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 여름은 공란이어야 하니까

2026. 9. 6. 18:41·Session log/1:1

KPC 아키야마 카나토  /  오리
PC 긴자키 센  /  돼지

 

 

─ 이 여름을 꿈꾸듯 띄워 보낼게.

 


 

 

2026. 09. 05
─────── ✷ ──────

 

 

 

rolling 3d6*5
 
(
5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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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5
 
 
=
55
 
1:01PM::무난무난하네요.
 
준비되었으면 야옹해~
 
1:02PM긴자키 센:야옹.
 
1:03PM::흠...
넘어갑시다.
 
01여름을 실은 종이비행기
 
빳빳한 새 교복 사이로 후덥지근한 여름 바람이 스며듭니다.
 
한여름의 중간,
 
그 날씨를 여실히 체감하며 교정으로 들어서면 새로운 학교가 보입니다.
 
 
하늘 고등학교.
 
당신이 새로이 다니게 될 곳이죠.
 
학기 중의 전학이라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지만,
 
운이 좋기를 기도해 봐야겠습니다.
 
.
 
.
 
.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뒤통수에 무언가가 콕─,
 
하고 닿았다가 바닥으로 톡 떨어집니다.
 
1:06PM긴자키 센:(뒤를 돌아본다.)
 
뒤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선을 내려 아래를 보면, 종이비행기입니다.
 
1:07PM긴자키 센:와아. 비행기.
편지를 적어 날려보내는, 그런 형식? (주워 살핀다.)
 
주워서 살펴보면, 교과서를 찢어 만든 것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누가 만든 건지는 몰라도 수업에 큰 흥미가 없었던 모양이네요.
 
아쉽게도 편지는 없고 교과서의 줄글만 가득합니다.
 
1:09PM긴자키 센:불량학생?
 
1:09PM::...그럴지도 모르죠.
이 종이 비행기는 어디서 온 걸까요?
 
1:10PM긴자키 센:(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핀다. 사람의 인영을 찾아본다...)
 
고개를 들어 누가 던진 건지 살펴보면,
 
순간 반짝, 하고 눈을 시리게 하는 빛이 스칩니다.
 
긴자키 센, 이성 판정
 
1:10PM긴자키 센:
SAN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1:10PM::이성 감소 없음.
 
그 빛 너머로 올려다보면 3층 높이의 창문이 열려 있습니다.
 
반투명한 하얀 커튼 뒤로,
 
어떠한 인영이 잠시 아른거리다 모습을 감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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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을 꿈꾸듯 띄워 보낼게
 
Call of Cthulhu 7th FanMade ScenarioWritten by. 백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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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C 아키야마 카나토  PC 긴자키 센
 
Date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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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계단 쪽에서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1:12PM담임 선생님:아아, 네가 새로 전학 온 긴자키 센인가.
 
1:12PM긴자키 센:(끄덕.)
 
1:12PM담임 선생님:(함께 끄덕인다. 이 곳이 한국이었다면 예의를 지적했겠지만.) 반갑군. 나는 자네의 담임 선생님이다.
조금 늦었지만 괜찮아.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했다.)
곧 수업 시간이라... 마침 내 반에 올라가고 있던 참이었지. 자넨 운이 좋은 거야.
큼큼, 같이 올라가지 않겠는가.
 
1:15PM긴자키 센:선생님의 이름, 못 들었는데.
신장은?
좋아하는 색은?
빨강과 초록 중에서는 어느 쪽?
 
1:16PM담임 선생님:...! 신장이라니. (제 콩팥이 있는 곳을 손으로 덮었다. 삐질...)
(안경 척.) 처, 처음부터 그런 걸 요구하는 학생은 내 교직 경력 중 처음이다. 보통이 아니군, 자네...
큼, 아무튼 내 이름은 유키무라 케이. 자네의 담임 될 사람이야.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이지. (이래봬도 학생을 사랑하는 선생님이다.)
빨강과 초록 중엔 자연과 더 가까운 초록이 좋겠어.
궁금증은 좀 해결됐나? ...긴자키.
 
1:19PM긴자키 센:헤에. 그렇구나.
 
1:19PM담임 선생님:새로운 학교라 궁금한 게 많을 거야.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순하니까, (아니, 모두는 아닌가... 중얼거린다.) 적응하기도 수월할 테지.
 
담임 선생님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면,
 
귓바퀴를 아릿하게 긁어대는 매미 울음소리와
 
맑고 높은 수업 종소리가 한데 뒤섞여
 
전학생인 당신을 열렬히 맞이합니다.
 
드르륵,
 
A-3반
 
미닫이 문이 열리고,
 
당신을 단상 옆으로 세우는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집니다.
 
1:21PM담임 선생님:민나, 주목─.
오늘 전학생이 온다고 미리 얘기했었지.
 
 
1:21PM반 학생: 선생님 또 시작이네.
 
1:22PM담임 선생님:자, 그런고로 자기소개를 부탁하지. (긴자키 센을 단상 앞에 세운다.)
 
1:24PM긴자키 센:(목을 가다듬는다.)
 
1:24PM담임 선생님:(뒤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다. 근엄하게.)
 
1:25PM긴자키 센:내 이름은 긴자키 센...
...이었지만. 지금부터는 시라타키 센이 어떨까 하고.
스키야키나 도라야키도 좋겠네.
오늘부터 전학입니다. 잘 부탁해.
 
반 아이들이 술렁입니다.
 
1:26PM담임 선생님:(이번에도 꽤나 독특한 학생이 우리 반에 왔구만-! 뿌듯해하는 유키무라였다.)
 
조금 이상하지만 아무튼 자기소개를 끝내고서야,
 
당신이 반년 간 머무를 교실과 학생들의 면면이 보입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교실은
 
열어둔 창문으로 불어드는 바람에 반투명한 커튼이 크게 휘날립니다.
 
햇빛이 비추는 학생들은 대체로 얌전하고 모범적인 모습입니다.
 
당신이 전학생이라고 함부로 따돌리거나 배척할 것 같진 않네요.
 
학기 중간에 전학 온 것치곤 운이 좋은 편일지도요.
 
1:27PM담임 선생님:모두 시라타키 센 군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도록.
자리는... 저 쪽이 좋겠어. (오른쪽 맨 뒤 빈 자리를 가리킨다.)
 
긴자키 센, 관찰 판정
 
1:28PM긴자키 센: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어쩐지 그 자리를 가리키는 담임 선생님 표정이 썩 좋지 않습니다.
 
학생들도 힐끔힐끔 당신의 눈치를 보는 것이 영… 이상합니다.
 
그 이유까진 알 수 없지만요.
 
1:29PM긴자키 센:(당사자는 아무 생각이 없다. 성큼 다가가 앉는다.)
 
책상들 사이로 곧게 난 길을 따라 맨 뒷자리로 향합니다.
 
더운 열기를 머금은 바람이 창문 새로 휘잉-
 
소리 내며 들어와 커튼을 크고 둥글게 흩날립니다.
 
새하얀 오로라 같이 일렁이는 커튼이 차츰 가라앉으면…
 
짝꿍이 될 사람의 얼굴이 보입니다.
 
1:29PM::웃음기라곤 하나도 없이, 묘하게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외양을 자세히 뜯어 보니—물론 음침함은 당신이 한 수 위겠지만요—사람들이 왜 그를 피하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1:30PM아키야마 카나토:...
 
사나운 눈매는 물론이고,
 
어젯밤 잠을 자지 못한 건지 눈두덩이에 내려앉은 다크서클 하며
 
얼굴의 잔 상처는… 일대다수 싸움의 흔적일까요?
 
창가 옆자리에 앉아 심드렁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
 
뿌리에서 멀어질수록 붉어지는 머리카락에 햇빛이 내리쬐자
 
무더운 빛과 같은 색이 내려앉습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아련하게 느껴집니다.
 
1:31PM긴자키 센:빨강...
빨강이네. 너.
초록보다는 빨강이 좋지, 역시.
 
1:31PM담임 선생님:(왜인지 취향을 거절당한 기분이 든다.)
 
1:32PM아키야마 카나토:...하?
(네 쪽을 흘긋 바라보다,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1:32PM긴자키 센:저기. 저기저기. 이름은?
나를 뭐라고 부를 셈?
스키야키? 도라야키?
 
1:33PM아키야마 카나토:...... (듣는 건지 마는 건지. 눈을 굴리다 콧방귀나 뀐다.)
 
인사에 답도 해주지 않고 싸늘한 시선으로만 힐긋 쳐다보는 것이…
 
쉽게 친해지긴 힘들어 보입니다.
 
하필이면 이런 불친절한 애랑 짝꿍이 되다니!
 
1:34PM::이름조차 제대로 말해주지 않아 가슴에 붙어있는 명찰로 겨우 확인했습니다.
아키야마 카나토.
 
1:34PM담임 선생님:자, 다들! 교과서 피도록.
전학생, 그러니까 스키야키 군에게도 하나 빌려주길 바라.
 
선생님의 말에 멀찍이 앞자리에 앉아있던 친구가 교과서를 빌려줍니다.
 
당신 옆자리 쪽으로 잠깐 시선이 쏠리는가 싶더니,
 
흠칫 놀라 황급히 제자리로 돌아가네요.
 
1:35PM::명백히 겁을 먹은 표정이었습니다.
대체 어떤 녀석이길래…?
 
1:36PM긴자키 센:(긴자키 센은 아키야마 카나토가 흥미롭다.)
 
흥미를 가지고 그의 책상을 살펴보면,
 
페이지가 찢겨 있는 교과서가 보입니다.
 
1:36PM::일순 뒤통수에 종이비행기 코가 닿았던 감각이 되풀이됩니다.
 
1:36PM긴자키 센:어레,
어레레.
(앞자리 학생이 빌려준 교과서를 돌려준다.)
 
 
1:37PM앞자리 학생: 어, 어... 왜? 필요 없어?
 
1:38PM긴자키 센:(그리고 의자를 당겨 옆에 붙었다.)
응. 역시 이쪽이 좋아.
 
 
1:38PM앞자리 학생: ...?! ...거, 거긴.
 
1:38PM긴자키 센:여긴?
 
 
1:38PM앞자리 학생: ...아, 아무것도 아냐. (안절부절 못 하더니 수업에 집중하기로 한 모양. 네게서 등을 돌렸다.)
 
1:39PM아키야마 카나토:...... (네가 다가온 만큼 구석으로 멀어진다. 아니,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1:39PM긴자키 센:(빠아아아아아아안...)
종이비행기 군. 맞구나.
 
1:40PM아키야마 카나토:(잔뜩 미간 찌푸린 채로 무시로 일관하던 중, 그제야 고개를 돌려 널 마주했다.)
왜 알고 있지...
네가 주웠어?
 
1:42PM긴자키 센:응.
정확히는, 받았지.
날려 '보낸' 거잖아?
 
1:42PM아키야마 카나토:아- 아. (또 생각하듯 두 눈 굴린다.)
그러니까 그게 소각장으로 안 떨어지고 너한테 갔단 말이지.
(혼잣말을 끝내고 널 빤히 봤다. 심연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동자... 금세 시선을 거뒀다.) ...조만간 소원이 이루어지려나.
 
1:44PM긴자키 센:소원을 적어 보냈어?
 
1:44PM아키야마 카나토:그런 거 안 적어.
이제 비켜. (널 밀어내며 거리를 벌린다.)
 
1:45PM긴자키 센:으응. 그렇구나.
이루어지면 좋겠네.
(도로 좁히지 않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1:46PM아키야마 카나토:...이상한 자식.
 
그렇게 수업에 집중하려나 싶더니,
 
집중력이 떨어진 건지 그가 교과서를 한 장 찢어 종이비행기를 접습니다.
 
1:47PM::꽤 능숙한 솜씨입니다.
 
그렇게 다 접은 종이비행기는,
 
다시금 창문 밖으로 내던져집니다.
 
후끈한 여름 바람을 타고 둥실-
 
허공을 가르던 종이비행기는 햇빛과 구름을 한껏 머금고
 
또로록 고개를 기울더니,
 
이내 아래로 사라집니다.
 
1:47PM::그리고 또 다시,
 
부욱-
 
하는 소리와 함께 교과서가 뜯깁니다.
 
또 종이비행기를 접을 요량이었는지,
 
종이를 반으로 접어 세모 모양을 만들던 그가 문득 당신을 쳐다봅니다.
 
1:48PM아키야마 카나토:(신경 쓰였던 모양.) ...너도 접고 싶으면 그렇게 보고 있지만 말고 말을 해.
 
그리 말하며 세모 모양의 종이를 건네줍니다.
 
1:48PM긴자키 센:공범 만들기.
능숙하네. (받아 접는다.)
 
1:49PM아키야마 카나토:뭐. 애초부터 집중할 생각 없었잖아.
책 빌려준다는데 그걸 마다해?
 
1:50PM긴자키 센:전부 여기에 있는걸. (제 머리 손끝으로 톡톡.)
그러니까 수업을 위한 책은 필요없지만...
종이비행기를 위한 책이라면 필요하니까.
 
1:50PM아키야마 카나토:(떨떠름...) 자신감 넘치네.
성실한 학생이라면 이유를 물어보지 않으려나... 생각했는데. 하지 말라고 말리거나.
보이는 것만큼 성실한 학생은 아닌가봐.
 
1:53PM긴자키 센:대답해 주지 않을 거잖아?
말려지지도 않을 거고. 그치.
(완성된 비행기를 흔들어 보인다.)
 
1:53PM아키야마 카나토:그 정도야 말하지 못 할 것도 아니거든.
'소원'은 얘기해주지 않을 거지만.
 
1:54PM긴자키 센:'소원' 이 궁금했거든.
 
1:54PM아키야마 카나토:아, 그러셔.
(대답해 줄 의향 없는 듯 네가 접은 종이비행기를 물끄러미 본다.) 다 접었으면 날려 봐.
어차피 멀리 안 날아가도 바로 아래는 소각장이라 다시 주울 필요 없거든. (상체를 뒤로 빼 날릴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1:56PM긴자키 센:나도 소원을 담아 날려보내는 걸로 할까.
누구의 비행기가 더 멀리 날아가는지 내기해도 좋아.
 
1:56PM아키야마 카나토:네 소원은 뭔데?
 
1:57PM긴자키 센:(아키야마 카나토를 빤히 본다.)
네 소원을 알게 되는 것.
여기에는 그렇게 빌게.
 
1:58PM아키야마 카나토:(어깨 으쓱인다. 여전히 입은 다문 채다.)
 
긴자키 센, 손놀림 판정
 
1:58PM긴자키 센:
손놀림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손가락으로 띄워 보낸 종이비행기가 창틀을 넘어
 
둥실, 바람에 몸을 싣습니다.
 
1:59PM::태양 빛을 한껏 받은 종이비행기는 잠깐 반짝하며 푸른 하늘을 삼키더니, 자유롭게 부유하다가…
 
으응…?
 
바람이 반대로 부는가 싶더니,
 
다시 돌아와 당신의 이마에 콕 찍힙니다.
 
1:59PM긴자키 센:......
 
큽...
 
1:59PM긴자키 센:부메랑?
 
옆자리에서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하고 바라보면, 아키야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1:59PM아키야마 카나토:아무래도 네 소원은 이룰 수 없는 것 같네.
 
그때,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담임 선생님이 수업 종료를 알립니다.
 
2:00PM담임 선생님:그럼 민나!
즐거운 점심 시간 되길-.
 
교실 곳곳에서 의자를 끄는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옵니다.
 
그와 함께 전학생인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몇몇 다가옵니다.
 
그러나 당신과 세 발짝 정도 떨어진 거리에 서서
 
아키야마와 당신을 번갈아 보더니 조심스레 당신만 부릅니다.
 
2:01PM여학생:저... 기, 긴자키 군? 스키야키랬나, 아무튼...
잠깐 이쪽으로 와 볼래?
 
2:01PM긴자키 센:방금의 자기소개는 전부 거짓말. 사실은 타코야키야.
(따라붙는다.)
 
2:02PM여학생:타코야키...? (이해한 듯.) 아하하, 긴 군은 재밌는 사람이네.
좋아. 그것보단, 일단...
 
여학생은 당신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교실 밖으로 끌고 나갑니다.
 
2:03PM여학생:갑자기끌고나와서미안!너무무례했지?나사실우리반친구들도그렇고나도그렇고아키야마가너무무서워서그자리에선도무지입이안열리거든너도이해할거라고생각해.
 
2:03PM긴자키 센:우와아.
 
2:03PM여학생:(숨이 찬 듯 헉헉거린다.) 일단, 지금 다들 점심 먹으러 내려가야 하니까 우리랑 같이 급식실 가자.
안내해 줄게!
 
슬쩍 뒤를 돌아보면 아키야마는 그새 교실을 떠났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2:05PM긴자키 센:(비어버린 자리를 힐끔 바라보고는... 안내에 따른다.)
 
급식실은 배고픈 학생들로 가득합니다.
 
2:05PM::당신은 친구들과 함께 급식을 받고, 무사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것보다, 아키야마 카나토의 평판이란 이 정도였던가요.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동급생들조차 그를 두려워하는 걸까요?
 
2:06PM여학생:-휴, 아깐 정말이지, 너무 무서웠어.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긴자키 군, 좀 어때? 우리 학교 급식 맛있기로 유명한데!
 
2:08PM긴자키 센:(젓가락으로 우메보시를 콕... 콕...)
무섭다니, 어디가?
 
2:08PM여학생:응? 당연히 아키야마지...
물론 긴자키 군은 전학생이라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그, (고개를 기울여 속삭인다.) 그 자리의... 아키야마랑은 최대한 엮이지 않은 편이 좋아.
긴 군이 아무것도 모르는 전학생이라 말해주는 거지, 입에 올리기도 두려울 정도로 불길하다구! 심지어 일진이래.
 
2:10PM긴자키 센:일진.
헤에.
 
2:10PM여학생:그 애가 나타나면 항상 좋지 않은 일이 생겨... 소문에 의하면, 가까이 있는 사람은 전부 다친다고 하더라.
인상도 사나워서 다들 무서워한다구.
그래서 암묵적으로 아키야마에 관한 모든 것엔 쳐다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기로 되어 있어.
긴 군도 가급적이면 멀리 하는 게 좋아.
 
2:12PM긴자키 센:그렇구나. 응.
좋은 정보, 고마워. (먹던 식판을 내려두고는, 그대로 자리를 뜬다. 불길한 일진을 찾아서! )
 
2:13PM여학생:?
저, 저기-! 내 말 이해한 거 맞지?! (멀어져 가는 긴자키 센을 향해 소리친다...)
 
긴자키 센, 급식실 주변부터 살펴봅니다.
 
긴자키 센, 관찰력 판정
 
2:14PM긴자키 센: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속에 '돼지'가 든 것마냥 게걸스럽게 밥을 먹는 남학생 무리를 발견합니다.
 
이 외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2:15PM긴자키 센:(붉은 머리칼을 찾는다.)
 
그거 아나요, 긴자키 센?
 
당신은 타고난 백발이라 모르겠지만, 사실 교내에서는 염색 금지라는 사실을!
 
2:16PM::친구의 말마따나, 아키야마는 본인의 정체가 일진이라는 사실을 인증하는 것처럼 점심 이후로 내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땡땡이를 이렇게 대놓고 쳤는데…
 
교과목에 들어오는 그 어떤 선생님도 그의 부재를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다들 필사적으로 아키야마의 존재를 지우개로 지워내듯.
 
그가 없는 풍경을 안심하고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2:16PM::대체 얼마나 되바라진 녀석이길래…
좀 쌀쌀맞긴 해도 그렇게까지 나쁜 애로 보이진 않았는데 말이죠.
 
빈 옆자리엔 몇 페이지가 뜯긴 교과서만이 펼쳐져 있을 뿐입니다.
 
.
 
.
 
.
 
02너에게만 상냥한 반창고
 
다음 날, 아키야마는 4교시가 다 되어서야 얼굴을 비쳤습니다.
 
수업 중임에도 당당히 뒷문을 열고 들어왔죠.
 
공부에 흥미가 없는 학생답게 가방 따윈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휘적휘적 들어와 당신의 옆자리에 앉은 그는,
 
당신에게 인사도 없이 교과서를 뜯어내곤 버릇처럼 종이비행기를 접습니다.
 
긴자키 센, 관찰력 판정
 
2:19PM긴자키 센: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연신 꼼지락거리는 것이 신경 쓰여 힐긋 바라보면,
 
어제와 달리 그의 손이 온통 반창고 투성이입니다.
 
이곳저곳 긁힌 흔적과 얼룩덜룩 멍까지 들어 있네요.
 
어제 점심 이후로 보이지 않는가 싶더라니…
 
설마 패싸움이라도 하고 온 걸까요?
 
2:20PM긴자키 센:카나토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게 꿈?
 
2:20PM아키야마 카나토:...비꼬는 거야 그거?
 
2:20PM긴자키 센:그렇지 않더라도 말야.
밥은 제대로 먹는 게 좋아.
 
2:21PM아키야마 카나토:(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로 널 본다. 전형적인 양아치같다.) 쓸데없는 참견이야.
 
2:21PM긴자키 센:손. 이리 줘.
 
2:22PM아키야마 카나토:(움찔. 기분 탓이 아니라면 머뭇거리는 것도 같다.) 내가 왜.
 
2:22PM긴자키 센:어서.
 
2:23PM아키야마 카나토:;; (마지못해 손을 내어준다.)
 
곳곳에 쓸린 부분과,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모습입니다.
 
2:23PM긴자키 센:(엉망이 된 손을 쥐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반창고 위를 분홍색 꽃 스티커로 덮는다.)
응. 예뻐졌어.
 
2:25PM아키야마 카나토:(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사실, 얼마든지 쳐낼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은 이유는 자명하다.) ...뭐야, 이게.
유치해.
이번에도 왜 다쳤는지는 안 물어봐?
 
2:26PM긴자키 센:그보다는.
아팠어?
 
2:26PM아키야마 카나토:...글쎄.
 
2:27PM긴자키 센:(상처를 손으로 꾹 누른다.)
 
2:27PM아키야마 카나토:아프다는 감정을 느껴도, 아, 아.
(째려본다.)
 
2:28PM긴자키 센:(소리 내 웃는다.)
 
2:28PM아키야마 카나토:갑자기 무슨 짓이야.
 
2:28PM긴자키 센:다음에는 말야. 덜 아플 수 있는 방법을 고르는 거야.
 
2:28PM아키야마 카나토: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난 몰라.
 
2:28PM긴자키 센:알고 있을걸.
 
2:29PM아키야마 카나토:참 나, 뭘 안다고...
너, 내가 일진이란 소리도 분명 들었을 테고.
오늘도 이렇게 다쳐 왔는데 전혀 무섭지 않은 거야?
나 같은 거한테 너무 관심 가지지 않는 게 좋아. (스티커 범벅이 된 손을 쥐었다 편다.) ...여기서 끝내고 싶거든.
 
2:31PM긴자키 센:그 일진이라는 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종이 비행기에 소원을 실어 보내는 사람은, 별로.
무섭진 않네. 응.
게다가 카나토는 조금 바보인 것 같고.
 
2:32PM아키야마 카나토:뭐야?
바보 아니거든?
 
2:33PM긴자키 센:(다시 웃는다...)
 
그때, 스피커에서 수업 종료를 알리는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2:33PM::아앗, 결국 오늘도 수업은 하나도 듣지 못했네요.
그래도 당신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니까 괜찮겠죠?
 
어쩐지 그와 함께 있을 때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그 때, 남학생이 긴자키 센에게 다가옵니다.
 
2:34PM남학생:어이, 긴자키.
애들이랑 축구 한 판 하러 갈 건데 같이 하자.
 
2:34PM긴자키 센:너는...
사토 군.
히로시 군?
마히토였나.
 
2:34PM남학생:히로시. 사토는 내 짝이고.
마히토는 그 뒷 자리. 기억을 하긴 하네.
정확하지는 않지만.
 
2:35PM긴자키 센:나는 축구 못 해.
 
2:35PM남학생:왜?
 
2:35PM긴자키 센:공을 차면 전부 우주로 날아가 버리니까.
응원이라면 열심히 할게요.
 
2:35PM남학생:(비실비실해 보이기는 한다만...)
패스를 못 해도 축구는 할 수 있어. 안 그래도 너만 자꾸 빠져서 신경 쓰였는데 이참에 도전하자.
따라와. (막무가내로 끌고 간다.)
 
2:37PM긴자키 센:헤에. (질질끌려간다...)
 
2:37PM::공을 차면 모두 우주로 날아가 버리는 당신에게 주어진 역할은 골키퍼.
날아오는 공이 골대에 들어가지 않게 막는 역할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당신의 의견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이 나잇대 학생들은 대개 그렇듯 막무가내인 법이니까요.
 
2:38PM긴자키 센:(어디로 맞는 편이 덜 아플지 생각 중.)
 
2:38PM남학생:-알았지? 잘 막아야 해!
 
2:38PM긴자키 센:목숨을 바쳐서. 응.
 
체력 좋은 남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공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아, 저건 조금 아플지도 모르겠어요.
 
멍하니 시선으로 공을 좇고 있자니, 그것이 어느새 당신의 코 앞까지 온 게 느껴집니다.
 
2:39PM남학생:긴자키! 막아!
 
긴자키 센, 민첩 판정
 
2:39PM긴자키 센:
민첩
기준치: 20/10/4
굴림: 50
판정결과: 실패
 
날카롭게 들어오는 공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흙바닥에 쾅, 넘어지고 맙니다.
 
빛의 속도로 날아온 공을 맞은 건 덤이에요.
 
2:40PM::HP 3 차감.
 
2:42PM긴자키 센:머릿속으로는, 완벽했어.
 
모래바닥에 무릎이 갈리는 감각과 함께,
 
주위로 친구들이 몰려듭니다.
 
2:42PM남학생:야, 괜찮아?
미안... 이렇게까지 못 할 줄 몰랐어.
(몸이 원래 별로 안 좋나...) 보건실까지 부축해 줄까.
 
2:43PM::상처를 살펴보니 조금 절뚝일 순 있어도 부축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처는 아닙니다. 어지럽긴 하지만요.
1층에 보건실이 있으니 혼자 금방 다녀와도 괜찮겠어요.
 
2:43PM긴자키 센:뒤는 부탁해.
이 대사 해보고 싶었어.
 
2:43PM남학생:...그래.
(이상한 녀석... 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보건실
 
보건실에 들어가 보면,
 
2:44PM::커튼 칸막이가 있는 침대 네 개가 보이고 보건 선생님이 사용하시는 책상이 놓여 있습니다.
선생님은 잠시 외출이라도 나가셨는지 보이지 않네요.
 
아까까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갈렸는지 무릎이 상당히 욱신거립니다.
 
의자에 앉아있기 불편할 정도로 아프네요.
 
그렇다고 혼자 응급처치하기엔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함부로 뒤지면 혼날 수도 있으니.
 
일단은 보건 선생님이 금방 돌아오실 테니까,
 
침대에 잠시 누워서 기다려 볼까요?
 
2:45PM긴자키 센:(몸을 던지듯이 눕는다.)
 
침대에 드러눕습니다.
 
그렇게까지 푹신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쯤 열린 창문 너머로 아른하게 들려오는 친구들의 목소리와
 
그늘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와 살랑한 커튼을 건드리는 것이…
 
생각보다 안락하네요.
 
2:45PM::눈꺼풀이 무거워지며 잠이 들려는 그때.
 
 
드르륵-!
 
보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2:46PM긴자키 센:선생님. 응급 환자-
 
2:46PM아키야마 카나토:...선생님은 없어.
뭐야? 넌. 왜 이 시간에 여기 있는 거야.
 
2:47PM긴자키 센:(몸을 일으켜 앉는다.)
글쎄. 땡땡이는 어떨까.
 
2:47PM아키야마 카나토:점심 시간에?
 
2:47PM긴자키 센:아.
 
2:48PM아키야마 카나토:(바보... 를 보는 듯한 표정.) 다쳤어?
그렇지 않고서야 보건실까지 올 리 없잖아.
 
2:49PM긴자키 센:(보기 좋게 갈린 무릎을 내놓는다.)
장렬하게 전사했어.
 
2:50PM아키야마 카나토:...그래 보이네. 도대체 뭘 한 거야? (-라고 묻는 본인도 상처투성이라 그리 물을 위치는 아니지만.)
 
2:51PM긴자키 센:잔디밭 위의 전쟁- 이라고 할까.
엄청났지. 응.
 
2:51PM아키야마 카나토:(그 말을 듣더니 창문 너머를 본다. 축구하다 다쳤군...)
 
2:51PM긴자키 센:카나토는?
덜 아픈 방법을 찾았어?
아닌 것 같네.
 
2:52PM아키야마 카나토:(상처를 지긋이 보며 고민하다가, 선생님의 책상에서 구급키트를 꺼내 왔다. 일련의 과정이 지나치게 능숙해 보인다.) 반창고가 떨어져서.
(-이내, 네 앞에 앉아 상처를 소독하기 시작했다.)
응급처치
기준치: 70/35/14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2:52PM::긴자키 센의 체력을 3 회복합니다.
 
대충 반창고나 띡하고 붙여줄 줄 알았더니…
 
생각과는 달리 굉장히 능숙한 솜씨로 당신의 상처를 치료해 줍니다.
 
2:53PM아키야마 카나토:덜 아픈 방법이랄지, 모르겠지만... 상처를 어떻게 치료해야 되는진 알아.
네가 이렇게 된 데엔 내 탓도 있는 것 같으니... (반창고까지 잘 붙여주고 마무리.) 됐다.
 
2:53PM긴자키 센:설마 의사 선생님이 되는 게 꿈?
그런 거라면 종이를 접기보단 읽는 편이 나을 거야. 확실히.
 
2:54PM아키야마 카나토:별로. 그것보단 그림 그리는 게 좋아.
 
2:54PM긴자키 센:그림.
어떤 그림?
 
2:55PM아키야마 카나토:그냥... 풍경.
사람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다, 다시 네게로 시선을 돌린다.) 눈에 보이는 거.
이틀 뒤에 사생 대회가 열려. 거기 출전하려고.
뭐... 믿거나 말거나지만.
 
2:56PM긴자키 센:헤에.
(툭. 아키야마 카나토의 머리 위로 손을 얹었다.)
제대로 하고 있구나. 여러가지로.
 
2:57PM아키야마 카나토:딱히.
남들이 제대로 한다고 말하는 것들이 나한텐 어렵거든.
그래서 그냥 내 방식대로 하는 것 뿐이야.
어제 종이비행기를 왜 날리냐고 물었지?
대회에서 수상했으면 좋겠어서.
그게 다야.
 
2:59PM긴자키 센:그것 봐.
이루어졌네. 내 소원.
 
2:59PM아키야마 카나토:... (그 말엔 대답하지 않는다. 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난 운이 많이 나빠서, (머리에 얹은 손목을 잡아 조심스레 내렸다.) 주변에 있어봤자 너한테 좋을 게 없을 거야.
 
3:02PM긴자키 센:...그럼 말이야.
다음에는 내 모습을 그려줘.
대회에서 수상을 하더라도, 못 하더라도. 기다릴 테니까.
 
3:02PM아키야마 카나토:...내 말을 듣긴 한 거야?
 
3:02PM긴자키 센:그러니까.
시작하는 것도, 끝내는 것도.
네 마음대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3:03PM아키야마 카나토: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넌 좀... 어려워. 머리 좋은 애들은 다 이런 식으로 말하나.
 
3:05PM긴자키 센:나 같은 거한테 너무 관심 가지지 않는 게 좋아. 여기서 끝내고 싶거든.
그렇게 말했었지.
 
3:06PM아키야마 카나토:그랬지. 별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불행이 미치는 걸 보고 싶진 않거든.
소문도, 그게 학교 다니긴 더 편하니까 두는 거야...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잖아. 괜히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없고.
 
3:08PM긴자키 센:모든 불행을 네 몫으로 두지 말라는 말이야.
내가 괜히 말을 걸 테니까. 카나토는 괜히 툴툴대는 걸로.
나는 그걸로 좋은데.
끝낸다면 슬플 거야.
 
3:12PM아키야마 카나토:... (잠자코 듣고 있다가, 민망한 듯 뒷목을 주물거린다.) 만난지 뭐 얼마나 됐다고 슬프대. 보기랑 다르게 감성적인 편이냐, 너...
...... (침묵.) 나도 사정이 있어서 네가 한 말이 정답같이 느껴지다가도,
이게 다 내 몫의 불행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긴 어려워.
그래도 (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뭐, 썩 듣기 나쁜 소린 아니네... 너 이상하단 소리 많이 듣지.
 
3:16PM긴자키 센:응. 좋은 칭찬이라고 생각해.
 
3:17PM아키야마 카나토:이상하단 건 칭찬이 아니거든? 바-카.
좋을 대로만 생각하고 있어...
 
3:17PM긴자키 센: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치.
 
아키야마가 해준 말의 진실 여부를 다 떠나서,
 
그를 둘러싼 안 좋은 소문은 적어도 당신에게만큼은 거짓인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창틀을 비집고 내리쬐는 태양볕이 하얀 커튼에 우리의 그림자를 그려냅니다.
 
분명 실제로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앉아있음에도,
 
각도 때문인지 서로의 어깨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맞붙은 거리만큼이나 서로의 마음 또한 닿아있다는 착각이 드네요.
 
바람결에 몸을 실은 커튼이 그런 우리를 부드러이 감싸고,
 
마치 여름에 꾸는 짙은 파랑의 꿈을 보여주듯이 너울거립니다.
 
3:18PM::그 속에서 아키야마와 시선이 얽힙니다.
말없이 섞이는 그 틈으로 한여름의 내음이 기분 좋게 스며들고….
 
3:19PM남학생:어이, 긴자키.
괜찮아? 보건실에 있어?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 말이지...
 
저 멀리 산통을 깨는 목소리에 그가 먼저 반응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3:19PM아키야마 카나토:...교실에서 보자.
 
3:19PM긴자키 센:(덥석. 붙잡는다.)
응. 사토 군. 있어.
 
긴자키 센, 근력 판정
 
3:20PM긴자키 센:
근력
기준치: 20/10/4
굴림: 37
판정결과: 실패
 
주르륵, 손이 미끄러집니다.
 
그렇게 먼저 보건실을 나가는 아키야마의 뒤로,
 
달려온 것처럼 보이는 친구가 다가옵니다.
 
3:21PM남학생:한참 안 돌아오길래 가다가 쓰러진 줄 알았잖아.
치료 다 했네?
 
3:21PM긴자키 센:응.
요정이 다녀갔어.
 
3:21PM남학생:요정...?
헛 것을 보는 건 아니겠지.
 
3:21PM긴자키 센:본 적 없어?
 
3:21PM남학생:없지... 만화에서만 나오는 거잖아 그거.
 
3:21PM긴자키 센:안경이 문제일지도.
 
3:21PM남학생:하? 이상한 소리.
아무튼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상태는 멀쩡한 것 같네.
부축해 줄 테니까 교실로 올라가자.
 
꿈속에 잠시 머물러있다가 나온 듯한 멍한 시선이 무릎에 닿습니다.
 
상냥하게 붙어 있는 반창고가 상처를 틈 없이 가려주고 있네요.
 
.
 
.
 
.
 
교실
 
교실로 올라가자 오늘은 땡땡이치지 않고 자리에 앉아있는 카나토가 보입니다.
 
동시에 5교시 선생님이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됩니다.
 
3:22PM::한낮의 태양이 조금씩 저물고,
그 빛줄기를 따라 새파란 하늘에 실구름이 하나하나 걸립니다.
 
고리타분한 선생님의 목소리와 미지근한 바람에
 
무심코 꾸벅 졸음 인사를 하고 나면,
 
당신 책상 쪽으로 넘어와 있는 손과 펜이 보입니다.
 
3:23PM아키야마 카나토:(그러다 책상에 코 박겠어. 라고 적는다.)
 
3:24PM긴자키 센:[ 잔소리 타임? ]
[ 신선하네. ]
 
3:25PM아키야마 카나토:[ 아니. 그냥 우스워서. ]
[ 나한테는 교과서 찢지 말라며. ]
 
3:26PM긴자키 센:[ 여기에 전부 있다니까. ]
(볼펜 끝으로 제 머리 톡톡.)
 
3:26PM아키야마 카나토:[ 바보 머리에 뭐가. ]
 
3:27PM긴자키 센:[ 우주 같은 거. ]
 
3:27PM아키야마 카나토:[ 너 머리 시라타키. ]
 
3:27PM긴자키 센:[ 헤에 ]
[ 빨강 머리에 대해 붙일 수 있는 말은 많은데. ]
[ 듣고 싶어? ]
 
3:28PM아키야마 카나토:[ 아니. ]
 
3:28PM긴자키 센:[ ^ - ^ ]
 
3:28PM아키야마 카나토:[ - _ -^ ]
 
3:29PM담임 선생님:아ㅡ. 센세가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긴자키 센 군. (안경 척.) 수업 시간엔 집중해야지.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더군.
뒤로 나가 서 있게. (척, 뒤를 가리킨다.)
 
3:30PM긴자키 센:와아.
이것도 해보고 싶었는데.
(팔랑팔랑... 뒤로 나가 선다.)
 
3:31PM::억울하지 않나요?
분명 같이 놀았음에도 당신 혼자 벌을 받고야 맙니다.
 
3:31PM긴자키 센:(신이 났다.)
 
3:31PM::그렇군요.
 
3:31PM아키야마 카나토:...... (잠시 고민하는 듯.)
(이내 의자를 밀고 일어선다.) 선생님, 나도 벌 받을게.
떠든 건 아니지만 딴 짓 했으니까.
 
그렇게 말한 그가 당신 곁으로 다가와 섭니다.
 
선생님은 그런 아키야마를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3:33PM담임 선생님:뒤에 나가서도 딴짓하면 그 이상의 벌이 있을 예정이라네.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곤 홱 고개를 돌려 다시 수업에 집중합니다.
 
3:33PM긴자키 센:그 이상의 벌, 이라는 거.
궁금하네. 응.
 
3:33PM아키야마 카나토:... (진짜 이상한 것을 보는 눈.) 넌 정말...
에휴, 됐다.
 
3:34PM긴자키 센:저기. 카나토.
지루하지?
 
3:35PM아키야마 카나토:모르는 내용 뿐인데 당연하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지만. (선생님이 들으면 분개할 소리.)
 
3:35PM긴자키 센:좋아. 그럼...
(손 번쩍!) 선생님.
 
3:36PM담임 선생님:무슨 일인가, 긴자키 센 군.
 
3:36PM아키야마 카나토:...야, 너 뭐 해?
 
3:36PM긴자키 센:뭔가, 조금. 땡땡이 치고 싶은 기분이라서. 다녀오겠습니다.
 
3:36PM담임 선생님:?!
잠깐, 긴-
 
3:37PM긴자키 센:(아키야마 카나토를 끌고 뒷문으로 빠져나간다!)
...!
어이, 이래도 돼?
(일단 질질... 끌려가긴 한다.)
 
긴자키 센은 어디로 향합니까?
 
3:38PM긴자키 센:어디에 숨는 편이 좋으려나.
 
3:39PM아키야마 카나토:(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다. 손, 놓지 않네...) 땡땡이를 선언하고 치는 바보가 어디 있어.
아예 찾지도 못하게 만들어야지. 선생님 화났을 걸. 그 인간 화 안 내는 것처럼 보여도...
 
3:40PM긴자키 센:그럼, 목적지는 카나토의 집으로-
 
3:41PM아키야마 카나토:하?
얘기가 왜 그렇게 되는 거야.
 
3:42PM긴자키 센:나는 땡땡이 처음이니까.
경력자의 집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3:43PM아키야마 카나토:...안 돼. (복도 끝으로 와선, 계단으로 내려가려다 멈칫한다. 네가 잡았던 손도 놓는다.)
대회가 코앞이야. 화실에 가야 하거든.
너는... 거기 가면 화실 사람들이 뭐라고 할 거야.
그러니까 다시 교실로 돌아가.
 
3:44PM긴자키 센:내가 어울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거야?
 
3:45PM아키야마 카나토:넌 어딜 가든 이상하게 어울릴 것 같거든... ('이상하게'라는 단어에 힘이 실렸다.)
그것보다는... 아무튼 안 돼.
 
3:45PM긴자키 센:더 멋진 거짓말로 해 줘.
 
3:46PM아키야마 카나토:... (알고 있었냐, 이 녀석... 괜히 찔렸는지 말을 고르는 모습.)
대회 전까진 비밀로 하고 싶거든, 내 그림.
그 다음에 너를 그려주면 되잖아.
 
3:47PM긴자키 센:......
 
3:47PM아키야마 카나토:...그래야 서프라이즈가 되지 않겠냐고. (전혀 본인과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지만...)
 
3:47PM긴자키 센:...하하하.
응. 만족했어.
그럼 난 돌아가서 더한 벌을 받을 테니까.
 
3:48PM아키야마 카나토:(으윽, 그렇게 말하니 몹쓸 짓을 한 것 같아진다.)
 
3:48PM긴자키 센:땡땡이 친 카나토는 열심히 대회를 준비하세요.
 
3:49PM아키야마 카나토:...
그 벌이란 거 그냥 보여주기 식으로 말한 걸 거야.
알았어, 알았으니까.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돌아가서 제대로 사과드리면 혼내지 않을 거라고, 선생님은.
 
3:50PM긴자키 센:응. 알았어.
(계단에 멈춰선 채로 손 흔든다.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흔들 셈이다.)
 
3:50PM아키야마 카나토:(그 모습을 보더니 손 한 번 흔들어 주고, 망설임 없이 뒤돌아 사라진다.)
 
03한여름의 동백
 
다음 날, 아키야마는 어쩐지 1교시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아예 등교를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어디선가 땡땡이를 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워낙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니 마냥 옆자리에 붙여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요.
 
 
쿠르릉 쾅─!
 
굳게 닫아 둔 창문 너머로 새끼손가락만 한 두꺼운 빗줄기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뉴스에서 가뭄이다 뭐다 하던 걸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다행히도 비가 내려주네요.
 
바깥은 어두운 반면,
 
교실은 꽤 밝은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수업 시간이면 늘 묘하게 얼어있던 친구들의 표정이 한결 밝습니다.
 
음… 설마. 무서운 아키야마가 없기 때문이려나요.
 
3:52PM담임 선생님:자아ㅡ. 민나. 제출까지 30분 남았다.
떠들지 말고 정숙하도록.
 
3:52PM여학생:긴 군, 거기 신문 1면에 있는 기사 3개만 잘라서 건네줄래?
여기에 붙여야 해.
 
조별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생님이 시킨 과제를 마저 합니다.
 
책상 위 커다란 하드보드지 위에 스크랩 된 뉴스 기사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습니다.
 
당신의 책상 위에는 친구가 오려 달라고 한 신문 한 장과 가위가 놓여 있네요.
 
3:53PM긴자키 센:으응. (독창적인 가위질.)
 
3:53PM여학생:으응~...? 그렇게 자르게?
 
3:53PM::독창적으로 자르며 신문을 살펴봅시다.
오늘 7월 23일자 날짜로 인쇄된 지역 신문입니다.
1면에 큼지막한 헤드라인을 달고 있는 3개의 기사를 오리면 되겠어요.
 
차례대로 오려보면서 가볍게 읽어 볼까요?
 
A기사
 
3:54PM::< “무더운 여름바람에 활짝 핀 동백꽃”…동백 축제 6일 개막 >
매년 7월 말에 열리는 동백 축제에 활짝 핀 동백꽃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22일 오전부터 XX교 북단부터 XX대교 남단에 이르는 2.1km 거리의 차량 통행이 제한됐다.
…중략…
XX구는 올해 ‘한여름의 동백’을 주제로 친환경 동백 축제를 개최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펼친다. 동백 길 곳곳에서 캐리커쳐, 페이스페인팅, 플리마켓 등이 마련된다.
 
3:55PM긴자키 센:와아.
사람이 잔뜩. 재미있어 보이네.
 
B기사
 
3:56PM::< 여름 제철 귤 생산 농가 50% 증가… 매년 여름 5%씩 상승세 >
XX도는 올해 귤 생산농장 신청 수가 작년보다 3배 늘고, 농가 850곳이 접수해 올여름이 지나기까지 4천5백여 톤의 귤이 출하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중략…
여름 제철 귤은 겨울 제철 수박보다 건강에 좋은 항산물질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되면서 20XX 년부터 소비가 급증했다.
 
3:57PM긴자키 센:(귤 사진을 모양대로 동그랗게 오린다.)
 
C기사
 
3:57PM::< 미술 유망주 YYYY 사망, 대회 도중 발생한 추락 사고 >
어제(7월 22일) XX시 XX공원에서 열린 XX배 전국 학생 사생 대회에서 지난해 대상 수상자였던 YYYY가 대회 도중 난간에서 추락해 입은 외상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YYYY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대회가 종료된 이후 23시 35분 끝내 숨을 거두었다.
…중략…
대회는 사고 소식과 함께 침통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되었으며, 전도유망한 젊은 예술가를 잃은 미술계 전체는 큰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3:58PM긴자키 센:......
사람이 죽었대.
 
3:58PM여학생:헉, 그래? 어떡해...
괜찮아, 이런 기사를 다룰 때 분위기를 바꿔서, 무게를 좀 실으면 괜찮을 거야.
 
긴자키 센, 지능 판정
 
3:59PM긴자키 센: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딘가 이상하지 않나요? 이 세 번째 기사 내용…
 
어제 아키야마가 당신에게 해줬던 말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3:59PM아키야마 카나토:이틀 뒤에 사생 대회가 열려. 거기 출전하려고.
 
어제 분명 대회는 이틀 뒤라고 했으니...
 
내일 대회에 출전하는 걸 텐데.
 
뉴스 기사엔 이미 어제 개최했고 끝났다고 쓰여 있습니다.
 
4:00PM::앞의 두 기사도 그렇고… 어딘지 모르게 당신이 알고 있던 상식이나 생각과 영 딴판인 것 같습니다.
 
긴자키 센, 이성 판정
 
4:00PM긴자키 센:
SAN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76
판정결과: 보통 성공
 
4:00PM::이성 감소 없음.
 
당신이 받은 충격과는 별개로 시간은 잘만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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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면 급식실.
 
눈앞엔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몰랐던 빈 식판이 놓여 있습니다.
 
4:01PM여학생:긴 군! 다 먹었으면 올라가자.
비 와서 운동장엔 못 나갈 것 같더라구. 교실에서 놀아야겠네.
 
아직도 뭔가 어안이 벙벙합니다.
 
친구의 손에 끌려 정처 없이 급식실을 빠져나와 교실로 올라가려는 찰나.
 
저 복도 끝, 보건실 앞에 서 있는 인영이 보입니다.
 
4:02PM여학생:선생님, 안녕하세요~!
 
길고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있는, 누가 봐도 보건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입니다.
 
그는 보건실을 앞에 두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초조한 기색으로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4:03PM여학생:음? 선생님 뭔가 이상하네... 우린 교실로 갈까?
 
4:04PM긴자키 센:으응. 있지.
뭔가, 귀가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서. 보건실에 가야겠어.
 
4:05PM여학생:귀가 잘 안 보인다는 게 무슨 말이야...?
 
4:05PM긴자키 센:그럼. 바이바이.
 
4:05PM여학생:어어, 저기-!
 
4:05PM긴자키 센:(보건 선생님에게 다가간다.)
 
보건 선생님에게 다가가자,
 
한참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그가 화들짝 놀랍니다.
 
4:05PM보건 선생님:허억...! 노, 놀래라...
무슨 일이니?
어디 아, 아파서 왔니...?
만약 아픈 거라면 미안하지만 오늘 치료가 힘들 것 같은데에... (무서워, 긴자키 센이 무섭게 생겼다고 생각 중.)
 
4:06PM긴자키 센:선생님. 안색이 안 좋아서.
 
4:07PM보건 선생님:으응, 아냐. 안색은... (네가 더...)
차, 착한 학생이구나.
그, 부탁이 있는데... 이름이 뭐니?
 
4:08PM긴자키 센:센.
어쩌구 저쩌구의 센.
 
4:08PM보건 선생님:어쩌구 저쩌구...? (요즘 애들의 사고방식은 정말이지 따라가기 어렵다니까...)
그래, 센. 정말 미안하지만 보건실에 너무 무서운 게 있어서 말이야.
부끄럽지만 내가 겁이 많은 편이라... 혹시 괜찮다면 선생님 좀 도와줄 수 있을까?
 
대체 보건실 안에 어떤 무서운 게 있길래.
 
손끝이 하얗게 질려선 당신의 팔을 간절하게 붙잡습니다.
 
4:09PM긴자키 센:무서운 거.
 
4:09PM보건 선생님:으응.
 
4:10PM긴자키 센:응. 실례합니다. (준비의 시간도 없이 문을 벌컥 열었다.)
 
4:10PM보건 선생님:어, 어?
...그, 책상 위에 있는 진료 차트를 가져와 주면 된단다!
나는 교무실에 가 있을 테니 그 곳으로 가져다주렴-!
 
잔뜩 겁을 집어먹은 보건 선생님이 당신에게 부탁을 밀어 넣고 다급히 교무실로 도망갑니다.
 
4:11PM긴자키 센:(같이 봐달라는 게 아니었구나.)
 
부리나케 뛰어가는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가 봅니다.
 
이렇게나 어두운데 불도 켜져있지 않네요.
 
쿠르르-
 
콰쾅─!!
 
일순간 내려친 번개로 보건실 내부가 한차례 환해졌다가 다시금 어두워집니다.
 
형광등을 켜지 않아서일까요?
 
비 오는 날씨 때문인지 어쩐지 으스스하네요.
 
4:12PM::보건실에 당최 뭐가 있길래 선생님이나 되는 작자가 저렇게 무서워하는지.
추측가는 바가 있나요, 긴자키 센?
 
4:13PM긴자키 센:충치 괴물이라거나.
세균 워리어.
 
4:14PM::그런 게 존재한다면 어떻게 생겼으려나요.
전부 커튼이 쳐져 있는 침대를 살피다 보면 알 수 있을까요.
 
두어 개 침대의 커튼을 걷다 보면,
 
세 번째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아키야마를 발견합니다.
 
찾았다, 세균 워리어!
 
4:14PM긴자키 센:...
 
4:14PM::아침부터 내내 보이지 않는다 싶더니…
애초에 보건실로 등교해서 여태 자고 있었던 걸까요?
 
4:15PM긴자키 센:(볼을 쿡. 눌러 깨운다.)
 
4:15PM아키야마 카나토:...? 뭐야. (무겁기 짝이 없는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긴자키?
 
4:15PM긴자키 센:세균 워리어가 카나토였구나.
 
4:16PM아키야마 카나토:뭔 소리야, 또... (이불 들어 얼굴 끝까지 뒤집어쓴다.)
 
4:16PM긴자키 센:(그대로 다시 끌어내린다.) 아침이야, 카나토.
 
4:16PM아키야마 카나토:으으.
(약간의 짜증.) 왜애.
 
4:16PM긴자키 센:오 분만은 절대 용납 불가입니다.
 
4:17PM아키야마 카나토:그럼 십 분.
 
4:17PM긴자키 센:으응. 안 돼.
왜 거짓말 했어?
 
4:17PM아키야마 카나토:싫어어...
(잠투정 부리다가 그 질문에 슬쩍, 너와 시선을 맞췄다.) ...뭔 거짓말.
 
4:19PM긴자키 센:대회 말이야.
어제 끝났대.
 
4:20PM아키야마 카나토:...
아, 그거.
내가 말한 건 그 대회가 아냐. 다른 거.
소규모 대회라 딱히 광고도 안 하고 화실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조용히 치르는 거야...
그래서 너한테 거짓말 한 게 아니라 내일 열리는 게 맞고.
그거 때문에 내일 학교도 빠질 생각이야. (됐어? 그렇게 물어보는 듯한 표정. 여전히 누워서 올려다보고 있다.)
 
4:23PM긴자키 센:그으래.
동백꽃이 언제 피어나는지 알아?
 
4:23PM아키야마 카나토:겨울이잖아.
그건 갑자기 왜?
 
4:23PM긴자키 센:귤은 언제가 제철일까.
 
4:23PM아키야마 카나토:그것도 겨울.
갑자기 퀴즈야?
내가 아무리 멍청해도 그 정도는 알거든.
 
4:24PM긴자키 센:...
(풀썩. 네 위로 몸을 던져 눕는다.)
 
4:25PM아키야마 카나토:아아. 정말... (그대로 깔린다.)
눕고 싶으면 말을 하라고. 옆자리 정도야 그냥 내어줄 수 있는 거잖아.
 
4:25PM긴자키 센:으응. 이게 좋아.
 
4:25PM아키야마 카나토:하아.
지 멋대로야 야주.
 
4:26PM긴자키 센:내일이 결전의 날이라는 거지?
 
4:26PM아키야마 카나토:뭐... 일단은 그렇지. (색색, 숨을 들이내쉬는 동작에 맞춰 네 몸 또한 미세하게 오르내린다.)
 
4:26PM긴자키 센:비행기를 날려야겠네.
 
4:27PM아키야마 카나토:...그래야겠지.
(이불에 묻혀 웅얼거리는 목소리 끝에, 무언가 꼼지락거리더니 네 배 위에 이어폰 하나를 올렸다.)
종이비행기고 뭐고 다 괜찮은데. 일단은 더 자고 싶어.
심심하면 이거라도 듣고 있어.
 
4:28PM긴자키 센:(이어폰 한 쪽을 귀에 꽂는다.)
자장가라도 틀어 주려나.
 
그를 살피니 반대쪽 이어폰은 아키야마가 꽂고 있습니다.
 
4:29PM아키야마 카나토:(네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깔린 채임에도 눈을 감고 있다. 편안한 건지...)
 
시선 끝에 바깥의 풍경이 새어 들어옵니다.
 
차츰 얇아지는 빗줄기가 창문을 토독, 토도독, 옅게 두드립니다.
 
천천히 걷히는 먹구름 사이사이로 희미한 햇빛이 비춰
 
꼭 자연이 만들어낸 샹들리에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여유로운 노랫소리가 그 풍경에 알맞게 어우러집니다.
 
4:31PM::서서히 움직이던 시선의 종착지는 역시, 그의 얼굴입니다.
뺨에 드리운 속눈썹이 유독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 안에 어떤 눈빛을 품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일까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 마냥 바라보게 됩니다.
 
먹구름이 바람에 밀려 흩어지는지,
 
아키야마의 곧은 이마에서부터 햇빛이 물듭니다.
 
찬찬히 내려오던 빛이 눈가에 머물면,
 
잠든 와중에도 눈이 부신지 설핏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4:32PM긴자키 센:(그 위를 손으로 덮는다.)
 
4:32PM::당신은 한 손으로 빛을 가려주며, 그의 단잠을 돕습니다.
그러자 금세 편안한 표정으로 돌아옵니다.
 
곧 점심시간이 끝나가니 햇빛을 가리지 않고 그냥 깨워도 좋았을 텐데…...
 
이유가 있나요, 긴자키 센?
 
4:34PM긴자키 센:얌전한 얼굴. 보기 어려우니까.
특히나 여기.
(항상 주름져 있던 미간을 주시한다.)
 
4:35PM::당신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얌전한 얼굴로 자고 있습니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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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끝났다는 종이 한참 전에 울렸는데도,
 
혈기 왕성한 학생들답게 교실은 여전히 왁자지껄합니다.
 
교실
 
당신이 아키야마와 함께 문을 드륵 열고 들어가자,
 
누군가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분위기가 삽시간에 싸해집니다.
 
4:35PM::아마도 오늘 내내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아키야마가 등장했기 때문인 것 같네요.
 
4:36PM남학생:......
 
4:36PM여학생:......핫.
 
자리에 앉으면 어느새 비가 그친 풍경이 보입니다.
 
푸릇한 이파리 끝에 모여드는 물방울이 똑, 똑,
 
떨어지는 광경을 배경 삼아 수업이 시작됩니다.
 
4:36PM::아키야마는 여전히 수업에 집중하는 법이 없습니다.
한참 꼼지락거리며 뭔가를 하고 있길래 바라보면…
 
4:36PM::파란색 종이로 종이비행기를 가득 접고 있습니다.
 
4:37PM긴자키 센:[ 파랑이 좋아졌어? ]
 
4:38PM아키야마 카나토:... (흘긋, 널 보더니 이번엔 책상에 글을 적지 않고, 그냥 대답한다.) 아까 교무실 갔을 때 있길래.
종이비행기로 접기 딱 좋은 재질이야. (만져볼래? 그렇게 말하는 듯 건넸다.)
 
4:39PM긴자키 센:(손 뻗어 받는다.)
 
이내 그가 창문을 반쯤 열더니,
 
수업 내내 심심할 때마다 하늘로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냅니다.
 
4:39PM아키야마 카나토:너도 해.
 
하며 몇 개 나눠주는 아량을 베풀기도 하네요.
 
4:40PM긴자키 센:(반듯하게 접은 종이비행기를 가볍게 흔들다가...)
(콕. 아키야마 카나토의 뒤통수를 찌른다.)
 
4:41PM아키야마 카나토:? ;;
뭐야, 날리라고.
 
4:42PM긴자키 센:첫 만남의 복수. 라고 할까.
 
4:42PM아키야마 카나토:하?
 
4:43PM긴자키 센:이렇게 하면 내 소원은 네가 받은 거겠지.
(휙-)
(창문 밖으로 비행기를 날려보낸다.)
 
4:43PM아키야마 카나토:(이해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그 때 날린 종이 비행기가 네 뒤통수를 찔렀으리라곤 생각 안 했기 때문에.) ...무슨 소원인데, 이번엔.
 
4:44PM긴자키 센:이번에는... (슬쩍 눈 한번 맞추고는)
비밀.
 
4:45PM아키야마 카나토:이것도 복수야?
 
4:45PM긴자키 센:하하하.
 
4:45PM아키야마 카나토:웃기만 하지 말고.
참 나... (미간을 좁히지만 첫 만남 때보단 확실히 풀어진 모습이란 걸 알 수가 있다.)
 
창문 밖으로 날려 보낸 종이비행기들은
 
공기에 가득한 눅눅한 물기를 한껏 머금었는지,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날리는 족족 아래로 떨어집니다.
 
바로 밑엔 소각장이 있으니 열심히 접은 보람도 없이 곧장 태워질 테죠.
 
4:46PM::그럼에도 아키야마는 가져온 종이를 전부 종이비행기로 접어 꿋꿋이 전부 날려 보내고선, 단 하나의 종이비행기를 남겼습니다.
 
4:47PM긴자키 센:그건?
 
4:47PM아키야마 카나토:마지막이니까, 이따 쉬는 시간에 날릴 거야.
 
곧 수업 종료 알림이 울리고,
 
아키야마는 한 손에 종이비행기를 쥐고 다른 손을 당신에게 내밉니다.
 
4:47PM아키야마 카나토:같이 갈래?
 
4:48PM긴자키 센:(어딘지도 묻지 않고. 손을 잡는다.)
 
4:48PM아키야마 카나토:어딘 줄 알고 따라오겠다고 해.
옥상으로 불러서 일진처럼 막... (허공 때리는 시늉.)
이럴 수도 있는 건데.
 
4:49PM긴자키 센:그것까지도 전혀 안 무섭다고 하면 화를 낼 거지.
 
4:49PM아키야마 카나토:(쩝...)
화 안 내거든?
그냥, 좀.
이상하네.
 
4:49PM긴자키 센:고마워.
 
4:50PM아키야마 카나토:지금이 고맙다고 할 타이밍인가...
(네 반응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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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고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면, 학교 옥상입니다.
 
4:50PM::학생이 함부로 올라와도 되나 싶지만요.
옥상 문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열립니다.
 
바깥으로 나가보면 비 온 뒤 느껴지는 청명한 비 냄새가 풍깁니다.
 
하얗게 변한 뭉게구름과 새파란 하늘을 담은 물웅덩이도 곳곳에 보이네요.
 
그 위를 아키야마와 함께 지나가면 찰박거리는 소리가 무척이나 청량하게 들립니다.
 
이윽고 새하얀 난간에 다다르면,
 
학교 전경이 전부 내려다보입니다.
 
4:51PM아키야마 카나토:여기서 날리면... 더 멀리 날아가지 않을까 싶더라고.
 
그가 당신에게 종이비행기를 건넵니다.
 
4:51PM아키야마 카나토:같이 날리자, 마지막 소원이니까.
 
4:52PM긴자키 센:마지막이라는 건 늘 아쉽네.
 
4:52PM아키야마 카나토:'늘'이라고 말하는 걸 보니 꽤 많은 마지막을 겪어봤나 본데.
 
4:53PM긴자키 센:카나토도 마찬가지였을걸.
 
4:53PM아키야마 카나토:...글쎄. 어떻게 확신해?
 
4:55PM긴자키 센:매일 교과서를 찢어 날리는 학생은 이해 못 하는 세계가 있는 걸지도.
(장난스레 웃는다.)
 
4:55PM아키야마 카나토:(떨떠름한 표정. 장난인 건 알지만 묘하게 열 받는다. 물론 진지하게 화난다는 건 아니고.)
 
4:56PM긴자키 센:마지막 소원은 정했어?
 
4:56PM아키야마 카나토:뭐 얼마나 다른 세계라고. (-라고 말했지만, 스스로 그런 말 했다는 거... 역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응. 그러니까 먼저 이거 받아. (네 손을 잡아 끌어와, 종이 비행기를 건넸다.)
 
그가 건넨 종이비행기를 받아 들고 난간 너머를 향해 걸어갑시다.
 
4:57PM긴자키 센:(얌전히 건네받는다.)
 
종이비행기를 날리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면,
 
이내 뒤에서 당신의 손에 가볍게 손을 올리는 손길이 느껴집니다.
 
그가 나지막이 속삭입니다.
 
4:58PM아키야마 카나토:내 소원이 뭔지 기억해?
 
4:59PM긴자키 센:대회에서 수상하는 것.
혹은 더 멋진 것?
 
4:59PM아키야마 카나토:(작게 고개를 젓는다.) 실은, 소원이 바뀌었어.
아니... 바뀐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거였어. 거짓말해서 미안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운이 나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잖아. 난 그런 죽음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거든.
만약 그런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 슬플 거야.
그러니 네가 나와 함께한 이 여름을 잊어줬으면 좋겠어.
그게 내 소원이야.
 
5:02PM긴자키 센:......
...그래?
거짓말쟁이는 싫어하지 않아.
싫어하지 않지만.
그걸로 정말 기쁜 거야, 카나토?
 
5:06PM아키야마 카나토:이 소원을 진정으로 바라냐고 묻는 거라면, 응. (기쁜 것도 슬픈 것도 아닌 표정으로 널 본다.)
안 날릴 거야? 비행기.
 
5:07PM긴자키 센:네 마음을 묻는 거야.
 
5:08PM아키야마 카나토:별로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 긴자키.
 
5:09PM긴자키 센:그렇다면 나는 반대로 비는 수밖에 없겠네.
네 마음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해줄 말이 훨씬 많거든, 앞으로도.
 
5:11PM아키야마 카나토:그런대도 변하는 건 없으니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네가 나한테 하고 싶어하는 그 말들, 이 비행기를 날린 이후로도 전할 수 있게 된다면.
네 소원이 내 소원을 이긴 걸로 하자.
너 내기 좋아하잖아.
안 날릴 거야? (종이 비행기를 날리려 난간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간다.) 나 혼자 날리면 네 소원은 어떻게 될 지 몰라.
 
5:13PM긴자키 센:...
이럴 때에만.
엄청나게 영리하구나. 카나토는. (비행기를 쥔 손 놓지 않았다.)
역시 비행기는 접고 볼 일이야. 그렇지?
 
5:14PM아키야마 카나토:그러는 너야말로 고집 불통이네.
(힘을 풀라는 듯 네 손을 감싸쥐고, 그대로 비행기를 하늘을 향해 날린다.)
 
손에서 떠난 종이비행기가 짙푸른 하늘에 둥실 뜹니다.
 
그 하늘에 집어삼켜질 듯이 동일한 색을 띤 종이비행기는
 
고요히 허공을 부유하다가 이내 미끄러지듯 아래로 추락합니다.
 
5:16PM아키야마 카나토:(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 반, 이뤄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 반... (서로 빈 두 개의 소원을 말하는 건지, 혼자만의 고민인지는 모호하다.)
잘 가다 떨어지는 게 꼭 변덕스러운 마음 같네.
 
그가 옥상 문을 턱짓합니다.
 
5:17PM아키야마 카나토:그만 내려가자.
나는 조퇴하고 화실로 갈 거야.
수상하고 올게.
 
5:17PM긴자키 센:응. 꼭이야.
 
5:17PM아키야마 카나토:(미련 없이 등을 돌리고, 두어 번 손짓한다.)
 
5:18PM::긴자키 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5:20PM긴자키 센:(손을 떠난 일에 대해서 곱씹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더는 매달리지 않겠지만.)
( ...교실에서의 소원을 떠올린다.)
(아키야마 카나토의 미간이 구겨지는 일은 앞으로 세 번만 더 일어나게 해 달라고. 그 다음으로는 없게 해 달라고. 그리 빌었으니까.)
(나의 소원이 이기든 지든 그것만 이뤄진다면 여한 없을 일이다.)
 
04이 여름을 꿈꾸듯 띄워 보낼게
 
다음 날, 아침 등굣길이 어째선지 싱숭생숭합니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약하게 내리는 여우비 때문만은 아닐 거예요.
 
아마 지금 쯤이면, 아키야마의 사생 대회가 시작했을 겁니다.
 
그는 걱정 말라고 했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
 
내심 초조한 감정을 감추기 힘든 것 같아요.
 
그렇게 교실 앞에 다다르면,
 
그가 없을 때 늘 소란스럽던 교실이 웬일로 잠잠합니다.
 
뭘까요? 설마 담임 선생님이 벌써 들어와 계시는…
 
5:25PM::헉.
 
착잡한 마음 때문에 걸음이 느렸던 탓일까요?
 
앞문 창문 너머로 이미 담임 선생님이 교실 안에 계십니다.
 
어서 지각한 사실을 용서받고 자리에 앉는 것이 좋겠네요.
 
5:25PM담임 선생님:...
 
5:26PM긴자키 센:지각, 지각이다. (전혀 다급함 없는 목소리. 앞문으로 들어간다.)
 
5:27PM담임 선생님:...자리에 들어가 앉게, 긴자키 센.
 
외로 담임 선생님은 별 말 없이 자리에 들어가 앉으라고 말씀하십니다.
 
5:27PM긴자키 센:어레. 끝?
 
5:28PM담임 선생님:(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자리에 가서 앉으면… 빈 옆자리가 보입니다.
 
늘 찢어진 교과서가 펼쳐져 있던 책상 위로…
 
새하얀 국화 꽃다발이 놓여 있습니다.
 
5:28PM::국화 꽃?
그것도 새하얀.
아직 대회는 진행 중일 텐데... 누가 이런 질 나쁜 장난을 쳤을까요?
 
5:28PM긴자키 센:선생님.
이건?
 
5:29PM담임 선생님:오늘 조례 시간은 아키야마 카나토의 49제를 기리는 시간으로 보내자.
민나, 천국에 있을 그 애를 위해 조용히 묵념.
 
아키야마 카나토가 죽은 지 49일이나 된 존재였음을 알게 된 긴자키 센,
 
긴자키 센, 이성 판정
 
5:30PM긴자키 센:
SAN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5:30PM::늘 보이던 모습처럼 변함없이 침착합니다.
이성 1 감소.
 
교실 내에 있는 모두가 이 사실을 평범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세상 전부가 당신의 여름에 존재했던 그를 부정합니다.
 
진실 앞에 덩그러니 놓인 당신에게로 비참한 현실이 들이닥칩니다.
 
5:31PM아키야마 카나토:네가 나와 함께한 이 여름을 잊어줬으면 좋겠어.
 
당신의 여름에서 자신을 비워달라고 속삭이던 목소리가 귓가에 잔흔처럼 머뭅니다.
 
그 허상의 존재가 함께 어울렸던 기억을 기어코 지워내려 합니다.
 
5:33PM긴자키 센:...아키야마 카나토.
(긴자키 센이 아무리 이 여름을 잊는다고 해도. 그 이름을 기억하는 한 소용이 없을 것이다.)
 
맞아요, 그렇게 둘 수 없습니다.
 
당신의 여름에 명명히 새겨진 그를 그렇게 쉽게 들어낼 수 없습니다.
 
분명, 분명…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그가, 그 존재가 머무를만한 곳에.
 
분명히.
 
5:37PM긴자키 센:(반 전체의 묵념을 뒤로하고, 화실로 향한다.)
(...걸음이 분주하다.)
 
화실에서 아키야마 카나토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5:39PM긴자키 센:(어떤 흔적도?)
 
 
5:39PM화실 선생님: 어머, 학생...?
지금은 운영 시간이 아닌데. 등록하러 온 거니? 근데 그런 것 치곤...
뭔가 찾고 있는 거야?
 
5:41PM긴자키 센:카나토.
아키야마 카나토는?
 
 
5:42PM화실 선생님: 아키야마 카나토...? 그게 누구니?
화실에 등록한 학생 중 그런 이름은 없는데.
다른 화실 아닐까? 그보다 너 괜찮니? 땀이...
 
5:43PM긴자키 센:...그렇구나.
안녕히 계세요.
 
당신은 화실을 뒤로 하고 걸음을 옮깁니다.
 
화실에 다닌다는 게 거짓말이었다니.
 
하긴, 그의 성정을 생각하면 어떤 무리에 속하는 것부터 이상했어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카나토를 찾아봅시다.
 
5:45PM::그는 어디에 있을까요?
소원을 담은 비행기가 그 끝에 닿지 못하면 어디로 갈까요.
 
5:48PM긴자키 센:(긴자키 센은 옥상에 오른다.)
(그때의 그 난간 밖으로 몸을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본다.)
 
옥상에는 아키야마 카나토는 물론,
 
학생들, 선생님조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5:49PM긴자키 센:......
 
5:49PM::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소각장 주변으로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종이비행기들이 보입니다.
 
저 곳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5:49PM긴자키 센:(그렇다면 마지막은 소각장이다.)
 
정신없이 소각장으로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 남은 곳은 그곳뿐이니까요.
 
버겁게 차오르는 숨이 턱끝까지 치밉니다.
 
뛰는 와중에도 갖은 생각과 감정이 터질 것처럼 벅차올라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5:50PM::다친 무릎을 섬세하게 치료해 주던 손길,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을 등지고 그림자를 겹치며 마음을 나누었던 모습,
함께 손을 잡고 하늘을 향해 소원을 띄워 보내던 순간…
 
물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죠.
 
그렇지만, 그와 함께한 여름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스칩니다.
 
─────── ✷ ───────
 
소각장 또한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허탈한 시선 끝에,
 
소각장 주변으로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종이비행기들이 보입니다.
 
멀쩡한 것은 하나도 없고 타들어간 재의 형태입니다.
 
긴자키 센, 관찰력 판정
 
5:51PM긴자키 센: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5:51PM::유일하게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짙푸른 종이비행기 하나가 눅눅히 젖은 채로 떨어져 있습니다.
 
다행히도 비에 젖어 타들어가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아키야마 카나토가 당신의 여름에 존재했다는 유일한 흔적입니다.
 
5:52PM긴자키 센:(파란 종이비행기를 줍는다.)
 
종이비행기를 펼쳐보면 빗물에 부옇게 번져있는 글씨가 드러납니다.
 
필체가 익숙하네요.
 
그야 그 애랑 필담을 나눌 때 보았던 필체니까요.
 
5:53PM아키야마 카나토:긴자키 센. 네가 이걸 볼 일은 영영 없겠지만,
곧 존재가 지워질 세상에 뭔가 하나 정도는 남겨도 괜찮을 것 같아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살아있음을 유일하게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위안이 됐어.
끝이 다가온다는 걸 자각하니…… 음, 그냥 좀 덜 쌀쌀맞게 굴 걸, 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뭐……. 지금 와서 생각해 봤자 의미 없잖아.
네 성격에 날 원망하거나 하진 않을 것 같지만,
 
5:54PM아키야마 카나토:모든 진실을 알게 된 네 반응이 궁금하네. 못 봐서 아쉬워.
길었네.
새로운 소원을 빌 거야.
감상적인 말은 하지 않겠어. 오글거리니까.
나에 대한 기억을 잊어.
슬퍼하지도 말고, 동정하지도 마.
 
5:54PM아키야마 카나토:내가 있던 여름이 네게 공란으로 남길 바라.
 
5:54PM::이름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이 쏟아집니다.
 
당신의 여름에 멋대로 나타났다가 멋대로 사라진 그 애.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죠.
 
종이비행기는 영원히 날지 못한다는 걸 그동안 내내 보여줘 놓고…
 
자신을 잊으라는 소원을 담아 날려 보낸 건,
 
바라면서 바라지 않는 소원.
 
그의 말마따나 함께한 시간은 찰나일 뿐인데도,
 
비어버린 공란이 이다지도 크게 느껴지다니.
 
그 공란에 어떤 의미를 넣어 메워보려고 해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만이 맴돕니다.
 
5:57PM긴자키 센:...봐.
제멋대로인 건 나뿐만이 아니라니까.
 
그 때,
 
콕─.
 
당신의 뒤통수에 무언가가 살포시 닿았다가 바닥으로 톡 떨어집니다.
 
확인해 보면, …낯선 종이비행기입니다.
 
5:59PM긴자키 센:(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핀다. 사람의 인영을 찾아본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자,
 
옥상에서 반짝, 하고 눈을 시리게 하는 빛이 스칩니다.
 
분명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저… 어떠한 색채, 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려 들 수 없는 존재가 띄워 보낸 종이비행기가 당신의 손에 놓여 있습니다.
 
6:00PM긴자키 센:(펼쳐본다.)
 
낡고 누렇게 해진 종이를 접어 만든 것 같은 종이비행기를 펼쳐보면,
 
어떠한 주문이 적혀 있습니다.
 
6:00PM::기억의 영창.
비용은 정신력 -1d10.
시전 시간 즉시.
정신력을 영구적으로 차감해 술자의 기억 속 존재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기억 속 존재의 생사 여부는 중요치 않습니다. 단, 술자의 생애 단 한 번만 영창 할 수 있습니다.
 
무엇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지만…
 
적어도 당신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큼은 뚜렷이 알 수 있습니다.
 
6:04PM긴자키 센:(주문을 읊는다.)
 
당신은 무슨 마음으로 주문을 읊었나요?
 
6:05PM긴자키 센:(붉은 머리 소년의 얼굴을 떠올린다. 다른 건 안중에도 없다.)
 
주문을 시전해도 크게 달라진 것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의 사그라들던 희망엔 자그마한 불씨가 켜집니다.
 
6:06PM::그래요.
다시 처음부터 찾아보는 거예요.
어딘가에서 날고 있을,
당신의 여름을 실은 종이비행기를.
 
그 기대에 찬 발걸음이 다다른 곳은,
 
우리가 처음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보였던 보건실입니다.
 
6:07PM::그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활짝 열린 창문과 오로라처럼 너울거리는 커튼,
그리고 그 너머로 아른한 실루엣으로 보이는…
 
아키야마 카나토.
 
6:07PM::뒤늦게 현기증이 몰아치듯, 이성이 6 차감됩니다.
 
하늘하늘 나풀거리는 커튼을 잡아 젖히자─….
 
6:08PM아키야마 카나토:긴자키.
 
이내 비가 그친 한여름의 풍경이 스며듭니다.
 
다시금 시작된 매미 울음소리,
 
나뭇잎 사이를 스치며 청량한 노래를 자아내는 하늬바람,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의 물결.
 
아키야마 카나토의 존재만큼 다시 채워진,
 
우리의 여름이 이어집니다.
 
END 1< 네가 있는 여름>
 
아키야마 카나토 생환, 긴자키 센 생환
 
6:09PM::긴자키 센, 이성 회복 1d5 굴려주세요.
 
6:09PM긴자키 센:
rolling 1d5
 
(
2
 
)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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