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 스태그필드 스쿨 기숙사 학칙 제 9항

2025. 8. 24. 15:22·TRPG/필연

 

 

너한테 영원토록 증오를 받아도 좋아,
네가 그만큼 나를 생각한다면.

 

KPC 조원필 / 철재
PC 연나기 / 제리

 

2025. 08. 30 ~ 2025. 09. 01

─────── ✷ ───────

 

 
August 24, 2025 5:54PM연나기:
rolling 1d100
 
(
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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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 CHAPTER 00 ───────스태그필드
 
이미지
 
KPC 조원필 PC 연나기
 
Written by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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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4, 2025 6:07PM조원필:이 학교 설립자, 미친놈이었던 거 알아?
 
소문과는 다르게 딱히 위악적인 태도는 아니었습니다.
 
되레 친절하기까지 한 태도로 조원필이 말을 걸어 왔습니다.
 
모두 판에 박힌 듯 고루하기 짝이 없는 스태그필드에서
 
유일하게 돌출된 존재 인 조원필이 당신의 룸메이트가 된 것은 고작 세 시간 전입니다.
 
새로운 룸메이트 가 발표된 이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
 
당신의 짐이 모두 정리가 된 지금에야 방문을 벌컥 열더니,
 
반갑다, 잘 부탁한다는 인사도 없이
 
대뜸 꺼내는 말이란 저런 것입니다.
 
이 학교 설립자가 미친놈이었다고요?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딱히 놀랍지는 않습니다.
 
감옥과 흡사한 구조의 이 기숙사 학교는,
 
학생들을 보호한다기보다는 되레 가두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것 같습니다.
 
학교의 테두리를 감싸고 있는 철창 울타리는 조금 안쪽으로 굽은 데다가
 
그 끄트머리가 살벌할 정도로 뾰족합니다
 
자살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좁게 짜인 창문으로는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아
 
어떤 구석은 한 번도 그림자가 벗겨진 적이 없습니다.
 
오래된 석조 건물에 달라붙은 이끼들은 구더기 떼처럼 우글거립니다.
 
남쪽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이 학교는 바람의 무덤입니다.
 
 
대륙에서 시작된 온갖 바람들이 소금기 묻은 살점을 떨어뜨리고 마침내 죽는 곳.
 
온갖 곳에서 묻혀 온 수십 갈래의 냄새가 엉키고,
 
매일 밤 살벌한 바람 소리 가 창을 뒤흔듭니다.
 
바람에 실려 온 모래들은 따가운 야유처럼 학생들의 몸에 날아와 박힙니다.
 
이런 곳에 학교를 세운 설립자가 제대로 된 사람일 리 없잖아요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그 질문에 답하기 전, 조원필의 모습이 당신의 눈에 들어옵니다.
 
✷ 관찰 판정 ✷
 
August 24, 2025 6:11PM연나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이불, 옷가지, 세면도구를 비롯한 어떤 물건도 챙긴 것 같지 않습니다.
 
대신 책 한 권을 덜렁 손에 들었을 뿐입니다.
 
기숙사 방을 옮기는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단출합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닙니다.
 
조원필의 옷매무새는 학칙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듯합니다.
 
삐져나온 셔츠와 주머니에 불룩 튀어 나온 담배까지.
 
넥타이핀은 또 어디에 버렸나요?
 
학칙에 따르면 언제나 착용하 게 되어 있는데…….
 
하기사 저치의 품행이 방정치 못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학교 제일의 문제아라는 별명이 허명은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조원필과 함께 살아 갈 301호에서의 3개월이 녹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August 24, 2025 6:13PM연나기:...그래서? 내가 본인 소개도 않는 양아치 놈 말에 응해줘야 되나? (널 대놓고 위아래로 흘겨봤다.)
(삐져나온 책을 꾸욱 눌러 책꽂이에 가지런히 정돈한 후,) 하... (천천히 네게 가까이 다가갔다. 문제아와 한 방이란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얹혀 살러 온 게 아니라면 당장 가서 짐이라도 가져오든가. 뭐 하자는 거야?
(애초에 저런 게 어떻게 10퍼센트 안에 들었는지도 의문이군. -이라는 생각을 속으로 씹어 삼켰다.)
 
August 24, 2025 6:17PM조원필:그야.. 원래부터 301호에 살았으니까. (팔짱 끼고서 벽에 기대어 네 행동을 눈으로 쫓는다.) 너무 날 서 있는 거 아냐? 난 너랑 잘 지내고 싶은데. (가지런한 넥타이 손끝으로 쭉 쓸더니 제 쪽으로 살짝 당긴다.)
조원필. 네 룸메이트 이름이니 기억해두는 게 좋겠네. 그치?
 
August 24, 2025 6:19PM연나기:뭐 하는... (몸체가 네 쪽으로 기울자 잽싸게 네 손을 쳐냈다.) ...거야!
(보란 듯이 언짢은 표정.) 이름 정도야 알거든? 유명하잖아, 너. (학교 제일의 문제아로.)
(여러모로 학칙에서 많이 어긋난, 문제가 있는.) ...그런 애들은 이제 막 같은 방을 쓰게 된 룸메이트한테 인사도 안 하고 지 할 말만 하나 해서. (다시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물은 건데.
 
August 24, 2025 6:26PM조원필:(쳐내진 손끝에 시선을 두더니, 곧 재밌다는 듯 소리 내어 웃는다.) 그래서? 내 유명세가 지금 네 태도의 타당성으로 이어진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거야? 걱정 마. 너까지 끌어들일 생각은 없어. 난 그저 이 고리타분한 학칙에 얽매이는 게 싫을 뿐이니까. 지킬 이유가 없기도 하고.
그럼,.. 이걸 원해?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마치 악수라도 청하듯 손을 내민다.) 반가워, 나기. 301호에 온 걸 환영해. (됐지? 라고 말하는 듯 눈썹 까딱였다.) 팔 떨어지겠네.
 
August 24, 2025 6:31PM연나기:같이 붙어 지내는 사람이 있었을 거 아냐? 나 이전에도. 언제든지 남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자각을 좀 해. (이어지는 말엔 자랑이다, 라고 말하는 듯 콧잔등을 찡그렸다.)
(내민 손은 빤히 바라보다가 외로 맞잡고 다시금 눈을 맞췄다. 금세 놓았지만.) 엄살은. 환영 고맙다?
(보란듯이 손 털고.) 그래서. 학교 설립자가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나한테 설파하는 이유가 뭔데?
 
August 24, 2025 6:36PM조원필:잔소리는 딱 질색인데. (듣는 둥 마는 둥 휘파람을 불며 방 안을 둘러본다.)
이 학교 학칙 을 봐. 말도 안되게 빽빽하잖아? 편집증 환자가 쓴 게 틀림없어.
(희극적인 톤으로 손을 뻗으며 과장되게 말한다.) 제 4항. 기숙사 내 이성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또한, 동성 교제를 금지합니다.
 
August 24, 2025 6:41PM연나기:정신과 의사가 꿈이냐? (진단 내리는 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시선이 네 걸음을 계속해서 좇았다.) 이제 보니 연극 배우도 어울리겠네.
그리고 상식적으로 기숙사에 이성이 못 들어오는 건 당연한 거... (말을 잇다가 순간 눈에 경멸이 스쳤다. 설마, 그 규칙도 어긴 건 아니겠지.)
 
August 24, 2025 6:43PM조원필:글쎄... 흥미가 생기면 도전해볼까? (네 책상에 걸터앉더니)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걸 발견했거든.
(책에 꽂아둔 종이 조각 꺼내어 내민다.) 우리가 몰랐던 제 4항의 추가 조항들이 있더라고.
기숙사 사감 들을 위한.
기숙사 사감과 교사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억하세요. 그것은 타락과 방종을 즐깁니다.
당신들도 그것의 제물로 선택될 수 있습니다.
그것 이 있다잖아. 그것이.
 
✷ 이성 0/1d2 판정 ✷
 
August 27, 2025 8:42PM연나기: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2
 
(
2
 
)
 
 
=
2
나와. (어딜 함부로 앉는 거야. 네 옷깃 잡아 끌어당겨 책상에서 떨어뜨리고자 했다. 네가 순순히 비켜줄지는 의문이지만. 동자를 굴려 네가 건넨 종잇조각을 바라봤다. 눈썹 꿈틀거리고,)
그것이 뭔데. 탐정 놀이라도 하자는 거냐?
 
August 27, 2025 8:46PM조원필:(네 손길에도 꿈쩍하지 않은 채 태평한 낯이다.) 글쎄. 그것이 뭐일 것 같아? 마침 '규칙'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도 앞으로의 규칙을 정해야 하지 않겠어?
난 일단.. 나한테 대드는 걸 별로 안 좋아해.
(창가로 성큼 다가가더니 들고 있던 책을 그대로 창문 밖으로 던진다. 바닥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울리자, 입꼬리를 올린 채 고개를 돌려 시선 마주한다.) 앞으로 참고하라고.
 
August 27, 2025 8:52PM연나기:(말이 이어질수록 표정이 구겨진다. 애시당초 관리할 생각 없지만. 허무하게도, 제 힘이 아닌 오롯이 네 의지 하에 이동한 신체가 벌인 기이한 행동엔 입을 벌린 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곧 침묵을 깨뜨리는 헛웃음 소리.) ...하!
뭐, 경고야? 유치하기 짝이 없네. (한 걸음, 두 걸음. 점차 네게 가까이 다가간다.) 책 하나 던진 걸로 내 기를 죽일 심산인가본데, 난 너 같은 애들한테 제일 잘 대들거든.
하나도 안 미안한데 참고할 건 못 될 것 같으니까 무시 좀 할게. 됐냐?
 
August 27, 2025 8:57PM조원필:(어깨를 으쓱이며 천연덕스러운 반응이다.) 음? 책처럼 너도 던질 생각은 없었는데. 위협적으로 느껴졌어?
(잠시 뜸 들이다가 시선을 돌린다.) 내 책인데 뭐 어때. 이미 다 읽어서 버린거라.. 큰 의미는 없거든. 유감이네.
근데...
아까도 말했잖아. 난 너랑 잘 지내고 싶다고.
 
August 27, 2025 8:59PM연나기:그런 놈이 규칙이랍시고 대드는 걸 안 좋아한단 말을 씨부려? (팔짱 낀다.) 말이 되는 소릴...
 
August 27, 2025 9:00PM조원필:넌 나랑 잘 지낼 생각이 없어 보이네, 나기. 속상한 걸.. (슬쩍 다가와 네 어깨에 손을 얹더니 엄지로 느리게 문지른다. 곧 시선은 어깨 너머로 향하고..)
 
조원필의 무례한 행동에 따끔하게 몇 마디 하려는 찰나,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벽면에 걸린 시계는 11시 49분을 알리고 있습니다.
 
August 27, 2025 9:02PM연나기:(소리나는 쪽을 쳐다본다.) 이 시간에 누구...
(잠시 생각하다 너 한 번 째려보고는,) 넌 이따 보자. (손을 뿌리치고 문으로 향한다.)
 
문을 열면 나기의 전 룸메이트가 초조한 얼굴로 서 있습니다.
 
August 27, 2025 9:03PM연나기:뭐냐? 왜 그런 얼굴이야.
 
August 27, 2025 9:03PM버니스:나기! 늦은 시간에 미안해.. 그으,
혹시 내 책 못 봤어? 짐을 옮기고 보니까 사라져 있어서...
네 짐에 섞인 게 아닌가 해서 왔어. 도서관에 내일까지 반납해야 하는 거라!
 
August 27, 2025 9:05PM연나기:일단 내가 정리할 땐 못 봤는데. (어깨 으쓱.) 책 제목이 뭔데?
 
August 27, 2025 9:06PM버니스:어? 그.. 좀 누런 장정의 책인데.
...맥베스, 멕베스인 것 같아.
그거 우리 문학 숙제 잖아. 본 적 있어?
 
August 27, 2025 9:06PM연나기:(기억을 더듬어 원필이 던진 책을 떠올려본다. 설마...)
지능
기준치: 82/41/16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던진 책에는 분명 '신곡'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August 27, 2025 9:07PM조원필:그 책이라면 너희 방 창틀에 올려져 있던데?
아까 너희 방 놀러 갔다가 거기서 봤어.
 
August 27, 2025 9:08PM연나기:(...아니군. 괜한 의심을 했다. 시선을 거둔다.) ...그렇다는데. 제대로 찾아본 거 맞아?
시간이 늦었어. 돌아다니지 말고 네 방에서 더 찾아보는 게 나을 거야.
 
August 27, 2025 9:09PM조원필:나도 나기 말에 동의하는데. 곧 열두시가 되니까 빨리 돌아가서 확인해봐.
없으면 내일 찾아보고.
 
August 27, 2025 9:10PM버니스:분명히 없었는데...
아, 그러고 보니까 정말 열두시네.
내일 찾아봐야겠다. 맞아! 난 너희 방 바로 밑이야. 201호!
내일 보자, 나기.
 
August 27, 2025 9:11PM연나기:그래. 나중에 놀러가든가 할 테니까 얼른 내려가라. (훠이~ 손짓한다.)
 
어느덧 밤이 깊습니다.
 
내일을 위해 이만 자야 할 시간입니다.
 
방을 옮기며 무거운 짐을 들어서인지 온몸이 눅진눅진 아립니다.
 
나기가 침대에 누워 이불을 잘 덮으면,
 
그때껏 창문에 기대어 서 있던 조원필이 고개를 돌립니다.
 
어쩐지 웃는 낯…
 
이라고 생각한 순간
 
방이 캄캄해집니다.
 
물건의 윤곽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고
 
자신의 손도, 발도 찾을 수 없는,
 
한없이 확장되기만 하는 어둠이 공간을 뒤덮습니다.
 
분명히 학교 의 정원에는 가로등도 켜져 있고,
 
저 밖에는 달도 떠올라 있을 텐데도
 
당신의 시야에 빛은 한 줌도 들지 않습니다
 
이 어둠은 수 억 년을 존재해왔지만 동시에 아주 갓난 것입니다.
 
아마도 단 하루도 나이를 먹지 않았을 겁니다.
 
단 한 번도 태양을 본 적이 없는데,
 
단 한 번도 밤을 넘긴 적이 없는데,
 
어찌 나이를 먹을 수가 있겠어요.
 
당신의 눈꺼풀 밑에서 내내 숨어 있던 어둠이 모습을 드러낸 까닭은…
 
아마도 당신이 잠에 빠졌기 때문일 테죠.
 
그래요, 당신은 잠에 든 것이 맞을 겁니다.
 
기이한 어둠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도록 해요.
 
그리고,
 
✷ 듣기 판정 ✷
 
August 27, 2025 9:14PM연나기: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 ✷ ───────
 
숨이 가빠오릅니다.
 
무거운 것이 목젖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고통에,
 
헐떡이 며 눈을 뜨면…
 
아침입니다.
 
좁은 창문으로 한 줄기 햇살이 투명하게 내리치고 있고,
 
숲에서는 새 소리가 낭랑합니다.
 
August 30, 2025 12:09PM연나기:——푸하, (식은땀에 젖은 상체를 일으켜 창문 밖을 봤다. 아침인가⋯⋯.)
 
조원필은 여즉 잠에 빠져 있습니다.
 
숨소리도 없이 잠에 빠진 모습은,
 
실수로 독사과를 삼켜버린 이야기 속 공주처럼,
 
차라리 시체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August 30, 2025 12:10PM연나기:잘도 자네⋯⋯. (굳이 깨우려 하지 않는다. 옷이나 갈아 입어야지.)
 
졸린 듯 잠꼬대를 웅얼이는 조원필을 뒤로 하고
 
향한 식당에는 학생들로 바글거 립니다.
 
잠에 빠져 스프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도 라틴어 단어장을 손에 쥐고 암기에 여념 없는 모습도 보입니다.
 
아침을 먹으러 온 나기는
 
그 학생들 중에 버니스가 없는 것을 알아차립니 다.
 
대신 그의 룸메이트인 게이먼이 받아 온 음식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멍하게 앉아만 있습니다.
 
혼탁한 동공은 주변의 풍광을 의미 없이 반사하고 있을 뿐입니 다.
 
주변 학생들이 그를 스쳐 지나가도 어깨 한 번 움츠리지 않고 돌처럼 굳었습니다.
 
외부와는 완전히 유리되어 메마르고 척박한 감옥에
 
영원히 수감된 듯한 모습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ugust 30, 2025 12:12PM연나기:(게이먼, 그러니까 버니스의 새 동숙인에게 가까이 다가가 아는 체를 한다.) 이봐, 버니스는?
책을 잃어버렸다고 하던데⋯⋯. 너네 방에 있었어? (몰골은 또 왜 이래. 어깨를 툭 친다.)
 
나기가 게이먼에게 말을 걸어도 게이먼은 반응하지 않습니다.
 
August 30, 2025 12:14PM연나기:⋯⋯. (눈썹 꿈틀,) 귀 먹었어? 대답해.
 
입을 열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August 30, 2025 12:16PM연나기:잠이 덜 깼으면 세수를 처 하고 오던가. (덜그럭, 보란듯이 식판을 앞에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았다. 입을 열 때까지 자리를 지킬 생각이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게이먼의 손에 들린 종이쪽지를 발견합니다.
 
게이먼은 그 종이쪽지를 움켜쥔 채로 굳어 있습니다.
 
August 30, 2025 12:19PM게이먼:......난 봤어.
 
August 30, 2025 12:21PM연나기:뭘 봤다는 거야. (너를 한 번, 네 손에 들린 종이쪽지를 한 번 보다가 슬쩍——아니, 대놓고——쪽지를 집어 가져와 펼쳤다.) 뭔데? 이건.
 
종이 쪽지는 어디에선가 찢어낸 듯 절단면이 고르지 않습니다.
 
 
어제 조원필이 말한 사감 학칙이 이것인가 봅니다.
 
어젯밤까지만 하더라도 조원필의 시답지 않은 농담인 줄로만 알았지만,
 
심상치 않은 모습의 게이먼이 '사감용 학칙'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보니
 
단순한 장난질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성 0/1D2 판정 ✷
 
August 30, 2025 12:25PM연나기:(쪽지를 읽는 나기의 인상이 마치 잠이 덜 깬 사람마냥 일그러진다. 그러나⋯⋯ 기민한 신경이 어쩐지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듯 했다.) 너도 그놈의 학칙 타령이야? 조원필의 시덥잖은 말 장난일 줄 알았는데.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2
 
(
2
 
)
 
 
=
2
 
August 30, 2025 12:26PM게이먼: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빌어먹을. 아무도 안 깼어.
넌 바로 우리 윗 방이잖아. 무슨 소리 못들었어?
사감들도 우리를 무시했어.. 무시했다고.
 
August 30, 2025 12:27PM연나기:⋯⋯아무 소리도. (손에 든 쪽지가 조금 구겨졌다.) 설마, 버니스가 규칙을 어겼어?
 
August 30, 2025 12:28PM게이먼:어제 버니스가 빌어먹을 책을 찾으러 다닌 거 알지?
 
August 30, 2025 12:28PM연나기:알지, 왜 모르겠어. 그 자식 우리 방에도 늦은 시간에 찾아왔었는데⋯⋯.
 
August 30, 2025 12:28PM게이먼:그래,.. 그거 바깥에 있더라.
 
August 30, 2025 12:28PM연나기:바깥에 있었다고? (조원필이 너네 방에 있을 거라고 해서. 그래서 방으로 간 줄 알았는데.)
 
August 30, 2025 12:29PM게이먼:이상하게도 누가 위에서 떨어뜨린 것처럼 나무에 그 빌어먹을 책이 걸려 있어 버니스가 그걸 꺼내야겠다고 했어.
 
August 30, 2025 12:29PM연나기:(잠자코 듣는다.) 그래서.
 
August 30, 2025 12:30PM게이먼:버니스는 창문 바깥으로 상체를 전부 빼냈지.
허리까지.. 그리고 검은 사슴이 다가왔어.
 
August 30, 2025 12:31PM연나기:검은 사슴?
잠깐, 너네 방은 2층이잖아.
아무리 사슴이 커도 그렇지, 말이 되는 소리를⋯⋯. (문장은 채 끝맺어지지 못한 채 허공에 흩뿌려진다. 어쩐지 그리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August 30, 2025 12:33PM게이먼:다리만 남은 버니스랑 하룻밤을 샜다고! (신경질적으로 의자에 일어나더니 새되게 웃는다.)
 
버니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기는
 
✷ 이성 0/1D6 판정 ✷
 
August 30, 2025 12:34PM연나기: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6
 
(
2
 
)
 
 
=
2
 
그러 더니, 게이먼은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식판을 던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August 30, 2025 12:34PM연나기:야 이 씨, 진정해! 진정하라고!
(달려들어 게이먼을 말리려 한다.)
 
난동이 이어지면 나기를 포함한 체격 좋은 학생들이 게이먼을 곧 제압합니다.
 
August 30, 2025 12:35PM사감:자자. 다들 조용. 식사들 해.
 
August 30, 2025 12:36PM연나기:사감⋯⋯. (선생님. 게이먼을 제압한 채 동자를 굴려 올려다봤다. 미심쩍은 부분이 한 두개가 아니란 말야. 신경 쓰기 싫어도⋯⋯.)
 
곧 이어 사감들이 와서 게이먼을 어디론가 데려 갑니다.
 
August 30, 2025 12:36PM연나기:잠깐만요.
 
August 30, 2025 12:36PM사감:왜?
 
August 30, 2025 12:37PM연나기:어제, 그⋯⋯. 사고가 있었다고 하던데, 201호에서.
(게이먼이 계속 소리를 질렀는데 왜 도와주지 않으셨어요? —라고 물으려다 침을 꿀꺽 삼켰다.) 어떻게 됩니까? 이제 게이먼은⋯⋯.
 
August 30, 2025 12:39PM사감:201호에선 아무 일도 없었어. 그리고, 모두들 잘 듣도록 해.
게이먼이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병이 발병한 것 같으니 우리가 안전하게 병원으로 보낼 예정이야.
모쪼록 학내 면학 분위기를 흐리는 소문은 내지말고.
게이먼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리자고.
모두들 학업에 열중하여 스태그필드의 명예를 드높여야지.
 
학업 스트레스요?
 
학업 스트레스로 병원에 갔다면서 저 짧은 연설의 마무리조차
 
게이먼의 '안녕' 이 아니라 '공부하라'는 잔소리로 짓는군요.
 
이 세상 어떤 바보가 그런 말을 믿는다……고?
 
게이먼이 부린 소동이 아침 식당을 뒤집어 두었습니다.
 
벌떼처럼 웅성거리는 소리 중에서,
 
유독 몇 마디가 나기의 이목을 잡아 챕니다.
 
✷ 듣기 판정 ✷
 
August 30, 2025 12:42PM연나기: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August 30, 2025 12:42PM학생 1:어제 봤어? 창문 밖에 새까만 것이 휙 지나가더니, 입을 벌려서 버니스를 먹었어.
 
 
August 30, 2025 12:43PM학생 2:나도 봤어. ……버니스는 왜 교표를 착용하지 않은 거야?
 
 
August 30, 2025 12:43PM학생 1:그래도 열두시를 넘었으니까 소용은 없었을걸.
 
그때, 기묘한 위화감이 당신을 엄습합니다.
 
주변 풍광이 눈에 들어옵니다.
 
차갑고 선뜩한 것이 뱀처럼 등골을 타고 기어오릅니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속도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탁한 동공에는 자아랄 만한 총기 따위 없습니다.
 
August 30, 2025 12:44PM연나기:(⋯⋯뭐지?)
 
✷ 정신력 판정 ✷
 
August 30, 2025 12:44PM연나기: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그리고, 어느새 당신마저…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 이성 판정 ✷
 
August 30, 2025 12:45PM연나기: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 순간,
 
August 30, 2025 12:45PM조원필:정신 차려.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건드립니다.
 
과할 정도로 심장이 콩닥거립니다.
 
숨을 헐떡이며 뒤를 돌아보면,
 
역시나 조원필입니다.
 
August 30, 2025 12:46PM연나기:⋯⋯너⋯⋯.
 
조원필은 경멸 서린 표정으로 학생 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관찰 판정 ✷
 
August 30, 2025 12:46PM연나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평소와는 다르게 모범적인 교복 차림입니다.
 
여전히 넥타이에 백합 교표는 달지 않았지만요.
 
August 30, 2025 12:48PM연나기:교표 빼먹었잖아⋯⋯. (창백한 안색 하고는 뱉는다는 말이 고작 그거다. 다만 튀어나온 말과는 별개로 의지하려는 듯 네 옷가지를 꽈악 쥐었다. 이 자식⋯⋯. 역시 뭔가 있다. 이 머저리들 사이에서 혼자만 튀는 것도 그렇고, 방금도⋯⋯.)
 
August 30, 2025 12:48PM조원필:너, 내가 충고해두는데.
저 멍청이 대열에 합류하고 싶지 않으면, 넥타이핀을 빼고 다니는게 좋을걸.
(구겨지는 옷을 내려보다 네 얼굴로 시선이 향한다.) 왜 날 그런 눈으로 쳐다봐? 내가 버니스라도 죽였을까봐? (어깨 으쓱하며 네 손 털어내듯 밀어낸다.)
이 학교, 수상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야.
 
August 30, 2025 12:54PM연나기:그 딴 생각 안 했어, 멍청아. (아, 씨⋯⋯. 왜 잡았지 이딴 걸. 밀어내는 손길에 흠칫하며 금세 손을 떼냈다.) 사감들이 교표로 우릴 세뇌시킨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냐?
 
August 30, 2025 12:57PM조원필:왜? 더 잡게 했어야 했나? (아쉬우면 잡으라는 듯 방금 쥐던 옷깃 네 쪽으로 내민다.) 다들 이 넥타이핀만 차면 (나기의 핀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린다.) 멍청해지더라고. 너도 방금 느꼈잖아? 스태그필드의 명예는 얼어죽을. 엿이나 먹으라 해.
 
August 30, 2025 12:58PM연나기:꺼져⋯⋯. (팔짱 끼며 네게서 한 걸음 멀어졌다. 의식적으로 의지하는 건 역시 자존심 상해.)
(네 말에 어느 정도는 신빙성이 있다고 느꼈는지, 잠시 생각하다 넥타이에서 교표를 분리했다.) 멍청해진다고, 이걸 끼면⋯⋯.
(하,) 그래서. 이다지도 명예로운 학교에 입학해선 엿 먹으라고 하는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너도.
어떻게 알았냐, 이런 건? (빼낸 교표는 고스란히 주머니에 넣었다. 아예 교표와 물리적으로 멀어져야 하는지, 제대로 착용하지만 않으면 괜찮은 것인지 알 길이 없지만 일단은.)
 
August 30, 2025 1:03PM조원필:뭐가 이렇게 궁금한 게 많으실까. 나에 대해 흥미가 좀 생겼어? (네게 고개 가까이 하며 눈 가늘게 뜬다.)
난 감이 좋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1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이 칩니다.
 
August 30, 2025 1:04PM조원필:이런, 수업 종도 쳤네. 빠지면 벌점을 받을 게 분명하니.. 이만 가야하지 않겠어 나기?
 
August 30, 2025 1:06PM연나기:감은 씨⋯⋯. (미간 찌푸리며 고개를 슬 뒤로 뺀다.) 부담스러우니까 좀 붙지 마!
넌 뭐 수업 안 듣냐?
 
August 30, 2025 1:08PM조원필:나도 들어야지. 얼른 수업 준비 하러 가, 모범생. (네 둔부 두어 번 친다.)
 
August 30, 2025 1:09PM연나기:이 미친⋯⋯!!! (뭐라 말하기도 전에 교실까지의 거리가 꽤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금세 자리를 옮기기로 한다.)
 
─────── ✷ ───────
 
정신없이 사흘을 흘려 보내고,
 
마침내 오늘 저녁에서야 지금까지 있었던 이상 한 일에 대해서 알아볼 시간이 생겼습니다.
 
버니스와 게이먼에게 일어난 사건을 조사하려면…….
 
역시 사건이 발생한 장소인 기숙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기숙사부터 돌아봐야 할 이유는 게이먼과 버니스 뿐만이 아닙니다.
 
분명히 공사 중이라는 4층에서,
 
밤마다 쿵, 쿵, 하고 돌로 바닥을 짓찧는 소리가 났거든요.
 
나기의 심장이 뛰는 것과 꼭 같은 박자로…….
 
공사를 학생들이 모두 자는 밤에 진행할 리 없습니다.
 
◈ 조사 포인트
 
버니스와 게이먼의 기숙사 호실은 201호입니다.
 
나기와 원필의 기숙사 방 은 바로 위층인 301호입니다.
 
원한다면 다른 친구들의 기숙사 호실을 방문해도 좋습니다.
 
기숙사 입구 바로 옆에는 사감실이 설치되어 있고,
 
두 대의 엘리베이터 와 계단으로 통행합니다.
 
기숙사는 지하 3층부터 지상 6층까지 있으며
 
옥상은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지하 1층과 2층은 기숙사 비품을 모아두는 창고입니다.
 
엘리베이 터는 지상층만 통행합니다.
 
 
언제나 학칙을 상기하세요, 나기.
 
August 30, 2025 1:14PM연나기:⋯⋯ (일단, 가장 미심쩍은 4층. 201호의 사정은 사흘 전 게이먼에게 들은 바가 있으니 그 이상으로 이상한 점을 발견하긴 어려울 것이다. 직접적으로 이상함이 감지되는 곳으로 향한다. 이동할 땐 계단으로. 고작 한 층이니까.)
 
August 30, 2025 1:14PM:백합 교표는 착용했나요?
 
August 30, 2025 1:16PM연나기:(교표⋯⋯. 여러모로 수상쩍은 게 많다. 그렇기에 굳이 착용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학칙에 교표에 대해 강조된 문장을 본 기억은 없어.)
 
─────── ✷ ───────
 
 
지상 4층
 
엘리베이터는 이곳에 멈추지 않고,
 
계단으로 통하는 입구는 단단하게 자물쇠 가 걸려 있습니다.
 
August 30, 2025 1:18PM연나기:(자물쇠를 몇 번 당긴다. ⋯⋯열릴 리가 없나.)
들어갈 수 없으면 의미가 없는데. 잠긴 곳보단 역시 오픈된 공간이 뭔가 알아내긴 더 쉬우려나⋯⋯.
(발걸음을 옮겨 버니스와 게이먼의 방, 201호로 향한다.)
 
 
201호
 
버니스와 게이먼의 기숙사 호실입니다.
 
주변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문 고리를 열면 쉽게 돌아갑니다.
 
August 30, 2025 1:20PM연나기:도둑이 된 기분이군⋯⋯.
 
내부는 평범한 2인용 기숙사입니다.
 
현관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으며,
 
두 사람 이 살기에는 조금 빠듯한 내부에는 침대와 옷장이 양쪽에 하나씩 놓여 있습니다.
 
침대 머리맡에는 간신히 사람 하나가 몸을 내밀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창문이 있습니다.
 
창문 윗부분 벽에는 다른 여느 방과 마찬가지로
 
백합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August 30, 2025 1:21PM연나기:특별한 건 없는데. (아마도, 버니스가 상체를 내밀었을 창문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창틀에는 피가 말라 붙어 있습니다.
 
창틀을 툭 건드리고 있는 나뭇가지 위의 책도 발견합니다
 
August 30, 2025 1:23PM연나기:이까짓 책이 뭐라고⋯⋯. (자정이 아니니 괜찮을 것이다. 전 주인에게 미처 닿지 못했던 책을 향해 손을 뻗었다.)
 
누런 장정의 표지는 종이나 양의 가죽이 아닌
 
처음 보는 재료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상하게 누린내가 나서 역겹습니다.
 
August 30, 2025 1:23PM연나기:(킁킁, 냄새를 맡는다.)
아오.
(최악⋯⋯.) 이런 걸 학칙을 어겨서까지 가져오려고 했던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맡아둘까⋯⋯.
 
제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ugust 30, 2025 1:24PM연나기:(확인한다. 분명 <맥베스>라고 했었지.)
 
 
「맥베스」
 
책갈피 가 꽂혀 있습니다.
 
August 30, 2025 1:25PM연나기:(책갈피가 꽂힌 페이지를 넘긴다.)
 
August 30, 2025 1:25PM:SECOND WITCH
By the pricking of my thumbs,
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
Open, locks,
Whoever knocks.
 
August 30, 2025 1:25PM:두 번째 마녀
엄지가 따끔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이쪽으로 끔찍한 것이 오고 있구나.
자물쇠야, 문을 열려무나.
문 두드리는 이 누구든.
 
✷ 관찰 판정 ✷
 
August 30, 2025 1:26PM연나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책갈피 자체를 살피면 책갈피가 아니라 웬 종이 조각임을 알아차립니다.
 
August 30, 2025 1:27PM연나기:(자세히 읽는다. 이것도 사감용 학칙인가 뭔가 하는 그런 거 아냐?)
 
✷ 이성 0/1D2 판정 ✷
 
August 30, 2025 1:29PM연나기:하, 그러니까 이 모든 게 학생들은 모르고 사감만 아는 빌어먹을 학칙 때문이란 말이지. 제물이니 뭐니, 이 딴 걸 숨겨놓고선 잘도⋯⋯. (이래서야 철창 안에 가둬진 유인원이 된 기분이다. 책을 든 손이 조금 떨렸다.)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2
 
(
1
 
)
 
 
=
1
 
화장실, 침대와 옷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August 30, 2025 1:31PM연나기:(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를 살핀다.)
 
이불이 구겨져 있고 잠옷이 널려져 있는 왼쪽 침대에 비해,
 
오른쪽 침대는 생활한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습니다.
 
August 30, 2025 1:32PM연나기:이쪽이 버니스의 침대인가, 나처럼 방을 옮겼으니까. (그런 일이 있고 사흘이나 더 지났으니 생활한 흔적이 남아 있을리가 없다. 오른쪽 침대에 더 볼 것이 있나 확인했다.)
 
커버가 깔리지 않은 매트리스 그대로입니다.
 
나기의 뇌리에 아주 이상한,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찾아 듭니다.
 
정말 그럴리는 없지만, 꼭……
 
누군가 의도적으로 버니스의 흔적을 지워버린 것 같지 않나요?
 
일주일은 죽은 이의 유품을 정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인데다가,
 
지난 사흘 간 이 학교를 방문한 이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버니스의 부모님마저 찾아오지 않았어요.
 
자식이 사라졌는데.
 
August 30, 2025 1:36PM연나기:'제물'로 바쳐지면,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건가⋯⋯? (—따위의, 소설 속에서만 나올 것 같은 문장 하나가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 가설이 진짜라는 걸 증명하려면 다른 애들한테 접근해서 떠 보는 수밖에 없어. 그리고 나만 이걸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착용하고 있지 않은 교표 때문이겠지. 괜히 텅 비어버린 것처럼 느껴지는 넥타이를 문질거린다. 옷장으로 향한다.)
 
왼쪽 옷장은 평소 게이먼이 입던 옷들 이 놓여 있습니다.
 
반대로 오른쪽 옷장은 옷 한 벌 없이 텅 비어 있습니다.
 
August 30, 2025 1:38PM연나기:옷장도 똑같나⋯⋯.
(화장실로 향한다.)
 
칫솔도 하나, 샤워 타올도 하나 뿐입니다.
 
August 30, 2025 1:39PM연나기:기분 나쁘게. (그래도 게이먼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직 그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진 않은 모양이다.)
(시계를 본다. 지금 몇 시지?)
 
시계를 보면, 5시 입니다.
 
August 30, 2025 1:41PM연나기:⋯⋯아직 좀 시간이 있네. (버니스에 대한 다른 이들의 반응을 살피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곧바로 옆 방으로 향한다.)
 
August 30, 2025 1:41PM:멕베스 책을 챙길까요?
 
August 30, 2025 1:42PM연나기:(책은, 그냥 들고 다니기엔 냄새가 좀 심하므로⋯⋯. 게이먼에겐 미안하지만 가방 하나를 빌려 고스란히 그 안에 넣는다. 나중에 돌려줄 거니까.)
(⋯⋯본인의 의사는 들어 있지 않지만.)
 
201호를 벗어나려는 찰나…,
 
갑자기 세상이 옆으로 기울어지는 듯 합니다.
 
✷ 정신력 판정 ✷
 
August 30, 2025 1:43PM연나기:
정신
기준치: 79/39/15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간밤에 잠을 좀 못 자서 그런가,
 
피곤하네요.
 
August 30, 2025 1:44PM연나기:(어질⋯⋯ 근처 벽을 손으로 짚는다.) 아오, 갑자기 난리야.
 
그러고보니 사감실에서 받아야 할 택배가 있었죠.
 
사감실로 가볼까요?
 
August 30, 2025 1:45PM연나기:(애들이랑 좀 대화를 나누다 가도 시간은 충분할 것 같은데⋯⋯. 그래, 그냥 그렇게 하기로 한다.)
 
 
사감실
 
사감들도 식사를 하러 갔는지 사감실 내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어쩌다가 문 단속을 깜빡하고 간 모양으로,
 
문은 밀기만 하면 열립니다
 
사감실의 한쪽 벽면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
 
August 30, 2025 1:47PM연나기:계세요? (아무도 없지만 예의상.)
 
우편물을 보관하는 선반이 자리합니다.
 
학생들이 편지를 보내는 등 볼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작은 책상이 벽면에 바싹 붙어 있습니다.
 
사감들이 쓰는 사무용 책상이 그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엿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지 칸막이가 높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감실은 고요합니다.
 
◈ 조사 포인트
사무용 책상
 
August 30, 2025 1:49PM연나기:(아무도 없으니 제일 먼저 할 일은 칸막이가 높게 설치된 사무용 책상을 살피는 것이다. 괜히 늦게 살폈다가 들키면 곤란하니까. 모범생이 할 만한 생각이 맞나 싶지만 예전부터 꾸준하게 담력이 있다.)
 
✷ 자료조사 판정 ✷
 
August 30, 2025 1:50PM연나기: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나기는 가장 최근의 기숙사 학생 명부를 발견합니다.
 
201호에는 게이먼의 이름만 적혀 있습니다.
 
August 30, 2025 1:51PM연나기:(미간 찌푸리며 게이먼의 옆, 빈 칸을 손가락으로 쓸어본다.) 정말로 지워졌잖아.
 
그 밑에는 버니스의 이름이 적혀 있 었던 것 같기는 한데,
 
화이트로 지워져서 알아보기 힘듭니다.
 
301호에는 원필과 나기의 이름이 정상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반면, … 3개월 전의 학생 명부를 살펴보면,
 
301호에는 원필의 이름이 제대로 적혀 있는데,
 
…룸메이트의 이름은 또 화이트로 지워졌습니다.
 
3개월을 주기로… 낯선 이름들이 지워진 사실을 발견합니다.
 
August 30, 2025 1:55PM연나기:(3개월이면 방이 바뀌는 주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조원필도 게이먼과 같은 경험이 있었던 거였어, 그래서 그렇게⋯⋯.) '제물'은 3개월을 주기로 바쳐지는 건가?
(제물이 선정되는 기준은 뭐지? 정확히 3개월마다 학칙을 어기는 것도 아닐 거 아냐. 혹은 그렇게 유도한다던가,)
(시선이 자연스레 게이먼의 가방에 들어있는 책으로 향했다. 아직은 근거가 빈약한 추측만 할 수 있을 것 같네. 알 수 있는 게 지극히 적다.)
 
학생 관리 지침, 열쇠 뭉치도 추가로 발견합니다.
 
August 30, 2025 1:58PM연나기:(사감용 학칙을 더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학생 관리 지침을 열어본다.)
 
학생 관리 지침은 사용한 지 오래된 듯 일부가 찢겨 있습니다.
 
나기가 읽을 수 있는 조항은 두 개 뿐입니다.
 

 

 
August 30, 2025 2:00PM연나기:(꿀꺽, 침을 삼켰다. 알 수 있는 건 '특수한 수단'은 조원필이 말한 교표. 그리고 아직까진 직접적으로 제재당하진 않았으나 나에게도 체벌의 위험이 있다⋯⋯. 정도인가.)
(열쇠 뭉치를 살핀다. 4층의 열쇠를 발견한다면 이도 잠깐 빌리려는 심산으로.)
 
✷ 관찰 판정 ✷
 
August 30, 2025 2:01PM연나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옥상 열쇠와 지상 4층 출입구 열쇠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August 30, 2025 2:02PM연나기:⋯⋯쩝. (김 샜네. 이건 사감실에서 보관하고 있지 않나.)
(쓸 만한 건 더 없나?)
지능
기준치: 82/41/16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지하 1,2층 열쇠는 있는 것 같네요.
 
August 30, 2025 2:03PM연나기:(냅다 빌린다.)
 
시간은 6시 30분입니다.
 
어디로 갈까요?
 
August 30, 2025 2:04PM연나기:시간이 얼마 없는데⋯⋯. (가방에 '빌린' 물건들이 잔뜩. 받아야 할 택배만 확인하고 사감실을 뜨자.)
 
아버지가 보낸 택배네요.
 
필요한 물품을 보내준 것 같습니다.
 
August 30, 2025 2:05PM연나기:(이것 또한 게이먼의 가방에 넣는다.)
(기숙사동 1층에서는 지하가 가장 빠르게 확인하기엔 좋겠지. 지하 1층으로 향한다.)
 
 
지하 1층
 
별달 리 특별할 것은 보이지 않는 비품 창고입니다.
 
예비용 침대나 매트리스, 옷장 등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August 30, 2025 2:08PM연나기:(별 거 없네. 지하 2층까지는 둘러볼 시간이 될 것 같다. 한 층 더 내려간다.)
 
지하 1층과 동일한 비품 창고입니다.
 
지하 3층은 쇠사슬이 매여진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
 
관계자 외 출입 금지 표지판이 붙어 있습니다.
 
August 30, 2025 2:09PM연나기:절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었지.
(⋯⋯뭔가 알아내려면 들어가야겠지만 일단 지금은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 4층처럼 문이 열려 있을리도 없고. 돌아가자.)
 
어디로 갈까요?
 
August 30, 2025 2:11PM연나기:('빌린' 짐들을 정리할 겸 2층에 잠시 들르기로 한다. 버니스의 행방을 아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기에.)
(향한 곳은 202호. 바로 옆 방이다.)
 
 
202호
 
인기척이 들립니다. 노크를 해볼까요?
 
August 30, 2025 2:13PM연나기:(똑, 똑.)
있어?
나 연나기인데. 301호.
 
August 30, 2025 2:15PM학생:(문 열고서 고개 빼꼼 내민다.) 연나기? 저녁은 왜 안 먹고.
 
August 30, 2025 2:16PM연나기:입맛이 없어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옆 방에서 있었던 일 알아? 201호.
음, 그러니까. (어깨 으쓱인다.) 게이먼이 걱정돼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잖아. (걱정하는 척 연기. 모르고 보면 진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럴 성격이 아님에도.)
 
August 30, 2025 2:17PM학생:사흘 전? 무슨 일이 있었어?
게이먼.. 선생님 말대로 학업 스트레스가 심했나봐.
그럴 땐 좋은 룸메이트가 옆에서 보살펴줘야하는데.
 
August 30, 2025 2:19PM연나기:아아~ ⋯⋯. 으응, 방이 바뀌었는데도 계속 혼자였어서 더 그런 거겠지?
 
August 30, 2025 2:20PM학생:확실히 그런 게 아닐까.. 그래도 사흘 전엔 좀 심했어.
식당에서까지 난동 부리니까 좀 무섭던데.
 
August 30, 2025 2:20PM연나기:역시 그렇지. (아아, 예감이 맞았다⋯⋯. 조금은 가라앉은 표정.) 빨리 나았으면 좋겠네.
그냥 지나가다 들른 거라서, 귀찮게 했다면 미안.
저녁 맛있게 먹어.
 
August 30, 2025 2:22PM학생:아, 맞아.
 
August 30, 2025 2:22PM연나기:음?
 
August 30, 2025 2:22PM학생:너 주려고 간식도 챙겨왔는데.
우리 반 학생들은 모두 27명이잖아?
내가 근데 28개를 주문했더라고.
너 두개 줄게. 나도 참.. 요즘 계속 이래.
 
August 30, 2025 2:23PM연나기:아⋯⋯. 그랬어? 왜 한 개를 더 주문했대. (손 뻗는다.)
 
August 30, 2025 2:24PM학생:그러니까. (포장된 쿠키 두 개 내민다.)
어제 악몽 꿔서 나도 입맛이 없거든.
쿠키 먹으면 좀 나을 거야.
 
August 30, 2025 2:25PM연나기:(제물로 바쳐져도 다른 사물에 영향을 주진 않는 건가? 아니면 교표를 착용한 학생들의 기억만 조작되는 건가(그렇다면 왜 버니스의 부모님은 찾아오지 않았지?). 이름 자체가 소멸된 게 아닌 화이트로만 지워진 명부를 떠올렸다.)
 
August 30, 2025 2:25PM학생:뭘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야.
 
August 30, 2025 2:25PM연나기:(포장지를 얼굴 가까이 들이대 고소한 냄새를 맡는다. 그래, 이거지. 아까 그 책은 냄새가 너무 심했어.) 아냐, 맛있겠네. 고마워.
 
August 30, 2025 2:26PM학생:너도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거 아냐?
 
August 30, 2025 2:26PM연나기:⋯⋯없다면 거짓말이지.
악몽이라⋯⋯. 어떤 꿈이었는데?
 
August 30, 2025 2:27PM학생:...악몽이라기엔.. 좀 생생한데.
어젯밤 내 창문에 거대한 사슴 같은 게 스쳐 지나가더라고.
악몽인가..하고 다시 잤는데 현실감 넘쳐서.
사슴이 그렇게 클 리가 없잖아.
 
August 30, 2025 2:28PM연나기:그치, 여긴 2층인데. (게이먼의 증언과 정확히 일치한다. 꿈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등골을 스치는 오싹한 기운에 순간 표정 관리가 안 됐다.)
⋯⋯ 조심해.
컨디션 관리 잘 하고. (라는 뒷 말을 덧붙여, 큰 유감이 없어 보이게끔 진실을 숨겼다.)
 
301호로 가볼까요?
 
August 30, 2025 2:30PM연나기:(간다.)
 
어젯밤에는 왜 눈치채지 못한 걸까요?
 
백합 액자가 걸려 있는 다른 방과는 다르게,
 
나기의 방에는 헌팅 트로피가 걸려 있습니다.
 
좁다란 두개골에서 두 갈래로 뻗어나온 사슴뿔은…
 
기형입니다.
 
‘정상적인’ 사슴이라면 결코 가질 수 없는 구조입니다.
 
과하게 자라난 뿔들은 복잡하게 얽히고 구부러졌으며
 
심지어는 서로 맞닿아 이어진 부분도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뿔은 이상하리만치 무도해 보입니다.
 
그 외는 모두 다른 기숙사 방과 같습니다.
 
침대와 옷장이 각각 1인용씩 나뉘어져 있고,
 
머리맡에는 창문이 있습니다.
 
August 30, 2025 2:32PM연나기:왜 이 방에만 이런 게 있지. (멍하니 사슴의 두개골을 응시했다.)
지능
기준치: 82/41/16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조원필이라면 알 것도 같은데⋯⋯. 밥 먹으러 갔나. (중얼.)
 
역시.. 왜 이 방에만 사슴의 두개골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조사 포인트
창문
조원필의 침대
조원필의 옷장
 
August 30, 2025 2:36PM연나기:(흘긋, 문을 살핀다. 혹여 살피는 데 원필이 오면 곤란하니까. 뭐라 설명할 방도도 없고. 적당히 눈치를 보며 인기척이 없다는 걸 파악하면, 원필의 옷장부터 살피기로 한다.)
 
제대로 갖춰 입은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는 교복이 가지런히 걸려 있습니다.
 
August 30, 2025 2:37PM연나기:안 입을 거면서 잘도 정리해 놨네. (교복 만지작⋯)
따로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자켓 주머니에서 사감용 학칙 제 7항을 발견합니다.
 
 
August 30, 2025 2:38PM연나기:'인간'은 지하 3층에 출입해서는 안 된다고?
임의의 층, 내부 공사⋯⋯. (4층이잖아.) 4층이랑 지하 3층은 동일한 거고, (중얼인다.) 만약 아까 내가 4층을 무리하게 들어갔으면⋯⋯.
(으, 상상하기도 싫다. 이런 걸 왜 생각하고 있어야 하지.) 기분 나빠.
(이어서, 창문을 살핀다. 뭔가 볼 게 있으려나⋯⋯.)
 
바로 밑에 전나무가 있습니다
 
나무의 우듬지는 201호의 창문께에 멈춰 있습니다.
 
조원필이 바깥에 책을 떨어뜨렸다면, 전나무 가지에 걸릴 정도입니다.
 
August 30, 2025 2:41PM연나기:⋯⋯?
 
하지만 조원필이 떨어뜨린 책과 버니스가 찾고 있던
 
201호 바깥에 걸려 있던 책 의 제목은 전혀 다릅니다.
 
August 30, 2025 2:41PM연나기:분명 달랐는데⋯⋯.
(아냐, 더 깊게 생각할수록 머리 아프기만 하다. 괜히 파고들려 하지 말자. 고개 젓는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만.)
지능
기준치: 82/41/16
굴림: 7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머리가 더 아파졌다.)
(편두통을 회피하려 고개를 돌린다. 마지막으로⋯⋯ 침대. 이 자식 여기서 잘만 잤었지.)
 
검은 액체를 담은 유리병을 발견합니다.
 
August 30, 2025 2:44PM연나기:이게 뭐야?
(너무 대놓고 수상하지 않아? 유리병을 든 채 짤랑거려 본다.)
 
열어볼까요?
 
August 30, 2025 2:44PM연나기:(응. 냄새라도 맡아 볼 심산이다.)
 
유리병을 열면 늪의 냄새가 납니다.
 
썩어가는 나뭇잎, 진흙 속에 잠기는 새의 가느다란 뼈,
 
August 30, 2025 2:45PM연나기:(으음⋯⋯. 이상한 냄새⋯⋯.)
 
바닥을 기며 뻗어나가는 덩굴.
 
그 외에는 평범합니다.
 
August 30, 2025 2:45PM연나기:(확실한 건 먹을 건 아니군. 얌전히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더 볼 건 없나. (여기저기를 조사하느라 기운이 쫙 빠진 나머지 매트리스 위에 누웠다. 그 자식 오기 전 까지만⋯⋯.)
 
여유 부릴 수 있는 시간이 있나요 나기? ㅎ
 
지금 시간은 7시 1분 입니다.
 
August 30, 2025 2:47PM연나기:⋯⋯아.
아, 씨. 시간 언제 이렇게 됐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벌점 확정이군, 제길⋯⋯. 지금 벌점이 문제가 아니지만.)
 
기숙사를 빠져 나오려는 찰나,
 
문득 시계가 눈에 들어옵니다.
 
... 7시 5분입니다.
 
원래 7시부터는 자습 시간인데…
 
학칙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사감이 다급하게 기숙사에 들어왔다가
 
나기를 맞닥뜨립니다.
 
August 30, 2025 2:50PM연나기:죄송합니다! 금방 갈게요.
 
August 30, 2025 2:50PM사감:연나기 학생! 세상에.
벌점 1점이야. 나랑 같이 가도록 하지.
 
August 30, 2025 2:51PM연나기:(후우⋯⋯. 사감용 학칙을 모르는 이라면 내쉬지 않을 안도의 한숨. 표정 관리, 표정 관리⋯⋯.) 그, 네. 죄송합니다.
 
August 30, 2025 2:51PM사감:앞으로는 벌점을 받지 말고. 이런 적이 없었잖아.
 
기분 탓일까요…,
 
평소 깐깐하기로 유명했던 이 사감은 의외로
 
나기를 꽤 걱정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August 30, 2025 2:52PM연나기:(그러게, 제물을 원하는 것들과 한 패가 아닌가?) ⋯⋯걱정, 하셨어요?
 
August 30, 2025 2:53PM사감:학칙이란게 있잖아. 7시 30분 넘어서는 절대 학교를 돌아다녀서도 안되는 것도 잊지 말고.
자, 자습실에서 얼른 공부해.
 
August 30, 2025 2:54PM연나기:알겠습니다. 다음부턴 주의할게요. (고개 끄덕인다.)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쩝.)
 
문학 다음 시간 숙제는 마침 <맥베스>와 관련한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이었죠.
 
...아까 가져온 책을 펼쳐볼까요?
 
August 30, 2025 2:55PM연나기:(펼친다. 여전히 이상한 냄새가 난다.)
 
별안간 바깥이 어두워집니다.
 
자갈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꽂힙니다.
 
아마도 평범한 소나기예요,
 
곧 지나갈 겁니다.
 
아마도, 아마도…….
 
 
When shall we three meet again?
 
 
In thunder, lightning, or in rain?
 
맥베스의 첫 대사를 읽는 순간,
 
나기는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정말로 맥베스가 맞나요?
 
나기가 맥베스라고 생각하고 읽기 때문에
 
맥베스처럼 읽히는 것 아닐까요?
 
자, 집중하세요.
 
다시 한번 읽어보면,
 
글자가 우그러지더니 아예 다른 내용으로 변합니다.
 
 
다시 말하느니, 물리칠 수 없는 것을 불러내지 마라.
 
물리칠 수 없는 것…
 
아까 들었던 검은 사슴 괴물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 수상쩍은 책을 계속 읽으면
 
이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확실히 그럴 수 있을 겁니다.
 
August 30, 2025 3:00PM연나기:(집중하여 계속 읽는다. '고작' 책이 아니었나?)
(버니스, 너는 뭐 때문에⋯⋯.)
 
그 기묘한 이끌림에 책을 읽어 내려가면,
 
나기는 끊임없이 그 책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
 
...
 
문득,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듭니다.
 
August 30, 2025 3:11PM연나기:⋯⋯헉.
 
마지막으로 또렷한 기억은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를 들으며
 
 
<맥베스>,
 
아니지,
 
 
<프나코티카>
 
를 읽던 것이었습니다.
 
비죽하게 길어버린 손톱이나,
 
정리되지 않 은 머리카락,
 
땟국물이 묻어 있는 셔츠 따위가
 
그때로부터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지를 암시합니다.
 
스산한 바람이 창문을 뒤흔듭니다
 
지난 몇 주,
 
혹은 며칠, 혹은 몇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제대로 기억 나지 않습니다.
 
밤이 되면 예의 4층에서는 쿵, 쿵, 하는 소리가 불길하게 울렸고,
 
미친듯이 책을 읽어내리다 까무라칠 때면
 
누군가 제 옆에 서서 군침을 다시던 것만 같습니다.
 
불길한 기억 틈에 조원필의 목소리가 끼어들어 있습니다.
 
August 30, 2025 3:14PM조원필:밥은 먹어가면서 해야지. 공부가 그렇게 재미있어?
수업인데 안 가? 모범생의 일탈인 건가.
사감이 너 엄청 찾아서 아프다고 말해놨어.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지?
 
믿기 힘들지만,
 
그동안 조원필이 나기를 살펴주었나 봅니다.
 
매 끼니마다 식 사를 챙겨주고,
 
지나치게 잠을 자지 않으면 재웠던 기억이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
 
불청객처럼 어색하기 짝 없는 다정입니다.
 
August 30, 2025 3:16PM연나기:⋯⋯.
 
하지만 어째서인지 조원필이 호의를 베풀었다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습니다.
 
논리적인 이유를 대기는 힘듭니다.
 
짐승의 직감입니다.
 
조원필을 볼 때마다 차가 운 불이 화르륵 손끝을 태우고 있는 듯한 감각이 남습니다.
 
그의 친절은 가식에 불과하며,
 
모든 행동의 저변에는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니까, 굳이…… 굳이, 이걸 말로 설명하자면,
 
분명히 지난 몇 주간 나기의 행동은 정상이 아니었는데도,
 
조원필은 한 번도 병원에 가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어요.
 
오히려 외출일에 은근히 나기가 기숙사 에 남을 것을 권유하기도 했었지요.
 
이상하게도 나기의 위험한 연구를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이 남습니다.
 
그저 착각에 불과하겠지만……,
 
머리를 흔들어도 그 '착각'은 떨어나가지 않습니다.
 
그래도 몇 주간의 연구가 영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꽤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었거든요.
 
누가 이 책을 나무에 내다버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전 주인은 제법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옆에 필기해두었습니다.
 
이를테면 선행 연구를 완벽하게 수행한 셈이죠.
 
덕분에 나기는 상대적으로 쉽게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난해한 데다가 중구난방으로 쓰여
 
책의 대부 분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의 다른 내용을 살피려면 지금보다 배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고,
 
그 동안 학교는 또 다른 학생들을 잡어 먹고 모르는 척 하겠지요.
 
그래도
 
 
“프린의 크룩스 안사타”
 
”라는 주문은 꽤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찾아낸 기록이 사실이라면요.
 
 
■■■의 기록
나는 이 책을 정독하는 동안 역관절이 돋아난 긴 뒷다리로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것을 보았다.
사슴과 가장 흡사하게 생겼지만, 사슴이라면 그것처럼 날카롭고 흉악한 발톱을 가지지는 못할 것이다.
지구에 있는 동물이라면 흔히 머리가 있을 법한 위치에는 터무니 없이 작고 동그란 것이 있었지만,
눈이나 코, 입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어 그것을 머리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았다.
게다가 몸과는 연결된 부위가 없이 허공에 둥둥 떠있었다. 그곳에는 무시무시하게 뻗어난 뿔들이 돋아나 있었고, 그 위에는 썩어가는 늪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모든 것들이 얽혀 있었다.
 
August 30, 2025 3:20PM:이를테면 잠겨 죽어가는 새의 뼈나 진흙 속에서 엉킨 덩쿨, 부패해가는 나뭇잎들 말이다.
메스꺼운 악취에 헛구역질이 나왔다.
뿔은 딱딱하지 않고 길고 물컹거리는, 흡사 고무와 같은 덩어리로 만들어져 있어 멋대로 자라나거나 줄어들었다.
온몸에 나있는 구멍에서는 촉수가 넘실거렸고, 길게 뻗어난 촉수에서는 철퍽거리는 소리가 났다.
괴물은 미끄러지듯이 허공을 달렸지만, 날개는 없었다
이 괴물은 아주 오랫동안 스태그필드에 머물러 왔다.
 
August 30, 2025 3:21PM:이 괴물의 독특하면
서도 오해를 사기 쉬운 모양의 뿔 때문에
이 근방에 '숫사슴의 땅'이라고 불려왔을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이 괴물이나 그와 흡사한 것을 보았다는 기록은 적어도 영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지능 판정 ✷
 
August 30, 2025 3:22PM연나기:
지능
기준치: 82/41/16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 괴물이 전 영국을 통틀어 단 하나 밖에 없었다면,
 
자신과 함께 해줄 존재를 바라오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August 30, 2025 3:24PM연나기:⋯⋯ 그게 제물인 거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할 시간이 필요하겠네요.
 
겸사겸사 머리도 식히러 이만 일어나볼까요?
 
August 30, 2025 3:25PM연나기:(자리에서 일어난다. 얼마나 오래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던 건지⋯⋯. 목을 돌리자 우드득, 소리가 난다.)
(거울을 확인해 본다. 용모에 신경을 안 쓰는 편은 또 아니었기에.)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아, 침침⋯⋯.)
 
눈은 퀭하고, 살이 좀 빠진 것 같아요.
 
달력을 보니.. 2주를 이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August 30, 2025 3:26PM연나기:(⋯⋯수염 많이 안 자랐지? 드문드문 끊긴 기억 사이 내가 루틴을 잘 지켰길 바라며.)
에이, 씨⋯⋯. 진짜.
 
현재 나기가 있는 곳은 자신의 기숙사 방 안입니다.
 
수염도 .. 좀 깎을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화장실로 갑시다.
 
August 30, 2025 3:28PM연나기:(정신을 차리자 냅다 화장실로 들어간다. 아악-!)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조원필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August 30, 2025 3:29PM조원필:오, 나기! 연구가 끝났나보네?
네가 웬일로 씻기까지 하고. 나는 네 다리가 여섯 개로 늘어난 줄 알았어.
 
August 30, 2025 3:30PM연나기:말하는 뽄새 하고는⋯⋯. (언짢은 표정으로 널 바라보지만, 확실한 건 연구 전보다 태도가 조금 누그러졌다는 점이다.) 네가 챙겨준 거지? 고맙다.
(연구를 부추긴 것처럼 느껴지는 찝찝한 기분은 일단 뒤로 하고⋯⋯. 결국엔 나 역시도 유의미한 단서를 얻었으니까. 일단은, 넘기기로 한다. 마저 세수하며.)
 
August 30, 2025 3:32PM조원필:네가 그 이상한 책을 붙들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아? 자그마치 2주가 흘렀어.
너 다 씻으면.. 엉덩이 뗀 기념으로 바람이나 쐬러 갈까. 그러다 곰팡이라도 되면 어떡해? 내가 방금 재미있는 걸.. 하나 얻었거든.
(손에 들린 열쇠 짤랑이며 윙크한다.)
 
August 30, 2025 3:34PM연나기:이상한 책은 무슨. 너도 알고 있었지? (째려본다.) 그렇지 않고서야 미치광이처럼 책만 보는 인간을 2주 동안 병원도 안 보내고 곁에 두진 않았을 거 아냐.
(팅—) 뭔데? 설마⋯....
 
August 30, 2025 3:35PM조원필:아니, 열중하길래 그냥 건들고 싶지 않아서. 그래도 나 너한테 밥도 먹이고, 다 해줬는데. 그렇게 노려보기야?
옥상 열쇠. 너 학교 다니면서 기숙사 옥상에 가본 적 있어?
궁금하지 않아? 경치 끝내줄걸.
 
August 30, 2025 3:36PM연나기:(하, 작게 한숨 쉬고 시선을 거둔다.)
 
August 30, 2025 3:36PM조원필:(자켓에서 종이 꺼내 흔들거린다.) 사감용 학칙 제 10항.
벌점을 3점 이상 받았을 경우, 자습시간 이후 디텐션을 받습니다. 5점 이상 받았을 경우 일주일 간 정학 처분이 내려집니다.
벌점을 총 10점 이상 받았을 경우 퇴학당합니다. 벌점은 매 3개월마다 초기화됩니다. 벌점을 10점 이상 받은 학생은....
(힐끔)
다음 내용이 궁금하지 않아?
 
August 30, 2025 3:39PM연나기:⋯⋯뭔데? 말해봐. (네게 가까이 다가가 종이로 손 뻗는다.)
 
August 30, 2025 3:39PM조원필:(손 뒤로 쭉 뺀다.) 성격 급하긴.
옥상으로 같이 가준다고 말 안해줬잖아?
같이 가는 게 내 조건이야.
 
August 30, 2025 3:40PM연나기:아—— 성가신 자식. (허리에 손 얹고 미간 찌푸린다.)
알았으니까 내 놔.
 
August 30, 2025 3:40PM조원필:약속한거야. (네게 종이 내민다.)
 
 
August 30, 2025 3:42PM연나기:흥. (코웃음 치며 가벼운 마음으로 종이를 읽었으나, 역시나 읽기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이 숫사슴 같은 게 학교에서 학생들을 잡아먹는 이유가 계약이 얽혀 있어서 그런 거라고?
뭐 어떻게 되먹은 학교야. (재수 없게시리. 다시금 네게 종이를 건넸다.)
 
August 30, 2025 3:43PM조원필:저번에 내 자켓에서 제 7항을 꺼내가더니 학칙에 흥미가 많은가봐.
 
August 30, 2025 3:43PM연나기:⋯⋯나도 네가 없는 동안 조사를 좀 했거든? 여간 찝찝한게 아니라서 말이지.
 
August 30, 2025 3:43PM조원필:(종이 받아 들고 소리 내어 웃는다.) 그래서 내 침대도 뒤졌어?
 
August 30, 2025 3:44PM연나기:그건⋯⋯! (아, 몰래 뒤진다고 한 건데 급하게 나오느라 흔적 지우는 걸 잊었나 보다. 사실을 깨닫고 나니 귀가 빨개졌다.)
네가 먼저 뭔가 있는 것처럼 굴었으니까! (삿대질.)
 
August 30, 2025 3:45PM조원필:(성큼 다가서더니 삿대질 하는 팔을 잡고 제 쪽으로 당긴다.) 그게 뭔지 궁금해?
 
August 30, 2025 3:47PM연나기:(훅 끼쳐오는 체향에 잠시 머리가 어지러웠다. 동자를 들어 낯을 마주하면 차마 시선을 고정할 수가 없어 괜시리 눈을 깜빡거린다.) 무, 뭔데.
 
August 30, 2025 3:49PM조원필:(두 눈동자가 천천히 네 얼굴을 탐닉하듯 훑는다. 이렇게나 감정을 쉽게 내비쳐서야. 입술이 가까워지려는 찰나 슬쩍 고개를 물리며 장난스러운 투로) 별 거 아냐. 흑염소 즙 같은, 건강 약?
 
August 30, 2025 3:53PM연나기:(와, 씨⋯⋯. 닿는 줄 알았네⋯⋯! 아랫입술에 힘 주었던 것 풀고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아, 열 오르는 것 같다.) 누가 봐도 먹을 건 아니었거든? 누굴 바보로 아는 거냐고! (팍, 손으로 널 밀쳤다.)
 
August 30, 2025 3:54PM조원필:섭섭하네. 우리 아버지가 나 공부 열심히 해라고 주신건데. (아쉬운듯 입맛 다시며 고개 기울이다 손 뻗어 붉어진 귀 주물거린다.)
그보다.. 그러고 옥상 갈거야?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해서.
 
August 30, 2025 3:56PM연나기:으윽, 손⋯⋯ 떼라고! (주물거리는 태에 정신을 못 차리다가 간신히 네 손을 쳐냈다.)
(부끄러운 걸 못 참겠으니 괜히 성질. 누가 잘못한 건지⋯⋯) 간다, 가! 가면 되잖아! 앞장서!
 
August 30, 2025 3:57PM조원필:교복 입고 가려고? 밤 열 시에 넥타이까지 매는 사람은.. 데이트 상대로 실격인데.
 
August 30, 2025 3:59PM연나기:⋯⋯ 거 되게 따지는 거 많네! (가려던 발걸음 멈추고 신경질적으로 넥타이 풀어헤친다. 와이셔츠 단추도 다 잠그지 않은 턱에 양아치 같은 꼴이 됐지만⋯⋯.) 됐냐?
 
August 30, 2025 4:01PM조원필:음, 만족스럽네. (이쪽도 넥타이 쭉 내려 풀더니 침대로 던져둔다.) 갈까?
 
August 30, 2025 4:01PM연나기:진짜 이상한 자식⋯⋯. (침대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넥타이 쪽으로 시선 둔다.)
 
─────── ✷ ───────
 
3층에서 옥상 입구까지 단박에 뛰어 올라간 조원필은 열쇠를 꺼내 옥상의 문을 엽니다.
 
녹이 슨 손잡이가 돌아가자 붉은 철가루가 아래로 흩날립니다.
 
조원필의 뒤를 따른 나기의 눈에 보이는 풍경은,...
 
절벽으로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검은 파도들,
 
메마른 뼈처럼 어둠 속에서 허옇게 번뜩이는 포말들,
 
멀리서 달려와 이곳에서 살점을 털어내는 바람들,
 
군인의 경례처럼 일제히 한 손을 흔드는 잎사귀들.
 
등을 돌린 채로 하늘을 향해 양 팔을 벌리고 있는 조원필.
 
August 30, 2025 4:04PM연나기:(그리고 그 뒤에서 풍경과 하나가 된 널 바라보는 연나기.) ⋯⋯그렇게 썩 낭만적인 풍경은 아닌데. 좋냐?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궁흉하기 짝이 없게만 느껴집니다.
 
✷ 크툴루 신화 판정 ✷
 
August 30, 2025 4:04PM연나기:
크툴루 신화 Roll
기준치: 5/2/1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도대체 어떤 괴물이 나기를 노리고 있는 걸까요?
 
폭풍이 곧 불어닥칠 것만 같습니다.
 
August 30, 2025 4:05PM조원필:하,.... 그래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잖아.
네가 그 이상한 책을 연구하는 동안, 나도 이 학교에 대해서 좀 알아봤어.
 
August 30, 2025 4:06PM연나기:뭐, 안에서 원숭이마냥 교표 달고 끄덕이는 것보단 낫지. (당시의 상황을 회상한다. 썩 좋은 기억은 아니다.) 그래서, 성과는 좀 있었나?
 
August 30, 2025 4:07PM조원필:전에 찾아본 사감용 학칙이 좀 이상했거든. 제 4항.
'그것'이 계속 언급되잖아. 역시 수상해서.
 
August 30, 2025 4:07PM연나기:그것은 타락과 방종을 즐깁니다~ ⋯⋯ 뭐 그런 거였나.
왜? 타락과 방종을 즐기는 괴물 같은 게 제물을 필요로 하는 문장에서 이상할 건 없는 것 같은데. (당최 뭘 얘기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August 30, 2025 4:08PM조원필:넌 내가 왜 학칙을 안 지켰다고 생각해?
 
August 30, 2025 4:09PM연나기:⋯⋯설마 '그것'이랑 조우하고 싶어서, 뭐 그런 미친 생각은 아니지?
(으, 질색하는 표정으로 널 응시했다.)
 
August 30, 2025 4:10PM조원필:또 그 눈빛은 뭐야, 일단 그 소식부터 이야기해줄까?
(신발로 바닥을 툭툭 치다가 난간에 몸을 기댄다)
네가 정신 못차리고 책 읽는 동안, 게이먼이 돌아왔어.
세뇌당한 것 같더라고.
설마 학업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정신 나간 주장을 믿는 건 아니지?
 
August 30, 2025 4:11PM연나기:(돌아왔다는 말에 잠시 안도의 한숨, 이어지는 말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사실 반쯤은 예상했지만.) 믿을 리가 없잖아!
그런 장면을 목격한 학생들은 다 그렇게 처리하는 거야? (하, 진짜 말도 안 되게 비인도적이네.) 아, 그래. 안 그래도⋯⋯.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너야말로 게이먼처럼 될 수 있었던 거 아니야? 나, 봤는데. 사감실에서⋯⋯. (네 전 룸메이트가 지워진 흔적을.)
 
August 30, 2025 4:14PM조원필:....아무 일 없던 것처럼 굴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으니까.
게이먼도 이제,.. 버니스를 기억 못하더라고.
 
August 30, 2025 4:15PM연나기:⋯⋯ 기억하는구나, 넌. (간신히 올려낸 한쪽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우리는 언제든지 제물이 되어 기억 속에서 잊혀질 수 있다. 체제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천천히 너와의 거리를 좁히고, 그토록 닿기 싫어했던 팔을 조심스레 움켜쥔다. 절벽 끄트머리에서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이 살을 때려도 아랑곳 않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말 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왜 날 깨웠어? 그냥 지나칠 수 있었잖아. 네 말처럼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굴면 끝나는 일이었는데.
왜 대놓고 반항하는 거야? 너한테 이게 무슨 의미가 있길래.
 
August 30, 2025 4:22PM조원필:.....이제 내가 네 유일한 이해자야. 앞으로도 넌 나밖에 없을 거고. (팔에 닿는 체온이 따스하다. 인간이란.. 왜 이리 서로를 쉽게 의지하고 동질감을 느껴버리는 건지. ...너도 날 이해해줬으면 해서.)
너도 눈치 챘겠지만.. 1항의 특별한 수단, 그건 백합 교표야. 그게 우리 기억을 조종하는 거라 착용하지 않은 게 내 첫 걸음이었어.
학생들이 알아서는 안될 것이 뭘까. 간단해. 이 학교는 어떤 괴물에게 학생들을 바치고 있는거야..
그 대가로 학교를 유지하는 거지, 일 년에 백 명씩 옥스포드, 또 다른 백 명은 캠브릿지에 보내면서.
이 학교에서 살아남으면 옥스포드 동문이 된다니... 하, 목숨을 담보로 이렇게까지 해야해?
우리 아버지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할걸.
 
August 30, 2025 4:29PM연나기:(말이 이어질수록 네 옷깃을 잡은 손에 힘을 들인다.) 숨막히게 짜인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고⋯⋯. 단언컨대, 여기 입학한 모두가.
⋯⋯그 어떤 애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걸. 높은 곳으로 올라가곤 싶어도 나락으로 떨어지기 싫은 게 인간이잖아. 하기야, 그래서 여태까지 사감용 규칙을 따로 숨겨 온 거겠지만.
기만이야. 말로만 명문이라고 하면 뭐 하는데? 이래서야 우리 안 짐승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 (자조적으로 웃는다. 시발, 난 도대체 뭐 때문에 이래온 건지.)
⋯⋯ (말을 쏟아내다 문득 정신을 차린다. 태클 걸 말이 아직 남았는지,) 근데 그 말은 좀 그렇다? 앞으로도 니 밖에 없진 않을 것 같은데.
머저리들이어도 이 학교의 진실을 아는 사람이 늘어나면 좀 더 쓸만한 거 아닌가? 물론 잘못되면 이름이 지워질 수 있겠지만. 걔네들도 평생 모르고 살고 싶은 건 아닐 거 아냐.
 
August 30, 2025 4:35PM조원필:과연 그럴까? 규칙과 행동에 따른다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냥,.. 그것에게 걸리면 끝인거야. 너도, 나도. 이 학교 학생들, 사감들 모두.
지금도 봐. 다른 학생들은 이 학교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 하고 있잖아. 오로지 옥스포드, 캠브릿지... 식당에서 너도 봤을 거 아냐.
....더 알고 싶으면 내일 도서관에 가봐. 이 지역과 학교에 대해서 조금만 조사해보면, 해답도 얻을 수 있을거야.
......왜. 내가 싫어? 진실을 나랑 파헤치는 것보단 인원 수를 늘리는 게 더 좋은 거야?
그러다보면 이탈자가 생겨. 사감들 귀에도 들어갈 수 있고.
넌 날 이해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August 30, 2025 4:40PM연나기:(꿀꺽, 다소 긴장된 낯으로 숨을 삼켰다. 전 룸메이트를 잃었고, 진실을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소 낙관적으로 생각했다면 그건 거짓이 아니다. 어쩌면, 네가 듣기엔 가소로워 보였을 수도 있겠지.) ⋯⋯모르지 않아.
(네가 등지고 있는 전경에서 파도 냄새가 났다. 다소 거칠게 몰아쳐 시리도록 차가운. 그것의 기세에 지지 않는 또렷한 시선이, 여전히 꺼지지 않은 채 네게로 향했다.) 왜 하필 나야? 조원필.
(일단 끌어들이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은 논외로 치고 오로지 네게 집중했다.) 내가 널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생각해 봐, 우린 같은 나라 출신인 것 말곤 접점이 하나도 없는데⋯⋯.
생각해 보면 넌 처음부터 그랬지, 지나칠 정도로 호의적이었어. 거부감이 들 정도로⋯⋯.
 
August 30, 2025 4:47PM조원필:(천천히 숨을 고르듯 말을 잇는다.) 그냥, 첫눈에.. (너라면 좋을 것 같아서. 말끝을 흐리며 눈을 가늘게 뜬다. 짙은 흑빛의 눈과 머리칼은 잊을 수가 없었지. 넌 모르잖아. 내가 얼마나 널 오래 지켜봐 왔는지.)
그래서 날 계속 밀어냈어? 거부감이 들어서? (네가 잡고 있던 옷깃을 훽 쳐내며, 터져나오는 감정이 서운함인지 혼란인지 알 수 없어 숨이 막혔다.)
만족? 나만의 조건에 기준점이 만족해서 널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지금 하는거야? 너한테 의지해보겠다고 내가 지금까지 이 지랄을 해왔다고.. (표정이 일그러지며 머리 넘겨 쓸어내린다.) 학교 조사는 알아서 해. 나 같은 거 의지하지 말고.
 
August 30, 2025 5:00PM연나기:얕은 타격감이 느껴졌다. 스스로가 아무렇지 않게 네게 행해왔던 그것을 반대로 당하니 반사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간 데 반해 순간 욱하는 기분이 들어 어째 미묘한 표정이 됐다.) 하⋯⋯. 그렇다면 어쩔 건데?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 아무것도 모르는 머저리 입장에서 금방이라도 퇴학당할 것 같은 양아치가 친한 척 하면 누구라도 좋게 보진 않았을 거라고!
(누굴 향하는지 모를 분노가 거센 바람에 의해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러니까, 모범생임에도 멱살을 잡는 게 실로 놀라워 보이지 않은 이유는, 너라서⋯⋯. 재미없게 살던 놈 감정을 단전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게 오로지 너 하나뿐이라.) 그러니까 난 전혀 모르겠다고 말 하고 있는 거잖아! 네가 날 선택한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왜 나한테 의지하려 드는데?
이해자니 뭐니, 날 네가 지정한 그 계급에 등재할 생각 말고 똑바로 말해. 멋대로 다가와 놓고 멋대로 떠나려 들지 마. 누구 마음대로⋯⋯!
 
August 30, 2025 5:09PM조원필:…하! 그래, 공부만 하던 도련님 눈엔 내가 처음부터 꼴사나웠겠지.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든, 넌 애초에 들으려 하지도 않았을 거잖아! (난간 쪽으로 몸을 확 돌려 풍경을 내려다본다. 다 지긋지긋하고, 널 제외하곤 머저리 같다고 생각했는데—널 보니, 너도 다를 게 없네. 똑같은 머저리야.)
널 선택한 이유 따위 있냐고? 그냥... 그냥이라고. 빌어먹을! 뭐 대단한 명분 같은 게 필요해? 네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내 감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게 다야! (거창한 감정,운명따위 알게 뭐야? 너한텐 이 진실만은 들려주고 싶었으니까.)
애초 계급 같은 것도 정해 나누지도 않았어. 넌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야말로 날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니고? 받아준 적은 있어?
 
August 30, 2025 5:19PM연나기:(직면하길 거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쪽도 지지 않을세라 난간 끄트머리로 걸음을 옮겨 어떻게든 네 시야 안에 들어오려 애썼다.) 그러니까 그 감이라는 게 뭔데! 날 진짜 좋아하기라도 하냐?! (답답한 나머지 말도 안 되는 가정 하나를 뱉는다. 사실상 빼액, 소리 지르며 꼴사납게 비꼬는 태에 가깝지만,) 첫눈에 반했냐고, 공부만 하던 도련님한테!
(어떻게든 널 이해해 보려 했지만 결론은 포기다, 포기. 진짜 징하게도—— 답답하고, 속도 모르겠고. 계급 얘기도 비꼰 거야, 멍청아. 뭐, 거기까지 설명할 이유도 없고.) ⋯⋯ 남 설득할 줄도 모르는 양아치 새끼. 받아줄 만하게 굴어야 좀 예쁘게 봐 주지, 시발.
 
August 30, 2025 5:27PM조원필:(시야에 어떻게든 들어오려는 네 몸짓에, 그제야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비웃음이 섞인 조소가 입꼬리에 묻어 난다.) 왜? 매달릴 땐 언제고, 너 버린다니까 미칠 것 같아? (자켓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첫 모금을 길게 내뱉으며 눈길을 흘긴다.) 맞아, 첫눈에 반했지. 그럼 뭐? 뭐가 달라지는데.
너도 남 비위 맞출 줄 모르는 도련님이잖아. (네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손가락을 네 입술 위에 지그시 누른다.) 너도 나한테 예쁜 짓 한 적 없잖아. 늘 네 생각만 하지? (숨결이 닿을 듯 가까워지더니 입술에 얹은 손가락이 턱선 쪽으로 미끄러지듯 옮겨간다.) 나랑 키스할 수 있어? 그럼 예쁜 짓으로 쳐줄게. 받아줄 수도 있고.
 
August 30, 2025 5:40PM연나기:당연히 달라지지, 시발 새끼야!!! (외로 솔직한 고함이 네 고막에 때려박힌다. 열이 뻗쳤는지, 네 담백한 대답에 부끄러워서 그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지 뺨이 시려워서인지 모를 새빨간 낯이 널 향했다.) 적어도 니 새끼가 나한테 왜 그랬는지에 대한 명분이 생기잖아! 어, 어. 이제 이해가 가네, 이 자식 날 좋아해서 그런 거였어⋯⋯! (어째 본인도 말을 이을수록 버거워 보이는 건 기분 탓일 것이다. 시발, 우리 학교 동성애 금지인데⋯⋯. 이러다 잡혀가면⋯⋯. 아, 몰라 시발.)
너, 너 이거 학칙 어기는 거⋯⋯. (낯이 가까워짐에도 끝까지 노려볼 심산인 건지 잔뜩 벌개진 얼굴만 슬 뒤로 물리는 것으로 그친다. 거부라고 하기엔 소극적인 움직임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아무튼, 입술 꾹 닫은 채 두 손으로 네 어깨를 밀어냈다.)
절대 할 생각 없, 거든⋯⋯?! 내가 누구 좋으라고 예쁜 짓 할 인간 같냐?! 설— 마 이런 것도 모르고 좋아했던 건 아니지? (폭주.) 만약 그런 거면 넌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인 거다. 이 머저리 같은——!!! (⋯⋯)
 
August 30, 2025 5:49PM조원필:(제 고막을 울리는 대답에 아찔해져 눈을 감았다 뜬다. 새끼 목청은 더럽게 좋네...) 야, 귀 안 먹었으니까 제발 좀… (바람에 날려 네게 튈까 봐 난간 밖으로 담뱃재를 털어냈다.)
어~. …그래. 나 게이야. 남자 좋아한다고. 그래서 이 개같은 학칙 따위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거든? 네가 이성애자든 말든 상관없겠지. 내 감정은 일방적이니까 너한테까지 불똥 튀진 않을걸?
애둘러 말해도 못 알아 먹길래 일부러 그러나 했는데.... 내 감정도 명분으로 쳐주는 거지. (도망가지 못하게 네 허리 손으로 끌어온다.) 근데? 넌 나 싫어하잖아. 흥미는 있어 보이네, 남자랑 입술 맞대는 거. (네 의사 따윈 무시한 채 입술을 무작정 붙인다. 손에 들린 담배는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신발로 무자비하게 짓이겨 버린다.)
 
August 30, 2025 6:06PM연나기:(적어도 계속 제 곁을 맴도는 이유 하나만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 가장 복잡하면서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감정. 행위의 이유로써 들먹이기 딱 좋지 않은가,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은.) 이, 이거 안 놔 이 새끼야? 나 하기 싫다고 말 했, (——읍,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입술 부딪히는 속도가 더 빨랐다. 반사적으로 눈이 감기며 무언의 감정이 올라오려는 걸 버티고자 네 옷가지를 다시금 꽈악 잡았다. 바람이 이다지도 격동하는데 네가 머금고 있던 담배 냄새만이 집요하게 코 끝을 찔렀다.)
 
August 30, 2025 6:16PM조원필:(이 행위로 넌 날 다시 생각하게 될까. 입술 한 번 부딪쳤다고 큰 관계를 바라진 않아도… 기대는 해볼 수 있잖아. 사랑이라는 일방적 감정으로, 네게 구애한다는 명목으로 붙어있을 수 있으니까. 그래, 이 모든 걸 사랑이라고 정의해버리자.)
(난간에 널 기대게 하고, 양손으로 네 몸을 가둔 채 다시 고개를 내밀어 혀를 옭아맨다. 제 나이에 맞지 않는 키스를 능숙하게 이어가며 욕망 섞인 눈으로 널 응시한다. 네가 온전히 내 것이 된다면,.... 맞붙이던 입술을 잠시 떼고서 네 반응을 살핀다. ) 싫어?
 
August 30, 2025 6:25PM연나기:읍, 읏⋯, (당연하지만, 보수적인 집안 아래서 나고 자라 스태그필드의 엄격한 학칙을 지키며 생활하던 놈이 타액을 교환하며 숨 쉬는 법을 알 리 만무하다. 간신히 참았던 숨을 내쉬자 침이 한 방울 떨어졌다.) 하아⋯⋯.
(이제 슬슬 다물어도 될 텐데 입 닫는 걸 까먹은 건지 여전히 조금 열려 있는 채. 얼굴이 된통 붉어진 채 수벽으로 네 가슴팍을 한 대 쳤다.) 진짜⋯, 미친⋯⋯. (——처음이라고. 근데 거기까진 자존심 상해서 못 말하겠다, 시이발.)
(처음이라서, 그래서⋯⋯ 심장이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뛰었다. 고작 입술 맞부딪힌 걸로 마음이 동할 리 없어. 그냥, 처음이라 그래. 처음이라. 동공이 혼란스러운 감정을 방증하듯 잘게 흔들린다. 황급히 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 ⋯⋯그만! 더 안 할 거야⋯⋯. (위험하다고⋯⋯.)
 
August 30, 2025 6:29PM조원필:양아치 새끼한테 키스 당한 감상은 어때?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네 입술을 손가락으로 훑어준다. 턱 살짝 위로 올려 입 닫아주는 것도 잊지 않고.) 넌 처음인가봐. (능숙하지도 않고, 그대로 얼어서는..)
알았어, 더 안 할게. (시선이 아래로 내려간다.) 혼자서 만져본 적은 있어? 그 정도로 순진한가 해서.. 뭐, 내가 알려주면 되니까. 싫다는 건 아냐. (네 목에 고개를 부빈다.) 다른 사람 끌어들이지 마. 알겠지?
 
August 30, 2025 6:39PM연나기:당연히 안 좋지 뭔 특별한 감상을 기대했냐? (움찔, 입술이 닦이자 고개를 슬 뒤로 내뺐다.) 전혀 아니거든⋯⋯?! (자존심이 깎여나가는 걸 방어하기 위해 뱉는 티 나는 거짓말.)
(이어지는 소리엔 반사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 대놓고 훓는 시선으로부터 어째 숨어야 할 것 같아서 어정쩡하게 팔로 몸 일부를 가렸다.) 무, 뭔 개소리야? 헛소리 하지 말고 이제 꺼져⋯⋯! (살결에 머리카락이 간지러워 어깨를 잡고 그대로 널 기숙사 방향으로 밀었다. ⋯⋯물론 같은 방이라 꺼져 봤자 거기서 거기지만. 이 새끼 설마 방에서 이상한 수작 부리진 않겠지⋯⋯?)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날씨가 사납네요.
 
조원필은 하늘을 올려보더니 투덜거리며 비를 피합니다.
 
그를 따라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나기의 눈에…
 
옥상에 떨어져 있는 낡은 종이 조각이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아까 문을 열 때 그 근처에 끼어 있던 것이
 
떨어지기라도 한 모양입니다.
 
먼저 계단을 내려 간 조원필과는 제법 거리가 있습니다.
 
 
August 30, 2025 6:43PM연나기:(그대로 쭈그려 앉아 종이 조각을 주웠다.)
3개월마다, 한 번씩⋯⋯. 원하는 제물?
(순간, 등에 소름이 끼쳤다.) 원한다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네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이 머문다. '우리'의 방에만 사슴의 두개골이 걸려 있는 이유가 혹시, 그것의 결정이라면 너는⋯⋯.)
 
가만히 사감용 학칙을 읽고 있노라면,
 
밑에서 조원필이 소리쳐서 나기를 부릅니다.
 
August 30, 2025 6:46PM조원필:뭐해, 곧 자정이야.
'그것'이 우릴 노릴지도 모르잖아.
버니스 꼴이 날 순 없으니까.. 돌아가자.
 
August 30, 2025 6:48PM연나기:⋯⋯ (꿀꺽, 침을 삼키고 서둘러 일어나 네게로 향했다.) 알았으니까 재촉하지 마.
(무슨 생각이야? 너는⋯⋯.)
 
그렇게 조원필을 따라 방으로 내려오면, 곧 점호 시간입니다
 
방으로 돌아오면 자정이 되기 직전입니다.
 
August 30, 2025 6:49PM조원필:아슬했네..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창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친다.)
혹시 모르잖아.
 
August 30, 2025 6:50PM연나기:⋯⋯그래, 너 알아서 해라. (침대에 털썩 앉은 채 사색에 잠겼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연구해왔던 신화서가 사라져 있음을 발견합니다.
 
'상식적' 으로는 조원필이 범인일 리가 없습니다.
 
줄곧 함께 있었잖아요,
 
줄곧…….
 
August 30, 2025 6:52PM조원필:피곤해? 하긴,.. 계속 책만 들여다봤으니까. (네 앞에 서더니 바닥에 앉아 널 올려다본다.)
 
August 30, 2025 6:53PM연나기:누구 때문에 씨, 피곤한데⋯⋯. (그 상태로 너 째려본다. 화풀이지만. 입가에 머무는 시선을 황급히 거두고 되려 제 입술을 닦았다. 그런다고 의식하고 있는 게 보이지 않을 리 없지만.)
 
August 30, 2025 6:56PM조원필:창문도 가렸고, 더 할 수도 있는데.. (네 무릎에 양손을 얹고, 그 위에 얼굴을 기댄다.) 내가 푹 잘 수 있게 재워줄게. (째려보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그랗게 눈 뜬다.)
 
August 31, 2025 12:34PM연나기:(움찔, 몸을 슬쩍 뒤로 물리지만 의미가 없다. 재워준다는 말은⋯) 내가 애냐? 필요 없거든.
(⋯속뜻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그 정도의 대답으로 그친다. 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도 고개가 닿은 부분이 뜨겁다. 어색한지 슬쩍 신화서를 두었던 곳으로 시선을 뒀다.)
⋯⋯그 책, 없어졌는데. 네가 다른 데로 옮겼어? (하기사 아무 곳에나 올려져 있으면 안 되는 책이긴 하다.)
 
August 31, 2025 12:38PM조원필:한 번 빼고 자면 푹 자잖아. 토닥거리면서 재워주는 걸 생각한 거야? (순진한 건지, 일부러 이러는 건지.. 전자가 더 가까워 보이긴 하네. 네 말에 책상 위로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다시 네 얼굴을 응시한다.)
아니,.. 누가 우리 방에 들어온 건가? 난 손 댄 적 없는데.
 
August 31, 2025 12:40PM연나기:미미미미, 미쳤⋯⋯!!! (그제야 이해했다. 차라리 순진한 척 연기하는 거였더라면 이보다는 덜 민망했을까. 아, 또 열이 오른다. 저리 가, 미친 놈아⋯⋯ 따위의 말을 지껄이며 널 손과 발로 밀어냈다.)
(순간, 조금은 불길한 기운이 발 끝에서부터 서서히 기어오르는 감각을 느낀다. 밀어내던 손을 잠시 거두며) 넌 왜 이렇게 태연해. 그 신화서⋯⋯. 누가 가져가면 큰일 나는 거 아냐?
아깐 다른 사람 끌어들이지 말라면서 ⋯⋯ (화악, 불과 몇 분 전의 감촉이 떠올랐는지 귀 끝이 또 빨개졌다.) 아무튼 그렇게 말했잖아!
 
August 31, 2025 12:47PM조원필:아, 왜애. (바닥에 손을 짚고서 버티고 있는다. 진짜 도련님이 맞다니까... 고갤 저으며 입꼬리를 올리더니 아예 자리를 옮겨 네 옆에 걸터 앉는다.)
그게 신화서인지 뭔지 난 몰랐는데. ...거기에 무슨 내용이 적혀있는데? (덩달아 표정이 심각해진다.) 혹시 계속 소지하고 있어야 했던 거 아냐? 마법의 책이라 진짜 발이 달렸다거나..
응. 다른 사람은 싫어. 너랑 나면 충분하잖아. (아냐? 네 손을 손끝으로 건드리다 손가락을 옭아매며 잡는다.) 걱정 마, 내가 찾아볼게.
 
August 31, 2025 12:56PM연나기: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좀! (제게 맞춰주려는 건지, 한껏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에 반해 뱉는 내용이라곤 터무니없어서 되려 짜증이 났다. 이 자식, 좀처럼 진지하질 못하잖아. 봐, 지금도 이렇게 이상한 짓거리만 할 심산이지. 나 이런 건, 진짜⋯⋯. 윽,)
(손가락을 어정쩡하게 굽힌 채 상체를 슬쩍 뒤로 기울였다. 너를 피하고자 함이 맞으나.) 내가 너보다 공부를 잘 하는 건 맞는데, 괴물을 물리치는 힘 같은 것도 없고, 그 이상으로 너한테 도움이 될 지는⋯⋯.
(어째 다시금 묘한 분위기가 되자 동자만 굴려 조심스레 널 쳐다봤다.)
 
August 31, 2025 1:03PM조원필:안될 건 뭐야, 너도 확신은 없잖아. 어차피 자정이라 책 찾으러 돌아다니지도 못하니까.. (버니스처럼 허릴 내밀었다 잘리는 네 모습도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만큼 큰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진지하게 안 들렸음 유감이고.) 나한테 좀 더 신경 쓰는 건 어때?
....그래. 너 머리 똑똑한 것도 다~ 알겠는데. 도움이 될까 싶다느니의 말은 하지마. 역경도 같이 헤쳐 나가야 하는 거 아니겠어? 넌 내가 있고, 난 네가 있잖아.
(손을 단단히 움켜쥔다.) 그러니까, 나기. (힘을 실어, 침대로 네 몸을 눕히듯 밀어붙인다. 꾹 닫힌 창문으로 방 안은 고요하고, 거친 숨이 맞부딪히는 소리만 귓가에 맴돈다.) 여기에만 집중해.
 
August 31, 2025 1:20PM연나기:⋯⋯이미 충분히 신경 쓰고 있어! (그도 그럴 게 지금 제 머릿속에 있는 인물이라곤 유일하게 너 하나 뿐인데. 반복되는 일상 속, 착실하게 구축된 고요하고도 지루한 정신을 잔뜩 헤집어 놓곤 한다는 말이 '좀 더 신경 쓰라' 라니. 이 이상으로 뭔갈 바라는 거야? 말이 안 되잖아. 시야가 뒤바뀌자 놀란 마음에 미간이 조금 구겨졌다.)
내가 네 유일한 존재가 되길 바라는 거야? (꿀꺽, 침을 삼켰다. 집중하라니, 이미 내 시야엔 너 밖에 존재하지 않는데⋯⋯.)
 
August 31, 2025 1:38PM조원필:(손아귀에 힘을 풀지 않은 채, 고개를 낮춰 눈을 맞춘다. 숨결이 가깝다 못해 얽혀드는 거리다.) 응. 내 '유일'이 되면 좋겠어. (그래, 바로 지금처럼… 네 시선이 오로지 나한테만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네 표정, 손끝의 습관적인 움직임까지 전부 지켜 봤거든. ...욕망으로 점칠된 시선을 숨기는 것도 이제 그만두려고.)
여전히 내가 싫어? (네 대답을 듣기도 전에 입술이 닿는다. 이건 확인이자 시험이다. 너도 나와 같은 불을 품었는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지...)
 
August 31, 2025 1:54PM연나기:⋯⋯! (입술이 닿는 동시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네 입술이 여린 살로부터 뺨을 타고— 그대로 목가에 닿았다.) 아, (이런 걸 바란 건 아니었기에 어깨를 움츠리며 숨을 크게 들이켰다. 네가 묻는 질문은 어쩐지, 더 이상 물리면 안 될 것 같아서.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커튼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대답했다.)
그렇게 싫으면 이러고 있겠냐고⋯⋯! 나 좋아한다며. 그럼 알 거 아냐, 나 아무나 곁에 안 들이니까, (그만—— 이 이상으로 뭔가 더 나아가려 하지 마. 이상해질 것 같다고⋯⋯. 제발,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품은 불이 금방이라도 옮겨붙을 것 같아 품게 된 두려움은, 그로부터 파생되는 감정이 있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완곡한 거절이라기엔 무리가 있다.)
(텁, 조금이라도 거리를 벌리기 위해 왼 손을 네 가슴팍에 얹었다. 수벽을 통해 전해지는 심장 박동이 그 어느때보다 선명하게 느껴졌다. 행동이 이렇게 막무가내임에도 박동하는 간격이 소름돋게 정직하다.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
 
August 31, 2025 2:06PM조원필:(왜 피하는거야, 섭섭함이 몰려오는 동시에 입술이 목에 닿자 자연스레 벌린 이빨이 살을 문다. 그럼 더 주저하지 않아도 되겠네. 내 거라는 표식—가장 직관적이니까. 양아치랑 한 방을 쓰다보니 휘말렸다고 말하기엔 대놓고 학칙을 어겨버렸네, 나기. 사감이 보면 기겁하겠는 걸.. 짐승마냥 목덜미를 핥다 네 위에 누워 무게를 실어 끌어안는다.)
응, 잘 알지. 네가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것도, 이런 행위를 못 견디는 것도. (빈틈없이 널 끌어안았다가 벌어진 거리에 상체를 일으키며 물러선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울거야. 버니스의 일도, 게이먼의 일도, 이 학교의 숨겨진 진실도. 하지만 나기. 넌 분명 할 수 있을 걸. 넌 똑똑하잖아. 내가 뭘 원하는지, 찾을 수 있을거야.)
이만 잘까? (뒷목을 쓸어 내리며 널 내려다본다. 마음 같아선 끌어안은 채 네 목에 코를 박고 자고 싶지만, 징그럽다며 밀쳐낼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니까.)
 
August 31, 2025 2:42PM연나기:힉, (아⋯⋯! 이빨이 살을 파고드는 생경한 감각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면 반응을 달리할 수 있었을까. 놈 잡아먹히는 초식동물마냥 몸을 움츠리며 떨기만 하는 것이 고작이다.) 왜, 왜 핥는 거, 야! ⋯⋯. (이 역시 알 리가 없다. 혀가 지나간 자리에 비죽 소름이 돋는다는 걸 제외하면 전혀 좋다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표식용으로 남길 수도 있다는 걸 깨닫기엔 아직 덜 자랐다. 물론, 며칠은 더 갈 자국이 남는다는 것도. 몸이 너무 딱 붙어 있어서, 이상해⋯⋯. 이거.) 하⋯⋯.
(짓누르던 무게감이 사라지자 폐가 팽창하며 숨을 가쁘게 들이내쉰다. 네 입술이 한참을 머물렀던 목가를 어루만지자 손가락에 타액이 묻어났다. 어둠 속에 해가 뜬다면 그 시작은 이 방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발갛게 익었다.) 그렇게 말 안 해도 잘 거니까⋯⋯. 나가! 네 침대로 가라고! (널 밀어내는 발길질은 덤.)
 
조원필은 아쉬운 표정으로 자신의 침대로 갑니다.
 
잘 준비를 해볼까요, 나기.
 
August 31, 2025 2:47PM연나기:(신경질적으로 머리 끝까지 이불 뒤집어쓴다.)
 
August 31, 2025 2:47PM:수상쩍게 생각하는 부분을 정리해볼까요?
 
August 31, 2025 2:55PM연나기:우선, 지난 며칠간 알아낸 사실은 학교가 세워진 곳이 괴물(편의상 사슴의 뿔을 달고 있는 거대한 짐승을 괴물이라고 명명한다.)의 지대라는 것.
학교는 이 괴물과의 계약을 통해 번영이 약속되었으며, 그 대가로 3개월에 한 번씩 지정된 제물을 바쳐야 한다. 학생 모두는 제물이 될 수 있으며, 가장 최근에 바쳐진 지정되지 않은 제물—이 또한 불분명하나—은 버니스. 당최 누가 신화서를 통해 그가 학칙을 어기도록 유인했는지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알 턱이 없다.
추측컨대, 301호에 버젓이 매달려 있는 기묘한 사슴의 두개골이 괴물이 지정했다는 일종의 표식이라면 나와 원필 중 한 사람은 필연적으로 안전하지 않다, 인가. 일단은⋯⋯.
방에 두었던 책은 왜 사라진 거지? 책에 발이 달린 게 아니라면 내가 저 녀석과 10시쯤 자리를 비웠으니 두 시간 사이 출입한 누군가가 있었다는 뜻인데.
(머리 아프다⋯⋯.)
 
─────── ✷ ───────
 
조원필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습니다.
 
적어도 그의 말이 사실인지 검증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의 누군가가 비밀을 감추어 두었다면,
 
그 장소는 도서관 혹은 교무실일 겁니다.
 
고작 3년 머물렀다가 대학으로 떠나는 학생들이
 
음모를 주도할 수 있을 리 만무할 테니까
 
반대로 조원필이 연나기를 어루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데…
 
조원필이 2학년… 무슨 반이었더라?
 
동아리가 뭐였더라?
 
평소에 관련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은 탓인지
 
룸메이트가 된 지 3개월이 모두 흘러가는데도
 
기본적인 정보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교실이나 동아리실 정도를 돌아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자, 학교를 돌아보기 전에, 나기는 학칙을 지키고 있나요?
우선 교복부터 점검해봅시다….
마이는? 조끼는?
 
August 31, 2025 3:00PM연나기:(교복은 평소처럼 단정하지만, 여전히 교표는 착용하고 있지 않다. 목에 생긴 자국은 다음 날 아침 거울을 보고 기겁하며 파스로 가렸으니 문제 없을 것이다, 아마도.)
 
August 31, 2025 3:00PM:지금 시간은 토요일 오후 1시로 통금 시간이나 자습 시간 또한 아닙니다…….
좋아요, 그럼 출발해봅시다.
 
어디부터 갈까요?
 
August 31, 2025 3:01PM연나기:(도서관으로 향한다. 어젯 밤에 언급했지⋯⋯.)
 
 
도서관
 
스태그필드 스쿨의 학생이라면 토요일 오후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여유 따위는 없는 것이 정상이겠지요.
 
골치 아픈 문학 에세이를 써야 하는 불운한 학생들을 제외하면요.
 
탓인지 도서관은 한산하기 짝이 없습니다.
 
들창으로 내리쪼이는 햇빛에 케케묵은 먼지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사서 선생님은 고개를 규칙적으로 꾸벅입니다.
 
데스크 앞에는 표지가 헤진 대 출 명부가 있습니다.
 
옆에 있는 흑판에는 도서 대출 연체자 목록이나 공지 사항 따위가 붙여져 있습니다.
 
지난 이 백 년 동안 과분할 정도로 잘 갖추어진 장서들 은 책장에 빼곡하게 꽂혀 있습니다.
 
자그마한 벌레들이 바닥을 기어다닙니다.
 
◈ 조사 포인트
 
August 31, 2025 3:02PM:사서 선생님
대출 명부
흑판
책장
 
August 31, 2025 3:03PM연나기:(책장을 살펴본다. 혹시라도 관련한 자료가 있겠거니.)
 
책장에서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자료조사 판정 ✷
 
August 31, 2025 3:04PM연나기: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과 책 사이를 헤매던 중에 낡고 케케묵은 종이뭉치를 엮어둔 것을 발견합니다.
 
적어도 몇 십 년,
 
아니, 백 년은 이상 묵은 듯 합니다.
 
주변의 책들은 시꺼멓게 물들어 있고…
 
August 31, 2025 3:06PM연나기:⋯⋯이거 상태가 왜 이래? (관리 안 하나, 라고 생각하며 사서 선생님이 있는 쪽을 한 번 쳐다본다. 조심스럽게 종이뭉치를 빼내어 읽는다.)
 
 
학교 설립자의 기록
3월 12일. 학교 부지로 꽤 괜찮은 땅을 구입했다.
■■■ 파운드.
가격이 저렴하고, 마을과 고립되어 있다.
잠자코 처박혀서 공부하기에 딱 알맞으므로 레싱 백작 부인과 같은 이들은 열광하며 가문의 말썽꾸러기들과 골칫거리들을 보낼 것이다.
암시 마법을 통해 그들을 점잖은 사교계의 인사로 개조시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사업으로 보인다.
 
August 31, 2025 3:08PM연나기:(암시 마법⋯⋯? 그럼, 원래 괴물에게 바칠 목적으로 쓰이던 용도는 아니었던 건가, 교표가.)
 
August 31, 2025 3:08PM:한 번 소문이 나면 많은 귀족들이 만만치 않은 학비를 내고서라도 스태그필드에 아이들을 보낼 것이다.
이미 피겔 선생과 하운드로부터 긍정적인 답신을 받았다.
조직에 연락하여 더 많은 마법사들을 선생으로 위장시켜 영국으로 데리고 올 생각이다.
자금을 모으면 '진정한 사업'에 돌입해야 한다. 왕가의 자식을 데려올 수만 있다면…
4월 9일.
지금까지는 불안할 정도로 일이 원활하다.
 
August 31, 2025 3:09PM:하지만 불길한 조짐이 남아 있다. 공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인부 중 지역 주민은 없다.
이 근방에서 오래 살았다던 늙은이가 와서 이 숲의 나무를 베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고 갔다.
4월 13일.
인부 중 하나가 숲에 소변을 보러 갔다가 급성 심장마비로 죽었다.
거울에 검은 사슴의 형체가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선생 중 하나가 '지나치게 불길해서 일을 할 수 없다'면서 자리를 떴다. 그러나 포기하기에는 이미 들인 돈이 많다.
 
August 31, 2025 3:10PM:은행에 빚까지 졌으므로 일을 진행해야 한다.
4월 19일.
■■■■ ■■ ■ ■ ■ ■ ■ .
4월 20일.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 오래된 숲에는 몇 천 년전부터, 아니, 어쩌면 영국이라는 나라가 건국되기 전부터 자리해온 괴물이 있었다.
그 괴물의 모습은 부패한 지 열흘을 지난 숫사슴의 시체를 말 수백 마리가 마구 짓밟고 지나간 듯 한 모습이다.
 
August 31, 2025 3:11PM:피와 진흙 냄새가 섞인 괴이한 악취가 난다. 그 괴물은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고, 그 괴물에 대해서 서술한 옛 기록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으나 우리의 공사와 우리가 끌고 온 마법적인 힘이 괴물을 깨운 듯 싶었다.
그 괴물은 아주 오래 전 고향을 떠나 지구로 왔다고 말했다.
3개월마다 한 번씩 학생을 제물로 바치면, 자신의 힘을 이용해 학교를 번영시켜주겠다고 이야기했다.
4월 21일.
조직의 사람과 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꽤 긍정적이었으나 문제는 우리가 귀족과 부르주아지들을 대상으로 일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August 31, 2025 3:12PM연나기:(그러니까. 근데 여태껏 아무 일도 없었다고?)
 
August 31, 2025 3:12PM:국가의 내사가 진행되면 '사업'을 그르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괴물은 물건에 암시 마법을 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암시를 통해 학생들의 기억을 조작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만한 집안의 아이들'을 바치라고도 요구했다.
5월 21일.
나와 괴물은 오랜 상의를 거쳤다. 나는 표식을 지니고 있는 학생은 공격하지 말아달라고 다소 강제적으로 부탁했다.
 
August 31, 2025 3:13PM연나기:⋯⋯하!
 
August 31, 2025 3:13PM:괴물이 실수로 흘린 정보 때문에 나는 그런 괴물을 쫓아내는 앙크를 들먹이며 그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게 된 셈이었다.
그러자 괴물은 '정해진 시간 외에, 정해진 표식을 지니지
않고, 정해진 장소에 있지 않은 모든 학생은 자신의 먹잇감이 되며, 이 '규칙'을 어긴 학생들은 3개월마다 받기로 한 인신공양과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August 31, 2025 3:14PM연나기:(그랬군. 그래서 버니스가⋯⋯.)
 
August 31, 2025 3:14PM:대신 괴물은 학교 전체에 토트의 영창을 외워 학생들의 우수성을 담보하기로 했다.
5월 23일.
표식은 '백합'으로 하기로 했다.
우리는 모든 기숙사 방 안에 백합 모양의 장식을 달고, 탈부착이 가능한 넥타이핀을 교복에 포함시켰다.
교복에 자수를 넣는 안은 괴물의 다소 폭력적인 반대로 무산됐다.
조앤이 천국에 갔기를 빈다. 이번 일로, 괴물이 언제까지 우리를 내버려둘지 알 수 없어졌다. 우선은 다른 사업은 접고, 학교를 유지하면서 괴물을 제어하는 것에 최우선 목표를 둔다
 
August 31, 2025 3:15PM:5월 24일.
공사를 재개했다.
 
페이지는 여기서 끝이 납니다.
 
August 31, 2025 3:17PM연나기:(잠깐. 분명 그 자식은 교표를 달지 않아야 암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불길한 기운이 다시금 엄습한다. 정해진 시간 외에, 정해진 장소에 있지 않으면 제물로 바쳐진다는 건 이해했어. 그런데 정해진 표식을 지니지 않으면 그 또한 문제가 된다고?)
그럼 교표랑 암시 마법은 서로 관계가 없는 거잖아. (하지만 분명 그 땐 암시에서 풀렸었는데. 그저 우연인가?)
(네 감정을 들쑤셔 뱉게 하는 것 만으로 너에 대해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모양이다. 스멀스멀⋯⋯. 마음 한 켠에서 불안의 싹이 함께 자라기 시작했다.)
(불안한 듣 손톱을 물어뜯으며 흑판으로 향했다.)
 
 
흑판
 
흑판의 연체자 목록을 살피면,
 
며칠 단위로 연체한 학생들도 있지만 심하게는 연 단위로 책을 반납하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들은 나기가 처음 보는, 모두 낯선 이름들입니다.
 
이 좁은 학교에 3년이나 살면 같은 학년이 아니더라도 모두 얼굴과 이름 정도는 익숙해질 법한데 말입니다.
 
그토록이나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은 학생들은 같은 책을 빌렸습니다.
 
 
<맥베스>
 
연체자 목록 중 마지막은...
 
버니스입니다.
 
August 31, 2025 3:24PM연나기:(미간 찌푸린다. 그 책이 어떤 트리거라도 되나⋯⋯.)
 
그린, 리우, 핀저……
 
이런 이름을 가진 학생들이 학교에 있었던가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전혀…
 
불현, 낯설면서 익숙한 얼굴들이 뇌리에 나타납니다.
 
웃을 때마다 살짝 보이던 덧니,
 
시험 기간에 나눠주던 초콜릿, 옆구리를 찔러대며 건네던 쪽지……
 
추억들의 파편을 그러모으다 보면
 
아주 서글프고 끔찍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들은, 모두, 모두, 지나치게 가난한 집안의…
 
장학금을 받았고…
 
무엇보다, 나기,
 
 
다들 당신과 제법 친했던 이들 아닌가요?
 
어떻게 이들을 모두 잊어버릴 수가 있지?
 
✷ 이성 0/1d3 판정 ✷
 
August 31, 2025 3:26PM연나기: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순간 울컥, 하고 무언가 올라오려는 기분을 느낀다. 토할 것 같아⋯⋯.)
(조금은 물기젖은 눈으로 서둘러 대출 목록을 확인한다. 그 망할 책에 발이 달려서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왔다면 누군가, 또 이 책을 빌린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도서 대출 연체자 목록에도 있는 이름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버니스가 마지막이군요.
 
August 31, 2025 3:30PM연나기:(⋯⋯죽은 이의 이름을 다시 보자 나오는 안도의 한숨. 기만적이다.)
⋯⋯안녕하세요. (사서 선생님에게 인사한다. 감정이 갈무리가 안 되어 어떤 말을 건네야 좋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지능
기준치: 82/41/16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서 선생님은 졸기에 바빠 나기가 이름을 불러도 쉽게 깨어나지 못 합니다.
 
August 31, 2025 3:32PM연나기:⋯⋯ (하아, 작은 한숨. 주변에 살필 것이 있으려나. 원칙적으론 깨워드려야 하지만.)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볼 게 없네.)
 
어디로 갈까요?
 
August 31, 2025 3:33PM연나기:(기웃거리다 포기하고 교무실로 향한다.)
 
 
교무실
 
교무실에는 당직을 서는 선생님들 두엇만 남아 있고,
 
남은 책상들은 주인을 잃은 채 텅 빈 상태입니다.
 
주말이니 수상한 일은 아닙니다.
 
공교롭게도 2학년 담당 부장 선생님은 자리를 비운 상태입니다.
 
교무실 벽면에는 책장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 조사 포인트
교무실 책상
2학년 담당 부장의 자리
책장
 
August 31, 2025 3:36PM연나기:(2학년 담당 부장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책상을 살피기로 한다.)
 
2학년 학생들의 전체 명부를 입수합니다.
 
나기는 A부터 차례대로 읽어내려 갑니다.
 
아보트, 아놀드, 앤더슨……
 
끝까지 읽어도 이 중 기숙사 명부에서와는 다르게
 
 
조원필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August 31, 2025 3:40PM연나기:⋯⋯?
뭐야?
(다시 읽어봐도 그대로인가? 재차 꼼꼼히 다시 확인한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다시 읽어도 같은 내용입니다.
 
August 31, 2025 3:40PM연나기:(침⋯⋯ 침.)
말도 안 돼. 학생도 아닌 게 룸메이트라고? (설마⋯⋯. 누락된 거겠지. 애써 외면하며 다른 단서는 없는지, 교무실 책상을 확인한다.)
 
학생 출석부나 에세이가 너부러져 있습니다.
 
August 31, 2025 3:44PM연나기:(에세이는 필요 없어. 출석부를 본다.)
 
명부에는 있지만 나기의 기억 속에는 없는 이름들을 몇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름들 옆에는 하나 같이 3개월 주기로 이어지는 날짜와
 
Ex라는 글씨가 나란히 쓰여 있습니다.
 
August 31, 2025 3:46PM연나기:Ex⋯⋯. 더 이상 속하지 않는⋯⋯.
(조원필의 이름도 있나? 확인한다.)
 
조원필의 이름은 없습니다.
 
August 31, 2025 3:47PM연나기:⋯⋯.
(말 없이 책장을 살핀다.)
 
연구용 교과서나 졸업 앨범 등이 꽂혀 있습니다.
 
August 31, 2025 3:49PM연나기:(⋯⋯연구용 교과서는 별 거 없을 것 같은데. 졸업 앨범을 확인한다.)
 
✷ 자료조사 판정 ✷
 
August 31, 2025 3:49PM연나기: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앨범을 살피던 중, 무려 10년 전의 앨범에서 조원필의 얼굴이 보입니다.
 
비슷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기에는…
 
쌍둥이가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닮을 수가 없습니다.
 
August 31, 2025 3:50PM연나기:응? (미간 찌푸리며 자세히 본다.)
 
조원필은 드문드문 앨범에 출현합니다.
 
때로는 4년 전,
 
때로는 17년 전,
 
때로는 43년 전,
 
모두 같은 이름과 생김새로.
 
August 31, 2025 3:51PM연나기:⋯⋯?
지능
기준치: 82/41/16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뭐야? (그냥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기 시작했다.)
 
조원필의 정체는.. 대체 뭘까요?
 
August 31, 2025 3:52PM연나기:⋯⋯(그대로 앨범을 덮었다. 학생인 줄 알았는데 존재하지 않았고, 없는 존재라고 하기엔 과거 기록이 남아 버젓이 존재하니 너를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혼란스러운 머리를 뒤로 하고 동아리실로 향했다.)
(⋯⋯정체가 뭐야? 너는⋯⋯.)
 
 
동아리실
 
회화·조각·성악·합창·문예창작·사격·승마……
 
스태그필드는 여러분에게 꼭 필요한 교양 교육을 동아리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익숙한 조각상들이 놓여 있습니다.
 
August 31, 2025 3:54PM연나기:(살핀다.)
 
✷ 관찰 판정 ✷
 
August 31, 2025 3:54PM연나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조원필 때문에 잠시 정신이 흐트러졌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다시 살핀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대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 하는 걸까요?
 
그리 생각하던 참에…
 
동아리실의 지하로 향하는 문에 진흙 발자국이 나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지금까지 어째서 알아보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로
 
눈에 띄는 위치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선이 가지 않았었습니다.
 
August 31, 2025 3:56PM연나기:(조금 전에 누군가 들어간 거야. 조금 위험해 보이지만⋯⋯. 일단 더 이상의 생각은 않고, 따라 들어가기로 한다.)
 
동아리실 지하로 내려가는 길, 먼지가 훅 내려앉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둠 속에서 사악하고 모독적인 광경이 이를 드러냅니다.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요.
 
이전에 맡아본 적이 있는 냄새가 코를 들쑤십니다.
 
 
늪의 냄새.
 
썩어가는 나뭇 잎, 진흙 속에 잠기는 새의 가느다란 뼈, 바닥을 기며 뻗어나가는 덩굴.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이란 생명은 잡아 삼키고 썩히고 부패시키는 것……
 
냄새에도 소리가 있다면,
 
이것은 열백裂帛입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진흙으로 만들어진 발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진흙은 축축합니다.
 
이 방의 주인이 이곳을 벗어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듯 합니다.
 
August 31, 2025 3:58PM연나기:윽, (팔로 코를 가리고 자세히 살핀다. 주인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면 조금 더 머물러도 괜찮을 것 같아서.)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발자국을 살피면, 지상과 가까운 부분은 '인간의 신발'과 흡사하지만
 
아래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짐승의 발굽 모양을 닮도록 변합니다
 
지하로 완전히 내려가는 부분은 어둠에 완전히 잠겨 보이지 않습니다.
 
August 31, 2025 3:59PM연나기:⋯⋯괴물?
 
피부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납니다.
 
계속 해서 진행하는 일이 현명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대로 모든 증거를 무시하고 도망치는 일도 현명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나기?
 
August 31, 2025 4:00PM연나기:(도망칠 거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 계속 진행한다. 설령 그 끝이 제단으로 향하는 길일지라도.)
 
캄캄한 곳입니다.
 
한 번도 태양을 본 적이 없는 듯한 어둠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전, 나기의 눈을 뒤덮었던 바로 그 늙고 어린 어둠입니다.
 
사방에 뻗쳐 있는 적의에 피부가 베인 듯 아려옵니다.
 
겨냥하는 이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뻗어나가기만 하는 그 악의는,
 
 
사슴뿔과 꼭 닮았습니다……
 
조금 뒤에야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송장 옆에 몸을 뉘인 듯 공기는 서늘합니다.
 
이 학교의 지하에는 늪이 웅크리고 있었던 겁니다.
 
몇백 년, 몇천 년, 혹은…
 
감히 영겁이라고 빗댈 만한 세월이 흐를 동안, 내내.
 
✷ 이성 0/1D3 판정 ✷
 
August 31, 2025 4:04PM연나기: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행운 판정 ✷
 
August 31, 2025 4:04PM연나기:
운
기준치: 67/33/13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손으로 주변을 더듬어 나가던 중,
 
무엇인가 딱딱한 것이 잡히지만,
 
그 94 순간 바닥을 메운 진흙에 발이 미끄러졌습니다.
 
쿵!
 
심장이 거세게 박동하는 소리와 함께,
 
기포가 들끓는 소리가 울립니다.
 
무엇인가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August 31, 2025 4:05PM연나기:아! ⋯⋯
 
우선 손에 쥔 것을 챙겨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August 31, 2025 4:05PM연나기:(움찔,) 뭐, 뭐야?!
(손에 들린 게 뭔지도 모른 채 갖고 나간다.)
 
있으면 있을수록 기분 나쁜 장소입니다.
 
그 어떤 수사도 이곳을 적확히 묘사하지는 못 할 겁니다.
 
꺼림칙하고, 울적하고, 사위스러운 곳.
 
움직일 때마다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물건들이 자꾸만 부딪히는데,
 
쨍그랑, 쨍그랑, 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으스스하고 소름이 끼칩니다.
 
그 소리 자체가 소름이 끼치다기보다는,
 
마치 주술 의식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듭니다.
 
주술 의식?
 
그 단어가 마음에 걸립니다.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설명하기에
 
그보다 더 적절한 단어는 없습니다.
 
✷ 지능 판정 ✷
 
August 31, 2025 4:07PM연나기:
지능
기준치: 82/41/16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곳의 주인이 어떠한 주술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 주술이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지는……
 
'그 책'을 찾는다면,
 
그 책에 나와 있지 않을까요.
 
August 31, 2025 4:08PM연나기:⋯⋯.
역시 그 책⋯⋯. 찾아야겠어.
(지하실을 빠져나와 손에 쥔 것을 확인한다.)
 
햇살이 닿은 순간,
 
찬란히 빛이 났습니다.
 
순금입니다.
 
아주 귀한 마법 재료죠.
 
동시에 태양을 지키고 어둠을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비책입니다.
 
스태그필드의 학생이 세상 한 번쯤 구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August 31, 2025 4:11PM연나기:⋯⋯. (꿀꺽, 그 찬란함에 잠시 이성을 잃을 뻔 했다. 혹여 잃어버리기라도 할까봐 고이 주머니에 넣고 서둘러 동아리실을 뜬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교실.)
 
 
교실
 
2학년과 3학년을 모두 합해봤자 채 삼 백 명을 넘지 않는 곳입니다.
 
'명문' 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학교들이란 으레 그러하잖아요.
 
전국에서 똑똑하기까지 한,
 
혹은 그저 똑똑할 뿐인 아이들을 조금씩 긁어모아서,
 
그 아이들에게 지식과 함께
 
저는 남다르다는 생각을 주입시키고,
 
자만심과 이기심을 비료로 주며 키우는 온실.
 
이튼은 총리와 왕자들의 이름을 내세우고,
 
해로우 스쿨은 윈스턴 처칠을 이야기하죠.
 
백과사전에 업적이 수록되고,
 
자신과 연인의 이름을 학명으로 남기는 백인들을
 
동문으로 자랑하는 습성은
 
스태그필드도 예외는 아닙니다
 
 
옥스포드, 케임브릿지, 러셀 그룹, 아이비리그
 
외의 대학교에는 아예 학생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자랑이며,
 
않겠다는 것이 스태그필드의 다짐이었습니다.
 
그렇게 동문들의 이름을 내세워 으스대기 위해서는,
 
어떤 아이들이 동문의 자격을 갖출지 면밀히 기록해야 합니다.
 
어떤 학생이 어느 교실을 썼고, 무엇을 공부했으며,
 
성적을 몇 점이나 받아냈는지……
 
그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 적은 교실 중 어느 곳도 조원필이 남긴 흔적을 간직하고 있지 않습니다.
 
조원필은 어떤 수업을 들었었죠?
 
하나하나 곱씹다보면,
 
August 31, 2025 4:14PM연나기:⋯⋯몰라.
 
조원필과 나기의 수업 은 2년 동안 단 하나도 겹치지 않았습니다.
 
August 31, 2025 4:15PM연나기:(——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아무리 우연이라도 이건.)
 
대학에 가기 위해서 봐야 하는 시험과
 
과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이 학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조원필은 이 학교에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 같습니다.
 
August 31, 2025 4:17PM연나기:(마른 세수한다. 넌⋯⋯. 뭐야? 뭔데 나를 의도적으로 괴물에게 노출시키면서도 지키려는 것처럼 굴지? 왜 존재하지 않으면서 내 곁에 머물고 싶어하는 거냐고.)
 
✷ 이성 0/1 판정 ✷
 
August 31, 2025 4:17PM연나기: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멕베스를 찾아야해요.
 
...있을만한 곳으로 다시 가볼까요?
 
August 31, 2025 4:19PM연나기:⋯⋯ (너는 널 이해해 달라 했지만, 널 온전히 신뢰하기 위해서는 한 번의 확인이 더 필요하다. 무작정 조원필을 찾아 달린다.)
 
원필을 찾아 달리던 중,
 
동아리실 근처에서 무언가 발에 채입니다.
 
August 31, 2025 4:21PM연나기:(깜짝.)
(발에 채인 무언가에 가까이 다가간다. 이건⋯⋯?)
 
 
<프나코티카> 입니다.
 
August 31, 2025 4:23PM연나기:이렇게 뜬금없이 발견된다고? (그 때와 같은 냄새가 나는 걸 보니 틀림없는 신화서다. 근데 이게 왜 동아리실에⋯⋯?)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또 얼마가 소요할 지 모릅니다.
 
어디서 책을 읽을까요?
 
August 31, 2025 4:25PM연나기:(동아리실은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니 곤란해. 책을 들고 제 방으로 돌아간다.)
 
✷ 신화지수 판정 ✷
 
August 31, 2025 4:26PM연나기:
크툴루 신화 Roll
기준치: 5/2/1
굴림: 33
판정결과: 실패
 
지하실 안에서 만졌던 물건들의 배치나, 발 밑으로 느껴지던 진흙의 감촉을 생각하면…
 
누군가를 자신의 노예로 만드는 주문을 아주 악질적으로 변형시킨 모양새입니다.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대상이 술자와 닮아간다는 점입니다.
 
괴물은 인간을 자신의 동족,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것으로 만드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종이비행기가 날아와 나기의 뒤통수를 콕 찌릅니다.
 
돌아보면 먼 곳에서 조원필이 히죽거리고 있습니다.
 
August 31, 2025 4:28PM연나기:(언짢은 표정으로 원필을 바라봤다.)
 
August 31, 2025 4:28PM조원필:그거, 펼쳐봐.
 
August 31, 2025 4:29PM연나기:뭐. 같이 보게?
 
August 31, 2025 4:29PM조원필:아니, 네가 좋아하는 학칙이잖아.
 
August 31, 2025 4:30PM연나기:안 좋아하거든? (괜히 짜증 내며 종이 비행기 펼친다. 주는 방법도 가지가지네.)
 
 
지금까지 모아 온 단서를 정리하면,
 
한 가지 결론에 닿게 됩니다.
 
 
당신의 역겨운 룸메이트는 인간이 아닙니다.
 
August 31, 2025 4:32PM연나기:⋯⋯역시 너잖아, 이 괴물 자식이!!! (발끈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 잠시만⋯⋯. 이게 맞다면 나 좆 된 거 아냐? 라는 생각이 살짝 스치긴 했는데. 일어나서 눈치 보는 꼴이 네 입장에선 좀 웃길 것 같다.)
 
당신을 노예로 만드려고 하고 있는,
 
끔찍한 괴물이죠.
 
지금까지 괴물의 옆에서 기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당신은,
 
✷ 이성 1D3/1D6 판정 ✷
 
August 31, 2025 4:33PM연나기: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rolling 1d3
 
(
1
 
)
 
 
=
1
 
그러고 보니, 조원필과 룸메이트가 된 지도 어연 3개월을 눈 앞에 둡니다
 
August 31, 2025 4:33PM연나기:(이상하리만치 정신이 멀쩡하다. 무의식적으로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앞으로 15일이 지나면 룸메이트가 바뀝니다.
 
당신이 만약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다면 말이에요.
 
August 31, 2025 4:35PM조원필:화났어? 너한테 예쁨 받으려고 성질 죽이고 있었는데. (사랑에 빠진 인간처럼 행동도 해보고.)
다시 앉아, 나기.
 
August 31, 2025 4:38PM연나기:하⋯⋯. (슬슬 빡이 치자니 모순적이게도 한 쪽 입꼬리 올려내 조소한다.) 사람 갖고 노니까 재밌었냐? 어따 대고 명령질이야?
괴물 새끼가⋯⋯. 징그럽게 인간 행세나 하면서 숨어 있으니 좋냐고! (<프나코티카>를 네게 집어던졌다.)
네 전 룸메이트한테도 이 딴 식으로 접근했지? 그러다가 잡아먹고. 어?
 
August 31, 2025 4:42PM조원필:(제게 맞고 바닥으로 떨어진 책을 주워 들더니 손으로 먼지 두 어번 털어 책상에 올려둔다.) 소중히 해야지, 네가 어떻게 찾은 책인데. 그치?
왜? 괴물 새끼는 인간 흉내 내면 안돼?
아니, 걔는 학칙을 어겼거든. 이건 네가 처음이야, 진짜로.
난 네가 좋아, 나기.
첫 눈에 반했다는 말도 거짓말이 아니야.
그러니 영원토록 내 옆에 있어.
 
August 31, 2025 4:44PM조원필:나와 동족이 되자.
 
August 31, 2025 4:54PM연나기:뭔⋯⋯ 개 소리야!!! (네 말을 잠자코 듣고 있자니 뻗치는 첫 번째 감정은 분노. 눈 앞의 대상이 괴물이든지간에 소리 지른다. 내가 말했지, 난 너 같은 놈들한테 제일 잘 대든다고.)
이게 뚫린 입이라고 막말이네. 될 것 같냐?! 네가 처 먹은—이라는 말도 제물이라고 하니 그저 추측할 뿐이지만—내 친구들이 한 트럭일 텐데. 내가 그걸 몰라?
이해자 같은 소리 하네. 이 이기적인 새끼가⋯⋯. 넌 네 기분만 중요하지? (말 이어질 수록 점차 눈이 충혈된다.) 친구가, 그것도 가난한 애들만 골라서 죽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머저리마냥 수업 듣고, 처 먹고, 처 자고!
이 좆 같은 학교에서!!!
뭐⋯⋯? 첫 눈에 반해? (하, 비웃나 싶더니 간신히 참았던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August 31, 2025 5:03PM조원필:사과하면 네 기분이 좀 나아져? (그럼 사과하고. 이미 삼킨 인간을 다시 게워낼 수도 없고, 어떻게 한담.. 이 학교의 번영 이유 또한 잘 알면서. 그게 오로지 내 탓이라고? 아니지, 나기. 이기적이고, 오만한 게 인간이잖아.)
날 탓하고 싶음 실컷 탓해. 변하지 않는 사실은,.. 넌 내 제물이니까. (네 턱 밑에 손을 얹는다. 순진하고, 아름다운 내 제물.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고, 영원토록 나와 함께 있어줄 내 제물)
날 버린다는 소리만 하지마. 내가 뭘 해주길 바래? 응? (달래주려는 다정한 투로 네 아랫 입술을 누른다. 입 맞추면 좀 기분이 나아지려나. 네 눈물에도 표정은 미동조차 없다. 영원히 난 널 이해하지 못하고, 넌 날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럼에도 우린 이해자가 되어야 해, 너도 나와 지내다 보면 종국엔 날 이해하게 될걸.)
아, 사랑한다는 말을 했었나 내가,....
 
August 31, 2025 5:30PM연나기:아니, 사과하지 마. (네가 아무리 내게 사과한들, 죽은 이는 말이 없으니 영원히 어둠에 잠긴 채 서서히 가라앉겠지. 의미 없는 문장을 '내가' 들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하면 더 기분 잡칠 것 같으니까.
(명백하게 특수한 목적을 위해 세워진 학교. 그 곳에 입학하고자 결정한 것은 오로지 나의, 그들의 의지이나⋯⋯ 아무도 이런 희생을 원치 않았을 거다. 물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 또한 있기 마련이지만—— 대가가 과하게 크다. 아무도 괴물을 상대로 이런 도박을 하고 싶지 않았을 거라고. 고개가 네 손에 의해 살짝 들려도 물기젖은 눈으로 널 노려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계약을 끝내. 이 학교에서 나가라고. (흠칫, 아랫입술이 눌리자 반사적으로 손이 나갔다. 네 체신을 밀어내는 동시에 이따금씩 타격 없는 강도로 때리기도 한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게 사랑 타령이야. 꺼져버려!
 
August 31, 2025 5:35PM조원필:학교에서 나가면 너도 같이 나가는 거야? (계약을 끝내는 건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냐. 이 학교의 명예, 대학, 진실이 다 들통나버릴 거라고. 그와 동시에 학생들은 모두 갈 곳 없이 낙인 찍히게 될 걸. 나기, 네 말이 마냥 맞기만 할까? 난 너보다 몇 백년, 몇 천년을 더 산 괴물인데. 인간들 구슬리는 건 내가 더 잘 하거든.)
너마저 날 이해하지 않으면 난 누굴 의존해야 해? (난 누굴 사랑해야 해. 네 주먹은 하염없이 가벼운데 심장의 일부가 도려진 것처럼 욱씬거린다. 나와 같은 마음인 줄 알았어, 배신에 대한 눈물이야? ) 화내지마.. (네게 다가서더니 눈물 젖은 볼에 입을 맞춘다.) 내 사랑을 의심 하지마. 맹목적이고, 변함없는 내 사랑을 어떻게 의심할 수 있어.
끝내면,.. 다음은. 날 사랑해줘?
 
August 31, 2025 5:47PM연나기:그런 걸⋯⋯! (더 하려던 말이 있었는데. 학교가 배출한 수많은 인재들이, 친하게 지내던 선배들이, 동문들이 머리를 스친다. 죽음으로써 명을 달리한 이들과 달리, 남은 생을 살아 나가야 하는 지성인에게 낙인이란 죽음보다도 더한 것임을 안다. 말문이 막히자 널 공격하던 손도 멈췄다.)
왜, 왜⋯⋯ 자꾸 누구한테 의존하려 드는데!!! (괴물 주제에. 외로움이란 걸 느끼는 사회적 동물인 것 마냥 배신당한 표정을 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피식자의 심정을 이해할 줄도 모르면서 위로한답시고 제 뺨에 입을 맞추는 것 또한⋯⋯. 단호한 음성이 귀에 꽂히자 드는 감정은 두려움과 경이로움이 섞인, 평생 느껴보지 못한 것이다.)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달라, 다르다고⋯⋯. 계약을 끝낸다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냐. 내 감정은 조건부적인 게 아니라니까⋯⋯? 이해를 못 해?
 
August 31, 2025 5:53PM조원필: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외로워서. 인간들은 무리 지어 살고, 고작 1, 2년 본 친구의 죽음조차 이렇게 슬퍼해주는데. .....난 그 마저 아무도 없어서. (네가 날 사랑해주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자 고갤 돌린다. 아,... 애초에 사랑 같은 거. 바라면 안됐었던 거야? 괴물이라서?)
그럼 어떻게 하면 사랑해주고, 다시 입 맞춰 줄 건데? 이제 내 정체를 알고 나니 그 마저도 역겹고, 좆같아? (네게 닿은 손을 힘 없이 내린다.) 싫지 않다고 했잖아, 아무나 곁에 안둔다고... (너도 그렇게 나한테 말해줬잖아.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눈물이 넘쳐 흘러 게워낸다. 이 감정이 슬픔이라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하염없이 추락한다. 토할 것 같은 사람처럼 음을 꺼내려다 말고, 입을 열다 닫는다.)
나는 너한테 뭐야?
 
August 31, 2025 6:17PM연나기:(아, 꺾인다. 괴물의 영혼이⋯⋯. 고집스럽게도 입을 꾹 닫은 채 널 응시했다. 마치 인간, 그 아래의 고등한 생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 미지의 존재 또한 자연의 일부인 것 마냥 사랑을 하고, 평생을 함께할 반려를 들이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는, 세상을 보는 눈과 대화할 입, 들을 귀를 가진 그저 '평범한' 괴물이 있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괴물이 평범하다니⋯⋯. 그러나 눈 앞에서 마음이 보답받지 못해 슬퍼하는 그 모습이, 너 또한 저와 다름없는 인격체(이라는 표현도 너에겐 너무 과분하지만)임을 상기한다. 꾸준히 어둠 속에 갇혀 자라난 탓에 외톨이가 되어 버린 무언가.)
(사랑은 할 수 없다. 적어도 지금의 나기는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얄궂게도 동정 따위는 할 수 있다. 먹이 주제에 포식자를 동정하는 용어가 있었던 것 같은데. Stockholm syndrome? 지긋지긋하게도⋯⋯. 한 침대에 누워 있을 적 규칙적으로 뛰던 심장과 같은 속도로 머리가 울린다. 너는 그 때도 진심, 지금도 진심. 눈물도 옮는 것이었던지, 네가 약한 모습을 보이자 졸지에 눈물이 멈췄다.)
(너는 명백한 괴물이지. 그건 부정할 수 없어. 근데, 나에게 네가 뭐냐고 묻는다면⋯⋯. 왜 쉽사리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아, 시발⋯⋯. 인간은 왜 이리도 쉽게 공명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건지.) 왜 우는데⋯⋯. 너도 슬픔이란 걸 느껴?
졸업 사진 봤어. 그렇게 오래 사는 동안 네 반려가 나 말고도 한 명도 없었냐?
 
August 31, 2025 8:01PM조원필:(모든 두려움을 거부하는 전능한 신으로 태어나, 반려를 잃은 뒤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고작 인간 따위가 학교를 세우겠다며 시끄럽게 떠들어 대기 전까진 평화로웠는데.. 심보가 뒤틀린 난 그에게 조건을 내걸었고, 그는 기꺼이 수락했을 뿐이다. 인간이란 본래 장난감에 불과하다. 손에 쥐고 흔들다 버리면 그만인 존재. 언제나 나에게 쩔쩔매며, 두려움에 무릎을 꿇었다. 그들의 뇌에 각인된 감정 가운데 가장 오래 살아남은 것은 두려움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두려움은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 미지는, 바로 나였다.)
(이제는 반려의 얼굴조차 희미해져 갈 즈음, 네가 나타났다. 똑같진 않지만 어쩐지 그 분위기가 닮아 있었다. 저 아이가 날 사랑해준다면, 나와 하나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괴물이란 언제나 질서와 규범을 교란하는 존재. 규칙을 정의하는 순간, 동시에 태어나기 마련인 법. 그렇다면 네가 사는 세상에서 나는 침략자일 뿐이겠지. 이 학교에서 나가라고? 여긴 내 두 번째 고향이자, 지구에 첫 발을 내디디며 반려를 보낸 곳인데?
심장에 파동이 일었다. 이 감정은 내가 여태 느껴온 것들 중 가장 낯설고, 결코 알아서는 안 될 감정이다. 지나친 욕심, 어리석은 착각이라 할지라도—너도 날 사랑해줄 거란 고집만큼은 꺾이지 않는다.)
오래 전에, 있었어. .......인간이 아닌 동족이었지. (눈물이 흐르다 못해 시야를 가득 채우며 뿌옇게 번져 간다. 이게 슬픔이라는 감정이 맞다면, 맞아. 나, 슬픈 것 같아.)
(반려를 잃고, 나 자신마저 잃어갔지만 지금—누가 뭐라 하든, 내 눈 앞에 있는 건 다름 아닌 너, 연나기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슬픔이자 욕망이며, 그 모든 이름을 초월한 무언가다. 상실의 심연 끝에서, 네가 내 유일한 구원처럼 서 있는 너.)
 
August 31, 2025 8:19PM조원필:신이 인간을 사랑할 때, 그건 선물이 아니라 파멸이라던데..
(…그렇다면, 이게 내 업보고, 내 저주이려나.)
 
August 31, 2025 8:48PM연나기:있었다고⋯⋯. 오래 전에. (차마 네 동자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 시선이 그 아래로 떨어지는 얕은 물에 머문다. 턱이 벌어지며 입술이 열리면 그 안에 자리한 붉은 혀과 흰 이빨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 낸다. 언어는 듣는 이의 의사를 이해하고자 쓰이는 수단인데, 네가 말하는 문장을 빠짐없이 '이해'한 내가 이럼에도 너를 괴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우리는 완전히 분리될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인간 주제에 신을 가엾어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드는 이 감정은 분명한 연민이다. 그러나 외로웠겠네, 라는 같잖은 말을 건네진 않았다. 하고 싶지도 않고. 침묵이 길다.) 그건 누굴 기준으로 말하는 건데? (내가 죽으면 또 영겁의 시간을 슬퍼할 너? 아니면 동족이 되어 수백 년을 묵은 감정을 받아내야 하는 나?)
⋯⋯네가 진짜 날 사랑한다고 해도 난⋯⋯ 모르겠어. 내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고. (여전히 부정하나, 아까보다 조금 누그러진 태도다. 두 손으로 흘렸던 눈물을 닦았다.) 당연하잖아. 네가 이 곳에서 머물며 본 것들이 있을 거 아냐. 인간도 인간끼리 이어지지 못해서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내가 당연히 널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 게⋯⋯ 바보냐?
(잠시 고민하다 손을 뻗어 엄지로 네 눈가를 쓸었다. 틀림없는 인간의 피부다.) 넌 아무것도 몰라. 제물의 마음을 얻는 것 따위 생각할 필요가 없어서 그랬겠지⋯⋯.
멍청아. (이 때다 싶어 냅다 뱉는 욕짓거리. 그러니까 그만 울라고.)
 
August 31, 2025 8:56PM조원필:글쎄,.... (네 손길에 지그시 눈을 감는다. 신과 인간의 사랑은 언제나 비극으로 끝났다. 신은 사랑을 견디지 못했고, 인간은 그것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나는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인 널 갈망해, 그것이 설령 네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ㅡ 이건 내 '사랑'의 방식이니까, 감사히 여겨. 다시 눈을 뜬 눈동자가 형형히 빛나고, 눈물은 거짓말처럼 뚝 그친다.)
날 더 알고 싶긴 해? 날 이해할 마음은? (네가 싫든 좋든, 어차피 우린 같은 영겁의 세월을 보내야한다. 궁금하긴 하네, 넌 나로부터 독립할 것인지, 아니면 이 학교에 남아 날 막으려 할 것인지. 한 걸음씩 너를 향해 걸어간다.) 그래! 넌 아직 인간이잖아. 내가 알려줄게, 동족의 삶. (그리고 바쳐진 제물을 음미하는 법도. 제 발 밑에서 검은 촉수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가 잘하던 협박을 하면 되잖아. 그런데 왜 네 앞에서만 이렇게 쩔쩔매고 있었을까. 이것 또한 사랑의 형태였다면, 여태 봐준 셈 치자. 손을 뻗어 네 목덜미를 잡아 올린다. 광기 어린 눈과 표정은—나기가 지난 2년 동안 본 것 중 가장 기분 좋은 낯이다. 난 너희와 달라. 너희의 두려움과 공포를 즐길 권리도 있고.)
 
왜 하필 나기여야만 했을까요?
 
도대체 왜. 왜. 왜.
 
일이 더는 돌이킬 수 없어진 이후에 원인을 되짚어 보았자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멍청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글쎄,
 
이유조차 없다면 정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무너질 것만 같아서.
 
지금까지 알던 세계로부터 쫓겨나서
 
광기와 괴물의 세계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것,
 
그냥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그것도 하필이면 조원필의 농간 때문이라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목을 조이는 힘은 그저 강해지기만 할 뿐입니다.
 
하지만 죽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나기와 원필의 개 같은 관계에 가지는 유일한 신뢰입니다.
 
저 새끼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그 무엇이 당신을 죽이게 내버려두지도 않겠죠.
 
안식 따위를 허용해 줄 아량이 어디 있겠어요?
 
─────── ✷ ───────
 
눈앞이 까무라집니다.
 
첫날 닥쳐왔던, 지하실에서 보았던 어둠이
 
이번에도 당 신을 끌어 안습니다.
 
한참 후에야 정신이 듭니다.
 
창문 바깥은 어둡습니다.
 
동이 터오려면 아직은 먼 새벽입니다.
 
손가락에 힘을 주지만, 조금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육체의 감옥에 영영토록 갇혀버린 것만 같아요.
 
조원필은 당신의 병구완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의 손가락이 뺨을 어루만질 때마다 소름이 쭈뼛 돋습니다.
 
그는 사악한 주문을 읊으면서
 
자신의 입에서 나기의 입 안으로 무엇인가를 흘려 넣습니다.
 
진흙과 아주 흡사한 것입니다.
 
August 31, 2025 9:15PM연나기:⋯⋯! ⋯⋯
 
늪의 냄새.
 
썩어가는 나뭇잎, 진흙 속에 잠기는 새의 가느다란 뼈,
 
바닥을 기며 뻗어나가는 덩굴.
 
네, 그것이요.
 
그는 감히 허락한 적 없는 다정으로 속살거립니다.
 
August 31, 2025 9:16PM조원필:내 피야.
 
그러더니 당신의 갈비뼈에 손을 얹습니다.
 
August 31, 2025 9:16PM조원필:네 몸에 흐르는 피가 모두 내 것이 된다면, 이제 내가 네 심장을 가져갈게. 다시는 더러운 인간의 피가 네 혈관을 더럽히지 못하도록.
그동안 하찮고 하등한 것으로 사느라 고생이 많았어. (고개 숙여 네 이마에 입을 맞춘다.)
앞으로… 15일. 인간일 수 있는 마지막 나날들을 즐겨봐.
 
August 31, 2025 9:19PM연나기:헉, 으⋯⋯. 이⋯⋯ 미친, 놈이⋯⋯! ⋯⋯ (간신히 내뱉는 말이라곤 욕짓거리 뿐이다.)
지랄하지 마, 네 뜻대론 안⋯⋯!
 
August 31, 2025 9:21PM조원필:미안하지만 내 뜻대로 안되는 건 없거든, (갈비뼈를 얹고 있던 손이 그대로 내려 가 네 다리 사이로 향한다.) 기분 좋게 해줄까? 전에 하려다 말았던 거.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August 31, 2025 9:24PM연나기:어딜⋯⋯! 손 치워! (당황했으나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게 눈과 입 뿐이라 충혈되도록 네 낯만 노려봤다.)
시발, 이딴 게 네가 말하는 사랑이냐?!
 
August 31, 2025 9:26PM조원필:왜? 이것도 마음에 안들어?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그러면 난 내 방식대로 할 수 밖에 없어.
대안이 없잖아, 대안이. 멍청아. (눈이 아까의 대화를 조롱하는 듯 가늘어진다.)
 
August 31, 2025 9:33PM연나기:그러니까, (읏,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도 살짝씩 스치는 손길이 신경 쓰여 미칠 것 같다. 네 말대로 널 연민한 스스로가 멍청하기 짝이 없다고 느껴졌다. 인간이 아닌 것에게 왜 공명했을까, 왜 반응하려 들었을까. 내가 얼마나 무지렁이처럼 보였을까. 얄궂기 짝이 없는 찰나의 감정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네 그 방식이 짜증난다고!
(씨익, 씩⋯⋯. 잔뜩 열이 뻗친 표정이 됐다. 고개를 돌릴 수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네 얼굴에 침을 뱉었을 거다.) 대안을 시발, 말이 통해야 가져오든가 말든가 하지. 이 개 새끼가⋯⋯.
 
August 31, 2025 9:38PM조원필:쉿,......다른 애들 깨겠다. 내가 재워줄게. (네 다리 사이로 손짓이 더 과감해진다. 천 너머로 전해지는 감각이 또렷하다. 연민을 바탕으로, 네 감정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잠식한거지.죽음이 없으면 시간은 의미를 잃어. 네가 나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시간 따위, 내겐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야.)
대안은 아까 내왔어야지. 네 대답은 이미 들었잖아? 사랑은 조건부가 아니라며. 네 말이 맞아. 진정한 사랑은 절대적 힘이지.
 
August 31, 2025 9:45PM연나기:읏, 아⋯, 그, 그만 둬⋯⋯. 힉, (손을 움직일 수 있었다면 입을 막았을 텐데. 재수없게도 몸에 걸린 암시—이 또한 추측.—때문에 열심히 참는데도 적나라한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다. 삽시간에 얼굴이 벌개진다. 누군가 그런 곳에 손을 대는 것도 처음인데 그 대상이 인간이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나는 이런 감각 모른다고.) 싫어⋯⋯!
 
August 31, 2025 9:54PM조원필:내보내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되니까 이 감각에 집중해. (윤곽을 따라 한참 손을 움직였다.네 기분 좋은 듯한 음성에,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진정한 사랑은 손을 뻗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그를 지켜보는 것에서 시작된다잖아. 네가 잠들어 있을 때면, 나는 조용히 서서 한참 널 바라보곤 했어. 그렇게 한참을, 3개월동안 숨죽이고 지켜봤다고. 더 참으라는 건,... 내게 너무 가혹하지 않나?)
 
August 31, 2025 10:01PM연나기:읍, 흣⋯⋯. (추삽질이 이어질수록 생경한 자극이 누적될 뿐 아랫입술을 깨물어 봐도 별 소용이 없다. 원래 이렇게 예민했나 싶을 정도로(그야 아무도 거치지 않은 곳이니 당연한 거겠지만) 점차 간지러운 느낌이 심화될 때면 두 눈을 꽉 감고 버티고자 했으나—) 아⋯⋯! (얼마 못 가 평소보다 조금 높은 소리와 함께 울컥, 하고 희멀건 백탁액이 내뱉어진다. 금세 축축해진 아래에 수치심이 들어 눈시울이 붉어졌다. 참았던 숨을 몰아쉰다.)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흐른다.) 윽, 흡⋯⋯. 소, 손이라도 움직이게 해 줘⋯⋯. 미친, 새끼야⋯⋯.
 
August 31, 2025 10:05PM조원필:내가 그런 거 아니야. 네 몸이 내 피를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일 뿐인가 봐. (천 너머로 축축한 게 느껴지자 손을 거둔다. 가여운 인간같으니라고. 왜 너냐고? 너여야하니까. 내가 널 선택했으니까.)
그만 울고, 자야지.
 
August 31, 2025 10:08PM연나기:(내보내면, 잠 온다고⋯⋯ 그 말 때문인진 몰라도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소 거칠게 내쉬던 숨이 차츰 잦아든다. 지쳤어.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눈 앞의 상황을 회피하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시금 의식이 흩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조원필이 제 두개골을 머리에 쓰는 모습입니다.
 
감히 도량 을 베풀어주니 고맙기 짝이 없네요.
 
저 자만에 가득 찬 유예가 제 목을 칠 것도 모르고……
 
 
그리하여, 15일이 흘렀습니다.
 
건실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조원필은 아침이면 나기를 깨워 수업에 보냈고
 
(옥스퍼드에 가고 싶다면 보내줄게, 라고 흰소리를 지껄이면서요)
 
7:54PM연나기:(마주치기 싫은데 룸메이트라 매일 아침 얼굴을 보는 것도 고역이다. 기숙사에 틀어박혀 있어야만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하루를 널 피해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따금은 자습 시간에 찾아와서 바깥으로 놀러가자고도 권했지요.
 
무슨 소풍이라 도 떠나자는 것처럼 말이에요.
 
강압에 못 이겨 그를 따라서 본 것은
 
도무지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숲의 광경들…,
 
그림자는 스스로 의지를 가진 듯이 이글거렸고,
 
눈을 가지고 있는 안개들이 나기의 뒤를 쫓았습니다.
 
알고 있는 어떤 것과도 닮아있지 않은 짐승들이
 
서로를 잡아먹거나 성기를 부딪히거나,
 
혹은 둘 모두를 동시에 행했습니다.
 
조원필을 따라간다면 앞으로 내내,
 
저런 것들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물론 나기도 지난 15일 동안 놀기만 한 것은 아닐 겁니다.
 
7:57PM연나기:싫어⋯⋯.
 
그렇죠?
 
조원필에 게 대항하기 위하여 어떤 준비를 해왔나요?
 
8:00PM연나기:(“프린의 크룩스 안사타” 라는 주문이 꽤나 요긴하게 쓰일 것을 알았기에 이를 위한 준비를 했다. 가령, 재료로 사용할 앙크라던가.)
 
─────── ✷ ───────
 
룸메이트와 보내는 마지막 날,
 
조원필 몰래 만들어 두었던 앙크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8:03PM조원필:...오늘 밤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 (수업 듣는 네 옆에 자리해 턱 괴고 쳐다본다.)
 
8:05PM연나기:⋯⋯흥. (필사적으로 무시한다. 어느 정도냐면 아예 한 손으로 네 쪽의 시야를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마주칠 때마다 그 날의 기억이 상기되는 건 물론이며⋯⋯ 기타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8:07PM조원필:여전히 화났어? (얼굴을 들이밀다가 안되겠는지 네 손을 잡고 내린다. 오늘 밤이면 네가 내 반려가 된다니까. 응? 애절한 목소리가 울린다.) 나기이.. 제발 나 좀 봐줘.
 
8:08PM연나기:(잡힌 손이 저항없이 그대로 내려간다. 그로부터 몇 주가 더 지났는데도 여전히, 네 낯을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다. 간신히 동자만 굴려 널 봤다.) 왜 또 불쌍한 척이야?
내 감정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며.
그게 네 본성이고 본심이란 걸 네가 몸소 증명했잖아, 그 날.
 
8:12PM조원필:불쌍한 척이 아니라..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길을 피한다. 이런 건 바라지도 않았어. 그냥 순간의 감정에 삼켜진 거야.) 미안해.., 네 감정 같은 거 왜 상관 없겠어, 난 이제 네 반려인데.
목을 조른 것도 미안하고, 네 친구들을 죽인 것도 미안해. …네가 싫어하는 짓을 아예 안 한다고는 장담 못 하지만, 최대한 참아볼게.
기분 풀어 줘. (잔뜩 기죽은 얼굴이 네 손을 제 얼굴 가까이 대고 기댄다. 사랑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야말로, 굴욕스럽지만 가장 진실한 마음이라잖아.) 오늘도 사랑해.
 
8:21PM연나기:(표정이 살풋 구겨진다. 수업 시간이라 내가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는 것에 감사해야 할 거다, 너는. 널 담은 동공에 비치는 수많은 감정 중 하나는 다름아닌 경멸이며, 이는 수 세기를 살아온 네가 잡아내지 못할 리 없는 익숙한 것이겠지.)
(물론, 그 외의 것도 담겨 있지만 개중 하나를 의도적으로 전선에 내세운 셈이다.) 난 널 사랑하지 않아. 그러니까 이제 시간 낭비 하지 마.
(고개를 돌려 다시 수업에 집중했다. ⋯⋯머릿속에 들어오는 내용이라곤 하나도 없지만.)
 
8:33PM조원필:....구애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진 않아. (제 눈동자에 오롯이 담긴 '경멸'. 익숙하지만 너에게 받는 경멸은 이보다도 잔인할 순 없었다. 네 시선 한 줄기는, 세상 누구의 칼날보다 날카롭게 내 존재를 부정했다. 사랑받고 싶다는 가장 인간적인 욕망이, 너 앞에선 보잘 것 없는 고백이 된다. 이런 수업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어, 그래도 듣고 싶다면 말리지 않을게. 무사히 졸업시켜 옥스포드도 보내주고... 손을 뻗어 네 앞머리를 귀 뒤로 넘겨준다. 부정할 수 없는, 내 가장 진실한 마음을 너에게 줄게.)
(네 어깨에 제 고개를 툭 기대고, 칠판을 빼곡히 채운 글자 중 눈에 띄는 문장을 따라 중얼거린다.) 내가 그들에게 영생을 주노니 영원히 멸망치 아니할 것이요, 아무도 내 손에서 빼앗지 못하리라.
 
8:44PM연나기:(어쩜 이리도 인간을 흉내내는 데 있어 탁월한지. 저건 흉내다.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괴물이 모사한 인공적인 다정함일 뿐이야. ──그렇게 스스로 암시를 걸었다. 이따금씩 네 다정한 말투와 행동에, 한 번 배신당한 마음이 약해지려 할 때마다 다짐하는 것들이다. 저만 바라보는 이를 외면하는 건 마음을 주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다.) ⋯⋯마음대로 생각해.
(귓가를 간질이는 목소리를 잠자코 듣는다. 구원을 원치 않던 양에게도 신의 손길이 기적일지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8:55PM조원필:그날, 내 멋대로 굴어서 미안해. 날 계속 피해다녔잖아. ..실망한거지? 역겹기도 하고.. (화해의 뜻인지 네 쪽으로 손 내밀어 잡지 않고 기다린다. 너에게 단 한 번의 틈이라도 생기면, 나는 파고 들어 네 마음 깊이 뿌리 내리고 싶어. 네가 내 생각만 했으면 좋겠는데 넌 날 경멸하잖아. 그러니 알려줘, 내가 동족의 삶을 알려준다고 했던 것처럼.. 내가 네 안의 결핍을 이해하고 파헤치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까. 다시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었어. 잃어버린 내 반려의 자리를 네게 주고 싶었는데..) ..날 사랑할 가능성이 1%라도 없어?
 
8:58PM연나기:(⋯⋯아, 집중 안 돼. 칠판과 너 사이를 번갈아 보다가, 돌연 한 손을 들었다.) 선생님.
 
8:59PM선생님:(필사를 하던 손이 멈춘다.) 그래, 나기 학생. 무슨 일이지?
 
8:59PM연나기:저 머리가 아파서요. 잠깐 보건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명백한 꾀병이며 이는 학칙을 어기는 것에 속하지만 네가 날 죽일 생각이 없는 한, 더 이상 지킬 필요가 없다.)
 
9:01PM선생님:(평소 행실을 알고 있으니 흔쾌히 수락한다.) 다음 수업 선생님께도 말해둘 테니, 얼른 약 받고 와.
 
9:01PM연나기:감사합니다. (따라 나와. 네게만 들릴 소리로 말한 채 천천히 자리를 떴다.)
 
9:02PM조원필:(네 말에 선생을 한 번 흘겨보다 따라 나간다. 내가 싫어서 또 피하려는 줄 알았는데..)
 
9:06PM연나기:(복도에서 한참을 말이 없다가, 보건실에 다다르면 그제야 입을 연다. 열린 창문을 통해 넘어온 바람이 코끝으로 진한 약 냄새를 옮겼다.) ⋯⋯후회할 짓 하는 건 인간이나 괴물이나 똑같네. 난 이제 뭐가 네 진심이고 날 꾀기 위한 수작인지 모르겠어.
오래 살아서 정신이 오락가락한 거야? (비꼬는 투다.)
실망했냐고 물었지? 어. 실망했고, 내 기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가 짜증나. 지금도 봐, 난 너랑 대화하고 싶지 않은데 계속 나한테 접근해서 말을 걸어오잖아.
이해하고 싶어? 나를?
아니면 그냥 사무치게, 견딜수 없을 만큼 외로워서 교류할 상대가 필요한 거야?
인간도 외로우면 개미랑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어. 나는 네가⋯⋯.
 
9:17PM조원필:내 실체도, 내 가식도. 네가 다 봤잖아. 내 진심은 어디까지인 것 같아? 너라면… 알 수도 있잖아. (뒤에서 널 끌어안고,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익숙한 나기의 향이 코 끝을 스친다. 방 안을 가득 메웠던, 너의 향. 모두 들이마셔 널 탐닉하고 싶은 욕망이 다시금 피어난다. 넌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왜 닿지 못하는 기분이 들까. 왜 잡아도 잡히질 않는 걸까. 왜?)
하하,....... 인간들과 너무 오랫동안 붙어 지냈나.
이렇게라도 안하면 네가 말을 안 받아주니까... (나는 널 필요로 하는데, 너한테 난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리면 어떡해. 종국엔 나의 일부가 아니라 나의 전부, 나의 세계가 되어버릴텐데. 그건 솔직히 좀 참혹하잖아.)
난 그런 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나기. (네가 아님 나도 죽을 것 같아서 그래. 개미 따위가 필요한 게 아니라.. 넌 내 구원이라고. 이 말의 깊이를, 넌 알까?)
 
9:27PM연나기:(──나를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어. 제아무리 반려동물이 소중하다 한들 그들의 수명을 굳이 늘리려 하지 않는 것처럼. 이 같은 말들은, 어차피 들어주지도 않을 거 말해서 뭐 하냐는 생각으로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어깻죽지에 코 끝이 닿자 움찔거리며 몸을 움츠렸다. 틀림없이 범해질 거야. 네 반려가 된다면, 나는⋯⋯. 서로를 잡아먹고 성기를 부딪히던 짐승들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망가지겠지. 숨을 들이키며 한 손으로 제 입을 막는다. 제게로 향하는 감정을 외면하는 이 순간에도 네 '슬픔'이 전해지는 것 같아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네가 아무리 나에게 구애해 봤자 나는 결국 이 두 손으로 네 심장을 찌르려 할 텐데. 의미 없는 짓이야. 보답받지 못할 마음을 자꾸 내비치지 마. 멍청아⋯⋯.)
(킁, 안 쪽에 고이기 시작한 물을 삼키기 위해 코를 훌쩍였다.) ⋯⋯눕고 싶어. 어지러워.
 
9:34PM조원필:같은 인간으로 좀 더 나은 세상에서, 너를 사랑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들이 없는 세상에서 널 사랑했어야 했는데.. (너와의 시간들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들이었어. 난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단 걸 알잖아, 너도. .....다 알고 있잖아.)
(네 눈에는 내가 그저 어설픈 낭만을 떠드는 괴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네 몸집보다 큰 파도가 어둠처럼 널 삼킬 때, 난 기꺼이 널 위해 빛을 밝힐 거야. 그 어떤 누구도 널 대신할 수 없어. .....자, 파도가 와. 무너질 거야,아니면 함께 가라앉을 거야? 난 네가 기어코 떠오르길 바랄 뿐. 그 형태는 네가 정해야지.)
...쉬어. ( 네 어깨를 쓰다듬더니, 천천히 뒷걸음질 친다.)
 
9:44PM연나기:고작 나 하나 때문에 네 존재를 후회하지 말라고⋯⋯!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보자 참았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아, 이래서야 밀어낸 의미가⋯⋯. 옷 소매로 우악스레 눈가를 닦는다. 더 이상 널 위해 흘릴 눈물은 없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짜증나, 짜증나! 진짜 짜증나!
차라리 네가 상식이 안 통하는 괴물이었다면 이런 감정 느끼지 않아도 됐을 텐데⋯⋯. 왜 자꾸 사람 마음을 들쑤시냐고, 왜!
흐어엉⋯⋯. (어엿한 스태그필드의 학생이라면 내지 않을 울음 소리가 보건실 내부를 울렸다. 감정을 죽이고, 규칙에 맞게 이성적인 삶을 살도록 강요받은 엘리트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애 같다. 누군가의 반려가 되기에도 한없이 미성숙하며, 약하고, 감정적이다.)
 
9:56PM조원필:나 같은거, 중요해? (시선이 바닥으로 추락한다. 난 이제 어떻게 꺾여야 아프지 않을지 헤아려야 하는데. 숨을 쉬는 법을 잊은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다. 슬프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뿐이라. ㅡ늪의 냄새. 썩어가는 나뭇잎, 진흙 속에 잠기는 새의 가느다란 뼈, 바닥을 기며 뻗어나가는 덩굴...)
(넌,.. 정이 너무 많아. 그래서 나 같은 괴물 따위에게도 실망하고, 또 정을 주는 거겠지. 난 널 더 이상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은데....)
(널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뒷머리를 쓰다듬는다. 달래듯 이마에, 눈가에, 볼에 조용히 입을 맞춰 울음을 그치길 기다린다. 이렇게라도 네가 비워낼 수 있다면. 무언가의 결심을 했다면. 아무래도 난 널 통해 이뤄질 수 없는 불행을 꿈꾼 것 같다. 역시 반전은 없더라. 사랑은,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10:16PM연나기:(맞닿은 체신의 온기가 따스하다. 네 노력이 무색하게 눈물이 계속해서 흘렀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접촉임을 알기에, 침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너를 꽈악 마주 안았다.)
(신이시여, 왜 나를 쉽게 연민하고 공감하도록 만들었으면서 그 마음을 넘기긴 이리도 어렵게 만들었나요. 차라리 내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더라면, 사라져 간 사람들을 잊은 채 사탕발림에 넘어갈 만큼 단순했다면. 누군가 나를 좋아해 주는 사실만으로 감격스러워 환희에 찰 만큼 연약했다면 이 다정한 괴물 앞에서 눈물을 보일 일도 없었겠지요. 이 괴물을 사랑하기엔 괴물이 지은 죄가 너무 큽니다. 내가 밟고 지나온 것이 너무나도 많아 고개를 들기 어렵습니다⋯⋯.)
중요해. 적어도 너한테는.
내가 네 우울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날 놔 줘. 끝끝내 네가 놓지 않는다면 오늘 밤, 내가 먼저 널 놓을 테니까.)
그러니까⋯⋯. 슬퍼하지 마, 나 때문에.
 
10:25PM조원필:....좀 쉬는 게 좋겠어, 어지럽다며. 어차피 난 옆에 있어도, 큰 도움이 되진 않을 테니까. (난 오늘 밤, 널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그게 내 마음대로 될까... (눈을 질끈 감고, 네 어깨를 붙잡아 떼어낸다.) 고마워. (나 같은 괴물에게조차 연민을 허용해줘서.)
 
보건실에서 충분히 쉬었으니, 기숙사로 돌아가볼까요.
 
10:26PM연나기:(⋯⋯돌아간다.)
 
....
 
이게 무슨 일이죠?
 
기숙사 계단은 출입 금지 구역이 됐습니다.
 
공사가 명목이라지만
 
이제 나기는 그런 학교의 거짓말 따위는 믿지 않을 겁니다.
 
정신 없이 엘리베이터에 탄 순간,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이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학생이
 
나기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닐 텐데도
 
엘리베이터는 텅 비어 있습니다.
 
어떤 층을 눌렀건 간에,
 
엘리베이터가 멈춘 곳은,
 
 
4층입니다.
 
사감용 규칙의 제 7항에는 이곳에서 내리지 말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엘리베이터는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엘리베이터 안까지로,
 
엘리베이터 문을 경계로
 
바깥은 절대적인 어둠이 내린 채입니다.
 
 
익숙한 불온……
 
나기는 이곳에 온 적이 한 번 있어요.
 
동아리실 지하와 이곳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실수로 금지된 공간에 발을 디뎠다가 사라졌을까요?
 
나기는 얼마나 많은 친구들을 잊어왔을까요?
 
도대체 이렇게 해서 괴물의 배를 불리는 일에는 의미가 있기라도 한 걸까요?
 
10:30PM조원필:왔구나.
 
나기가 머뭇거리고 있노라면,
 
다정하고 곰살궂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10:31PM연나기:⋯⋯그냥 부르지, 번거롭게⋯⋯.
 
빛 없이 캄캄한 곳에서도
 
나기가 얼핏 괴물의 윤곽을 알아볼 수 있는 까닭은,
 
이 공간을 메운 어둠보다 원필이 더 짙고 끔찍한 어둠이기 때문일 겁니다.
 
낭떠러지처럼 까마득한…….
 
10:32PM연나기:(꿀꺽, 잔뜩 긴장한 채로 침을 삼킨다. 말로 하는 거절은 쉬우나 물리적으로도 널 놓는 일을 막상 행하려니 손이 굳은 건지.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10:33PM조원필:뭘 망설여, 나기? 이리와. (네게 찬찬히 손을 내민다. 이게 내 실체야. 감당할 수 없는 어둠이 널 삼켜버리고 말 거라고.)
 
10:34PM연나기:(천천히 한 발씩 나아가 너와의 거리를 좁힌다. 망설이다 손을 뻗으면──)
 
공간 안에 진입하면 엘리베이터는 닫히고 빛이 사라집니다.
 
10:36PM조원필:몸은 좀 괜찮아졌어?
 
10:36PM연나기:⋯⋯처음부터 꾀병이었어. 학칙의 '그것'이 너란 걸 알고 있으니까 나는, 그냥⋯⋯.
(⋯⋯기만적으로 들리겠지만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10:37PM조원필:...아, 널 해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구나.
(마주 잡은 손을 놓치지 않고,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10:38PM연나기:응. (담담하다. 뻔뻔하다고 해야 맞나.) ⋯⋯아냐?
 
10:38PM조원필:....맞지.
좋은 소식이 있어, (너한테는 불운한 소식이고.)
 
10:39PM연나기:⋯⋯뭔데?
 
10:39PM조원필:너는 곧 내 것이 될 거야. 그 운명을 거스를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거란 거. 너도 알잖아.
 
10:40PM연나기:(대답은 침묵으로 대신한다.)
 
10:41PM조원필:너한테 영원토록 증오를 받아도 좋아, 네가 그만큼 나를 생각한다면.
 
그 말에 담긴 것은, 도시 정상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끔찍스럽기만 한 집착.
 
괴물의 날카로운 발톱이 심장께를 두 어 번 두드립니다.
 
괴물도 제 목표를 완성할 날을 얼마 앞두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기?
 
10:45PM연나기:⋯⋯조원필.
나는 네가 모든 증오에서 해방되길 바라.
ⓒ 도도한나초
진심이야. (몰래 들고 온 앙크를 들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10:48PM연나기:
프린의 크룩스 안사타 Roll
기준치: 25/12/5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미지의 힘이 몸을 감싸는 게 느껴진다. 나는 네가⋯⋯ 어떻게든 발버둥칠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왜⋯⋯ 아무런 반격도 안 해? 너⋯⋯!
 
10:51PM조원필:....너 다운 선택이네. (이 마저도 구원이라도 봐야하는 건가? 구태여, 나를 기억할 필요는 없다. 그대로 말미암아 나는 사랑을 깨달았고, 너로 인한 죽음을 소망했으니.)
(나는 널 기억해도, 넌 날 기억할 필요가 없다.)
 
손에 쥐고 있던 십자가로부터 밝은 빛이 나옵니다.
 
어둠을 살라먹고.
 
그 바람에 드러난 어둠 속 풍경은 역겹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원필의 피로 직접 그린 마법진에는 몰약과 유황,
 
알 수 없는 짐승의 유해가 흐트러져 있습니다.
 
심지어는 사람과 아주 흡사하지만,
 
사람은 결코 아닌 것으로 보이는 시신조차 보입니다.
 
그리고 그 마법진 위에 있는 것은 짐승입니다.
 
 
‘사슴과 가장 흡사하게 생겼지만’,
 
 
‘날카롭고 흉악한 발톱을 가진 것’,
 
 
‘무시무시하게 뻗어난 뿔이 머리에 돋아 있고,
 
 
그 위에는 썩어가는 늪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모든 것이 얽혀 있는’
 
……조원필.
 
 
괴물.
 
십자가를 마주한 원필은 몸을 웅크립니다.
 
공간이 길게 찢어지더니 광막한 우주가 그 뒤로 펼쳐집니다.
 
블랙홀 주변으로 으스러지는 돌조각들,
 
푸른 색과 붉은색으로 불타오르는 별들,
 
막막할 정도로 느려지는 시간.
 
짐승이 당신을 쳐다봅니다.
 
10:55PM연나기:(이상하다, 왜 눈물이⋯⋯. 분명, 끔찍한 집착에서 해방되었으니 기뻐야 맞는 거잖아. 근데 이 감정은 뭐야? 나, 어째서 슬퍼하고 있어?)
(사라져 가는 와중에도 또렷한 동자와 시선을 맞췄다. 시야가 흐려질 때면 서둘러 눈가를 닦아 점차 지워지는 네 흔적을 빠짐없이 좇는다.) ⋯⋯사라져? 이렇게 바로?
⋯⋯나 좋아한다며, 그러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더 살려고 발버둥쳐야지, 왜 저항을 안 해⋯⋯.
나보다 네가 더 오랫동안 여기 있었잖아⋯⋯!
 
11:01PM조원필:죽으면 알 수 있을까 싶어서. (살아서는 답을 내리지 못한 것들을, 죽으면 자연스레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애정 구걸의 나날들에 네가 좋았던 순간이 있었어?
상처만 주고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질 않네. (울기는 또 왜 울어.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닌 괴물의 손으로 네 볼을 문지른다.)
(널 평생 사랑하기로 했어. 그리고,... 이게 내 선택이야.) 네가 그토록 바래왔던 순간이잖아. 웃어야지.
 
11:06PM연나기:그런 게 어디 있어. 죽어서, 깨달으면⋯⋯. (그건 그냥 없는 거잖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거잖아.)
(좋았던 순간이 있었냐는 물음에 기억을 되새긴다. 그렇게 너를 혐오했던 감정들이 무색하게, 그 속에서 나름 나쁘지 않았던 희미한 광경들이 펼쳐졌다. 두 손으로 괴물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잡았다.)
(탄식을 내뱉으며 두 눈을 감자 고였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맞아, 내가 그토록 바래 왔던 순간이지⋯⋯.
근데,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11:11PM조원필:(...마지막이니 사랑한다는 말은 입술 끝에 묻어두기로 한다. 이 눈물의 형태를 괴물인 '나'는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잘 있어 나기.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덜 슬프길. 부디 네 세상은..
널리 유영하는 세상이길.
 
11:12PM연나기:가, 가지 마. 안 돼. 잠깐, 나 할 말이⋯⋯!
(연민도 사랑의 한 형태라는 것을, 눈 앞에 있는 이가 소멸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어렴풋이 인지하게 됐다. 사랑은 결코 숭고한 감정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외려 지독하게 증오하는 마음과도 함께 공존할 수 있으며, 이 모순적인 감정의 집합을 아직 어린 나기는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아직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내가 네게 마지막으로 건넬 수 있는 말이라곤⋯⋯.
떠나지 마⋯⋯.
 
공간이 닫힙니다.
 
이제 괴물은 먼 곳으로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겠지요.
 
살육과 학살이 일상적이고 낭자한 피로 천을 물들이는 곳…
 
아마도 당신은 그에게 어떠한 유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럴 만한 이유도, 개연도 부족하지만,
 
당신은 그에게 사랑을 불러일으킨
 
 
단 하나뿐인 존재였을 겁니다…….
 
4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깥으로 나가면…
 
명랑한 햇살의 온기가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엔딩 B
 
탐사자 생환
 
보상 : 이성 회복 2D4. 프나코티카에서 습득한 정보를 이용해 기능치 도 상승합니다.
 
11:19PM연나기:
rolling 2d4
 
(
2
 
+
4
 
)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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