건지.) 씨-발, 그래서 진짜 왜 만나자고 한 건데에⋯⋯.
1:09PM조원필:좋아하는 사람한테 데이트 하자고 한 게 나빠요?
1:10PM연나기:좋아하지 마라. 좆 같으니까. (⋯)
1:10PM조원필:....데이트라고 하면 안 나올 것 같았기도 했고.
좆 같기는. 좋으면서..
아! 씨팔. 성질하고는...
(정강이 문질..)
나대지 마.
1:11PM조원필:형이나 사람 발로 차지마요.
나도 도망간다?
영화 좋아해요?
말하지 마라. 다 안 좋아하니까.
당신이 멍하니 있는 사이 나기가 일어나 자리를 정리합니다.
이대로 그가 돌아가 버리면 모든 게 끝납니다.
같이 좀 걸어요.
1:13PM연나기:⋯⋯ 말 안 해도 그러려고 했어. 알아서 정리하고 나와.
1:14PM조원필:응.. (하씨.. 너무 기죽은 강아지처럼 굴었나. 자리 마저 정리하고서 너 따라 나간다.)
──── CHAPTER 4 ────네 나이에 나 만나면 이득이죠
나기는 당신을 카페 근처의 공원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아이들이 뛰놀고,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가족들⋯⋯.
지극히, 원필이 속해 있었으며 지금의 나기가 소속되어 있는 곳과는 거리가 먼 '일상'입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데이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힘들게 사귀었더니 다시 썸부터 시작하라니 가혹하기 짝이 없지만 말이죠.
10살 더 먹은 나기와 함께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형은 혼자 있으면 뭐해요?
무슨 생각해?
1:17PM연나기:반말을 하든 존댓말을 하든 하나만 해라. 거슬리니까. (별 게 다 거슬리는 편.)
1:18PM조원필:형 집 돌아오면 반겨주는 반려 동물 하나는 괜찮지 않을까 해서.
1:19PM연나기:(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걷는다⋯⋯.) 별로, 아무 생각도 안 하는데. 잠이 늘었나.
걔가 나랑 산다고 행복하겠냐? 누구 키울 여력은 안 돼서.
(⋯⋯아, 대답하고 나서 깨닫는다.) 네 얘기였냐? 필요없어;
.....나도 바쁘거든. 진짜 동물.
(존나 빠르게 걷는다.)
1:21PM조원필:난 똘똘해서 주인 잘 찾아가는데.
아 왜애. 빨리 가지마.
1:21PM연나기:시발 새끼. (쪽팔려서 괜히 욕이다⋯⋯.)
1:22PM조원필:난 개 한 마리에, 고양이 한 마리 키우거든.
걔네가 주는 안정감이 달라서..
형도 키워보면 어떤가 하고.
1:22PM연나기:아, 그러셔? 열심히 키워.
사회성 부족이야 그거.
1:22PM조원필:사랑하니까 이런 말 하는 거라고.
1:24PM연나기:⋯⋯어차피 들여봤자 바빠서 안 돼. 혼자 살아서 상시로 봐 줄 수도 없는데 돈이 썩어나는 것도 아니고. (누굴 고용할 여건도 안 되고, 그럴 생각도 없고.)
(그리고 무언가 키우며 사랑하는 본인 모습이 상상이 안 간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우뚝, 나기가 멈춰선 곳에 '사랑의 자물쇠'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아, 여기는 사랑의 자물쇠 채우기를 할 수 있습니다.
자물쇠에 이름을 적고 철조망에 자물쇠를 채운 뒤, 입을 맞추면 사랑에 빠진다고 하네요!
1:25PM연나기:별 지랄⋯⋯. (방향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한다.)
1:25PM조원필:형은 그렇게 걱정해도 막상 들이면.. 걱정이 무색하게 잘 키우더라고.
(자물쇠 만지작 거리며 나기 소매 붙잡는다.)
우리도 할까?
1:26PM연나기:(징그럽다는 눈빛.) 내가 왜?
1:26PM조원필: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싫으면 나 적을 때까지 옆에 있어줘.
나기가 뭐라고 반응하든 시나리오는 원필의 뜻대로 진행됩니다.
무지개 색을 원하는 게 아닌 이상, 원필이 원하는 색은 전부 있습니다!
1:27PM조원필:(검은색이랑.. 회색 집어든다.)
가끔은 이렇게 유치해야 살 맛 나지.
..왜 이렇게 낭만이 없어졌대.
(멋대로 회색 자물쇠에 조원필, 검은색 자물쇠에 연나기. 적어버린다.)
1:29PM연나기:(네 하는 양 가만히 지켜보다가, 문득 궁금해 묻는다.) 넌 날 얼마나 잘 알길래 자꾸 그런 소릴 하냐?
1:29PM조원필:형은 안 걸거야? 같이하면 좋은데. (네 이름 적힌 자물쇠 내밀어본다.)
1:30PM연나기:다른 사람이랑 날 착각한 것 마냥 헛소리를 해 자꾸. (홱, 검은색 자물쇠 뺏어든다. 만지작⋯⋯.)
1:30PM조원필:글쎄... 누구보다 형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오만일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드네.
더 좋아할수록 관심이 많은 거야.
1:31PM연나기:그니까, 날 어떻게 이해하고 있냐고 묻잖아.
내가 아까 물었지, 나에 대해 뭘 알길래 자꾸 그딴 소릴 지껄이냐고.
말해 봐, 나에 대해 뭘 아는데?
1:32PM조원필:음~.. 장모님이 (자연스러움.) 피아니스트였다는거.
1:33PM연나기:(흠칫, 고갤 돌려 널 본다.)
1:34PM조원필:장인 어른은 예술 하셨었는데, 안 좋은 일이 있었지. 그때 형이 한창 꿈을 펼칠 나이였고...
형이 빚 갚으려고 들어간 사랑파에서 그 새끼들하고 엮였던 것도 알아.
위조 작품을 만들어내면서도 힘들어했던 거. 그 미련으로 타투 했던거. 형 작품을 하고 싶어했단 것도..
다 안다고.
그러니까 내가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중요하진 않아. 중요한 건 형이지.
1:39PM연나기:(언제적 얘긴지. 자물쇠를 감싼 손에 힘이 들어간다. 기억에서 지워버리고자 했던 과거의
조각이 타의에 의해 복원되는 순간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따스한 것이다. 이해. 그리운 사람들, 그리운 순간들. 이젠 나와 상관없다고 느껴지는 연노란빛의 장면들이.)
스토커 새끼⋯⋯. (아니라고 했지만. 그렇게라도 밀어내지 않으면 표정 관리가 안 될 것 같아서.)
1:40PM조원필:내가 아는 형은 여기까진데..
그 뒤 형은 어떻게 지냈어.
난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1:42PM연나기:나는⋯⋯. (고개를 들어 자물쇠와 자물쇠 사이의 빈 공간을 바라본다.)
원래 자물쇠 체험은 개당 1만 원의 금액을 받으나,
최근 일주일은 행사로 인해 무료로 자물쇠를 채울 수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미 자물쇠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자물쇠를 새로 채우고 싶다면 손을 뻗어서 높은 곳에 자물쇠를 달아야 할 것입니다. 둘 다 키가 커서 큰 무리는 없지만요.
1:44PM연나기:글쎄.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지. (네가 걸어라, 그렇게 말하는 듯 들고 있던 자물쇠를 네게 건넸다.)
1:46PM조원필:
근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47PM연나기:(잘 거네. 뒤로 살짝 물러나 네 손이 닿은 곳을 응시했다.) 평화파가 와해되고 나가서 너는 몰랐겠지만, 그러고도 잔류한 인원들이 있었어. 갈 데 없는 새끼들. (나 같은.)
1:48PM조원필:(자물쇠 받아들고 손에 굴리다 제일 높은 곳에 까치발 들어 채운다.) ....결국 무너졌구나. 오래 갈 거란 생각은 안했는데.
1:51PM연나기:그런 새끼들한테 선택지가 있나. 더 건재한 쪽으로 합병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 (회색, 검은색. 휘황찬란한 색의 자물쇠 사이 유일하게 채도가 없는 두 색이 나기는 되려 눈에 띈다고 생각했다. 일상 속으로 숨어들었으나 그 주위만 공간이 푹 꺼져 시선을 잡아끄는 느낌을 주었기에.) 웃긴 얘기 해 줄까? 이 문신, 난 한 번 파를 옮긴 상태라 문신 두 개를 새긴 꼴이 됐거든. (그것 때문에 멸시도 당했었고.)
1:53PM조원필:..그 문신 허벅지에 있잖아. (나비 문신으로 덮었긴 했지만.)
1:54PM조원필:여긴 흉터를 가리는 거고. (손 뻗어 네 목 문신 엄지로 문지른다.)
난 형 몸에 있는 점 위치도 알아.
1:55PM연나기:⋯⋯. (째려본다. 자세한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벗어나고 싶었던 것들은 많았는데 결국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오더라고. (상황도, 나를 둘러싼 것들도. 뭐 하나 내 뜻대로 되는 게 없다. 벗어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낀 시점이 그 때다.)
시발, 그딴 건 왜 알고 있는 건데⋯⋯?
1:56PM조원필:그럼 사랑파로 다시 돌아간거야? 그럼 그 새끼들은.. 형한테 또 무슨, (표정이 구겨지더니 다친 곳 더 없나 괜히 어깨 감싼다.)
.......그야. 형이랑 헐벗고 있던 적이 많았으니까. (ㅎ)
1:58PM연나기:(그 말을 어깨를 잡고 하는 이유가 뭔데. 열 받으니 또 발로 네 정강이 깐다. 마치 치한을 대하는 것 마냥⋯⋯.)
1:59PM조원필:아!!! 좀! 아까 차인데 또 차였어..
1:59PM연나기:(귀 끝이 조금 빨개졌다.) 아무튼 그래서 이거저거 엮인 게 많아. 네가 아까 말한 그 위작 일, 계약은 끝났는데 그 새끼들도 사랑파거든. 그래서 아직 하고 있어. (어깨 으쓱. 실망했냐? 뭐, 실망할 것도 없겠지만.) 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거든.
그 뿐이겠어? 빌어먹을 개 새끼들 욕구도 채워줘야 되고. (하, 씨발. 입 밖으로 내뱉으니 또 담배 말린다. 주머니 뒤적거려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자신을 만나지 않은 나기는 이 정도로 불행하단 말인가요?
2:00PM조원필:...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 헤아릴 순 없지만.
(가슴이 욱신거려, 네가 담배를 피우려던 손을 붙잡아 멈추게 하고 그대로 끌어안는다. 내가 여기서도 널 더 빨리 만났다면,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나야 널 이용해 사랑한다는 확답만 듣고 떠나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 뒤에 남겨질 넌? 네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무겁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데, 나는 고작 뽀뽀와 손잡기, 사귀기 같은 것들로 그 무게를 거래 삼아 너를 이용하고 떠나야 한다니…)
...형, 떠나면 안돼? 지금이라도 도망치면 안되냐고.
왜 거기 계속 남아 있는 거야?
2:11PM연나기:⋯⋯안 놓냐? (밀어낸다. 정확히 네가 버틸 정도의 세기로만. 어중간한 행동의 의미는 보듬어지고 싶은 무의식에 기반한다. 그리고 저를 잘 안다고 주장하는 네가 이걸 모를 리도 없었다. 알아주길 바랐다.)
그냥⋯⋯.
나한테 도망치는 방법이 죽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아서⋯⋯.
그래서 조금만 버티다가 정리하려고 했어. (고집스럽게 마주한 체신을 끌어안을 생각도 않고.)
(-말을 잇는다.) 근데 어떤 애새끼가 와서 죽지 말라고 지랄하잖아.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쥐었던 담배를 도로 갑에 넣는다. 감정이 차차 정리되는 듯 했다.)
2:15PM조원필:싫어.. (투정 부리듯 널 빈틈없이 끌어 안는다. 넌 이렇게 안는 거 좋아하니까. ....날 기다리고 있을 나기도 있지만, 이런 널 두고 가야 한다고? ...그러니 적어도 독립할 수 있게 도와줄게. 숨 쉴 틈이라도 만들어 줄게.)
안 죽고, 자유롭게 살면 되잖아. 비상 해보니까 믿어주는 사람 있으니 별 거 아니더라. 내가 믿어줄게 형. 반쪽 날개로도 충분히 비상할 수 있다고 보여줘.
형은 훨씬 대단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야.
형은 체념보단 발버둥이 어울리는 사람인데. ...나이가 들어서 물러졌나.
2:21PM연나기:⋯⋯이젠 평범하게 산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아서. (조직에 들어오게 된 시기가 18살 즈음이니까, 그래. 이 곳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다. 앞으로 더 길어지겠지. 그치만 그건 내가 바라던 삶이 아니었다. 여전히 그렇다.)
네가 말하는 나는 내가 아닌 것 같네. (네 팔을 잡아 떼어낸다. 이번엔 진짜. 너를 조금만 더 일찍 만났으면, 아니, 조직이 와해된 틈을 타 떠돌이로 살아갔다면 뭔가 조금은 달라졌을까. 떠나보낸 선택의 순간들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날 자꾸 후회하게 만들지 마⋯⋯. 인생 좆창난 새끼한테 좋은 순간도 있다는 걸 보여주면 더 비참해지거든.
2:27PM조원필:....아니, 형이 맞아. (거짓 없는 웃음을 짓는다. 넌 연나기니까. 어느 세계에 네가 어떤 모습, 어떤 형태로 있든 넌 내가 사랑하는 연나기니까.) 이미 벌어지고 지나간 일들에 후회하지 마.
난 형 인생이 과거에 이랬다면 어땠을까, 보단 앞으로 어떻게 할래? 를 생각해주러 온 사람이야.
형 인생 아직 좆 되지도 않았고, 40살밖에 안 됐는데.
자살하기엔 너무 아깝잖아.. (자연스레 시선이 위로 향한다. 걸려있는 자물쇠는 내가 사라져도 넌 날 기억할 수단이자 추억이 될테니까.)
죽고 싶으면 여기 와서 자물쇠 보러 와. 보러 온 김에 반려견 생기면 산책도 시키고.
2:36PM연나기:네가 내
구원도 아니고. 죽고 싶은데 자물쇠나 보라고? (자물쇠를 잠자코 응시하나 싶더니 꺼낸 말이라곤 고작 이런 가시 돋친 문장이다. 너와의 기억이 내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건 오만이야. 내 인생에 누가 들어올 자리 따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물기젖은 눈 하곤 표정 일그러진 채 혼자 산책로로 쌩 가버린다.)
자물쇠를 채우고 나면 사랑을 이루기 위해 뽀뽀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었죠.
지금 와서는 의미 없는 문장이라 아쉽지만 넘겨야겠습니다.
2:38PM조원필:형 같이 가~.(쪼르르 따라간다.)
반짝이는 산책길, 유리 수조로 이루어진 길도 있습니다.
2:39PM조원필:(유리 수조가 좋겠다. 물고기 구경도 할 겸..)
유리 아래에서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2:40PM연나기:시발⋯⋯.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건지.
...왜 화났는데.
진심으로 네가 날 구원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거냐?
그냥 형이 행복하면 좋겠다고...
그 뿐이야.
형 나도, 나도 참...
인생이 비참했는데.
누가 믿고 의지 해줘서 정신 차리고 살고 있거든.
2:45PM조원필:나도 그땐 죽어버리고 싶었는데,..
안 죽길 잘한 것 같아.
형도 만나고, 이렇게 산책로도 걷고.
구원이라기엔 거창하고, 동정이라기엔 너무 가벼워서 정의하기가 싫네.
그냥 사랑이라고 하자.
이대로 두면 나기가 집에 돌아가겠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이를 해결하면서 어필도 가능한 방법이 없을까요?
2:49PM연나기:하⋯⋯. 씨, 이게 왜 지금.
2:50PM조원필:아, 마침 돌 조각 길이 아니라 다행이네.
사이즈가 좀 클 수도 있는데 이거라도 신어 형. (자기 구두 벗으려 한다)
2:51PM연나기:맨발로 걸을 생각이냐? 슬리퍼 사와 그냥. (명령.)
형...이러고 가버릴까봐.
(솔직)
2:52PM연나기:거 씨⋯⋯. 안 가니까 빨리 사오라고!!!
형 없으면.. 씨. 집 찾아간다?
2:52PM연나기:내 인성이 아무리 별로여도 신발 없어서 맨발로 걷는 새끼 그냥 둘 정도는 아니거든?
2:53PM연나기:(가까이 있던 벤치에 앉는다. 옆에 고이 벗어두고.)
2:53PM조원필:알았어. 사올테니까.. 마시고 싶은 거 있어?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 보입니다. 얌전히 다녀오는 게 좋을 듯 합니다.
편의점에서 나기의 발 사이즈에 맞는 슬리퍼와 물을 샀습니다.
다행히도 나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물 먼저 뚜껑 따서 건넨다.)
2:55PM연나기:(익숙하게 받아 먹는다. 마치 꼬붕을 들인 듯⋯⋯.)
2:56PM조원필:신발은 여기. (네 발 언저리에 놔주고서 구두는 봉지에 고이 넣어둔다.)
2:56PM연나기:니 인생은 왜 비참했는데. (아까의 말을 계속 곱씹고 있었던 듯, 대화가 늦게 이어진다.) 말해봐.
2:56PM조원필:형 나한테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2:56PM연나기:자꾸 니 말고 나만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거 진짜 잘못된 생각이다.
난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로 얘기들을 듣는 거라서 시발, 그게 구원인지 동정인지 사랑인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걸.
배려를 할 거면 좀 제대로 하던가.
2:58PM조원필:....흠. 약점 잡힌 것 같아서 싫었구나.
2:59PM연나기:(벤치에 편하게 등을 기댔다.) 그냥 궁금해졌을 뿐이야⋯⋯.
2:59PM조원필:형만 괜찮으면, 이야기 해줄게. (다리 꼬아서 턱 괸 채로 너 쳐다본다.)
재수 없는 이야기긴 한데, 내가 정치 집안이라서.. 좀 잘 살았거든.
우리 아버지도 국회의원이시고, 나도 법학대 들어가서 다 좋은 줄만 알았는데.
3:01PM연나기:(존나 그렇게 생겼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어, 근데?
3:01PM조원필:비리에 좀 연루되면서 아버지 감옥가시고.
와중에 그 인간 자기 비서랑 바람 피워서 이혼까지 하고.
하루 아침에 가정이 완전 내려 앉은거지.
어머니가 같이 가자는 거, 내가.. 노선 틀어서 밑바닥 생활 해왔어.
마약도 팔고, 아무나랑 몸 섞으면서 지냈던 것 같은데.
3:04PM연나기:(이 바닥에 눌러앉은 머저리 새끼들 사정이야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지만, 유난히⋯⋯ 비슷~ 하구만.) 넌 왜 그런 선택을 했는데?
3:04PM조원필:내 감정 썩어 문들어지는 건 모르겠고 그냥 이러고 죽어야지. 딱 얼마 모아서, 엄마 집 앞에 돈 두고 사라져야지. 란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네.
아무도 날 몰랐으면 해서.
3:05PM연나기:넌 도망을 쳐도 왜 하필 엘앤피로 도망을 치냐? (타박⋯ 위로에 재능 없다.)
3:06PM조원필:이미 난 국회의원 아들인 게 다 찍혔는데, 이런 밑바닥 생활하면서 날 자해하고 있었던 거지.
음.... 그것도 어쩌다.
형, 이것도.. 형이 해줬다? (소매 걷어 제 손목 문신 보여준다.)
3:07PM연나기:아까 보여줬잖아. (얼마나 좋으면 또 보여줘. 가볍게 코웃음 친다.)
3:08PM조원필:내가 가장 죽고 싶을 때 형이 해줬으니까 날개 문신은 지워도 이건 못 지우겠더라고.
평화파도 나오고, 나도 사업하나 해서 어머니 찾아갔는데.
나랑 비슷하게 생긴 남동생 하나가 있더라고.
얘는 나 같은 일 안 겪었으면 하는 감정과 동시에,
사랑받고 잘 지내는 것 같아서 슬픈거 알아?
내가 원우였다면..
3:10PM조원필:아, 이건 형한테 처음 말하는거야.
이 바닥이 그렇지 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지만, 형 상처가 나랑 닮아서 누구보다 날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멋대로 단정 지어 말하는 것도 싫어하는 거 아는데, 형한테 구원이라는 명목으로 붙어있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거야.
3:21PM연나기:⋯⋯재밌는 이야기는 아니네. (사랑해야 마땅한 대상에게서 느끼는 양가감정이 널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리란 걸 안다. 네 이복동생이 가진 때묻지 않은 평화는 네가 경험해 본 적 없는 것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너와 난 닮았어. 내 인생과 어울리지 않는 이가 나타났기에 느껴서는 안 될 감정을 느껴버리고 만다. 가령 이랬으면 어땠을까-같이 현 상황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말의 가능성에 대한 미련, 나의 경우 네가 계속 내 옆에 있어 준다면 마음을 다잡고 살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것들.)
⋯⋯뭐, 이해는 가. 너나 나나 크게 다르진 않네.
내 인생이 좀 더 좆같은 것 같지만.
구원은 됐어. 너 좋다는 사람들 있는 데로 가. 난 나 알아서 할 테니까.
3:23PM조원필:....도저히 발 걸음이 안떨어져.
형을 두고 어떻게 가.
(네 손을 끌어 잡고서 마주 본다. 여기도 조원필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담 너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을텐데.)
3:25PM연나기:(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기지개 한 번 켜고.)
슬슬 해 지는데⋯⋯ 분수 보고 가.
3:26PM조원필:.....이 형은 자꾸 보낼 생각을 해.
분수에서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 수 있습니다.
천사상에 가까운 쪽에 던질수록 좋다고 합니다.
3:27PM연나기:⋯⋯. (500원 적선한다.)
돈 많다매. 순 거지구만.
카드만 있어서...
형도 돈 많으면서 이러네.
3:28PM조원필:
rolling 1d100
=
92
3:28PM연나기:
rolling 1d100
=
8
더 적은 수가 나온 사람이 천사상에 가깝게 동전을 던진 것으로 판정됩니다.
뭐 빌거야?
(무시
3:29PM연나기:⋯⋯ 글쎄. 딱히 빌 건 없고.
네가 대신 빌어주등가.
우리 형, 성격은 나쁘지만 (ㅋㅋ)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3:30PM조원필:사람 좀 그만 밀어냈으면 좋겠어요. (ㅡㅡ)
갑자기 유튜버가 다가와 원필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말을 겁니다.
3:31PM유튜버: 애인의 귀여운 점 5가지를 말하시면 5만 원! 드립니다.
3:32PM조원필:우리 애인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해서요.
3:32PM연나기:아⋯⋯. 그런 거 아닙니다. (말하면 죽인다는 표정.)
네. 꺼지세요.
유튜버가 원필의 기세에 눌려 호다닥 사라집니다.
3:34PM조원필:형이 연애를 안해서 벌레가 꼬이는 거라니까.
빨리 임자 만들어요.
3:34PM연나기:조폭 생활 청산해야 만들든가 말든가 하지⋯⋯.
여행다녀요.
미술관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
애인 만들 수 있을걸.
3:36PM조원필:대화가 통하는 놈 만나야지.
날 다시 만나게 될 지 어떻게 알아요?
3:37PM연나기:그건 모르지? 근데 너 하는 거 애 같애서.
아무튼⋯⋯. 이제 데이트 끝. 됐지?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요?
3:39PM연나기:니 사랑하는 사람이랑 잘~ 살아라.
나처럼 살지 말고. (이미 안 그러고 있는 것 같지만.)
나 원래 연상한테 되게 잘 먹히는 타입이거든요?
3:41PM조원필:근데 애새끼랑 안만난다고? 내가 어때서.
3:41PM연나기:네 그런 점이 애새끼 같애.
그런⋯⋯ 호기로운 점이⋯⋯.
3:42PM연나기:(입꼬리 살짝 올려 웃는다. 비웃는 것 같기도 하지만.) 죽는 건 좀 고려해볼게.
인생사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니까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웬만하면 신경도 쓰지 말고.
3:43PM조원필:그래도 그거 하나는 약속해줘요.
반려동물 키우게 되면, 강아지는 날개. 고양이는 나비라고 지어주는 걸로.
난 형 믿으니까.
3:43PM연나기:(키울 일 없을 것 같은데⋯⋯.) 어엉.
3:44PM조원필:어디에 있든 응원할거고, (네 감정 이용하지도 않을거고.)
마지막으로 안아줘요.
3:45PM연나기:새끼 거, 바라는 거 졸라게 많아요.
3:45PM연나기:(귀찮단 표정 하고 대충 안아준다.)
3:45PM조원필:그러면 형 애인 못사귄다니까.
(마주 안고 등 문질러주고서 떨어진다.)
나한테 시간 내줘서 고마워, 나기.
⋯⋯이해하려 해 줘서 고맙다. (으, 낯간지러워. 형식상이 아닌 고맙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 네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라 동정과 구원 사이 그 어딘가의 감정을 규정짓는 데 시간이 걸렸으나, 헤어질 때가 되어서야 알 것도 같았다. 사랑⋯⋯. 그 아래 깔려 있는 내 존재에 대한 이해. 이런 말을 또 할 사람이 내게 있을까, 싶지만.)
────ENDING 2 ────네 또래 만나!
물론, 나기 역시 당신이 고백했더라도 받아주지 않았을 거지만요.
공약을 이행하려 마음먹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필?
3:58PM조원필:나기의 마음을 이용해 원하지도 않은 감정과 스킨십을 해 대고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만약 고백했다고 해도, 남겨질 사람의 비참한 기분이 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어느 나기가 더 좋다고 잴 수 없을 만큼 나기는 나한테 그런 존재거든.
그러나 당신은 무언가 꺾이는 기분을 느낍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당신의 방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4:00PM연나기:나 일어났어⋯ 오늘 만나는 거 맞지?
프로필 사진도 10년 전, 그러니까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어요!
그건 그렇고, 약속에 나가려면 준비해야겠네요.
그런데 평행 세계의 나기는⋯⋯. 어떻게 됐으려나요?
평행 세계의 KPC는
1년 동안 일이 잘 안 풀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