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삿포로가 당신을 부를 때

2025. 1. 5. 19:53·TRPG/샤이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세요.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존재는 인식되고 있나요?
당신은…… 더 이상 외롭지 않나요?



'삿포로가 당신을 부를 때' 플레이로그 백업

 

KPC 류 샤오란 / 웁
PC 이로 / 제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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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7th fanmade scenario
 
 
KPC 류 샤오란 PC 이로
 
Written by 청서
 
20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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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00 ───────도입
 
깜빡, 깜빡. 콧등 위에 눈이 내려앉습니다.
 
옆을 보면 목도리에 코를 파묻고 양손을 모은 채 눈을 감은 샤오란이 보입니다.
 
시선이 느껴지자, 그는 한쪽 눈을 뜨고 당신을 봅니다.
 
류 샤오란:뭐해? 소원 안 빌어?
 
이로:(멀뚱)
 
류 샤오란:자. 이렇게.
 
당신이 모른다고 오해한 그가 먼저 시범을 보여줍니다.
 
동전을 던져 넣고, 끈을 흔들어 종을 울립니다.
 
그리고 두 번 고개를 숙인 뒤 두 번 짝, 짝! 소리를 내며 박수를 칩니다.
 
류 샤오란:그리고.. 소원 빌기.
쉽지? 이로도 해봐.
 
이로:안다. (수없이 봐 온 과정 모르겠는가. 뭘 설명 하냐는 듯한 눈치다.)
(동전을 넣고 종을 울린 뒤, 두 번 고개를 숙였다. 박수 두 번.)
(두 손 모아 소원을 빌었다. 내용은... 비밀.)
끝.
 
류 샤오란:흐응. 잘 하네.
 
소원을 빌고 나면 그가 당신의 팔을 잡아 끌고 길을 나섭니다.
 
둘은 갓 사귀기 시작한 연인. 덤덤하게 당신의 손을 잡은 그의 기분은 상당히 좋아보입니다.
 
모처럼의 휴가입니다. 두 사람은 도시를 벗어나 관광을 왔습니다.
 
이곳은 훗카이도 신궁, 삿포로의 유명한 신사입니다.
 
마침 한 무리의 관광객을 끌고 선 가이드가 근처를 안내하며 훗카이도의 신을 소개합니다.
 
류 샤오란:오, 재밌겠다. 들어보자, 이로.
 
이로:신.
신령?
 
류 샤오란:응, 그렇다나봐.
 
 
가이드:오쿠니타마의 신은 홋카이도의 국토의 신, 오나무치의 신은 국토경영과 개척의 신으로 사업번창과 질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스쿠나히코나의 신은 국토경영, 의약, 주조(술)의 신으로 필승기원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이드가 몸을 돌리고 짤막하게 말을 덧붙입니다.
 
 
가이드: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마을에서 역사적으로 모셔온 우물신, 이도가미가 있습니다.
 
이로:땅, 개척, 질병, 우물⋯⋯.
 
 
가이드:우물은 이제 사용되지 않아 예전처럼 모셔지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마을 출신 중에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고요.
한 마디로 잊혀진 신이죠.
 
이로:우물은 작다. (다른 것에 비해)
 
류 샤오란:하하, 그러게. 우물에 뭘 한거지.. 소원이라도 빌었나?
 
이로:이 신과 인간이 한 건 약속이 아니다. (일종의 주의와 경고에 가깝지.)
흠. (그 이외 느껴지는 건 없는 듯 평온한 표정이다⋯⋯)
 
류 샤오란:그렇단 말이지.. 으음. 난 좀 슬픈 것 같은데.
 
 
가이드:이후로 이 지역 사람들은 중요한 약속을 할 때 ‘이도가미'의 이름을 걸고 한다는 재미있는 역사가 있습니다.
그 외의 대부분의 설화는 완전히 잊혀져 향토 역사서에서나 읽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이도가미'의 이름을 걸고 한 약속을 어겼다간…”
 
“죽을지도 모른답니다!”
 
말을 마친 가이드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관광객들이 우르르 멀어집니다.
 
류 샤오란:그럼 우리는.. 아, 저거 보고싶다고 하지 않았어?
 
샤오란이 눈짓하고 있는 작은 상점에서 관광 상품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로:(이도가미의 이름을 안 걸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단순한 생각.)
⋯! (네 약지손가락 감싸쥐고 상점 쪽으로 걸음한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주의가 산만하다⋯⋯)
 
류 샤오란:이로, 이거 봐. 귀엽다 그치?
 
상점 앞은 관광객 몇이 줄을 서서 상품을 구경 중입니다.
 
한 해의 행운을 점쳐주는 오미쿠지부터
 
'교통안전', '연애성취', '바라는 것 성취', '시험합격', '가정안전', '사업번창', '악운막기', '신체 건강', '질병회복' 등 다양한 효험이 있는 부적, 오마모리.
 
그 외에도 토령(흙으로 만든 방울), 스카시보리(조각에서 재료의 면을 도려내서 도안을 나타내는 방법), 일조도(조각기법), 하마야(지붕에 장식하는 화살모양의 물건) 등을 팔고 있습니다.
 
류 샤오란:해볼래? 아님 같이 뭔가를 맞추거나..
 
이로:류, 궁금해?
 
당신이 산만하게 이리저리 둘러봐도 여전히 사랑스럽다는 눈입니다.
 
류 샤오란:이로가 하고싶으면.
 
이로:그게 뭐다. (킁⋯⋯ 눈 감고 기운이라도 찾듯이 상점 공기의 냄새를 맡는다. 인간들은 이런 거 점치는 걸 좋아해, 수만 가지 경우의 수 중 하나를 엿보는 것 뿐인데. 눈꺼풀 들어올리고)
오미쿠지 봐.
 
류 샤오란:안해봤어? 나랑 하는게 처음이라니까 좋네.
 
이로:(으쓱이며) 나는 안 해보다. (할 필요를 못 느꼈던 것에 가깝지만)
 
웃으며 직원에게 100엔 동전을 두 개를 내고온 샤오란은 긴 나무통을 하나 건네받았습니다.
 
이걸 흔들어서 막대를 하나 뽑아보면 적힌 번호에 따라 종이를 받는 모양이에요.
 
 ✷ 행운 판정 ✷ 
 
이로:
운
기준치: 85/42/17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류 샤오란:
운
기준치: 75/37/15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막대에 적힌 번호는 각각 58번과 35번. 종이의 결과는..
 
각각 소길과 중길이네요.
 
류 샤오란:오, 좋은 거 나왔다.
 
이로:⋯⋯.
(인간들이 만든 종이일 뿐인데 이 알 수 없는 패배감은 뭐지?)
뭐 나오다. (네 종이 엿보려 고개 들이댔다)
 
류 샤오란:에이, 흉이 안 나온게 어디야.
 
이로:(삐죽)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류 샤오란:(네가 고개를 들이밀면 순순히 종이를 내밀어 보여준다.)
찝찝하면 옆에 가서 묶을래?
 
이로:(중길⋯⋯) 샤오가 좋으면 됐어.
묶을 정도는 아니다.
(그냥 대길이 나오면 기분이라도 좋을 것 같아서 그러지.)
 
류 샤오란:내년에 또 오자. 그떈 대길이 나왔으면 좋겠네~
 
이로:그래.
 
두 사람은 뽑은 쪽지를 잘 접어 간직합니다.
 
운세를 믿든, 믿지 않든, 제법 재미있는 경험을 한 것 같네요.
 
이로:저거도 해. (오마모리 가리킨다. 어째 흥미 없는 척 하더니 제일 신난 것 같다.)
 
오마모리는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것, 핸드폰에 달거나 지갑에 넣을 수 있는 사이즈,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류 샤오란:아, 나는 이걸로 할래.
 
샤오란은 분홍색 바탕에 강아지 캐릭터가 그려진 부적을 집어들었습니다.
 
내용은.. 연애운이네요.
 
류 샤오란:..오해하지마. 너랑 오래 만나게 해달라고 하는 거니까.
 
당신은 어떤 오마모리를 고르나요? 종류가 많아 고민될법도 합니다.
 
이로:오해 안 했는데. (볼 미세하게 붉히고 부적 쪽으로 시선 옮긴다)
(신체건강, 질병회복 두 개를 꺼내들었다. 악운은 이 쪽에서 쳐낼 수 있는 거니까.)
 
두 사람 모두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고, 돈을 냈습니다.
 
다음 한 해에 좋은 운이 깃들기를.
 
─────── ✷ ───────
 
선물을 사는 사이 바로 옆 관광객의 대화 소리가 들려옵니다.
 
삿포로에서 일출을 보면 한 해가 내내 길하다고 하네요.
 
류 샤오란:저기, 이로. 우리도 약속 하나 할래?
 
이로:웅.
 
류 샤오란:이도가미의 이름을 걸고~ 내일 아침에 꼭 같이 일출을 보자.
어때?
 
이로:꼭 걸어야 돼?
그렇게까지 중요한 거 아니잖아, 일출은.
 
류 샤오란:그치만~ 꼭 지키고 싶은 약속인걸.
 
이로:일출은 그냥 보면 되는데⋯⋯. (뭔가 불만스럽다는 표정이다⋯⋯)
알았다. (새끼손가락 내걸었다)
 
류 샤오란:그럼 약속,
 
류는 당신의 손을 가져가 손가락을 엮어 약속을 마칩니다.
 
나가는 길에 마침 신궁 앞 찻집점에서 한정 과자를 팔고 있습니다.
 
‘한간사마'라는 과자인데, 메밀이 들어간 떡 속에 팥이 듬뿍 들어있다고 합니다.
 
점원이 카운터의 철판 위에서 한간사마를 뒤집어가며 굽고 있습니다.
 
류 샤오란:하나 사줄까? 맛있어 보이는데.
 
이로:(고개 기웃거린다) 사줘.
매혹
기준치: 20/10/4
굴림: 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류 샤오란:이로도 참..
 
부끄러운 눈치로 목 뒤를 밝힌 샤오란은 얼른 돈을 내고 과자를 받아옵니다.
 
손바닥보다 작은 과자를 받아 냅킨에 포장해서 들고 가며 당신 한 입, 샤오란 한 입, 사이좋게 나눠먹었습니다.
 
한입 베어무니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져나갑니다.
 
이로:부스러기. (입가 톡톡 털어준다)
 
류 샤오란:입으로 먹어줘도 되는데.. (히죽 웃고)
 
이로:(이해 못한 듯) 과자는 원래 입으로 먹다.
 
류 샤오란:하하, 아무것도 아냐.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주차해둔 차가 눈에 띕니다.
 
류 샤오란:자, 먼저 타.
 
샤오란은 조수석을 열어주고 나서 곧 자신이 운전석에 앉아 차를 출발시킵니다.
 
목적지는 삿포로의 한 호텔입니다.
 
유명 관광지에 가깝고 깨끗하다는 지인의 추천에 따라 고른 숙박시설입니다. 조식도 맛있다니 기대되네요.
 
이로:(멍하니 차창 밖을 내다본다.) 호텔 하면 뭐 할 거야?
 
류 샤오란:그러게.. 우선은 저녁부터 먹어야 하지 않으려나.
 
그나저나 정말 춥습니다. 삿포로가 유독 춥다는 말은 들었지만, 3월인데도 눈이 펑펑 쏟아집니다.
 
적당히 보기 좋게 떨어지던 눈은 두 사람이 탄 차가 출발하자마자 눈보라로 변합니다.
 
이로:눈이 너무 많이 오는데.
 
창밖의 풍경은 차츰차츰 새하얗게 번지다가 묻혀버립니다.
 
이로:샤오, 운전 가능하다? (네 쪽 흘긋 본다)
 
류 샤오란:으응, 그게..
 
얼마나 지났을까요, 뭔가가 불편해 보이는 샤오란이 가볍게 혀를 차곤 차를 잠시 멈춥니다.
 
당신에게 제 목도리를 두껍게 둘러주고는 먼저 차 문을 열고 내리네요.
 
류 샤오란:이로도 잠깐 내려볼래? 잠시만..
 
이로:알았다. (덩달아 조수석 문을 열고 내린다)
 
보닛을 열고 내부를 살펴보던 샤오란이 이쪽을 봅니다. 강추위에 차의 엔진까지 얼어붙은 모양입니다.
 
류 샤오란:젠장.. 틀렸어. 운전은 더 못 하겠는데…
 
훗카이도 신궁에서 호텔까진 그렇게 멀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 도심 한가운데였을 텐데, 운전을 어떻게 한건지 눈밭이 끝없이 펼쳐진 평지에 있습니다.
 
어느덧 주변은 건물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적이 드문 풍경입니다.
 
류 샤오란:처음 와보는 곳이니까 지도만 따라서 운전했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눈이 내려서 긴가민가하긴 했는데…
 
이로:(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뭔가 이상한데.
 
용케 사람은 안 쳤습니다.
 
류 샤오란:미안해. 모처럼 나온 여행인데.. 차는 어쩔 수 없으니까. 사람이 있는 곳까지만이라도 걸어가자.
 
이로:아냐, 괜찮다. (길다란 목도리로 네 손 감싸쥔다.) 춥지.
나 튼튼해, 괜찮다. 샤오가 힘들면 업어주다.
근력
기준치: 72/36/1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류 샤오란:으으응. 나는 괜찮아.
 
이로:⋯⋯.
 
되려 차에 둔 제 모자와 장갑을 겹겹이 쌓아 당신에게 둘러주는 샤오란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애인에게 고생을 시키는게 마음 쓰이는 거겠죠.
 
이로:답답해.
 
류 샤오란:그래도 조금만.. 조금만 참아. 추워.
 
세찬 눈보라에 뼛속까지 한기가 스며듭니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거센 추위입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눈밭에 발이 푹푹 빠집니다.
 
이래서는 거의 조난이나 다름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긴 삿포로가 아닌 것 같은데요…….
 
류 샤오란:아, 저쪽 좀 봐.
 
가까스로 두 사람은 불빛을 발견합니다.
 
이런 허허벌판에 대뜸 료칸입니다.
 
어슴푸레하게 퍼지는 수증기를 보니 온천이 딸린 료칸 같습니다.
 
얼어죽는 건 면할 수 있겠네요.
 
류 샤오란:다행이다.. 묵을 수 있나 얼른 알아볼게.
 
이로:샤오.
너무 걱정하지 마.
난 괜찮다. 걱정 또 하면 혼나다.
 
류 샤오란:...응. 알겠어.
(네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몸을 물렸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샤오란이 눈을 털어내며 카운터 앞으로 갑니다.
 
이로:(날씨와 관련된 힘이 있으면 좋을 텐데 없어서 신경 쓰이는 건 이 쪽이라고⋯⋯. 고개 세차게 여러 번 저어 묻은 눈 떨어뜨린다. 흡사 개와 다를 바 없다)
 
그 사이 입구의 문턱을 갓 밟은 당신의 목에 소름이 돋습니다. 추위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누군가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언짢은 기분-
 
이로:(드물게 미간 찌푸리고 천장 본다. 아무것도 뵐 리 없지만)
 
판단을 마치기 전에 카운터 앞에 서있던 직원이 이쪽을 보고 입을 엽니다.
 
 
료칸 직원:지금은 방이 하나밖에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 ✷ ───────
 
─────── CHAPTER 01 ───────료칸
 
직원이 두 사람을 객실 ‘국화방'으로 안내합니다.
 
이곳은 일본 저택을 개조해 만든 듯한 료칸입니다.
 
낡긴 해도 깨끗하고, 고풍스럽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의 나무로 지어진데다, 일본화와 꽃꽂이로 우아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둘러보니 전체 객실이 10개도 채 안 되는 작은 료칸이네요.
 
모든 객실은 미닫이 문인데, 잠금 장치가 없습니다.
 
이로:(킁⋯⋯.)
 
두 사람의 국화방은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는 방입니다.
 
직원이 벽장에 있던 깨끗한 이불을 꺼내 다다미 바닥 위에 깔아줍니다.
 
 
료칸 직원:객실마다 작은 노천 온천이 하나 딸려 있어요. 사용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니 원하실 때 사용하시면 됩니다.
식사는 몇 시쯤에 가져다 드리면 될까요?
 
이로:샤오. 몇 시가 좋아?
 
현재 시간은 오후 4시 반입니다. 저녁 식사를 하기엔 약간 이른 시각이네요.
 
얼어붙은 몸을 온천욕으로 녹이고 식사하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류 샤오란:그럼.. 7시 쯤에 가져다주시겠어요?
 
이로:(끄덕인다.)
 
 
료칸 직원:알겠습니다. 느긋하게 즐겨주세요.
 
이로:춥다아. (직원이 나가면 두 팔 벌려 너 꼬옥 끌어안는다. 느껴지는 체온이 좋았다.)
 
류 샤오란:으응. 추워. (허리를 숙여 네 어깨에 고개 묻었다.) 얼른 몸 녹이자.
 
옷장 안에는 두 사람분의 유카타가 걸려 있습니다.
 
수건이나 양치 도구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품은 전부 구비되어 있네요.
 
미닫이로 된 전면창을 열면 테라스가 있고, 그 너머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노천온천이 보입니다.
 
도심에선 보기 힘든 천연 온천입니다.
 
물 온도를 조절하는 시설은 보이지 않고, 정말 땅을 파내서 만들기라도 한듯 구조가 울퉁불퉁하고 매끄럽지 않습니다.
 
샤워실은 별도로 없습니다. 온천에 몸을 담근 뒤 옆에 있는 수도 설비로 몸을 씻어내는 구조입니다.
 
온천에 손 끝을 집어넣어본 샤오란이 몸을 움츠립니다.
 
류 샤오란:뜨거워서. 한번에 첨벙 들어가면 화상 입겠는데?
 
이로:(첨벙, 소리를 내며 손목까지 온천수에 담근다.)
정신
기준치: 80/40/16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흠. (이정도는.ㅋ)
 
류 샤오란:(..끙.) 하여간. 못이기겠다니까
 
이로:나는 요괴고 샤오는 인간이다.
(못 이기는 게 당연하다는 뜻. 이런 쪽에서 자존심을 부린다.)
 
류 샤오란:나 먼저 들어가 있을테니까, 수건 감고 와. (픽 웃으며 아침에 입었던 유카타의 윗부분을 벗었다. 맨 몸을 보여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 눈치. 그야, 같이 운동하며 많이 보지 않았는가.)
 
이로:(빤- 이 쪽도 그런 모습 익숙하긴 마찬가지. 문 닫고 옷 갈아입은 뒤 수건으로 몸을 감쌌다. 그냥 들어가도 상관 없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인간 생활이란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니⋯⋯)
(드러난 어깨에 한기가 스민다. 추위를 많이 타 그 영향인지, 방 안인데도. 한껏 움츠리고 온천 문을 열었다. 수건이 짧아 꼬리가 느리게 살랑이는 모습이 그대로 보일 터다)
나 바로 들어가다.
정신
기준치: 80/40/16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얼굴 시뻘개진 채로 잘 참는 태.)
 
류 샤오란:너무 뜨겁진 않고? (묻는 이쪽도 어깨부터 뒷목이 붉은기로 가득하다. 홍조처럼 보이는 열기가 당신의 얼굴에 올라간게 꼭 가끔만 보여주는 표정이랑 비슷해 부끄러운 것 같기도 하고..) 그, 불편하면 수건 풀어도 되는데, 미리 알려만 줘. 준비..하게. (뭘? 거창하게 말했지만 아직은 부끄러운 것 뿐이다. 갓 사귄 연인이랑 이정도 진도를 빼는건 아직 상상을 못해봤는데..)
 
이로:이 정, 도는 괜. 찮다. (뜨거운 것 같다⋯⋯ 견디려 힘 빡 주었다. 아무래도 온도변화가 극심했던 것 같지. 혼자 분투하느라 네 표정 뒤늦게 알아차렸다. 눈 끔뻑이고)
왜, 보려고? (멀뚱⋯⋯ 쳐다본다. 의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대로의 사실을 묻는다.)
나도 인간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
 
류 샤오란:아, 안 볼게. (얼굴 새빨개져서 등 돌렸다. 이쪽도 허리에 수건 두르고 들어간건 마찬가지. 먼 발치의, 흰 풍경만 바라봤다. 등판 전체가 울긋불긋 물든다.) 지금은.. 세시간 밖에 없으니까.. (횡설수설, 뭐라는지 자신도 알아듣기 힘들다. 확실히, 몸에서 한기는 가셨으니까..)
 
이로:보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검지 손가락으로 어깨 콕콕 두드린다. 제 쪽 보라는 것 같다. 군데군데 붉어진 피부 뚫어져라 쳐다보다 익지 않은 살결 느리게 주무른다. 눌러서 색을 맞추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러한 행동에 이유와 이름은 없었다.)
세 시간이면 긴데.
탕에 세 시간을 있으면 고기가 되다.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듣기 썩 좋진 않다.)
 
류 샤오란:(힐끔, 고개부터 살짝 돌려 아직 수건이 감겨있음을 확인하고 완전히 돌아앉았다. 작은 손이 등에 닿을때마다 얼굴을 식히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는 않은 모양. 더워서 붉어진거라고 둘러댈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나는 세 시간으로 안 돼. (못알아듣겠지, 생각하며 그정도만 말했다.) 아무튼, 음식을 가지고 들어오셨는데 아직 준비가 안 되어있으면 부끄럽잖아. 미리 옷도 갈아입고.. 좀 앉아있자.
 
이로:그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된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그렇게 하다. (말 끝나면 옆에 자리를 잡고 나란히 같은 풍경을 본다. 이 쪽은 물이 턱 끝까지 잠겼다. 말 없이 발가락 꼼질거리다 두 손 동그랗게 모아 물 깊은 곳으로 잠기게 한다. 손 사알짝 벌리면 공기방울 하나가 수면 위로 퐁⋯⋯)
 
류 샤오란:다음에는.. 더 근사한 곳에 데려가줄게. (오늘 가려던 곳도 충분히 근사한 곳이었지만, 대차게 말아먹었으니 다음을 노려보는 수밖에. 그저 너에게 지금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더워지면 얘기해. 나가면 되니까.
 
이로:나한테는 지금도 충분히 근사해. (너 쳐다본다. 너랑 있는 공간은 어디든 좋을 거다. 그게 산골짜기 깊숙한 곳에 있는 동굴일지라도. 잠긴 손 꼼지락거리다 깍지 껴 잡아냈다. 빠안히⋯⋯) 이제 따뜻해.
(시선은 자연스레 네 눈에서 입, 그리고 목선을 따라 가슴께로 향한다. 그냥 눈 앞에 있어서 그런 거다. 아마도.)
 
류 샤오란:(네 시선을 따라가다가 당황했다. 평소에도 뭐든 빤히 보는 편이라는 건 알고있었지만.. 좀 부끄럽다고 해야하나. 자신은 시선을 둘 곳이 없어 눈을 질끈 감았다. 쉬는척.. 신경 안 쓰는척..)
으응, 나는 조금 더운데. (아까는 물에 안 들어간 상반신이 좀 춥다고 생각했지만, 달아오르는 건 한 순간이면 되는 모양이었다. 네 시선만으로도 이정도로 열이 날 줄은 정말로 몰랐으니까.)
 
이로:(음? 기운이⋯⋯ -본디 가까운 사람의 기운을 읽어낼 수 있는 터라 그런 부분에서 예민하기도 했고, 영향 또한 많이 받는다. 때문에 너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째 눈 쌓인 겨울인데도 한기가 금세 가신다. 고개 들어 너 보면 기운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물 속의 손 예고없이 하반신에 갖다댔다. 확인(?)을 위함이다.)
 
류 샤오란:...! (네 손이 닿자마자 손목을 살짝 쥐었다.) 뭐, 어.. 이로? (얼굴이 새빨갛다. 여유로워 보이려고 웃는다는게 헛웃음처럼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수건 달라고? 더, 더 가져올게.. (횡설수설하며 먼저 탕에서 나와 근처에 쌓아둔 수건 한장 더 건넸다.) 나는.. 더워서, 옷 갈아입고 오려고. 응.
 
이로:⋯⋯(덩그러니 남은 채 수건 건네받는다. 닿았던 손으로는 무형의 뭔갈 쥐는 시늉한다. 컸다.)
그럼 나도 나가다. (네 말에 고개 끄덕이며 탕에서 나온다. 먼저 옷 갈아입으라는 듯 고개 까딱였다)
 
류 샤오란:(가볍게 몸 씻어내고 너를 등지며 새 유카타 둘렀다. 손.. 당황해서 못 느꼈는데 결국 만져본건가 저거. 분명 순진한 이미지였는데.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느껴졌다.) 으응. 옷 입으면 밥 금방 오겠다.
 
이로:으응. (정작 이 쪽은 약간 놀란 것 외엔 아무런 심경의 변화도 없다. 너 등 돌리고 있으면 그 사이 함께 옷 갈아입는다. 뽀송해진 피부가 기분 좋아 등 뒤에서 너 끌어안았다. 꼬리 살랑이고) 배고파.
 
씻고 나오니 샤오란의 말처럼 저녁 7시 무렵입니다.
 
 
료칸 직원:실례합니다,
 
직원이 들고온 저녁으로는 잘 차려진 정찬이 나옵니다.
 
차완무시(계란찜), 된장국, 생선 조림, 아귀간, 모듬 튀김, 후토마키, 따뜻한 청어국수가 한 사람분의 쟁반에 담겨있습니다.
 
이로:(침 흐른다.)
류우.
 
류 샤오란:응? 왜. 못먹는 거 있어?
 
이로:빨리 먹고시다. (발음도 틀린 채 침 질질 흘린다)
 
류 샤오란:응, 얼른 먹자. 잘 먹겠습니다.
 
이로:잘 먹겠습니다. (두 손 부딪히며 식사 전 예절 지켰다.)
샤오. 얼른 먹다. (젓가락으로 생선 조림 작게 잘라 네 쪽으로 내밀었다.)
 
류 샤오란:이로 많이 먹지 왜, (네가 좋아하는 반찬 위주로 골라 네 접시에 올려주었다.)
 
이로:양보다. 양보.
(너 따라하듯 제 쪽의 튀김 네 그릇 위에 올린다)
 
류 샤오란:양보.. (조금은 감동받은듯, 네가 건네준 튀김 빤히 바라봤다.)
이런 양보는 나한테만 해주는거야?
 
이로:응. (마주보고 같이 밥 먹을 사람 너 말고 누가 있으랴.)
 
류 샤오란:그러면 됐어. (만족스러운 웃음. 너와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물어봤지만 답이 마음에 들어 더 묻지 않았다.)
 
다 먹어갈 무렵, 조금은 지쳐보이는 샤오란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류 샤오란:술이 조금 마시고 싶어서 직원한테 물어보려고.
이로는 필요한거 없어? 추워서 이불이 더 필요하다거나,
 
이로:난 괜찮다.
술 마셔? 술은 맛없다.
 
그는 끄덕이고서 문을 열고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방에 남은 당신은 접시를 비우면서 그를 기다립니다.
 
이로:(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싹삭 비운다. 기다림.)
 
그러나,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30분이 지나도… 샤오란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로:?
 
해도해도 너무 기다리게 하네요. 찾으러 가봐야 할까요?
 
이로:(길을 잃어버린 건 아니겠지.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긴다.)
 
객실 밖으로 나서면 약간 소란스러운 웃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복도를 지나자 홀처럼 보이는 공용 공간에서 먹고 마시며 떠드는 사람 무리를 발견합니다.
 
샤오란은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벌써 꽤 취해있습니다.
 
─────── ✷ ───────
 
이로:⋯⋯.
(등 뒤에서 네 목덜미 콱 잡아당긴다.) 샤오는 나랑 놀러오다.
근력
기준치: 72/36/14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인기척을 느낀 사람들이 당신이 있는 쪽을 봅니다.
 
술에 기분좋게 취한 샤오란이 머쓱한 표정으로 대신해서 당신을 소개합니다.
 
류 샤오란:그, 제 애인..입니다. 그러고보니까 돌아간다고 했는데..
 
그 중 가장 목소리가 큰 남자가 자연스럽게 당신을 잡아당겨 자리에 앉힙니다.
 
유우토:얘기 들었어요. 말대로 미인이시네.
 
이로:샤오는 술에 취하면 자제력을 잃다.
 
류 샤오란:여기 사람들, 오늘 처음 만났는데 의기투합해서 한 잔 하고 있었대.
술이 다 떨어졌대서 어떻게 하지 고민 중이었는데 잠깐 말상대가 되어주면 한 병 준대서…
 
이로:(유우토 말 고개 적당히 대충 끄덕이며 못 들은 척 한다.)
 
류 샤오란:그런데 꽤 잘 맞아서 즐거워지는 바람에 그만. 미안해.
 
이로:흥.
 
류 샤오란:미안해 이로.. 응?
 
이로:너희도 술을 적당히 마시다.
 
유우토:까칠한 아가씨네요~ 그러지 말고! 소개나 합시다. 네?
 
마사미:...네에. 저는 마사미. 이쪽에 있는 유카는 제 약혼자예요.
 
유카:안녕, 반가워요. 마사미랑은 사랑의 도피 중이에요. 저쪽 아주머니는 루미코 씨.
 
루미코:소개 한 번 이상하게 하네. 나는 루미코예요. 부부싸움하고 홧김에 나와버렸지 뭐예요.
 
이로:(킁⋯⋯) 둘이 비슷한 냄새가 난다. (어릴 적부터 쌓아온 흔적 같은 것들을 말하는 듯)
 
카오리:난 카오리, 대학교 3학년!
 
유우토:유우토예요. 전 호스트, 지금은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이로:(저쪽은 신경질적이고, 이쪽은 뭔가 독특한 냄새.)
 
사람이 다섯 명이나 되니까 와글와글 정신 없습니다. 이름 외우기도 어렵네요.
 
이로:(하지만 이로는 개라서 냄새로 기억한다.)
 
마사미:두분도 사랑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아까부터 계속 이로씨 얘기만 하시고.. 그치 유카?
 
유카:하하, 맞아요. 공감이 가서 붙잡아 둔 꼴이 됐네요. 마사미처럼 사랑스러운 애인이 있으시다길래..
 
마사미:유카도 차암..
 
이로:흥. 나 없는 곳에서 내 얘기를 왜 하다.
 
류 샤오란:좋아서.. 다들 애인 자랑 하니까. (...) 미안해.
 
루미코:사랑 그게 얼마나 간다고.. 요즘 애들은 너무 물러서 문제야.
 
이로:흠. (네 말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허벅지 베고 눕는다. 멀뚱히 마사미, 유카, 루미코, 카오리, 유우토 쳐다본다. 이 쪽에게 인간 사회에 필요한 눈치따위 있을 리가 없다)
 
유우토:왜요, 사랑하는 청춘은 아름답죠. 하하. 그래서 말인데, 제 사업이..
 
류 샤오란:아하하.. ..네에.
 
샤오란에게만 집요하게 말을 거는걸 보니 대화 내내 유우토를 혼자 상대하다시피 해준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사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니 그런거겠지만, 남들 눈에나 사람좋아 보이는거지- 당신의 눈엔 조금 피로해 보이네요.
 
이로:이봐.
 
유우토: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게 초기에 자본이 필요해서 그렇지~
 
류 샤오란:네네. 그렇겠네요.
 
루미코:하여간. 이놈이나 저놈이나.
 
이로:(기지개 쭉 편다)
 
카오리:이로, 라고 했나. 번호 물어봐도 돼요? 이유랄건 없고.. 마음에 들어서? 헤헤.
 
다른 사람들이 떠들기 바쁜 사이, 카오리만이 시선을 내려서 당신을 빤히 봅니다.
 
카오리:대학생이라면서요? 저돈데!
 
이로:류우. (손 휘적거리며 샤오란 입술 때린다)
난 번호가 없다⋯⋯.
 
류 샤오란:(읍.) .. 제가 알려드릴게요, 잠시만요..
 
카오리:다행이다! 엄청.. 뭐라고 하지? 독특하셔서요! 이상하게 듣진 않으셨으면 좋겠지만 제가아, 그. 오컬트쪽에 관심이 많은데요~
 
이로:⋯⋯?
 
카오리:이로씨한테서 그런 느낌을 좀 받는다고 해야할까.. 들어오실때부터 알았어요! 뭔가 있는거죠!
 
이로:⋯⋯ (눈썹 까닥인다. 감이 좋은 편? 눈 두어 번 깜빡거리고 카오리 뚫어져라 보다가⋯⋯)
 
루미코:얘는. 웬 사람들한테 다 물어보고 다녔으면서
 
카오리:에이. 이번엔 진짠데... 연락해도 돼요?
 
이로:몰라. (그대로 류 허리 끌어안는다. 남들이 보기엔 진짜 이상한 인간 같을 것이다⋯⋯.)
 
유카:하하, 저기 두분은 진짜 좋아보이네.
 
마사미:유카.. (은근 의식하다가 이쪽도 치대기 시작,)
 
유카:응? 마사미 왜?
 
루미코:어후. 이런 분위기 진짜 못견디겠네..
 
카오리:그럼 가끔만요! 자문도 어려우세요? 영적인 부분에서 정말로, 뭔가 느껴지는거 없으신가요?
 
이로:으으으으으.
 
류 샤오란:(소곤) 카오리는.. 정말로 또래 여자애가 있다는 말에 기뻤나봐. 나쁜 애는 아니야, 이로.
 
이로:(네 말에 힐긋 고개 돌려 카오리 쪽 바라본다.)
고민하고 있는 거 해. 나는 모르다.
 
카오리:히히, 네에. (그래도 영 기분 나쁘진 않은 눈치.)
 
이로:(그러고 보니⋯⋯) 여기 남의⋯⋯. (게슴츠레 바라보다가)
아니다.
(이젠 완전히 고개를 돌렸다.)
 
루미코:너. 거기 류 좀 그만 괴롭혀. 술 맛 떨어지는거 몰라?
 
유우토:에이.. 그냥 아는 얘기 하는게 뭐 나쁘다고 그러실까.
 
어찌저찌 휘말려서 떠들다보면 카오리가 호들갑스럽게 운을 띄웁니다.
 
이로:류?
 
류 샤오란:음? 괜찮아. 좀 신나신 것 같아서 얘기 받아드린 것 뿐이니까.
 
카오리:저기!! 그런데 다들, 우물 괴담에 관해 알고 계세요?
 
이로:(쫑긋)
 
마사미:괴, 괴담이요?
 
카오리:이 료칸 꼭꼭 숨어있는 주제에 웹에서 꽤 유명하거든요~ 그거 다 괴담 때문인데.
 
이로:⋯⋯(조용히 듣는다)
 
루미코:어머? 무슨 괴담이길래,
 
카오리:여기 ㅁ자 모양으로 세워져있죠? 그 가운데에 뚫린 공간에 정원이 있잖아요.
거기에 낡은 우물이 하나 있는데…
뭔가 살고 있대요. 무서워라! 실제로 목격 증언이 엄청 쏟아진다고요~
 
유우토:흐응.
 
카오리:새벽에 자다 깨면 배회하는 ‘그거'랑 마주칠 수도 있다던데…
잘못 표적이 되면 끌려간다는데요?
 
마사미:꺅! 어떡해, 나도 끌려가면 어쩌지 유카..?
 
유카:걱정 마. 그때는 내가 지켜줄게. 사랑스러운 마사미를 두고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로:(⋯⋯)
 
유우토:그나저나.. 웹? 그런 이야기를 모아두는 사이트가 따로 있나요?
 
이로:그게 뭐다.
 
루미코:그래봤자 소문인걸 다들 왜이리 호들갑인지. 흥.
 
이로:배회하는 그거가 뭔데?
 
카오리:그게! 바로 미스터리 인거죠~ 이로씨도 관심 있으세요?
 
이로:응. (허튼 짓 하면 쫓아내려고.)
 
카오리:그게 뭐냐면...!
 
사람들이 무서운 이야기에 각자 열을 올리는걸 듣고 있다보면 어깨에 뜨끈한 무언가가 닿습니다.
 
이로:?
 
류 샤오란:이로오..
 
취해서 노곤해진 샤오란이 히죽 웃으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이 이야기에 집중하는동안 마셔대기만 한 것 같습니다.
 
슬슬 데리고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로:(벌떡) 나는 샤오를 데리고 들어가다.
 
카오리:아앗. 그런가요.
그럼 다음에 또 보면 말씀드릴게요!
 
루미코:어어. 들어가.
 
유우토:좀 더 얘기해 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마사미:유카...
 
유카:마사미...
 
─────── ✷ ───────
 
당신은 어떻게든 힘이 풀린 그를 데리고 돌아옵니다.
 
조금 뻑뻑한 미닫이 문을 닫으면, 천장이 한 바퀴 돌더니 어느덧 당신은 누워있습니다.
 
류 샤오란:이로…
 
이로:무겁다.
 
샤오란이 당신을 눕히고 올라타서 내려다봅니다.
 
역광 때문에 표정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면서 술냄새가 훅 가까워집니다.
 
류 샤오란:이로.. 미안해…. 내가, 그러려던게 아니라아..
 
이로:읍. (표정 찌푸리며 훅 끼쳐오는 알코올 냄새 참았다. 곧바로 펴지는 표정)
아까 사과하다. 나는 괜찮아.
 
류 샤오란:그래도.. 금방 온다는게, (고개를 네 어깨 위로 파묻었다. 어리광..이다. 아마도.)
 
이로:그건 샤오가 잘못하다. (단호한 투와는 다르게 간지러운지 작게 움찔거린다.)
그래도 왔잖아. (네가 제게 그러했듯, 천천히 곱슬기 도는 머리 쓰다듬는다)
 
류 샤오란:(귓가에 쪽쪽, 소리내며 입 맞췄다.) 유카인지.. 그 사람이 자꾸, 자기 애인 자랑을 해서어..
 
이로:으응. (지긋이 눌러오는 무게에 어깨에 힘 줬다 금세 뺀다. 입술 오물거리다) 그 둘은 비슷한 냄새가 나. 오래 알고지낸 거 같았다.
샤오도 냄새가 있어. (새로운 생을 맞이할 때마다 제 것과 함께 연해지지만 맡아지는 익숙한 향이 있다. 지금의 네겐⋯⋯) 킁. (목덜미에 얼굴 가까이 들이대 체향 맡는다.)
내 냄새. (기분 좋은지 꼬리 살랑인다)
 
류 샤오란:너랑 나도... 그만큼 오래 같이 있을 수 있겠지? (천천히 뱉는 숨이 더웠다. 눈을 감았다.)
그거야 너랑 같은 비누로 목욕했으니까, 으음. (술에 취해 깊은 생각을 하기가 어려웠다. 네가 자신을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다시 태어날 혼을 찾아다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좋아?
 
이로:좋아. (눈 맞춘다. 표정에 큰 변화는 없었음에도 상기된 것을 알 수가 있다. 고개 내밀어 가볍게 입술 내리누른다. 쪼옥)
 
류 샤오란:…젠장, (참기 힘들어. 숨 아래로 들릴락말락 속삭였다.) 그러니까 그런거 막 하지 마, 이로. 아까 탕에서도..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면 더 완곡하게 말했을텐데, 지금은 어려웠다.)
 
이로:하지 마? (놈 말은 잘 듣는 편이라 아까도 그랬듯 이번에도 네 말에 따른다. 고개 뒤로 물리고 그늘진 얼굴 쳐다보기만 한다.)
(탕에서⋯⋯ 는 뭐지. 아.)
만지는 거?
 
류 샤오란:으응. 그거.. 그거는, (너는 소중하니까. 분위기같은거에 휩쓸려서 그러고싶지 않았다.) 처..음일거 아니야.
 
이로:(끔⋯⋯뻑. 고개 끄덕이고) 교미해본 적은 없다.
 
류 샤오란:…
 
그는 눈을 꿈뻑이다가… 푹. 소리와 함께 당신의 위로 쓰러집니다.
 
확인해보면 그냥 곤히 잠든 취객입니다.
 
샤오란을 눕히고 나니 몸이 천근만근 무겁습니다.
 
깨워서 한소리 하자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오늘은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완전히 지쳤습니다.
 
지금 자면 꿈 없이 푹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의 불을 끄고 다다미에 깔린 이불에 들어가 눈을 감습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퓨즈가 끊긴 것처럼 잠에 빠져듭니다.
 
─────── ✷ ───────
 
얼마나 잤을까요, 당신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립니다.
 
이상한 기분이 느껴집니다.
 
유카타 안으로 파고드는 손길이…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입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가 당신의 위에 올라타있습니다.
 
옆자리가 비어있는걸 보니 또 샤오란인가봅니다.
 
이로:⋯⋯?
 
이놈의 취객은 취했으면 곱게 잘 것이지 이상한 짓은 왜 하는 건지……
 
이로:(이불 홱 열어제낀다.)
 
당신이 반응하자, ‘그것'은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일어서서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그것'은 물에서 막 빠져나온 것처럼 축축합니다.
 
수백 개의 물방울들이 당신의 몸을 타고 흐릅니다.
 
식은 땀이 아닙니다.
 
‘그것'에게서 흐르는 물입니다.
 
이로:(이상한 냄새. 흐르는 것의 향이 아니다.)
고인 거?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손을 뻗는다)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
 
이내 ‘그것'은 어딘가로 사라집니다.
 
 ✷ 이성 판정 (1/1D3)  ✷ 
 
이로: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2
 
)
 
=
2
 
이로, 이성 -2
 
당신은 공포와 충격으로 일시적으로 기절합니다.
 
정신을 잃기 전에 든 생각은…
 
‘그럼 샤오란은 어디에 있는 거지?’
 
─────── ✷ ───────
 
─────── CHAPTER 02 ───────아침
 
아침입니다.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반사적으로 옆을 확인하면 샤오란이 이불을 덮고 곤히 자고 있습니다.
 
새벽에 있던 일은 꿈이었던 걸까요?
 
하지만… 유카타는 여전히 젖어 있습니다.
 
그때, 밖에서 직원의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료칸 직원:꺄아아악!!
시, 시체다……!!!
 
그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달려오는듯 쿵쾅거리는 발소리도 들립니다.
 
유카:피가 이렇게…
 
마사미:유,유우토 씨…….
 
이로:(귀 쫑긋이며 밖의 상황을 듣는다. 일단은.)
 
카오리:세상에... 뭘로 찌른 거지?
 
아무래도 샤오란을 깨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이로:⋯⋯(꼭 깨워야 하나?)
(별로 보기 좋은 상황은 아닐 터라, 마주하게 하고 싶진 않았지만 일단 흔들어 깨운다.) 샤오.
 
당신이 그를 흔드느라 이불을 조금 걷어내고 보니,
 
그의 유카타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습니다.
 
상처는 없으니 본인의 피는 아닙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오른손에는 피묻은 식칼까지 들려 있습니다.
 
밖에서 직원이 두 사람의 방문을 두드립니다.
 
 
료칸 직원:괜찮으세요? 별일 없으신가요?
 
이로:없다. (이불 다시 덮는다.)
밖에 무슨 일이 있다?
 
 
료칸 직원:아, 다행이에요. 잠깐 나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지금 큰일이 나서요…….
 
샤오란은 가까스로 일어나 앉습니다.
 
류 샤오란:….
 
당연히 기억은 없습니다.
 
두 사람이 대답하지 않자, 직원이 실례한다는 말과 함께 객실문을 열어버립니다.
 
샤오란의 꼴을 본 직원이 찢어질듯 비명을 지릅니다.
 
 
료칸 직원:히익…
살인자!
 
료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이리시마 유우토. 어제의 그 무리에 있던 호스트 출신의 남성입니다.
 
아마 샤오란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것 같습니다.
 
직원이 덜덜 떨면서 말합니다.
 
 
료칸 직원:겨, 경찰을 부르려 했는데, 어제부터 폭설이 멈추지 않아요…
전파도 잘 안 잡히고 부르더라도 바로 오기는 힘들 거예요...
 
루미코:그럼 살인자랑 같은 료칸에 있으란 말이에요?
 
이로:너. (째려본다)
 
마사미:마. 맞아, 누가 봐도 저 사람이 저지른 거잖아요!
 
이로:조용.
 
유카:..어딘가에 가두지라도 않으면 불안해서 어떡해요?
 
루미코:창고 같은 거 없어?
 
류 샤오란:잠시만, 잠시만요. 저는 기억이..
 
이로:
짐승의 기백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이상합니다, 당신이 능력을 사용하려고 해도 무언가가 당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기분입니다.
 
료칸에 처음 발을 들일때와 같은 기분이 듭니다..
 
 
료칸 직원:저기요..
 
직원이 그에게 말합니다.
 
 
료칸 직원:정말 죄송하지만… 상황 파악이 될 때까지는 창고에 있어주시겠어요?
 
이로:으릉.
 
류 샤오란:... 제안은 아닌거죠?
 
직원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샤오란을 데리고 료칸의 구석, 창고방으로 데려갑니다.
 
아침을 맞이해 밝아진 료칸의 구조가 이제야 눈에 들어오네요.
 
어제 들은대로 ㅁ자 모양입니다.
 
가운데 정원을 두고 둥글게 세워져 있고, 정말 우물이 있습니다.
 
지금은 뚜껑이 올라가 닫혀 있지만요.
 
창고는 빛 한점 들지 않는데다 먼지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직원이 안에 든 상자에서 무언가 찾는가 싶더니, 족쇄를 가져옵니다.
 
류 샤오란:..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만, 료칸에 왜 이런게 있나요?
 
 
료칸 직원:가끔 직접 사냥한 동물을 묶어놓는데 사용하는 거라서요..
 
철컥, 소리와 함께 발목에 족쇄가 채워집니다.
 
샤오란은 바닥에 대충 앉습니다.
 
─────── ✷ ───────
 
개인 행동을 할 기회입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와 아는 사이인 탓에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지만,
 
시체가 있는 백합방을 보거나, 직원, 마사미, 유카, 루미코, 카오리와 대화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류가 결백함을 증명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이로:샤오란.
일단은⋯⋯ 답답하더라도 참아. 기다릴 수 있지?
 
류 샤오란:으응. 그래야지. 일단은..
 
이로:(천천히 머리 쓰다듬는다. 족쇄에 손 얹더니 조금은 느슨하게 만들어준다)
다녀올게.
(고인 물의 냄새가 났다. 시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러 간다.)
 
당신은 방 앞에서 시체를 바라봅니다.
 
 ✷ 이성 판정 (1/1D3)  ✷ 
 
이로:
rolling 1d3
(
2
 
)
 
=
2
SAN Roll
기준치: 76/38/15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이로, 이성 -2
 
가슴에 날카로운 흉기로 찔린 흔적이 있고, 그게 사인이 되었습니다.
 
이로:(흉기? 찔린 부분을 자세히 본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상처를 자세히 보니, 샤오란이 들고있던 칼과 상처의 크기가 일치함을 알 수 있습니다.
 
말고는... 방에는 유우토의 짐이 하나도 없습니다.
 
더 볼 건 없어보이네요.
 
이로:(사업을 하고 싶다더니 가져온 것 하나 없이 몸만 온 건가. 휴식이 목적이었다면 그럴 수 있지만⋯⋯ 정말 하나도? 고개 기울인다. 일단은 방 밖으로 나온다. 직원에게 간다.)
이봐
너.
 
 
료칸 직원:네? 저기.. 지금은 조금 곤란해요..
 
이로:나도 곤란하다.
 
 
료칸 직원:전화통화를 해야 해서요. 죄송합니다.
 
당신과 대화하고 싶지 않은 눈치입니다.
 
이로:지 멋대로다. 흥.
짐승의 기백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유유히 겁 주고 떠난다.)
 
더 물어봤자 기분만 나빠질 것 같네요.
 
 
료칸 직원:....
 
직원은 흠칫, 고개를 푹 숙이고 떠나는 당신을 힐끔거립니다.
 
이로:(카오리에게 간다.) 너.
 
카오리:아, 이로씨...
저. 저는 류가 그렇게 했다고 생각 안해요!
그냥 그렇다고..
 
이로:더 얘기해 볼래?
 
카오리:그게 도움이 될까요..?
저도 아는건 따로 없어서..
 
이로:나도 영적인 현상에 관심이 많거든.
 
카오리:여, 역시 그러시구나..!
뭐가 궁금하세요? 가위에서 꺠는 방법? 귀신을 보는 방법이라든지? 아니면.. 아니면 이 우물에서 나오는 존재?
전문적인 지식은 아니지만요.. 하하..
 
이로:우물에서 나오는 존재. 잊혀진 신과 관련이 있어?
 
카오리:잊혀진 신..? 무슨 신이요?
저는 여기가 심령 스팟이라는 말을 듣고 온건데..
 
이로:이도가미라고 잊혀진 우물신에 관한 신화가 있다. 모르면 됐어.
(알면 잊힌 게 아니겠지.) 그러면 심령 스팟에서 뭔가 발견했어?
 
카오리:아뇨.. 그래서 그냥 소문인줄로만 알았어요. 조금 실망스러웠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저는... 저, 오컬트를 취미로 좋아하는 것 뿐이라서요. 나중에 비슷한 취미가 있는 남자친구도 가지고 싶고.. 그런?
뭐랄까. 바라시는만큼이 아니라면 죄송해서요. 도움이 되고 싶은데.
 
이로:알았다. (진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카오리:그치만, 나중에라도 필요한 정보가 생각나시면 불러주세요..! 이런 이야기 나누는걸 좋아하니까요.
 
이로:그래. (루미코에게 간다.)
 
얻어낸 건 많이 없어도, 그녀가 당신에게 마음을 쓴다는 것 정도는 느껴집니다.
 
루미코:(...) 뭐야. 지금은 기분이 별론데.
 
이로:나도다.
(네 기분이 어떻듯 옆에 털썩 앉는다.) 너는 오늘 이상한 일이 없었어?
(그러니까,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루미코:오늘? 이랄지. 요즘 이상한 일만 잔뜩이라 기분이 별로라고!
남편은 싸움만 걸지, 애들은... 애들은 집에 들어오지도 않지,
 
그녀는 뒤로도 사건과 관련없는 자신의 푸념을 쭉 늘어놓습니다.
 
루미코:흑흑, 사실은.. 애들이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집에 가자고 마음먹으니 이런 일이나 일어나고.
 
이로:가출한 거야?
 
루미코:응? 아니.. 애들은 다 커서.. 그래. 하나는 너처럼 대학에 가있겠구나...
 
루미코의 말 수 가 줄어듭니다.
 
루미코:아까는.. 그렇게 말해서 미안해.
 
이로:(출가였군.) 아니다.
 
공허해 보입니다. 물어봤자 이상의 정보는 얻기 어려워 보여요.
 
이로:너의 마음을 이해해.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너도, 그리고 우리도.)
(마사미와 유카에게 간다. 이런 상황이니 딱 붙어 있겠지.)
 
마사미:유카...! 그, 그 사람 애인이잖아..
 
유카:... 무슨 일이시죠?
 
이로: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해서. 너네.
 
유카:저한테 물으시면.. 대답은 해드리겠습니다. 마짱이 조금 무서워 해서요.
 
마사미:...
 
이로:그래. (홱, 마사미에게서 시선을 거둔다.)
(첫 번째 궁금증은, 우리도 두 명이었으니까 비슷한 일을 겪지 않았을까?) 오늘 새벽에 방에서 이상한 일은 없었어?
 
유카:없었습니다. 저희는 자고 일찍 일어나서 밥을 먹었을 뿐이네요.
 
이로:네 애인한테도 물어봐.
 
유카:마쨩.. 어제 불편했던거 있었어?
 
마사미:으으응, 그런거 없었어..
 
이로:(그럼 우리에게만? 하지만 왜. -고개 끄덕인다.) 우물에 가까이 간 적은 없지.
 
유카:없어요. 어제 그 대학생? 카오리가 말하고 나서는 마사미가 계속 무섭다고 해서.
 
마사미:..무, 무슨 일을 하고싶으신지는 알겠지만. 저희는 도움이 안 될 거예요.. 그치 유카?
 
이로:그렇군. (나약하지만 현명한 선택이다. 알겠다는 듯 자리를 옮긴다. 이야기를 나눈다고 딱히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순 없었네.)
 
유카:마음은 이해합니다. 저희도.. 결혼을 하고 싶을만큼 서로를 사랑하지만, 마사미의 부모님이 반대하셔서요.
 
마사미:어떻게든... 잘 해결하시길 바랄게요.
 
이로:(그거랑 이거랑 뭔 상관이지?) 알았다.
 
같이 머무는 사람들과 전부 대화해보니, 느껴지는 점이 있습니다.
 
 ✷ 지능 판정 ✷ 
 
이로: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깨닫습니다. 집요할정도로 그 얘기만 한 사람들도 있었죠.
 
그들에게는 전부 소원, 혹은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게 지금의 상황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 ✷ ───────
 
이곳 저곳을 둘러본 사이 어느덧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바로 자러 가도 괜찮지만, 샤오란을 한 번 보러갈까요.
 
혼자 남아있느라 외로울지도 모르고..
 
현재까지의 조사 상황을 공유한다면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이로:샤오.
 
류 샤오란:아, 이로.
 
이로:좀 어때.
 
류 샤오란:괜찮아. 나름 먹을것도 내주셨고..
추운데 왜 왔어. (...) 오늘은 방 가서 자.
 
이로:난 여기서 잘래.
샤오랑 붙어있으면 따듯하다. (꼬옥)
 
류 샤오란:그래도 안돼. 같이 있으면 의심받잖아.
 
이로:이미 받았는데.
 
샤오란의 말처럼, 직원이 안절부절 이쪽을 바라봅니다.
 
류 샤오란:내일 보자, 응?
 
이로:...그래.
(축~쳐진 귀와 꼬리가 실망감을 대변하는 듯 하다)
 
별 수 없이 방까지 돌아온 당신은 기묘한 감각을 느낍니다.
 
밖에서 문이 닫히고, 열리는 소리. 뭔가를 질질.. 끌고가는 소리가 납니다.
 
이로:(문 벌컥 열어제낀다.)
 
무언가 불길한 기분이 들어 돌아온 문을 다시 엽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창고 문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이로:샤오?
 
아까 류를 배웅할때 닫아주지 않았나요?
 
가까이 다가갈수록 비린내가 납니다. 아까 백합방에서 맡은 것과 같은 향기의…
 
피 냄새가.
 
바닥에는 샤오란의 소지품이 떨어져 있습니다.
 
이로:(줍는다.)
 
족쇄는 열려있고, 바닥에는 피에 젖은 무언가 질질 끌려간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그 흔적은 창고에서 정원의 우물로, 일직선으로 나있습니다.
 
우물의 뚜껑이 열려있습니다.
 
내부는 어두워 보이지 않지만, 시각이 당신의 유일한 감각은 아닙니다.
 
무언가 썩은 듯한 냄새와 피냄새가 코를 마비 시킬 것처럼 피어올라옵니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버립니다.
 
 ✷ 이성 판정 (1/1D3)  ✷ 
 
이로:
SAN Roll
기준치: 74/37/14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로, 이성 -1
 
쿵.
 
그때, 둔탁한 소리와 함께 머리에 강한 충격이 가해집니다.
 
당신은 우물을 짚고 반사적으로 버티지만, 뒤에 선 누군가가 다시 한 번 딱딱한 무언가로 머리를 가격합니다.
 
당신은 머리가 깨진 채로 우물에 던져집니다.
 
이곳은 차갑고, 춥고, 축축하고, 좁은데다, 악취가 가득합니다…
 
그대로 눈을 감습니다.
 
KPC 사망 PC 사망
 
─────── ✷ ───────
 
─────── CHAPTER 02 ───────아침
 
아침입니다.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반사적으로 옆을 확인하면 샤오란이 이불을 덮고 곤히 자고 있습니다.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방금까지 있었던 일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샤오란의 이불을 걷어서 확인하면 여전히 유카타에는 피가 묻어있고, 손에는 식칼이 있습니다.
 
 ✷ 인지 (이성+지능) 판정 ✷ 
 
이로:
SAN Roll
기준치: 73/36/14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짐승의 기백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머리를 가격하던 통증과 우물 안을 확인했을 때의 충격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을 거슬러 온 것 같습니다.
 
잠시 후,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같은 상황이 반복됩니다.
 
 
료칸 직원:꺄아아악!!
시, 시체다……!!!
 
그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달려오는듯 쿵쾅거리는 발소리도 들립니다.
 
이로:(문 쎄게 닫음)
(다시 귀를 기울인다)
 
유카:피가 이렇게…
 
마사미:유,유우토 씨…….
 
카오리:세상에... 뭘로 찌른 거지?
 
밖에서 직원이 두 사람의 방문을 두드립니다.
 
 
료칸 직원:괜찮으세요? 별일 없으신가요?
 
이로:있다.
 
 
료칸 직원:네? 세상에.. 그럼 무슨 일이!
 
샤오란은 가까스로 일어나 앉습니다.
 
류 샤오란:....
 
당연히 기억은 없습니다.
 
이로:(흘긋)
 
두 사람이 대답하지 않자, 직원이 실례한다는 말과 함께 객실문을 열어버립니다.
 
샤오란의 꼴을 본 직원이 찢어질듯 비명을 지릅니다.
 
 
료칸 직원:히익…
살인자!
 
이로:시끄러워. (익숙하다는 듯 귀 막는다)
 
료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이리시마 유우토. 어제의 그 무리에 있던 호스트 출신의 남성입니다.
 
아마 샤오란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것 같습니다.
 
직원이 덜덜 떨면서 말합니다.
 
 
료칸 직원:겨, 경찰을 부르려 했는데, 어제부터 폭설이 멈추지 않아요…
전파도 잘 안 잡히고 부르더라도 바로 오기는 힘들 거예요...
 
루미코:그럼 살인자랑 같은 료칸에 있으란 말이에요?
 
마사미:마. 맞아, 누가 봐도 저 사람이 저지른 거잖아요!
 
유카:..어딘가에 가두지라도 않으면 불안해서 어떡해요?
 
루미코:창고 같은 거 없어?
 
류 샤오란:잠시만, 잠시만요. 저는 기억이..
 
이로:창고 말고 방.
있던 데에 계속 두다.
내가 감시할게.
됐지?
 
 
료칸 직원:그래도.. 함께 계신 일행분을 믿기도 조금..
 
이로:
짐승의 기백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료칸 직원:정말 죄송하지만… 상황 파악이 될 때까지는 창고에 있어주시겠어요?
 
이로:싫다.
창고는 춥다...
 
류 샤오란:이로, (..) 괜찮아. 오래 있을 것도 아니니까.
 
직원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샤오란을 데리고 료칸의 구석, 창고방으로 데려갑니다.
 
창고는 빛 한점 들지 않는데다 먼지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직원이 안에 든 상자에서 무언가 찾는가 싶더니, 족쇄를 가져옵니다.
 
철컥, 소리와 함께 발목에 족쇄가 채워집니다.
 
샤오란은 바닥에 대충 앉습니다.
 
류 샤오란:..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차라리 조사로 뭔가 밝혀지니까 괜찮을지도.
같이 있어주면.. 덜 외로울 것 같긴 해.
 
이로:그럴게.
같이 있어주다. 이번엔 안 떨어질 거야.
 
류 샤오란:그래도 밤에는 방으로 가. 알겠지?
 
이로:싫어.
 
류 샤오란:... 내가 속상하대도.
 
이로:싫다. (너한테 매달린다) 나도 속상해...
 
우선은 샤오란의 곁에 남아 창고를 둘러보기로 합니다.
 
그러고보니 어제 너무 자연스럽게 족쇄가 나와서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뒤져보면 이런저런 고문 도구들과 고문서들이 있습니다.
 
고문서들을 뒤져보면 두꺼운 책 몇 권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꽂혀있습니다.
 
 ✷ 관찰력 판정 ✷ 
 
이로: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 고개 내젓고는)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몹쓸 신. (책을 덮는다.)
샤오란, (옆에 앉는다.)
 
이로:오늘 새벽에 뭔가 이상한 일은 없었어? 자고 있어서 모르다?
 
류 샤오란:....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어제 술을 많이 마신 것 때문인가..
미안해. 이런 말밖에 해줄 수가 없어서.
네가 가장 불안할텐데...
 
이로:아냐. 샤오 잘못이 아니다.
나 사실 어제... 아니, 오늘 새벽에 이상한 일이 있었어.
 
그렇게 말하는 류의 안색도 좋지 않습니다. 정말로 살인을 한 게 된다면 앞으로의 미래도 불확실해지니까요.
 
류 샤오란:일? 무슨 일?
내가 뭔가를 했어..?
 
이로:아니, 샤오가 아니었다.
새벽에 물에 젖은 뭔가가 방에서 날 봤어.
샤오는 자고 있었다. 다른 거야.
 
류 샤오란:그랬구나.. 무서웠을텐데, 나는...
최악이야. 이런 남자친구가 어딨어. 그치?
 
이로:자책하라고 꺼낸 말은 아니다.
 
류 샤오란:그렇대도 맘이 놓이지가 않아서.. (...)
너는 나를 믿어?
 
이로:응.
 
류 샤오란:내가, 정말로 한 게 아닐까?
혹시라도 기억을 못하고 내가..
 
이로:정말 그렇게 생각해?
 
류 샤오란:아니라고 믿고싶지만..
 
이로:난 믿어.
나는 샤오 말고 다른 샤오들도 알거든. 모두 똑같아.
(손 감싸쥔다.) 그리고... 난 요괴잖아. 그래서 알아. 뭔가 이상하다, 여기.
 
류 샤오란:..그래. 이로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거겠지.
그럼.. 정말로 방에 가서 쉬기는 싫고?
나중에 보러와주면 되잖아. 내가 어디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하하.
 
이로:싫다고 말했어. 떨어져 있는 거 싫어. (옷깃 꽈악 잡는다. 고집불통이다.)
 
류 샤오란:.. 알겠어. 그럼 가까이 붙어 있자.
 
이로:휴. (너한테 딱 붙어있는다. 당분간은 움직일 생각 없어 보이지만, -방 안에 있는 각종 고문서들과 자연스럽다는 듯이 나온 족쇄. 우물을 중앙에 두고-마치 식사를 내어주듯이-있는 료칸의 구조와, 하필 찾은 고서의 페이지가 인신공양과 관련된 내용인 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어제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모두 바라는 게 있어 보였다. 단 한 명만 빼고.)
...... 직원이랑 다시 이야기를 나누다. 여기 주인은 없는 건가?
 
류 샤오란:글쎄.. 예약을 한 것도 아니니까, 알 방법이 없네.
직원들이라도 있으니까 들어온거지만. 일이 이렇게 돼버렸으니까 나도 궁금하긴 해.
 
이로:음. (정말로 통신이 불가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어제 전화는 누구와 하고 있었던 건지... 억측일 수도 있으나 자리에서 일어난다.) 샤오, 나 다녀오다.
잠깐만 다녀오는 거야. 얌전히 있어.
누가 오면 이걸로 머리를 내려치다. (근처에서 고문도구 뒤적여 하나 네게 건넨다. 흉악해보이는 것이 전생의 너도 허를 내두를 것 같은 비주얼이다.)
 
류 샤오란:(네가 내미는 고문서를 보고 파하핫 웃었다.) 그럼. 어디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 그래도 조심히 다녀와.
 
이로:(문 꽈악 닫기 직전까지도 고개 돌려 너 확인하곤 걸음한다.)
 
 
료칸 직원:... (전화를 걸고 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마 경찰인 것 같다.)
 
이로:...안녕하다. (공손하게 허리 숙여 인사한다.)
 
 
료칸 직원:아.. 네에. (예의상 미소지었지만 별로 대화할 의사가 없어보인다.)
 
이로:전화가 안 돼?
 
 
료칸 직원:눈이 너무 많이 와서요. 전파 때문이겠죠.
 
이로:그렇군. 이 료칸은 외진 곳에 있으니까. 여기에 주인은 없다?
직원이 해결하기엔 너무 큰 문제다.
 
 
료칸 직원:네에. 저도 잘 모르는 일이라서요..
 
이로:왜 몰라?
누군지 모르는 주인 밑에서 일을 하는 거? (고개 갸웃거린다. 악의는 없다)
 
 
료칸 직원:네. 그렇네요. (..) 질문은 다 하셨을까요? 제가 바빠서요.
 
이로: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하지만... 제물로 바칠 거라면 왜 한 명을 살인자로 만들어야 했을까?)
그냥 처음부터 죽이고 숨기면 됐을 텐데. (중얼거린다)
 
직원은 자신의 말을 마치고 다시 바삐 움직입니다. 더 말을 들어줄 의사는 없어보입니다.
 
이로:(우물로 간다.)
 
우물로 향하려다가 문득 류가 있을 창고를 바라보니
 
활짝 열려있습니다.
 
바닥에는 샤오란의 소지품이 떨어져 있습니다.
 
족쇄는 열려있고, 바닥에는 피에 젖은 무언가 질질 끌려간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그 흔적은 창고에서 정원의 우물로, 일직선으로 나있습니다.
 
우물의 뚜껑이 열려있습니다.
 
내부는 어두워 보이지 않지만, 시각이 당신의 유일한 감각은 아닙니다.
 
무언가 썩은 듯한 냄새와 피냄새가 코를 마비 시킬 것처럼 피어올라옵니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버립니다.
 
/desc  ✷ 이성 판정 (1/1D3)  ✷ 
 
이로:
SAN Roll
기준치: 73/36/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2
 
)
 
=
2
 
이로, 이성 -2
 
쿵.
 
그때, 둔탁한 소리와 함께 머리에 강한 충격이 가해집니다.
 
당신은 우물을 짚고 반사적으로 버티지만, 뒤에 선 누군가가 다시 한 번 딱딱한 무언가로 머리를 가격합니다.
 
당신은 머리가 깨진 채로 우물에 던져집니다.
 
이곳은 차갑고, 춥고, 축축하고, 좁은데다, 악취가 가득합니다…
 
그대로 눈을 감습니다.
 
KPC 사망 PC 사망
 
─────── ✷ ───────
 
─────── CHAPTER 02 ───────아침
 
아침입니다.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반사적으로 옆을 확인하면 샤오란이 이불을 덮고 곤히 자고 있습니다.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방금까지 있었던 일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샤오란의 이불을 걷어서 확인하면 여전히 유카타에는 피가 묻어있고, 손에는 식칼이 있습니다.
 
머리를 가격하던 통증과 우물 안을 확인했을 때의 충격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을 거슬러 온 것 같습니다.
 
잠시 후,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같은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로:(식칼을 든다)
 
 
료칸 직원:꺄아아악!!
시, 시체다……!!!
 
그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달려오는듯 쿵쾅거리는 발소리도 들립니다.
 
마사미:피, 피가 이렇게…
 
카오리:세상에, 뭘로 찌른 거지?
 
밖에서 직원이 두 사람의 방문을 두드립니다.
 
 
료칸 직원:괜찮으세요? 별일 없으신가요?
\
 
이로:(흥건한 피 대강 옷에 묻히고 식칼 든 채로 직원 맞이한다) 어.
 
 
료칸 직원:아, 다행이에요. 잠깐 나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지금 큰일이 나서요…….
 
샤오란은 가까스로 일어나 앉습니다.
 
류 샤오란:….이로? 이게 무슨,
 
당연히 기억은 없습니다.
 
두 사람이 대답하지 않자, 직원이 실례한다는 말과 함께 객실문을 열어버립니다.
 
샤오란과 당신의 꼴을 본 직원이 찢어질듯 비명을 지릅니다.
 
 
료칸 직원:히익…
살인자!
 
이로:
짐승의 기백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료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이리시마 유우토. 어제의 그 무리에 있던 호스트 출신의 남성입니다.
 
아마 샤오란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것 같습니다.
 
직원이 덜덜 떨면서 말합니다.
 
 
료칸 직원:경찰을 부르려 했는데, 어제부터 폭설이 멈추지 않아요…
전파도 잘 안 잡히고 부르더라도 바로 오기는 힘들 거예요.
 
루미코:그럼 살인자랑 같은 료칸에 있으란 말이에요?
 
마사미:마, 맞아, 누가 봐도 저 사람이 저지른 거잖아요!
 
유카:어딘가에 가두지라도 않으면 불안해서 어떡해요?
 
루미코:창고 같은 거 없어?
 
이로:내가 안 보여?
칼 내가 들고 있는데.
 
류 샤오란:잠시만, 잠시만요. 저는 기억이..
 
직원이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료칸 직원:정말 죄송하지만… 상황 파악이 될 때까지는 창고에 있어주시겠어요?
 
이로:그래.
 
류 샤오란:.... (당장 싸울 수도 없으니, 고개 끄덕이고 너를 바라봤다.)
 
직원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둘을 데리고 료칸의 구석, 창고방으로 데려갑니다.
 
창고는 빛 한점 들지 않는데다 먼지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직원이 안에 든 상자에서 무언가 찾는가 싶더니, 족쇄를 가져옵니다.
 
철컥, 소리와 함께 각자의 발목에 족쇄가 채워집니다.
 
이로:익숙해 보이다.
 
류 샤오란:...이런 일이 익숙할 리가 없잖아.
 
이로:샤오 말고.
(쟤, 라는 듯 직원 쪽으로 고개 까닥인다)
 
류 샤오란:미안, 미안해..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서..
 
이로:(하긴. 저만 세 번의 살인이지 네게는 언제나 첫 번째지. 이 기막힌 굴레가 환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미친 거려나, 아무튼.) 샤오.
(불안해하는 네 쪽으로 기어가 꼬옥 안아준다.) 괜찮아.
 
류 샤오란:.... (긴 시간동안 말없이 네 품에 고개를 묻었다.) 응.
이로는 이럴때도 담담하네... 내가 위로해 줘야 멋있는데. 하하...
 
이로:위로해줘, 그럼.
 
류 샤오란:(네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괜찮아질거라고... 믿을래, 그렇게.
 
좁고 어두운 창고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야기를 한참 나눴습니다.
 
어느 순간 눈을 깜빡이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언제 잠들었던 걸까요?
 
창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깨어납니다.
 
그런데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로:샤오란.
가지 마...
근력
기준치: 72/36/14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눈만 굴릴 뿐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정체는 당신을 새벽에 덮쳤던 ‘그것'입니다.
 
얼굴이… 샤오란과 똑같습니다.
 
‘진짜’ 샤오란은 홀린 듯이 그 얼굴을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한 번 손을 대자 족쇄가 저절로 풀립니다.
 
류 샤오란:윽, ...
 
이로:샤오란.
 
그러고는 샤오란을 식칼로 찌른 뒤 질질 끌고 갑니다.
 
목적지는 우물입니다.
 
당신은 풀리지 않는 가위 때문에 그가 우물로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합니다.
 
뒤이어, 직원이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옵니다.
 
 
료칸 직원:..너무 원망하지는 마세요.
 
손에 들린 도끼가 당신을 직격합니다.
 
그것으로 의식의 퓨즈가 끊깁니다.
 
KPC 사망 PC 사망
 
─────── ✷ ───────
 
─────── CHAPTER 02 ───────아침
 
아침입니다.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반사적으로 옆을 확인하면 샤오란이 이불을 덮고 곤히 자고 있습니다.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방금까지 있었던 일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샤오란의 이불을 걷어서 확인하면 여전히 유카타에는 피가 묻어있고, 손에는 식칼이 있습니다.
 
머리를 가격하던 통증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시간을 거슬러 온 것 같습니다.
 
잠시 후,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같은 상황이 반복됩니다.
 
 
료칸 직원:꺄아아악!!
시, 시체다……!!!
 
그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달려오는듯 쿵쾅거리는 발소리도 들립니다.
 
유카:피가 이렇게…
 
마사미:유,유우토 씨…….
 
이로:(문 확 열어제낀다. 서론이 너무 길어.)
야. 살인자다.
 
샤오란의 꼴을 본 직원이 찢어질듯 비명을 지릅니다.
 
 
료칸 직원:히익…
살인자!
 
료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이리시마 유우토. 어제의 그 무리에 있던 호스트 출신의 남성입니다.
 
아마 샤오란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것 같습니다.
 
직원이 덜덜 떨면서 말합니다.
 
 
료칸 직원:경찰을 부르려 했는데, 어제부터 폭설이 멈추지 않아요…
전파도 잘 안 잡히고 부르더라도 바로 오기는 힘들 거예요.
 
루미코:그럼 살인자랑 같은 료칸에 있으란 말이에요?
 
마사미:마, 맞아, 누가 봐도 저 사람이 저지른 거잖아요!
 
유카:어딘가에 가두지라도 않으면 불안해서 어떡해요?
 
이로:그래. 가두다. 창고
가자. (샤오란 끌고 창고로 간다
 
루미코:창고 같은 거... 그래.
 
직원과 당신은 샤오란을 데리고 료칸의 구석, 창고방으로 데려갑니다.
 
창고는 빛 한점 들지 않는데다 먼지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직원이 안에 든 상자에서 무언가 찾는가 싶더니, 족쇄를 가져옵니다.
 
철컥, 소리와 함께 발목에 족쇄가 채워집니다.
 
샤오란은 바닥에 대충 앉습니다.
 
류 샤오란: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차라리 조사로 뭔가 밝혀지니까 괜찮을지도.
같이 있어주면.. 덜 외로울 것 같긴 해.
 
이로:그래...
휴. (발 움직여 족쇄 철컹거린다. 어떻게 푼 거지, 그 놈은.)
(쌍둥이 형제의 대용품...)
흡.
짐승의 기백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오컬트
기준치: 85/42/17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류 샤오란:음? (당신쪽을 힐끔 바라봤다) 뭐 했어?
 
이로:예행연습.
 
류 샤오란:(경직되어있던 표정이 살짝 풀렸다.) 뭐야 그게..
 
오컬트.. 하고 떠올려 보니
 
새삼스럽지만, 당신보다는 지식이 풍부할 어떤 인물이 떠오릅니다.
 
이로:직원.
직원!
 
 
료칸 직원:.. 네?
 
이로:카오리 불러.
짐승의 기백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7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의아한 눈치의 직원은 우선 고개를 끄덕이고 카오리를 데려와주었습니다.
 
카오리:이로씨..! 세상에, 괜찮으세요?
아침에 그런 일이 있고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이로:우웅. (시무룩한 낯으로 애교부린다..)
 
류 샤오란:(방 구석에 있는데.. 어쩐지 기분이 별로다. 뭐지;)
 
카오리:부, 부탁할 거라도 있으신가요?
 
이로:너, 오컬트를 잘 알다. 취미지만.
가위 푸는 법을 알아?
 
카오리:아! 가위 말이죠...! 그럼요!
 
이로:알려주다.
배울래.
 
카오리:조금 아플 순 있지만.. 손가락을 뒤로 꺾는 거예요! 간단하죠?
 
이로:손가락을 뒤로?
 
카오리:네! 보통은 아예 꺾이기 전에 가위에서 풀리니까요.
 
이로:그렇군.
 
카오리:저... 역시 무슨 일이 있는거죠! 이 료칸이랑, 저 우물이랑!
 
이로:응. 뭔가 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려고 너한테 물어봤어.
 
카오리:당장은 어려우시겠지만, 나중에라도 제 생각이 나신다면 알려주세요..!
 
이로:그럴 수 있다면 그럴게.
 
카오리:저는, 이로씨랑 류씨의 결백을 믿으니까요..!
 
이로:너는 한결같다.
우리랑 오래 있으면 위험하니까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얼른 가.
샤오, 들었지. 손가락을 꺾다.
 
류 샤오란:..응. 들었어. (왜 이런걸 묻지, 생각했지만. 이로가 들으라고 하니까.)
 
어쩐지 진지한 표정의 카오리가 자리를 비우고, 금방 밤이 찾아옵니다.
 
또 의식하지 못한 사이 잠에 든 모양이에요.
 
당신은 창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깨어납니다.
 
그런데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눈만 굴릴 뿐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정체는 당신을 새벽에 덮쳤던 ‘그것'입니다.
 
얼굴이 샤오란과 똑같습니다.
 
‘진짜’ 샤오란은 홀린 듯이 그 얼굴을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한 번 손을 대자 족쇄가 저절로 풀립니다.
 
이로:(손가락을 뒤로 꺾는다!)
오컬트
기준치: 85/42/17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류 샤오란:윽, ..
 
그러고는 샤오란을 식칼로 찌른 뒤 질질 끌고 갑니다.
 
목적지는 우물입니다.
 
 ✷ 근력 판정 ✷ 
 
이로:
근력
기준치: 72/36/14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것이 샤오란을 데리고 우물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려던 것을 붙잡고 뺏어옵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나봐요. 샤오란은 정신을 잃은 채입니다.
 
그것이 물 위로 얼굴을 내놓고 당신을 봅니다.
 
이로:두 번이나... 용서 못 하다.
 
이도가미:...
 
아까까지는 샤오란의 얼굴이었던 것이, 이번에는 당신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이로:뭘 봐.
 
그것은 ‘이도가미’입니다.
 
이 료칸은 이도가미를 신으로 모시는 제단입니다.
 
료칸의 직원들은 사람을 잡아 죽이고 그 시체를 우물에 집어넣는 꾸준한 인신공양으로 신의 힘을 키워왔습니다.
 
샤오란과 당신 역시 그 희생양이었습니다.
 
이도가미:남의 영역에 멋대로 들어온 너. 나빠.
나는 경고했어.
 
이로:너가 더 나빠. 바보 멍청아.
난 인간이 아니다.
 
이도가미:알아, 나한테도 그정도는 보여.
외로워….외로워. 너무, 너무 사무치게.
 
이로: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도가미:너는 왜 인간을 데리고 있지?
치사해……. 나도 갖고 싶어.
 
이도가미의- 당신의 얼굴이 미소짓습니다.
 
이도가미:돌려받지 못한다면 가질거야.
나도 줘.
 
이도가미가 두 사람을 가리킵니다. 어느것을 말하는 건지 알기 힘듭니다.
 
이로:너, 태어난 지 얼마나 됐지?
 
이도가미:알게 뭐야. 영원히 살아야 하는데.
죽은 것은 이제 필요 없어.
살아있는 게 갖고 싶어졌어.
 
이로:계속 죽여서 데려갔어?
 
이도가미:죽여서 나한테 바친거지.
나는 살아 숨시며 내 곁에 남아있을 것을 원해.
어느 쪽이라도 괜찮아. 내게 줘.
그러면.. 하나는 돌려보내줄게.
 
이로:흠. (기절한 샤오란 힐긋 본다.)
난 죽지 않는다. (회귀한 이유도 그래서인진 모르겠지만...)
그럼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
샤오를 데려가고 나를 죽이려 했다. 맞지?
 
이도가미:그렇지, 왜 물어?
 
이로:한 명만 필요해서 그런 거다?
 
이도가미:외로우니까.
네가 나한테로 오면, 그 인간은 돌려보내줄게.
 
이로:근데 왜 내가 네 말을 따라야 되지?
어린 게.
 
이도가미:여기는 나의 영역이고 먼저 들어온 건 너니까.
 
이로:개인 나도 영역싸움은 안 하다.
유치. 바보. 멍청아.
샤오란은 내 사람이야.
 
이도가미:네가 오기 싫은거면 품에 안고있는 인간을 줘.
 
이로:나는 외롭다고 인간을 고립시키지 않아.
싫어.
 
이도가미:샤오란? 그게 이름이야?
 
이로:네가 나와.
 
이도가미:가지고 싶어. 줘.
 
이로:싫어. 이름 다 안 알려주다. 바보. 메롱.
 
이도가미:....
하나는 줘야해.
 
이로:무조건?
 
이도가미:응, 무조건.
 
이로:그냥 우리가 나가면 안 돼?
 
이도가미:안 돼. 외롭단 말이야.
 
이로:(ㅡ''ㅡ)
너는 골칫거리야.
그럼 내가 갈게. 샤오는 놔 줘.
 
이도가미:좋아.
우물 안으로 따라들어와.
 
이로:그러다.
샤오는 확실하게 안전한 거 맞지?
약속 안 해주면 난 네 친구 안 할 거야.
 
이도가미:약속. 네 인간은 계속 살아가게 해줄게.
 
이로:웅.
(이도가미를 따라 우물 안으로 들어간다. 샤오는... 일단 지금 당장은 괜찮겠지.)
 
마음을 먹은 당신은 우물 안으로 뛰어듭니다.
 
첨벙, 소리와 함께 우물의 물이 당신의 몸을 감싸안습니다.
 
썩은내와 피 비린내가 코를 찌릅니다.
 
당신과 똑같이 생긴 신이 이쪽을 봅니다.
 
그것은 품을 갈구하는 것처럼 양손을 뻗어 당신을 껴안습니다.
 
이도가미:나는 이도가미.
너를 나에게 바쳐. 반드시 행복하게 해줄게.
네 영원한 삶의 일부를 나눠줘.
나와 248년 동안 함께하는 거야.
 
이로:(보통의 인간은 그 전에 죽겠지만...) 왜 248년이야?
 
이도가미:내가 혼자 있던 시간.
받아줄거지?
 
이로:시간은 등가교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바보 신. 외로웠던 300년이 어떤 다른 인간과 함께 보낸 1년 덕에 의미있어지기도 하는 거야.
너도 지내다 보면 알게 되겠지. 그러던가.
바보 히키코모리. 내 얼굴 하고 바보같은 소리만 하다.
 
그것에 응하면 이내 숨을 쉬기 편해집니다.
 
시야도 적응되고,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도 버겁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중요한 것을 빼앗긴 기분이 듭니다.
 
그 누구에게도 넘겨선 안될 것,
 
당신을 당신으로 살게 만드는…
 
이제 누구도 당신을 기억하지 못 하겠죠.
 
‘이로’는 곧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집니다.
 
이것은 정말로 가치 있는 희생입니까?
 
몸은 여전히 우물 안에 있지만 수면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샤오란은 한참 뒤에 정신을 차립니다.
 
그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다가, 이내 직원에게 가서 묻습니다.
 
류 샤오란:저기.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기억이 없어서요. 제가 여기 혼자 왔나요?
 
직원은 고분고분하게 대답합니다.
 
 
료칸 직원:네, 혼자 오셨어요.
 
류 샤오란:이상하네.. 혼자 올만한 곳이 아닌데.
 
 
료칸 직원:하지만 혼자 오셨는걸요.
 
객실에는 사용한 흔적도 없는 유카타가 한 벌이 걸려있습니다.
 
당신이 입었던 유카타입니다.
 
칫솔도, 비누도, 사용되지 않은 1인분은 고스란히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샤오란은 간단한 짐을 챙겨 료칸을 떠납니다.
 
이따금 뒤를 돌아보긴 했지만 그뿐입니다.
 
존재를 넘긴 당신을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로:(삐죽) 샤오는 바보다.
 
그래도 지장이 없는 것처럼 세상이 흘러갑니다.
 
샤오란은 당신이 없으면 죽을 것처럼 굴었던 과거를 다 잊고 그런대로 잘 삽니다.
 
가끔은 외로워하지만 죽지는 않습니다.
 
외로움이란 그런 것이니까.
 
완벽하게 대체되진 못하더라도 채울 순 있으니까.
 
이따금씩 빈 자리에 새로운 인연이 밀려들어왔다 빠져나갑니다.
 
침식된 해안선이 조금씩 마모되지만 사라지진 않습니다.
 
간혹 샤오란은 뒤를 돌아봅니다.
 
그러나 시선이 마주치는 일은 없습니다.
 
깊은 우물은 내려다보지 않으면 볼 수 없으니까.
 
이도가미:그런 표정 짓지마. 내가 곁에 있잖아.
네가 바라는 풍경은 전부 내가 보여줄게.
이제 고작 1년이야.
 
이로:네 기분을 조금 알 것 같은데.
너는 보기만 해도 괜찮아?
 
이도가미:곁에 네가 있잖아.
이제 혼자가 아니니까.
 
그렇게 2년,
 
그렇게 3년,
 
그렇게, 그렇게…
 
10년이 흐릅니다.
 
이로:너, 이로.
내 이름의 기원을 알아?
 
이도가미:색이라는 뜻이지? 그 사이 언어가 변하지 않았다면야.
 
이로:응. 신주가 지어줬다. 나는 신사에서 키우는 개였거든.
 
이도가미:그래? 나랑도 인연이 있는거네. 기뻐
어쩌면 우리는 만나기로 되어있었을지도 몰라.
 
이로:(그런가. 고개 갸웃거린다) 낡은 신사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의미에서 지었다. 이 또한 신주의 이름이었어.
어떻게 보면 나는 이로의 이름을 이어받아 살고 있는 거지, 너처럼.
 
이도가미:재밌는 이야기네. 매일이 즐거워, 혼자가 아니라서.
 
인간 기준의 시간 관념과 사리분별이 차츰차츰 흐려질 무렵, 료칸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류 샤오란:저, 10년 전에 국화방에서 묵었는데. 기억 하시나요?
 
직원이 고개를 기울입니다.
 
 
료칸 직원:성함이…….
 
류 샤오란:류 샤오란입니다.
 
 
료칸 직원:오늘은 숙박으로 오신 게 아닌가요?
 
류 샤오란:10년 전에 숙박할 때 뭔가 두고 간 것 같거든요.
그런데... 뭐였는지 모르겠어요.
 
이로:날 두고 갔겠지. 바보 류.
흥.
 
이도가미:괜히 기대하지마. 이미 너는 약속했어.
248년이 끝나기 전에는 돌려보내줄 수 없어.
 
이로:기대한 거 아니다. 멍청이로야.
 
 
료칸 직원:죄송하지만, 분실물은 없어요. 있더라도 습득한지 3개월이 지나면 전부 처분해서요.
 
류 샤오란:하하, 그런가요…….
 
그가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류 샤오란: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말소리는 그걸로 끊깁니다.
 
이도가미가 시야를 닫아버립니다.
 
이도가미:내 곁에 있기로 약속했잖아.
벌써 10년이나 지났어.
왜 자꾸 저 인간을 봐?
나로는 안 돼?
 
이로:으휴. 너는 너무 집착이 심하다.
생과 사, 그 사이 흐름을 관망하는 건 나한텐 너무 익숙한 일이야.
그리고 벌써 10년이라니, 겨우지. 영생이라며?
 
이도가미:그치만...!
 
그때, 우물 위로 빛이 들어옵니다.
 
누군가가 뚜껑을 열고 뛰어내립니다.
 
이로:?
 
물 안에서 무언가를 찾듯 더듬던 손이 망설임 없이 당신을 찾아내 끌어올립니다.
 
류 샤오란:이로, 이로.. 어떻게 잊었을까.
 
이로:벌써 248년이 지나다?
 
류 샤오란:248년..? 그게 무슨 뜻이야?
 
대화하며 잠깐 정신이 빠진 사이 이도가미가 두 사람이 있는 방향을 응시합니다.
 
이도가미:.......
 
이로:이도가미. (우물 안을 바라본다.)
 
이도가미:이미 바쳐진 제물은 돌려줄 수 없어.
 
류 샤오란:알아.
 
이로:(뭔 일이다냐.) 어떻게 알고 온 거다...
 
류 샤오란:이로, (당신을 꽉 껴안고 놓아준다.) 한 번 더,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도가미, 지금은 한낮. 나는 뚜껑을 열었어.
우리는 함께 일출을 보기로 약속했으니까.
이걸로 우리 둘다 ‘이도가미'의 이름을 건 약속을 어겼어.
약속을 어긴 인간은 어떻게 되지?
 
이로:...?
 
“이도가미의 이름을 걸고 약속을 어긴 인간은 죽는다.”
 
그 약속을 떠올린 순간, 우물신이 작게 누군가의 이름을 중얼거립니다.
 
이도가미:치나미…
치나미, 치나미..
 
당신의 심장은 그 자리에서 멎습니다.
 
그와 동시에 샤오란의 심장 역시 멎습니다.
 
이도가미:치나미, 그 뚜껑을 열어선 안 돼.
나랑 약속했잖아….
 
이곳은 차갑고, 춥고, 축축하고, 좁은데다, 악취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맞닿은 체온 덕분에 그렇게까지 춥진 않습니다.
 
이도가미:치나미, 나를……. 혼자 두지마.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한없이 시리고 추운 우물입니다.
 
두 사람은 그대로 눈을 감습니다.
 
KPC 사망 PC 사망
 
─────── ✷ ───────
 
─────── CHAPTER 02? ───────마지막 아침
 
아침입니다. 당신은 눈을 뜹니다.
 
몸이 사정없이 떨립니다.
 
반사적으로 옆을 확인하면 샤오란 역시 일어나서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이로:......
 
꿈이, 아닙니다.
 
이불을 걷어서 확인하면 여전히 유카타에는 피가 묻어있고, 손에는 식칼이 있습니다.
 
류 샤오란:나 때문에.. 왜 그런거야.
그런다고 내가 기뻐할까봐?
나는 너 없이…
 
이로:기뻐할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지켜보는 건 아무래도 내 쪽이 익숙하니까.
 
류 샤오란:(후두둑, 눈물이 떨어져 눈 앞이 흐려진다.)
뭘 해도 행복하지 않았어.
너를 배운 뒤의 나는, 너 없이 행복해지는 법을 몰라.
왜 그랬어..
 
이로:외로운 바보 신의 버르장머리를 좀 고쳐주고 싶었어, 처음엔.
인간에겐 긴 시간도 나한테는 찰나야. 샤오, 그 기간만 떨어져 있으면 된다고 하니까 쉬울 줄 알았다.
그리고 고작 1년이 지났을 때 바보 신의 마음을 알 것 같았어.
찰나를 소중하게 보낼 수 있다는 걸 네 덕분에 깨달았으니, 나도... 선택을 하고 후회했다. 조금.
울지 마.
(눈물 닦아주고 이마에 가볍게 입술 내리누른다.) 그렇다고 너무 의존적인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난.
 
이로:샤오가 나 없이도 행복하면 좋겠어.
 
류 샤오란:그치만.. 너한테 나는 다시 태어나는 존재라며. 기다리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나... 나한테는. 이번의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말이야.
(떨리는 목소리, 네게 팔을 둘러 안았다.)
 
이로:...(그러네. 너무 무정했나.)
 
류 샤오란:다시 만나면 뭐해. 나는 너를 알아볼 수가 없잖아.
 
이로:샤오 말이 맞아.
조금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운명을 믿는다.
네가 못 알아봐도 내가 다가가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너무 내 입장만 생각한 것 같다. 미안.
 
류 샤오란:그렇게 사는 너한테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외로움이 있겠지?
내가 너무 어린 소리를 한 걸까.
하지만 괜찮아. 지금의 너와 나는 같은 땅을 밟고 서있으니까.
그걸로 만족해.
 
이로:어리지 않아. 인간은 짧고 빠르게 성숙해진다.
류가 느꼈을 감정은 아마 내가 오랫동안 느낄 감정을 함축한 걸 테니까...
미안해.
울지 마... (네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울었다. 그 때의 서러운 감정과 네가 느꼈을 지금의 감정은 비교할 수 없겠지...)
 
류 샤오란:... 그럼 미안한 만큼 더 사랑해줘. (눈가를 닦으며 가벼운 농을 던졌다. 더 속상해하면 너도 속상해질테니,)
이 다음에 태어나는 나를 또 만나러 와 줘. 나는 알아볼 수가 없으니까.
 
이로:응, 나는 언제나 그래왔고 이번에도 그럴 거야.
근데 지금의 샤오에겐 너무 먼 이야기다. 현재에 집중할래.
 
류 샤오란:그런가. 사실 너한테 얘길 들은 후로부터 좀 신경쓰였거든.
이제야 맘이 후련해. 말하길 잘했어.
 
더 이상 연극은 필요 없기 때문일까요, 찢어질듯한 비명도, 살인 사건이라는 호들갑도 들리지 않습니다.
 
바깥은 오히려 죽은 듯이 고요합니다.
 
류 샤오란:..나가서 확인해볼래?
 
이로:그래.
(네 손을 꽉 엮어 잡는다.)
 
복도를 지나며 보이는 방마다 시체가 누워 있습니다.
 
마사미, 유카, 루미코, 카오리, 유우토…
 
웃고, 떠들고, 마시고, 자연스럽게 살아있던 그들은 전부 잠을 자는 것처럼 죽어있습니다.
 
입은 료칸 유카타가 낡은걸 보니 죽은지는 꽤 지난 것 같지만, 시체는 부패하지 않고 깨끗한 상태입니다.
 
아마 전부 산제물로서 바쳐졌기 때문이겠죠.
 
깨달은 순간 바람이 불면서 잔향처럼 그들의 기억이 밀려옵니다.
 
료칸의 손님이었던 이들은 전부 유령, 혹은 환상이었습니다.
 
여태까지 료칸의 직원들이 인신 공양한 제물이었습니다.
 
신궁에서 소원을 빌면, 지하수를 타고 소원은 우물에 닿습니다.
 
신은 마음에 외로움이 있는 소원을 원했습니다.
 
숙소로 향하던 길에 이도가미가 그들을 가로채 료칸으로 끌고 왔고, 직원이 그들을 직접 죽여 신에게 헌납했습니다.
 
한 번에 죽이지 못한 상황에는 이번의 샤오란처럼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아 창고에 가둬 우물신이 직접 사냥하게 만들었습니다.
 
료칸 직원들의 맹목과 신앙은 이도가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분명 한 번도 사냥에 실패한적이 없었을 겁니다.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요.
 
마지막으로 다다른 문 안쪽, 카오리의 시체가 무언가를 꽉 쥐고 있습니다.
 
이로:(가까이 다가가 확인한다.)
 
확인해보니 잔뜩 구겨진 메모지입니다.
 
키치한 캐릭터가 프린트된 메모지를 보고 있으면 꼭 카오리가 직접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메모지는.. 료칸을 떠나지 못한 영혼을 상냥하게 대해준 이로,
 
당신을 위한 마지막 선물인 것 같습니다.
 
이로:...... 샤오.
이거. (네게 내밀었다. 해 보자는 듯이)
 
류 샤오란:응? 뭐라고 적혀있어?
(메모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기 영원히 있을 순 없으니까..
 
메모를 읽고 밖으로 나오니 중앙의 정원에서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음산한 분위기입니다.
 
 
료칸 직원:우물님, 우물님.
공양을 마치지 못한 저희를 용서하시고….
미력하게나마 저희를 대신 제물로 받아주세요.
 
양쪽 손목을 그은 직원들이 우물로 투신합니다.
 
그러자, 우물 안에서 순식간에 물이 넘치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상을 찌푸린다)
 
검은 물이 료칸을 채우고, 발목이 찰랑찰랑해질 때까지 잠깁니다.
 
그리고 우물 안에서 손이 뻗어져나옵니다.
 
당신과 똑같이 생긴 얼굴이 고개를 듭니다.
 
류 샤오란:이로..! 저게 나오기 전까지 끝내하나봐!
 
바야흐로, 산제물 의식의 시작입니다.
 
─────── ✷ ───────
 
─────── CHAPTER 03 ───────산제물 의식
 
 ✷ 민첩 판정 ✷ 
 
류 샤오란:
민첩
기준치: 75/37/15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제물을 빼앗긴 이도가미가 분노합니다. 샤오란 이성 -2, 체력 -1, 이로 이성 -1, 체력 -2.
 
반격할 차례네요. 여러분은 산제물을 대체할 인형을 만듭니다.
 
류 샤오란:
손놀림
기준치: 70/35/14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인형을 만든 쪽의 이성 -2.
 
여러분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샤오란 이성 -3, 체력 -2, 이로 이성 -3, 체력 -1.
 
날카로운 물건으로 인형의 배를 가릅니다.
 
이로:내가 하다. (샤오란이 들고 있던 칼 뺏어 가른다.)
 
 ✷ 손놀림 판정 ✷ 
 
이로:
손놀림
기준치: 60/30/12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닌걸 알지만.. 꼭 사람을 죽이는 것처럼 소름이 끼칩니다.
 
배를 가른 쪽의 이성 -1.
 
성급한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샤오란 이성 -1, 체력 -2, 이로 이성 -2, 체력 -1.
 
류 샤오란:(네가 보지 않게 등을 돌려놓고는 가장 작은 손톱 하나를 뽑아서 내놓는다.)
 
분명 아플테지만 그런걸 신경쓸 여유가 없습니다. 직접 자신의 손톱을 뽑습니다.
 
손톱을 뽑은 쪽의 체력 -1.
 
이로:샤오..
(얼마나 넣어야 좋은 건지 몰라. 머리카락 콱 뽑는다. 너무 많이 뽑은 듯)
(욱여넣는다)
 
염원이 담긴 머리카락을 뽑아 넣습니다.
 
머리카락을 매개로 영혼의 일부를 인형에게 내어준 쪽, 마력 -1.
 
류 샤오란:(손을 인형 위에 올려 피를 떨어트려 넣는다.)
 
상처에서 피를 내 집어넣습니다.
 
붉은 희생을 한 쪽의 체력 -3.
 
이로:(인상 찌푸린다. 덩달아 아픈 것 같다...)
이름. 이도. (이도가미의 이름을 땄다. 이걸로 괜찮으려나...)
 
인형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며 자신의 이름을 일부 나누어줍니다.
 
중요한 것의 파편을 빼앗기는 기분과 함께 지어준 쪽의 이성 -4.
 
류 샤오란:우물신이여, 우물신이여, 이도를 당신에게.. 돌려드립니다. 우물신이여, 우물신이여, 이도를 당신에게 돌려드립니다. 우물신이여, 우물신이여, 이도를 당신에게 돌려드립니다.
 
종이에 적힌 주문을 외웁니다.
 
마치고 나니 기묘한 느낌이 듭니다. 외운쪽의 마력 -6.
 
우물 물이 치솟습니다.
 
긴 시간 고여있던 물은 이내 비가, 그리고 눈이 되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그것을 헤치며, 이도가미가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이도가미가 흉내내는 것은 이로의 얼굴과 몸이지만, 그 형체에서는 이제 완전한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당신’의 목과 가슴팍 사이의 지점에서 푸르게 흰 손이 뻗어져 나와 인형을 움켜쥡니다.
 
이도가미:치…나미.
치나미, 치나미. 다행이다, 치나미.
 
이로:......
 
이도가미:나, 네가 없으면 살 수 없어. 아니, 살 수 없다... 고 생각했어.
 
이제 내가 지켜줄게.
 
녹아내리기 시작한 형체가 인형을 거머쥡니다.
 
여태까지 바쳐진 수많은 인간들로도 채울 수 없었던 거대한 공허의 구덩이,
 
그것 위에 던져진 초라한 생김새의 인형.
 
처음부터 바라던 게 확실했던 마음은 다른 무언가로 대체될 수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에…….
 
아, 이제야 끝에 도달했구나.
 
기나긴 그리움의 종착역에서,
 
이로:(그런 거였군.)
 
손바닥보다 작은 질퍽한 검은 액체가 인형을 끌어안은 채 울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물신의 본체입니다.
 
처리는 당신의 몫입니다.
 
이로:(샤오란의 옷깃을 꽈악 잡는다.)
평생 뚜껑을 닫고 사는 건, 지켜보기만 하는 건...
외로워. 네가 이 감정에 이름을 붙여줬으니
더 이상 참견하지 않을게.
가자. (샤오란의 손을 붙잡고 걸음한다. 다시는 놓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듯 세게 쥐었다.)
 
류 샤오란:응. 이로. (나와 너를 10년동안 이별하게 만든 존재다. 동정하고 싶지도, 참견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도 너만 있으면 돼.
 
─────── ✷ ───────
 
─────── CHAPTER 04 ───────돌아가는 길
 
하늘에서는 여전히 눈이 내립니다.
 
흩날리는 눈송이마다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눈이 코, 머리, 어깨에 떨어질 때마다 공양에 희생된 사람들의 소원이 스쳐 지나갑니다.
 
유우토:엄청나게 성공하게 해주세요! 그래서 고백할 수 있게…
 
마사미:유카랑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유카:마쨩의 부모님이 저희를 인정해서 결혼식에 참석하게 해주세요.
 
카오리:새로운 과에 적응할 수 있게 해줘요! 그리고 잘생긴 남자친구도!
 
루미코:남편이랑 무사히 화해하게 해주세요. 아이들도 자주 집으로 오게 해주세요.
 
당신의 손바닥 위로 작은 눈송이가 하나 떨어집니다.
 
샤오란의 소원입니다.
 
류 샤오란:...오늘 같은 날이 앞으로도 계속되게 해주세요.
 
눈보라로 흐릿해진 시야 너머로 샤오란이 보입니다.
 
그가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류 샤오란:..있지. 아무래도 내가 소원을 빌어서 그런 것 같아.
하루가 계속 돌아온 거 말이야.
 
이로:샤오란을 구한 건 내가 아니었다.
샤오였네.
 
류 샤오란:그래도, 나는 이로가 없었으면 죽었을 운명이라는 거잖아?
다른 사람들도 각자 소원이 있던걸 생각해보면.. 여기는 원래 소원을 빌러 오는 우물이 아니었으려나.
이로는? 무슨 소원을 빌었어?
 
이로:나는...
(샤오랑 나를 잇는 실이 영원히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까먹었다.
나 기억력 나빠.
 
류 샤오란:아닌거 아는데. 흐응.
이로는 비밀이 많아.
그래서 여번히 좋아해. (히죽. 네게 제 목도리를 둘러주었다.)
 
이로:하나하나 알아봐.
샤오라면... 할 수 있어. 다 알려줄게.
(가까이 오라는 듯 손 까딱였다.)
 
류 샤오란:음? (소원을 알려준다는 뜻인가. 허리 슬쩍 숙여주었다.)
 
이로:(가까이 오면 고개 내밀어 쪼옥, 입 맞춘다. 입가에 미세한 웃음이 걸렸다.)
나도 오늘같은 날이 계속됐으면 좋겠어.
 
류 샤오란:걱정마. 오늘처럼 이상한 곳으로 여행오지 않는 이상.. 그럴테니까.
(쪽, 입맞춤 돌려주었다.) 대신 첫키스는.. 좀 더 근사한 곳에서 하자.
 
이로:웅.
 
돌아가자,
 
그가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한 번도 잊었던적 없는 것처럼.
 
두 사람이 탄 차는 다시 길을 잃지 않고 도심으로 돌아갑니다.
 
눈이 살짝 녹은 길을 지나면 삿포로 역이 눈에 들어옵니다.
 
때마침 라디오에선 오래된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어째서 울고 있나요. 너무 외로워하지 말아요.
 
삿포로가 당신을 부를 때, 그것을 당신의 이름으로 합시다.
 
소중히 할게요. 사랑을 담아 부를게요.
 
이로:(노래 작게 따라부른다.)
 
그러니 외로워하지 말아요…
 
각자의 소원을 마음에 품은 채.
 
─────── ENDING ───────삿포로가 당신을 부를 때
 
KPC 생환 PC 생환
 
─────── ✷ ───────
 
류 샤오란:(뽀)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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