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당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CHAPTER 00 ───────도입
오늘은 그를 잃은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입니다.
사실, 그보다 더 되었을 수도, 덜 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불과 같던 분노가 식은 뒤, 당신은 같은 자리에 남겨졌어요.
생의 시계가 제멋대로 멈추어 버리기라도 한 것 처럼..
시간과 날짜의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도 꽤 된 것 같네요.
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그 느낌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의 온기를 다시 느끼지 못함에 마음이 공허한 삶.
시간은 벌써 오전 11시, 그러니까.. 오시 즈음입니다.
(무기력하게 누워 있다. 몇 달 전이라면 일 없어도 뛰어놀았을 텐데 통 기운이 없는 이유는 중한 존재의 부재가 원인인가.)
배고프다.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평소와 같은 일과를 보내고 있던 당신의 귀에 인기척이 들립니다.
그럴리가. 여긴 둘 밖에 모르는 장소일텐데..
뻔뻔하게 문까지 열 수 있는 사람이 있던가요?
이로:(킁킁... 본능 따라 허공에 대고 냄새 맡는다. 문 밖의 인영을 파악하려는 듯이.)
후각 Roll
기준치: |
88/44/17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집안 꼴이 이게 뭐야?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온, 누구보다도 익숙한 목소리의 남자가
이로:(킁킁킁킁킁킁... 밥솥-그게 뭔진 모르겠지만-소리 내며 네 주위 맴돈다.)
SAN Roll
기준치: |
60/30/12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이 보이는 반응을 가볍게 무시한 그는 집 안을 둘러보며 인상을 찌푸립니다.
그간 집의 정리를 도맡아 했던 건 그였으니까요.
당신이라고 시도를 안해본 것은 아니었겠지만, 손에 아직 익지 않은 일입니다.
류 샤오란:마루에 남은 이거, 뭐 흘렸어? 지워지려나..
그를 따라 눈을 굴리면 엉망인 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음식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
{의자}, 먼지와 머리카락이 굴러다니는
{바닥}, 잡다한 물건들이 쌓인
{서랍장} 위, 마찬가지로 엉망인
{식탁} 이라거나.. 말이죠.
류는 입고왔던 겉옷을 벗어두고 소매를 걷어부칩니다.
류 샤오란:안되겠다. 역시 청소부터 하자, 이로.
이로:(있을까 보냐! 한 달 만에 본 친우의 얼굴을 잔뜩 핥고 싶은 마음만 잔뜩인데. 궁금한 것보단, 반가운 마음이 우선이리라.)
(눈물 흘리는 감동의 재회같은 거, 고작 짐승 수준의 지능을 가진요괴에겐 사치라고.) 샤오오오오오.
(꼬리 빠르게 흔들며 네게 매달렸다.)
류 샤오란:(양 팔을 뻗어 너를 품에 꽉 들어차게 안았다. 코끝이 조금 찡했나.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너 말이야. 나 없어도 청소는 하고 살아야지!
힘 없고 축 쳐진 친우는 나 둔 적 없네요~ (하며 장난스럽게 너를 빙글 돌려주었다.) 밥은 먹고 있는 거지?
이로:청소하면 샤오 냄새 없어지다... (빙글 돌려진다. 청소할 기력이 안 난 것이 일순위지만 그러한 이유도 있었기에 뱉었다.)
(때마침 울리는 배꼽시계... 정직하기도 하지. 그러고 보니 곧 자정인가.) 흠.
어디 갔다 오다? (무표정한 얼굴이 상기된 낯처럼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닐 거다.)
류 샤오란:다녀온 건 아니지. 나는 죽었어, 이로. (이유가 이제와 중요할까. 너를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두었다.)
어떻게..는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지만, 네가 남은 생을 이렇게 망치는 걸 두고 볼 수가 있어야지!
이로:(두 손 뻗어 네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고개 숙이라는 듯...)
류 샤오란:(손 따라 고개 살짝 숙여주었다.) 그러니까 청소하자. 여길 네 보금자리로 기능할 정도론 만들어 놓아야 하니까...
이로:(죽었다는 말에 신경질적으로 양 볼 잡아당긴다. 주우우우우우우욱-)
류 샤오란:아야야. 아야. (눈이 쭉 찢어진다.) 이로오. 알 거 다 알면서 이래.
만져지는데 어떻게 죽다... (눈에 띄게 시무룩한 제스처 하곤 고개 숙인다.)
류 샤오란:그럼 내가 설명해주지. (하고 머리 파바박 쓰다듬는다.) 요사스러운 기운이 유독 잘 모이는 달이 있대. 그 힘으로 망자가 강을 건너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야.
그러니까.. (입 달싹인다.) 하루 뿐이야. 이렇게 만질 수 있는 것도.
이로:(어째 누워만 있는데도 힘이 돌아오는 기분이더라니. 네 말 듣고 제 손 쥐었다 펴길 반복한다.)
샤오는, 그럼...
(한 번 뿐인 기회에 다른 친구들 안 보고, 나 보러 온 거야? 그렇게 묻는 듯한 눈빛이다.)
류 샤오란:(으흐흐. 낮은 웃음소리. 고개 끄덕였다.) 그러엄.
우리 가족은 나 없이도 잘 살았어. 별로 걱정 안 돼.
이로:(우물쭈물) 그럼 나는 샤오 없이 못 살아서...?
(그제야 어질러진 방 안이 눈에 들어온다...)
류 샤오란:아니지, 아니지. 너도 나 없이 잘 살 수 있어! 누가 가르쳐 놨는데. 음. (따라 눈 굴렸다.)
그 러 니 까아, 나는 그걸 네가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러 온 것 뿐이야.
이제 청소할 맘 좀 들어?
이로:우으응. (어리광인지 동의인지 모를 소리 내곤 네 품에 매달리듯 안겼다.) 샤오가 가르치다...
(의자 쪽 뚫어져라 바라본다.) 흠.
샤오가 걷다. (영 의젓하지 못하다...)
─────── CHAPTER 01 ───────청소
음식 부스러기라거나, 채 버리지 않은 쓰레기 더미가 굴러다니는 의자입니다.
류 샤오란:그으래. 그러니까 지금 보고 잘 기억해놔.
류는 한숨을 푹 쉬더니, 빗자루를 뽑아와 차분히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이로: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고보니 한동안은 입맛이 없어서 밥을 먹지 못했었죠.
이런. 그렇지 않아도 꼴이 엉망인데, 이것까지 들킬 일이 있나요?
꼼꼼히 청소중인 류가 저것을 발견하는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이로:(후다닥 품에서 벗어나 음식 더미 집어서 등 뒤에 숨긴다. 어색하게 마주보는 건 덤...)
기억해다.
이로:
민첩
기준치: |
70/35/14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뭔가 잘못한 개 눈)
류 샤오란:(뭔가 잘못한 개 눈인데 저거...)
당신은 빠른 반사신경과 조금의 요력으로 쓰레기를 멋지게 처리합니다!
그래도 청소가 끝날때까지 발견될 일은 없겠어요.
이로:(사실 조금만 까딱하면 금세 치울 수 있는 것들인데 왜 네가 없을 땐 의지가 하나도 없었는지...) 모르다.
샤오오. (졸졸 네 뒤꽁무늬 따라다닌다.)
류 샤오란:뭐어. 네가 그렇담 그런 거겠지. (아무튼,) 봐. 먼지가 묻어있잖아...
이로:(청소하는 방법을 본다기보단... 그냥 너 자체에 관심이 쏠려 있는 것 같다.) 이번엔 저어기. (
서랍장 가리킨다.)
사실 그 속도 꽤나 엉망이겠지만, 그 위에 얼기설기 놓여진 것들은 더욱 엉망입니다.
정리하는거 도와줄래?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렇게 관찰력이 좋으면서 왜 평소엔 안 했는지...)
당신은 서랍장 위의 어질러진 물건 속에서, 펜촉과 연결된 펜을 하나 발견합니다.
이건.. 당신이 한창 편지를 보낼때 쓰던 것이네요.
왜인지 그때가 까마득한 옛날 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분명, 당신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샤오란은 그걸 집어들더니, 반갑다는듯이 웃습니다.
류 샤오란:이게 왜 여기 나와있어? 요즘도 편지 써?
다른 친구들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이로:(옷자락 슬 잡아당기고...) 어디로 보내다...
류 샤오란:아직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잖아. (가벼운 미소.) 나 괜찮아요, 잘 지내요. 이런 안부도 전해줘야지.
과거의 기억들이 당신의 가슴께를 쿡쿡 찌르는듯한 미묘한 기분이 듭니다.
어디로? (빤히 본다. 빤히.)
류 샤오란:음... 적어서 무덤 가까이 놔주면 되지.
아님 와서 읽어줄래? 그것도 기쁠 것 같네~
(꼬깃 구겨진 연습용 종이 하나 손에 쥔 채 네 쪽으로 걸음한다. 그러니까... 꼬부랑꼬부랑 알아들을 수 없는 글자(?) 가 적힌...)
류 샤오란:진짜? (손을 뻗어 종이를 받는다.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있을까?)
류 샤오란:..... (그걸 읽고선 한동안 말이 없었다. 네 머리만 가볍게 쓰담는다.)
(납작해진 얼굴 하곤) 식타악.
먹다 남긴 음식, 엮어 만들어놓고 잊어버린 꽃반지, 수상한 얼룩들..
류는 이미 병부터 분류해서 차곡차곡 옮기고있네요.
이로:(너 흘긋흘긋 보다가 따라하듯 쓰레기 더미 위로 손 뻗는다.)
손놀림
기준치: |
60/30/12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빠르게 그 위에 놓인 것들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어휴. 평소에 좀 치우고 살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이는 붉은기가 당신의 옷자락을 적셔나갑니다.
이로:(아픈가? 잘 모르겠지만... 살결 타고 흐르는 선혈 빠안히 바라본다. 위험이라는 개념이 없나 싶을 정도의 반응.)
류 샤오란:너, .... (뭐라고 하고 싶었으나 꾹 참고 말을 삼켰다. 걱정 가득한 눈으로 바를 약부터 찾았다.)
손 이리 줘, 이로.
이로:(익숙한 듯 손 내밀었다. 반대쪽 손이라는 게 문제지만...)
(얌전히 다친 손 내민다.)
샤오 표정이 슬프다.
류 샤오란:(꼼꼼하게 소독하고 붕대로 감았다. 그야, 이런 일이 능숙했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럼. 엄청 슬프지. 네가 다치는 건 보기 싫어.
(네 앞에서 처음으로 보인 의연한 태도였으나... 별로 도움되진 않는 것 같다.)
류 샤오란:그래도 조심해야돼. 작은 상처도 곪으면 무지 아프단 말이지..~
옷에 피가 조금 튀었어요. 애초에 꼬질꼬질한 상태기도 했고..
류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씻고 오는게 어떻냐고 하네요.
이로:씻고 오다. (다소 시무룩한 낯으로 씻으러 이동한다. 씻는 건 잘 했던가... 다행이도 물은 좋아하는 편이었으니 크게 문제될 건 없겠지만.)
류의 죽음 후 자신을 돌보는것에 퍽 소홀해졌으니까요.
이전보다 살이 빠진듯 도드라진 얼굴의 선이라거나,
지금의 자신이 한 달 전의 자신과 같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나요?
이로:(손으로 제 볼을 꾸욱, 눌러본다. 말랑하다...)
같다.
(그런 거 신경쓰고 살 리 없잖아. 조금은 초췌해졌나? 거울에 비친 게 제 얼굴이 아니고 네 얼굴이었다면 금방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있으면 문득 눈앞의 세면대와 그 옆의 욕조가 보입니다.
류가 충분히 씻고 오라고 한 것 같으니, 바라는 대로 할 수 있겠어요.
이로:(세면대에 물을 잔뜩 채우고 얼굴 푸욱, 담근다.)
(꼬로로록...)
어푸. (물에 담구었던 얼굴을 빼니 거울과 벽에도 물이 잔뜩 튀었다. 얼굴은 뭐, 말할 것도 없고.) 비누... (근처에 놓여 있던 비누를 뽀득뽀득 문질러 거품을 낸 뒤, 샤오가 가르쳐 준 대로 문지르고 물로 헹군다. 이 일련의 과정은 단순하기 짝이 없지만 막상 행하려 마음 먹기엔 너무 귀찮은 것이다. 머리를 감는 것도 마찬가지로.)
(...아무튼, 네가 바라는 만큼 깨끗이 씻고 나왔다.) 샤오.
이리와. 주방 청소도 얼추 끝났어.
정말 열심히 청소했는지 물이 떨어지는 손을 털어내고 있네요.
이로:(덜 닦은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 뚝 떨어졌다.) 오오.
반짝반짝. (-하고 네 쪽으로 고갤 치켜드는 게 부엌을 말하는지, 널 말하는지는...)
류 샤오란:그치? 힘 좀 썼다고~ (하며, 자연스럽게 수건 하나 꺼내와 네 머리를 살살 털어주었다.)
요거요거. 안 말리고 나오면 뭐 걸린다고 내가 말해준 것 같은데..
감기? (네게 물 다 튀긴 채 눈만 끔뻑인다.)
류 샤오란:정답...인데. (요놈봐라. 장난기가 앞섰는지 수건으로 네 머리 꾹 감싸며 두건처럼 매듭 묶었다.)
다 마를때까진 이러고 있자~
이로:우으으. (답답한지 뚱한 표정 짓곤 볼에 바람 넣었다.)
(막상 배회하려니 발에 걸리는 먼지 때문에 자연스레 바닥으로 향하는 고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바닥을 보면, 머리카락과 먼지들이 한데 뭉쳐져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아까 류가 지적했던, 이제는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는 끈적한 자국도 있네요.
(눈치가 생긴 건지. 너와 함께 살던 집인데 이렇게 관리해선 안 될 것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듯하다.)
류 샤오란:뭘. 사실 다 가르쳐 주고 싶었는데~ 으음.
류 샤오란:무거워어. 말동무나 해주든가 그럼.
(맘에도 없는 소리..)
(킁킁. 네 귓가에 얼굴 가까이 한 채로 냄새 맡는다.)
류 샤오란:그래. 그러엄..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고기 먹고, 친구를 만났어.
해 뜨면 자고, 달 뜨면 일어나고... (낮밤이 바뀐 걸 얘기하는 듯싶다.)
류 샤오란:그래. 잘했어! 내일부터 매일 그렇게만 살면 되는 거야. 알겠지? (유독 안심한 표정이다.) 낮밤 바뀐거야 뭐.. 나도 종종 겪었으니까. 낮잠 좀 자고 밤 좀 새고 그러면 돌아오겠지.
이로:우웅. 청소도 해야 되다. (어깨에 고개 부빈다.)
근데... 하루만 지나도 금방 더러워져.
매일 해야 되는 거지?
류 샤오란:꼭 매일 해야 되는 건 아냐. 피곤하면 좀 미뤄도 괜찮지. 지금처럼.. 친구한테 도와달라고 해도 되고.
류 샤오란:나는 죽었잖아. 앞으로는 못도와줘. (평소보다 단호한 말투.) 그래도.. 영원히 미룰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거든.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다, 그치?
이로:다행이다... (끝 말이 점차 사그라든다. 단호하기도 하지, 그게 훨씬 현실 자각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글쎄.)
(콕콕, 손가락으로 네 볼 건드려댄다.) 류우
류 샤오란:그러엄. (가만 기다려준다. 눌리는대로 두면서) 왜?
새로 생긴 상처라거나.. 달라진 점이라거나, 그런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옷도 갈아입을 수 있어?
너 보러 온다고~ 음. 신경 좀 썼지.
류 샤오란:하루밖에 못보는데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아. 하루밖에 없다니까 생각난건데 말이지,
너, 평소에 뭘 먹고 산 거야?
창고에 아무것도 없던데?
장이나 보러 갈까?
그는 엷게 미소지으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근처 할머니가 챙겨 주다, 고기.
근데 나물도 먹으래... 나물 맛 없는데. (툴툴댄다.)
아니지 아니지. 요괴는 상관 없나?
아무튼, 장터 나가게 옷 고를까?
이대로 입고 나가도 돼?
흠... (그제야 제 차림새 본다. 이건 그냥 류가 남기고 간 회색 가운이잖아.)
되다. (-라지만 그런거 신경 쓰면 개가 아니지!)
이로는 이대로도 예쁘니까~
─────── CHAPTER 02 ───────白
가장 가까운 장터는 집에서 말을 타면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이로:(종종 근처 평야에 살던 말 친구를 불러 함께 놀곤 했다. 요괴가 되어 얻게 된 신묘한 힘인지, 아니면 그냥 짐승의 언어로 소통하는 건지 파악할 순 없지만 휘파람을 불어 인간에게 친화적인 말 한 마리를 부르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여기에 인간이라곤 한 명도 없지만.)
휘이익- (휘파람을 불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적당한 덩치의, 털에 윤기가 흐르는 말 한 마리가 다그닥다그닥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류 샤오란:너.... 항상 이랬던가? (라고 묻는다면 뭐. 늘 기묘한 구석이 있기는 했다만은.. 자신이 상대를 너무 어리게만 봐왔나보다.)
(요괴는 요괴야, 중얼거리며 훌쩍 뛰어올라 말 위에 앉았다. 야생마를 타보는 건 처음이지만, 네가 불러준 말이라면 이유는 있겠지. 갈기를 단단히 잡고 남은 손을 네게 뻗었다.) 올라와, 이로.
이로:(네 손 잡고 날렵하게 뛰어 올라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도약이 땅을 박차고 돋움한다기 보다는 공기의 흐름을 타고 부양하는 것에 가깝다.)
(두 팔로 네 허리 감싸안았다.) 출발, 모모. (말의 이름인 듯 싶다.)
모모의 등 위에서 둘은 기분 좋게 바람을 느낍니다.
류 또한 같은 방향을 바라보다,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당신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다시금 빼앗아가려는 현실이 야속한가요?
그런 당신을 바라보며 안심하라는듯, 부드러이 손을 뻗어 볼을 매만지는 그의 상이 이지러집니다.
류 샤오란:...로.... 찮아..? ....이로.
아뇨. 그보다는 조금 더
암전에 가까운-.. …
눈을 뜨면, 당신은 온전한 백색의 공간에 앉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상, 하, 좌, 우, 모든것이 백색으로 가득 차있어요.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바닥인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기이한 공간입니다.
이로:
SAN Roll
기준치: |
60/30/12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억이 흐릿해 졌어요. 당신은 누구죠? 자아를 가지고 있나요?
이로:
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 그러고보니.. 당신은 잠들었었죠. 그럼 여기는 꿈인가요?
당신은 앞, 뒤, 오른쪽, 왼쪽. 어느쪽이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로:킁. (어느새 잔뜩 맺혀 뺨을 타고 흐르려는 눈물을 우악스럽게 닦아낸다. 울지 말자, 의젓해지기로 했으니까.)
발을 딛기 시작하니 뭔가 축축한 기분이 듭니다.
당신이 걸어온 길 뒤로 물감처럼 색이 번지고 있습니다.
이로:색...(색은 色(이로). 제 눈과 같은 색이 퍼지는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광경을 잠시간 바라본다. 나를 이 공간으로 보낸 누군가의 의도가 있을 법하면서도, 번져가는 색처럼 흐리다.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백색의 광경 뿐이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버티기 어려웠겠지. 경계 바깥의 것 또한 여백의 색으로, 변화무쌍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기묘한 풍경과 상호작용하고자 걸음을 몇 번 더 옮겨본다. 색의 잔상이 점차 왼쪽으로 기운다.)
세상을 물들이며 끝없이 나아가던 당신의 앞에 어느 순간 익숙한 일렁임이 느껴집니다.
???:내 세상에 색을 덧바르는.. 건방진 아이야.
하지만 변함없이 특별한 아이야.
이곳을 떠돌고 있으면 안되지.
내 보물에게서 이름까지 받아놓고선.
이로:(킁킁, 익숙한... 냄새. 세추를 지나 본당에 들어서면 그는 벗 된 자로 향을 새기고, 나는 기꺼이 존재를 받아들인다. 나의 구원이자 절망이었던 한 인간. 류 이전에 그가 있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이로.
너는, 이로가 섬기던 신이야?
그는 너를 많이 아꼈으니까..
그는 고고하지만, 당신을 누르려는 뜻은 없어보여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지만, 신은 또다시 웃습니다.
???:비록 네 기도의 대상은 내가 아니지만,
사랑은 물처럼 내리 흐르는 거라고 하지 않던.
상실은 어때, 괴로운 일이지?
(이공간의 영향으로 억눌렸던 힘이 트이기라도 한 것인지 말이 술술 나온다. 제 가슴 위에 손 얹고) 여기가... 텅 비어버린 것 같아. 아무것도 없는 채로 펼쳐진 이 공간과는 달리 모양이 있어.
나는 내가 뭘 잃어버렸는지 알고 있거든.
???:나 또한 너의 마음을 이해한단다, 어린 영혼아.
그렇게 속삭인 그가 허공을 쓸어 종이 한 장을 만들더니 당신에게 건넵니다.
이건 나의 작은 답례란다.
나한테 샤오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 동정해서야?
???:글쎄. 마음대로 생각해. 신은 변덕스러운 법이거든.
다만.. 남은 선택은 너의 몫으로 남겨두마.
같은 색의 혼을 기다리는 것은 외롭고 긴 여정이잖니.
당신을 어여삐 여기는 자는 그 뒤로 대답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모든 내용을 읽은 후- 그것을 머릿속에 새겨넣고 나면,
갑작스럽게 백색의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낍니다.
어렴풋하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당신을 흔들어놓으며,
한순간 수면 밖으로 끌어내어지듯 급작스럽게 정신이 듭니다.
이건.. 누군가가 종이를 훑어보는 소리입니다.
걱정스럽게 당신을 보고 있는 샤오란과 눈이 맞습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꽤 묵직한 양의 편지네요.
류 샤오란:멋대로 봐서 미안. 당연한 얘기지만 속은 안 읽었어.
아까 나오면서 쌓여있는 걸 봤거든.
...! 친구 편지. (꼬리 살랑 흔든다.) 샤오가 가져오다?
나중에 천천히 읽어봐. 분명 도움이 될 거야.
읽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전부 당신을 걱정하는 내용일 거라는 걸요.
그래. 꼭 류가 아니더라도 주변에는 당신을 아끼는 사람이 정말 많긴 해요.
당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제서야 고개를 든 샤오란이 말합니다.
...암. (하품도 같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샤오의 부축을 받지 않고도 내릴 수 있었지만 몸체를 뒤로 기대 네게 반쯤 누웠다. 끔뻑 끔뻑.)
류 샤오란:하하, 졸려? 오늘 좀 무리하긴 했지~
이로:으응. (고개 절레절레 흔든다. 이건 그냥 생리적인 현상이야. 기지개 하며 하품하는 거.)
류 샤오란:(으쌰, 하고 네 허리 둘러 안더니 훌쩍 뛰어 둘을 말에서 내려준다.)
모모, 고마워. (너 힐끔. 맞지?)
이로:(끄덕.) 모모, 고마워. (교감하듯 말의 콧등에 제 이마를 갖다 대었다. 턱을 받친 손길로부터 은은한 바람이 퍼진다.)
류 샤오란:사이 좋네~ 조금 부러울지도. (힘찬 웃음. 미소가 밝다.) 이제 얼른 장 보고 돌아가자!
─────── CHAPTER 03 ───────장터
먼 거리에선 누군가가 연주하는 경쾌한 음악이 들려오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고르는 것이 고작인 장소.
운
기준치: |
85/42/17 |
굴림: |
8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좋은 냄새가 나는 고기를 보니 불현듯 기억납니다.
류 샤오란:아, 장 보는 건 문제없겠네. 먹고 싶은 거면 다 골라, 이로.
음... 아니. 조금... (조금은 썼어, 그렇게 말하는 것 같고. 고기 몇 점 사먹었나.)
저거. (척 봐도 상태가 좋아 보이는 고기 쪽을 가리키며 너 끌고 간다. 이런 쪽으론 감이 귀신같은지라.)
류 샤오란:맞아, 가기 전에 내 비상금 맡겨둔 곳도 알려줄게. 우리 이로 배고프게 지내면 안되니까.
류 샤오란:나는 이제 쓸 일이 없으니까. 기억하지?
당신이 그를 데리고 간 곳은 푸근한 인상의 주인이 운영하는 꼬치 가게입니다.
상점 주인:어서오세요~ 꼬치 몇 개 드리면 될까요 아가씨?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꼬치 다섯 개와 동전 하나를 교환했다!
이로:샤오. (네게 네 개를 내밀었다. 양보다!)
류 샤오란:나는 하나면 되거든~ (말하며 하나 쏙 빼간다.) 나머지는 이로 먹어.
류 샤오란:원랜 그랬지. 오늘은 기분만 내는 거야.
류 말대로 창고에 들어갈 찬거리를 사도 좋고, 다른 물건을 구경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이로:(네게 했던 양보가 무색하게 벌써 세 개째를 먹어치웠다. 그간 굶은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고... 원체 많이 먹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위가 조금 줄었다.)
샤오오. 나 저거. (조금 꼬질해진 제 이불과 대비되는, 푹신하고 고급스러운 이불이 잔뜩 쌓인 노점 하나를 가리켰다.)
류 샤오란:좀 빠졌나... (중얼거리며 네 볼 쿡쿡 찔러봤다.) 평소엔 금방 먹어치웠었는데.
잠이라도 잘 재워야지, 안되겠어. (이번엔 이쪽이 네 손을 잡고 이불 상점 앞까지 이끌었다.)
고급스러운 원단을 같이 취급하는 가게라 그런지 가게 주인은 샤오란을 알아보는 눈치입니다.
그러고 보니... 한 번 와본 것도 같습니다. 당신의 옷을 맞출 때였나요?
상점 주인:어서오세요.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십니까?
이로:(나? 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널 봤다.)
류 샤오란:(고개 끄덕. 입모양으로 이불, 다시 말해줬다.)
(제가 걸치고 있던 이불 내밀었다.) 이거.
상점 주인:그러시군요. (네가 건네준 이불 빤히...) 같은 크기로 만들어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상점 주인이 노력해야 하는 소통 능력.)
상점 주인:그렇다면야... 원단만 골라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쪽에,
류 샤오란:아, 잠깐. 제일 좋은 걸로 보여줘.
(이로 힐끔) 이번 겨울이 춥다잖아.
류가 미리 언질을 준 건지, 당신의 이불을 보고 꺼내온 건지는 몰라도
상점 주인은 고급진 비단 중에서도 분홍색만을 골라 꺼내놓았습니다.
류 샤오란:다 예쁘네~ 어떤 모양이 수놓아져 있는 게 좋아?
이로:(너 슬쩍 보다가 떠오르는 꽃이 하나 있는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동백.
겨울 꽃. 빨간 거.
민들레를 더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로:샤오가 준 거. (서방의 성탄절에 네가 줬던... 아!)
그거는 희다.
하얀 거. 빨간 거 말고. (가게 주인에게 강조했다.)
류 샤오란:그러니까, 내가 줘서 그런 거면 ... (복잡한 표정이다. 평소의 웃는 얼굴 아래에 미묘한 느낌이 남아있다.)
안 돼. 이유는 기억하지?
너를 위해 사는 거잖아. 이로가 좋아하는 걸로 골랐으면 좋겠는데.
이로:... (네 대답을 듣더니 잠시 고민했다. '자립'은 홀로 서는 거지만... 스스로가 소중하게 여기는 걸 제하면서까지 독립하고 싶지 않다.) 샤오. (저 보라는 듯 네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나는 샤오를 놓아주다. 괜찮아질 때까지. (드넓은 바다에 네 이름을 풀어 네가 어디든 존재할 수 있게. 네 생각이 나도 홀로 서기 위해 애써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들이마쉬는 공기에, 누워서 본 풀 숲 사이에. 가끔 가다 헤엄치는 강가에, 밤하늘에 수놓인 반짝이는 별 중 하나에 네가 있어도 울지 않고 괜찮을 수 있게...)
흰 동백은 샤오와 내 우정의... (증표. 그런 거야. 단어가 어려워 문장을 끝맺을 수 없었지만 대충 제 의도가 전해졌겠거니.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난 나를 위해 이 꽃을 골랐어. 내 요생에서 샤오를 제할 수 없어.)
류 샤오란:증표. 증표구나. (실컷 웃고, 실컷 화내는 일은 많았어도, 진지하게 누군가의 말을 듣고 감동하는 일은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네 눈을 보면... 어떤 담담한 결심이 어려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너에 대한 내 직감은 거의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 분명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멋대로 생각해 버리게 됐다. 믿었다.)
좋아, 흰 동백으로 해.
(상점 주인 다시 불러오더니)
이로가 한 번 더 말해줘. 가기 전에 찾으러 올게요~ 하고.
이로:웅. (너 따라 상점 주인을 다시 불렀다.)
(또박또박) 가기 전에 찾으러 올게요.
류 샤오란:(눈 동그랗게 떴다. 자랑스럽다는 뜻에서 머리 복복)
상점 주인:예, 돌아가시기 전에 찾아주세요. 원래 두르고 오셨던 이불은... 다시 들고 가십니까?
(간결하고 버릇없는 대답. 이불 두르는 게 습관이 되어 몸에서 뗄 수 없다.)
류 샤오란:(지적하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존대를 하면 얕보일 수 있으니까...)
다음엔 어디로 갈까?
이로:(그런 깊은 뜻이? 근데 이미 지능에서 탄로 난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상관이지.)
(눈 데굴... 멍청하다.) 뭐 사다?
류 샤오란:(신분. 귀한 집 자제라는 느낌이 나야지.)
반찬? 집에 먹을 거 없었잖아.
나중에 또 사러 나올 수 있을 것 같으면 다른 거 봐도 괜찮고.
이로:(멍청하지만 어쨌든 귀한 집에서 자랐다는 설정이군.) 아니다. 샤오랑 같이.
류 샤오란:좋아. 식료품점도 골라봐. 어디가 가장 마음에 들어?
(뭘 바래.)
류 샤오란:(쿡쿡 웃더니 정육점 눈짓) 저기?
류 샤오란:보관 조심해. 썩은 건 먹으면 안된다?
이로:알다, 냄새로. (고기 판별에 있어선 너보다 잘 알 것이다.)
그의 손을 잡고 도착한 정육점에는 호탕한 주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상점 주인:우리 아가씨는 적극적이시네. 좋아! 안창, 토시, 살치!
그가 돌아가 고기를 손질하는 사이, 어느덧 달라붙은 류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집니다.
................. (뭔가 잘못한 개 눈.)
안 되다? .... . .. (쭈볏... 네 옷자락 잡았다.)
류 샤오란:아니 아니, 뭐라고 하려던 게 아니라! (푸핫! 크게 웃었다.) 어릴때, 내가 고기 몇 점 줬었던 거 기억해? 이젠 맛도 잘 구별하는구나 싶어서.
거기가 제일 비싸잖아. 고급 강아지네~ 이로.
이로:(웃는 낯에 안심했는지 휴, 굳어있던 몸이 조금 풀어졌다. 꼬리 다시금 살랑이고 고개 끄덕인다.) 샤오가 준 고기랑 맛이 똑같다.
류 샤오란:그땐 네 덕에 조금 숨 쉴 틈이 생겼으니까. 아직까지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말하며 머리 꾸욱 눌러 북북 문질렀다.) 장해, 이로.
내가 샤오를 숨 쉬게 하다...? (고개 갸웃거린다. 이해 안 되는 것 같다.)
류 샤오란:음~ 그러니까 말이야. 가끔 누가 속을 누르고 있는 것 같아서 막 답답하고, 속상한 기분이 들 때가 있었거든. 그땐 어리기도 했고. 근데 이로가 있으면 그게 씻은듯이 나았었어.
이로:(네 긴 대답에 비해 반응이 짧다. 분명 긍정적인 신호였지만, 존재 자체로 누군가에게 위안이 된단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왜?
류 샤오란:그땐 내 세상이 너무 작았거든. 그런데 네가 나한테 오고 나서부터 벽이 다 허물어진 것 같단 느낌이 들었어. (어느덧 잘려 나온 고기 받아 바구니에 담았다. 멀끔한 미소.) 그냥, 감이지.
고기는 이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다른 건 안 사?
이로:(내 세상은 너로 인해 넓어졌는데 너도 그렇다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다만... 네가 해준 것에 비해 이쪽이 베푼 건 턱없이 작고 하찮다. 단지 네가 좋고, 좋기에 옆에 있었다. 이로 본인이 그렇게 재단한 건 아니나 그게 사실이므로.) 감은 맛있다...
(뱉는 건 다소 뚱딴지 같은 소리. 과일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왠지 사러 가야 할 것 같지?)
류 샤오란:그럼 과일로 해. 감이면 아직 나와있을 과일이니까... 조금 사뒀다가 홍시 해먹는 것도 맛있겠다.
과일 가게도 많네. 어떤 곳이 가장 마음에 들어? 이로의 감~을 시험해 보자!
시험. (계획 없이 너 끌고 동쪽으로 간다. 과일 냄새가 났어, 그 뿐이야.)
도착한 가게에는... 어린 아이가 있습니다. 부모님 대신 가게를 보고 있는 모양이네요.
상점 주인:누나 안녕하세요! 과일 맛있어요! 둘러보세요!
(멍청.)
류 샤오란:나이가 어린 남자가 그 위의 여자를 부르는 말. (작게 속삭여 주더니,) 감은 여깄네. 몇 개 담을까?
이로:아하. (고개 끄덕였다.) 두 개. (과일 쟁여놓고 먹는 법을 모른다.)
류 샤오란:이대로 먹으려면 껍질만 깎으면 되고, 창고에 좀 두면 말랑해져. 그땐 숟가락으로.
(조곤조곤 설명해주며... 평소 네가 좋아하던 과일을 빠르게 골라담았다.)
이로:오오. (그런 걸 예전에 받아먹은 적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네 하는 양 빤히 바라봤다. 이런 게... 자립?)
류 샤오란:과일은 이렇게, 모양이 예쁘고... 상처 난 부분이 없는 걸로 골라.
(본인을 가리키며) 누나.
(아무튼... 뭔가 사는 건 이걸로 된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갈까? 그렇게 말하는 듯 한 시선이 네게 꽂혔다.)
상점 주인:종이 감사합니다 누나! 조심히 가세요! (아마도 지폐를 말하는듯,)
류 샤오란:(손 흔들어 주고... 맞다.) 그 전에, 잠깐 들러야 할 곳이 있어.
류가 당신을 급하게 데리고 들어간 곳은... 전당포? 이런 곳에 올 일이 없었다면 오늘이 처음일 겁니다.
이번엔 얼마야?
(이로 어깨 잡고 앞으로 쭉.)
(멍청한 개 얼굴 하곤 상점 주인을 본다.)
류 샤오란:내 친구거든? 엄청 친한 친구. 앞으로 얘 오면 내가 맡겨뒀던 돈 그대로 줘. 동나기 전까진 부르는대로.
상점 주인:.... 눈으로 안 보여줬음 네녀석한테 친우가 있단 말부터 안 믿었을텐데. 쯧.
류 샤오란:하하, 그래서 보여줬잖아. 이름은 이로. 그치?
류 샤오란:앞으로 돈이 다 떨어지면 여기 와서 찾아가. 아저씨도 네 얼굴 다 외웠으니까. (째릿.) 그치?
상점 주인:그으래, 그래. 그쪽 아가씬 알겠으니까 더 볼일 없음 나가. 장사 안돼.
이로:(처음부터 끝까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가다.
류 샤오란:이해했어? (조곤조곤 물으며 이불 가게로 천천히 걸었다.)내 지갑에 있는 돈, 다 쓰면 여기로 오는 거야.
이로:아껴 쓰다. 돈. (...라기엔 아까 좋은 부위를 잔뜩 사버린 탓에 벌써 반 절 남았다. 돈을 아껴 쓰는 법 부터 배워야겠는데.)
류 샤오란:아니? 아껴 쓰지 마. 이정도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거고... (말을 하다 멈췄다. 그건 네가 일반적인 인간의 생의 주기를 가지고 있을 때의 얘기지. 복잡한 표정.) ... 아니다. 조금 아낄 필요는 있나...
(언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약속 할 수 없다는게 속상했다. 그야, 죽으면 이걸로 끝인걸.)
좀 더 벌어둘 걸 그랬어!
(이런 인간의 사소한 감정 변화 같은 거, 눈치 없어 보이지만 나름 잘 파악하는 편에 속했다. 그도 그럴 게 요괴이기 이전에 짐승이잖아. 가라앉은 분위기를 눈치 채지 못할 리 없다.) 나도 나중에 돈 벌다.
흠.
류 샤오란:위험한 일은 안돼. 알지? (말하다보니 어느덧 이불을 주문했던 가게 앞. 사실은 아낌없이 먹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로:(힘 센 요괴에게 위험한 일 따위... 너는 저를 너무 작은 짐승 보듯이 하는 경향이 있다. 너 따라 옆에 섰다.)
상점 주인:아, 잘 오셨습니다. 방금 끝났어요.
그가 들어보이는 이불은 주문대로 두툼하고, 또 정교하게 꽃이 수놓아져 있었다.
이로:... ... (멍하니 수놓아진 자수를 봤다.) 예쁘다.
(상점 주인의 옆으로 가 몸체 꾸욱 눌렀다. 나름의 애정? 표현인 듯...)
류 샤오란:(그런 이로 쭈우욱... 떼어냈다.) 나한테만.
상점 주인에게서 이불을 받은 샤오란이 당신의 어깨 위에 이불을 둘러주니, 후끈한 열기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모모를 두고 온 곳으로 돌아가는 사이...
이로:
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느것 하나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이 없네요.
류를 볼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 뿐이라는 것.
어렴풋이, 오는 길에 꾸었던 기묘한 꿈이 떠오릅니다.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까요?
다정하게 차곡차곡 준비되어가는 이별을, 이번에는 바로 맞이할 각오가 되었나요?
시선을 느꼈는지, 상념에 빠진 당신을 류가 툭 건드립니다.
류 샤오란:돌아가자, 이로. 이정도면 한동안은 안심이겠어.
장 보는 방법, 까먹으면 안된다?
뒤로도 그는 귀찮아도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한다며 가벼운 어조로 말합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제법 심란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도 그럴것이. 다홍빛의 노을이 언덕을 타고 넘어 당신을 온통 적셔놓았으니까요.
이로:알다. (기억했어, 확실하게. 네가 보기에 못 미더울지 모르겠지만.)
(너도, 네 흔적도.)
(묵묵하게 네가 남긴 발자국을 밟으며 걷다 그게 희미해져도, 길을 찾을 수 있을 때쯤... 그 때 비로소 난 괜찮아질 거야.) 안심. (두터운 이불 꽈악 쥐며 제 목을 감쌌다.)
─────── CHAPTER 04 ───────하루의 끝
여러가지 음식으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내려두고,
샤오란은 식자재 창고를 꼼꼼이 채워넣기 시작합니다.
구석구석,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이 없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를 편 그는 저물어가는 해를 한 번 보더니, 주저하던 입을 뗍니다.
마치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기라도 했다는 양,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이로:(멀뚱... 보다 입 삐죽 내민다. 알아,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는 것 정도는.)
안다. (팔 벌렸다.)
류 샤오란:(팔 둘러 꼬옥, 정말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안겼다.) 다 컸어, 이로. 이젠 정말로 안심이야...
이로:(네 몸체를 더듬거리던 손이 옷자락을 꽈악 잡아 놓지 않을 것 처럼 굴다가도, 금세 힘을 풀어 네 등을 토닥거린다. 돌아가면 거기서 지켜봐 줘. 난 잘 살 거야. 상실의 아픔을 잊지 못해 잠시 무너진 때도 있었지만, 여기저기에 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난 이제 알아.) 샤오오.
다시 태어나면 찾아가다. (나름의 확신이 있었기에 그리 뱉었다. 샤오는 운명을 믿어? 난...)
류 샤오란:나는 이로를 믿어, 그런데... (긴 침묵. 네 손길 얌전히 받다가 어깨에 고개 파묻어버렸다.) 내가 널 잊으면 어쩌지?
당신의 꿈과, 신주와, 당신의 이름을 한 인간에 대해.. 말해주어야 할까요?
(킁킁, 네 품에서 코 훌쩍였다.) 냄새를 기억하다.
(네가 어디 있든 내가 찾을 수 있게. 이번 생에서 내가 널 찾은 것처럼.)
류 샤오란:(네 어깨를 조금 축축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느릿하게 고개를 들면... 붉은 눈가가 평소보다 아주 조금 더 붉게 물든 샤오란, 장난스런 미소까지 그대로다.)
꼭, 꼭 기억해 줘야 해. 나도 어디서든 이로를 기다릴테니까!
이로:울지 마. (두 엄지로 네 눈가 닦아주었다. 이런 상황에선 의외로 의젓하다. 눈물샘이 마른 건 아니지만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으므로. 이 단단한 믿음이 너와 내가 앞으로의 미래를 나아가게 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응, 찾아갈게. (입꼬리에 미세한 웃음이 배어 나온다.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손 뻗어 네 앞머리를 정돈해 주었다.)
류 샤오란:(고개 끄덕, 그대로 돌아 반쯤 걸어나갔다가... 중간쯤 다시 돌아와 터질 것 같은 심장소리 들려주며 안겨왔다. 네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나 너무 그리워 하지는 말고!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이로!
(그리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 흔들 시간도,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뛰쳐나갔다.)
─────── ENDING 1 ───────自立法槪論
이토록 안과 밖이 선명하게 분리되었다 느끼기는 처음일지도 모르겠어요.
어디를 보더라도 그가 남겨두고 간 것 투성이입니다.
자신 없이 잘 살아야한다면서 이렇게 많은 것들을 남겨두고 가면 어떻게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